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저요, 실은 2차 경연 때 김진우 잘못이 아니고 내가 부족해서, 정말 내 태도가 나빠서 그때 데뷔조에서 떨어졌었던 거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유찬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김진우를 더 미워하고 그 이미지를 겹쳐 봤던 내게 날을 세웠지만, 실은 모두 자신이 문제였던 게 아닐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근데 오늘 형섭이 형 얘기 들으니까, 아, 뭐라고 말해야 하지…….”
나는 유찬희가 제 속마음을 가늠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았다. 놈이 뭘 생각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으니까.
“…솔직히 화가 날 줄 알았는데요. 화가 전혀 안 났어요.”
그리고 예상대로 유찬희는 그렇게 말하며 오히려 후련한 듯 미소 지었다.
“오히려 안심됐어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구나, 하고.”
오랫동안 유찬희는 스스로의 노력과 실력이 잘못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불신에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난 잘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요.”
하지만 놈은 이제야 그 불신을 스스로 지울 수 있게 된 듯싶었다.
그때 자신이 들었던 말들이 진실이 아닌, 그저 상황을 무마하고 어떻게든 유찬희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던 직원의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유찬희는 잠시 침묵하더니, 곧 천천히 말을 이었다.
“김진우가 하이어스로 데뷔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저도 좀 신기한데, 이제 와서 그거에 대해서 뭔가 화가 나진 않아요. 하이어스로는 데뷔할 수 없었지만 그 덕에 [디어돌>에 나올 수 있었고, 이렇게 원디어로 데뷔도 했고.”
“…….”
“전 아직 원디어 유찬희도 익숙하지 않지만요, 하이어스 유찬희는 더 익숙하지 않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요.”
그러면서 유찬희는 자조하듯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죠. 김진우가 절 밀어내 준 덕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거니까. 그거에 대해선 오히려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고마울 일은 전혀 없을 텐데. 그 이후의 일들은 다 네가 잘한 거니까.”
“…그,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요. 뜬금없게.”
내 말에 유찬희는 당황한 것처럼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고는 작게 한숨을 쉬며 눈을 굴렸다.
“저 하나만 물어도 돼요, 형?”
“뭘?”
“그냥… 오늘 형섭이 형 말 듣고 생각한 게 있는데요. 그때 제가 정말 잘했던 거고, 정말 잘해서 제가 원디어로 데뷔할 수 있게 된 거라면요. 전 더 잘해야 하고 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말인데… 저한테 정말 바꿀 게 없어요?”
나는 유찬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에 유찬희는 눈을 굴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냥, 뭐든지요. 아이돌로서도 그렇고 팀 멤버로서도 그렇고… 그냥… 형이 보기에 정말 제가 잘하고 있어요? 제가 정말 여기서 뭘 더 할 필요가 없어요? 뭘 바꾸거나…….”
그 조급한 어투나 간절한 얼굴에, 나는 유찬희가 확신을 얻고 싶어 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유찬희.”
이전과 달리 남의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 또한.
“저번에 이미 말했었지, 네가 모르고 있을 뿐 너는 스스로 이 팀에서 너의 역할을 잘해 내고 있다는 거.”
“…네.”
내 말에 유찬희가 바짝 긴장하는 게 보였다. 내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내가 생각한 ‘유찬희라는 멤버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는 듯 보였다.
“미리 말해 두는데 네 역할이 뭐다, 이렇게 말할 생각은 없다.”
“네?”
하지만 나는 유찬희의 ‘역할’이라는 것을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잠시 동안 위안이야 얻겠지만 이후에는 그 역할에 집착할 테니까.’
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내가 정의한 그 역할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또 땅을 파고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유찬희가 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네가 자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넌 오늘도 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줬어. 거기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마워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하지만, 놈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쯤은 이야기해 줄 수 있을 터였다.
“제가요?”
내 말에 유찬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다 눈을 굴리는 게, 자신이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를 되짚어 보는 듯했다.
‘솔직히 처음엔 유찬희의 성격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지.’
그뿐일까, 피곤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었다. 쓸데없이 날을 세우는 것하며, 매번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하며 단 한시도 그냥 넘어가질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찬희는 딱 그만큼 섬세했고 그만큼 인내심이 있었으며, 한 번 납득한 것에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오히려 포용력이 있는 편이었고.
‘그건 중요한 자질이지.’
유찬희가 낯을 가리는 건 맞다. 하지만 놈은 딱 그만큼 한 번 사람을 받아들이면 남을 잘 위했다. 각종 돌발 상황이나 타인의 실수에는 오히려 누구보다도 잘 대처했고.
‘그러고 보면… 그때도 그랬군.’
-아, 형! 제가 그러니까 밥 많이 먹지 말랬죠! 형이 멀미 난대서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2차 경연 당시의 릴레이 달리기에서도 페널티 때문에 주저앉아 움직일 수 없던 나를 대신해 커버를 쳐 준 적이 있지 않았나.
오늘도 요리 중간중간 도움을 준 것과 더불어 마지막에는 누가 먹어도 애매한 요리에 커버를 쳐 줬었다. 실수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섬세함으로 치면… 주단우와 비슷한 정도 같은데.’
상황적인 위기 대처 능력은 도지혁과 천세림이 더 뛰어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무던하게 사람을 케어할 줄 아는 건 이 팀 내에서는 주단우와 유찬희가 유일할 터였다.
‘뭣보다… 유찬희가 있으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유찬희는 자기가 막내 포지션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팀에는 유찬희 같은 성격과 캐릭터가 꼭 필요했다.
