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X발, 빨리빨리 좀 다니지…….”
원디어의 매니저는 작게 욕을 짓씹으며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졌다. 꽁초의 불이 타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둔 채, 그는 원디어의 숙소가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단 한 가지의 생각뿐이었다.
-너는 지금까지 애들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한 거냐?
바로 어제, 매니지먼트 팀의 실장으로부터 한 소리를 얻어들었던 것 말이다.
매니저로는 이미 5년 차의 경력이 있는 그는 최근 스카웃되어 로드 엔터에 취직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일이 무척 쉬울 거라 예상했었다. 바쁜 일정이 문제일 뿐, 경험상 신인만큼 다루기 쉬운 연예인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면 하라는 대로 하고 가라는 대로 가는 게 맞는데.’
그는 지금까지 신인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신인들은 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개념이 아직 잡혀 있지 않은 데다 연습생 물이 아직 덜 빠져 있어, 회사 직원이라면 일단 쩔쩔매고 보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매니저는 신인의 기강을 잡는 일에 이미 일가견이 있었다.
-그냥 우리가 관리하기 편하게만 해 놔, 괜히 귀찮아질 일 없게. 걔들이 네가 하는 말을 잘 듣게 하란 말이야. 그 정도는 쉽지? 이미 해 본 적 있잖아.
매니저가 연줄을 타고 들어오게 된 계기도 바로 그 때문이었으니까.
‘말은 쉽지.’
매니저가 원디어라는 그룹에 취해야 하는 태도는 간단했다.
적당히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만 스케줄을 돌려주되, 멤버들에게 회사에 대한 불신을 심어 주는 것. 활동에 대한 의욕을 꺾어 어떻게든 그들이 빠른 탈주를 꿈꿀 수 있게끔 말이다.
무엇보다 적절하게 팬들을 다루는 것 또한 중요했다. 공론화를 시키기까진 어려우면서도 심력을 뺄 정도의 귀찮은 논란을 일으켜 주면 팬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니까.
그리고 매니저가 이런 식의 기 싸움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이돌 장사는 섬세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유입을 시키는 게 1순위겠지만, 더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더 이상 못 참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이 아무리 예뻐봤자 회사가 개구린데 이런 회사를 믿고 어떻게 덕질을 해요ㅋㅋㅋㅋㅋㅋ 이건 그냥 같이 침몰하자는 거랑 다름없지 좋자고 하는 덕질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있어?
-얘들아 내 마지막 소원이야 제발 탈주해…. 갓기들이 좆소에 묶여서 지금 팬들까지 싸잡혀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니…. 탈주기원 정권찌르기한지 벌써 nnn일짼데 이제는 진짜 한계다
-애들 오래 보고 싶긴 한데 나는 진짜 모르겠어 그런 회사에 우리가 돈을 써줘야됨?
그렇게 유입된 팬들을 유지시키는 것 말이다.
팬들을 유지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아이돌 개인의 노력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회사의 역할 또한 중요했다.
아이돌을 향한 무성의한 케어는 분명 팬들의 분노를 유발시키며, 때로는 그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애초부터 기대가 낮으면 기대하는 것도 적어진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자잘한 문제점들이 쌓여 팬들의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기준점을 낮추는 것이다.
초반에야 말이 나올 뿐 한번 납득을 하게 되면 이런 무성의한 케어도 불만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니까. 그러다 보면 뜻밖의 올려치기를 받을 때도 있고.
매니저는 이런 식으로 팬들을 길들이는 엔터사를 여럿 봐 왔고, 자신 또한 그에 일조하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그런 길들이기 끝에는 당근을 주어야 하겠지만, 로드 엔터는 경우가 달랐다. 팬들이 나가떨어지는 것 자체가 실장의 목표이니까.
“…후.”
다만 이번에는 생각처럼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 중간에 아티스트의 요구가 있기도 했고 원디어의 활동이 이번에 꽤 크게 바이럴을 탄 덕에, 이미 형성된 고정 팬층이 떨어지는 게 아닌 유입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멤버가 한 명이라도 논란을 일으켜 주면 그게 베스트인데.’
그리고 매니저가 이러한 행동을 통해 원디어의 활동에 제동을 걸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원디어의 빠른 와해를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로드 엔터테인먼트와 하승혁 대표의 실각 말이다.
‘대표가 얼마나 능력이 좋길래 이 정도까지 견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나쁠 건 없지…….’
회사가 망하면 망하는 대로 다른 일자리를 소개받고 나갈 수 있게끔 이미 약속돼 있는 상태고, 삐걱거리면서 연명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그가 해야 하는 건 실장에게 지시받은 대로 원디어 멤버들을 잘 구워삶아 보는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원디어라는 그룹은 마음먹은 대로 구르지 않았다.
‘경력직이 둘이나 있어서 그런가?’
매니저는 다시금 담배를 꺼내어 들고 불을 붙이며 혀를 찼다. 이미 어릴 적부터 수많은 매체에 얼굴을 내밀며 연예계를 아는 강현진을 비롯해, 망돌 출신으로서 꽤 호락호락하지 않은 활동을 이어 왔을 도지혁까지.
거기에 더해 이미 서바이벌을 통해 방송물을 먹어서 그런지, 다른 멤버들 또한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기존의 신인들을 다룰 때와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에이~ 그거는 형이 잘못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저 그런 얘기 한 번도 못 들어 봤어요. 아하하, 당연한 게 어딨어요~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거 아니면 우린 우리 식대로 하는 거지.
-오~ 한국은 그게 보편적이에요? 난 몰랐어. 유하! 이게 진짜 상식이야?
-아… 죄송합니다. 음, 그런데… 그거는 멤버들이랑 한번 상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어… 일단 알겠습니다! 근데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은 건강이나 안전, 팬들 핑계를 대면 어쩔 수 없이 따라 주는 여타의 신인들과는 달리 원디어 멤버들은 스스로 의견을 내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힘든 건…….
“형, 이제 가죠.”
“어? 어어.”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던 매니저는 어느새 건물에서 나와 차 문을 열고 들어가는 원유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원유하는 잠시 동안 바닥에 쌓인 꽁초 더미와 손에 들려 있는 불붙은 담배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재수 없는 새끼.’
그 덤덤한 눈빛에 자신을 비난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고 느낀 매니저는 작게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습관적으로 원유하에 대한 욕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매니저는 차에 올라탔다.
“갈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4시간 정도 걸릴 거야. 지금 출발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경력직에 서바이벌 출신들 모두가 다루기 힘든 건 매한가지였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꺼림칙한 건 역시나 원유하였다.
‘여기저기 굴렀다 와서 그런가.’
눈치가 비상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머리가 잘 굴러가는 놈이기도 할 터. 그렇기 때문인지 원유하는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유하야, 이든이가 딸기 알레르기인 거 너는 알았어?
-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뭐? 알았다고? 그럼 왜 이야기를 안 했어?
매니저는 원유하의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어 버럭 소리쳤다. 애초에 장식이 아예 되어 있지 않은 시판 케이크를 구매해 온 것까지는 그가 의도한 대로였지만, 에이든 리가 딸기 알레르기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너 제정신이냐? 열심히 케어하려 들지 말라고만 했지, 내가 애 죽이라고 했어? 걔가 케이크 먹고 U앱 하다 실시간으로 호흡 곤란이라도 났어 봐, 우리가 멀쩡했을 것 같아?
실장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는 한편으로 그는 억울했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