아닌 척하면서도 사람을 잘 믿으면서, 모든 멤버를 제 바운더리 안에 받아들였기에 각기 다른 성격들을 전부 받아들여 주고, 그러면서도 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래, 그러니까 네 역할에 대해서는 그만 생각해. 다른 멤버들도 너한테 뭘 해라, 뭘 이겨 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말 안 할 테니까. 그런 불만이 있었으면 진즉 말했을 테고.”
“…더 잘하는 게 좋지 않아요? 멤버로서도 아이돌로서도.”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 모두가 그렇게 할 거고.”
게다가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찰하고 나아지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은 비단 유찬희뿐만이 아닌 멤버 모두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에 안주하고 있으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언제나 똑같은 아이돌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좀 천천히 해, 지금은 너무 급하니까.”
하지만 그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유찬희는 지금 너무 급했고.
‘알아서 잘하겠지.’
그렇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유찬희는 시간을 들여 더욱 발전할 수 있을 터였다. 그건 다른 멤버들 모두도 그럴 테고.
‘딱 그럴 놈들로만 원디어가 구성돼 있으니까.’
신기하게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스박스에 묻은 물기를 털어 냈다. 그러고는 수건에 대충 손을 닦고 난 후.
“…하나 더 생각났는데.”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나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저번에 네가 그랬지, 어차피 비슷한 실력이라면 더 좋은 연습생을 원했을 것 아니냐고.”
“…네.”
“원디어 멤버들을 내 손으로 꼽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만약 꼽을 수 있었어도 여기서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 같다.”
“네?”
“실력 말이야.”
유찬희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얼굴이었기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꺼내는 게 낯부끄러웠던 탓이었다.
“너랑 단우 형이었다고, 제일 잘했던 거.”
“……!”
하지만 이런 말로 유찬희가 확신을 얻을 수 있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진심이기도 하니까.’
그때 [디어돌>에 모인 래퍼 라인 연습생들 중,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던 것은 이 두 명이었다.
상위권에 잔존한 연습생들 중에서는 물론 유찬희나 주단우와 비슷한 레벨의 실력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둘만큼의 존재감과 창의성,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연습생은 없었다.
그러니 내가 직접 내 손으로 멤버들을 꼽을 수 있었다 한들 지금의 멤버 구성원과 달라질 일은 없었을 터였다.
‘팬분들이 허투루 뽑진 않았으니까.’
뽑힐 이유가 있기에 뽑힌 것뿐이다.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니까.
내 말에 유찬희의 얼굴이 잠시 동안 놀란 듯했다가 이내 환하게 밝아졌을 때였다.
“다음 누가 씻어?”
“나.”
“아, 형……! 다음 제가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건데……!”
훈김이 도는 얼굴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온 에이든 리를 제치고 나는 먼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에 유찬희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나는 무시했다.
“막내는 가장 마지막이 룰이야.”
“아! 뭘 해라, 이렇게 말 안 할 거라면서요!”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막내 포지션을 들먹거렸다.
정말로 딱, 내가 원디어 막내라는 포지션에 원하는 건 오늘 나에게 샤워 순서를 양보하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 * *
원디어의 음방 3주 차는 물 흐르듯 유려하게 돌아갔다.
유찬희는 다시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했고, 멤버들은 원상 복구 된 유찬희의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원디어 리더시죠, 원유하… 후배님? 맞나?”
“…안녕하세요.”
그 3주 차, 유찬희가 언제 의기소침해했냐는 듯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며 유어원들의 큰 환호를 들은 날.
나는 또 한 번 김진우와 마주할 수 있었다.
“잘 지내셨나 봐요.”
“네, 잘 지냈습니다.”
“와, 보통은 잘 지냈냐고 되물으시던데.”
김진우를 다시 만난 것은 창고와 가까운, 인적이 드문 음방 복도에서였다.
넉살 좋게 대꾸하지만 명백히 날이 서 있는 대답에 나는 김진우가 어째서 나를 불러 세웠는지에 대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별로 얼굴도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지난번 대기실에서 사건 이후로는.
‘분명 자존심이 상한 걸로 보였는데, 굳이 또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 할 이유가 있나?’
그런 내 의문에 답하듯 김진우가 곧 말을 꺼냈다.
“원유하 후배님이죠? [디어돌> 1등.”
“네.”
“수고 많으셨던데요,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하신 듯싶고. 백이현 선배님이랑 연 있는 걸로 득도 많이 보신 듯하고.”
“…….”
“중요하죠, 그런 거. 원래 머리 잘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그제야 나는 김진우가 무엇을 바라고 내게 말을 건 것인지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었다.
‘같은 과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내 이름 뒤에 따라붙은 조작캐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한, 오히려 그것을 좋게 보고 있다는 태도에 나는 대답 없이 고개만 기울였다.
긍정보다는 어디까지 하는지 보겠다는 뜻이었으나, 김진우는 그런 내 태도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고생도 많이 하셨나 보던데요, 찬희 때문에. 2차 경연 때 한번 싸웠었죠? 내내 분위기 이상하던데. 편집에서는 좀 감춰진 듯했지만.”
애잔해하는 듯한 얼굴, 위로와 격려라도 하려는 것 같은 부드러운 말씨로 김진우는 중얼거렸다.
“같은 팀 하고 싶지 않으셨을 텐데, 안됐네요. 앞으로 5년간 걔 성격 다 받아 줘야 할 텐데 리더로서 힘드시겠어요.”
“…….”
나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김진우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 직후였다.
“그렇다고 다 받아 주진 마시고요, 성격 나빠지니까. 어디까지 대드는 앤지는 아마 [디어돌> 하면서 아셨을 것 같고……. 기선 제압이 중요해요, 걔 같은 애는. 안 그러면 끝도 없이 기어오를걸요.”
김진우가 뜬금없는 충고를 내게 건넨 것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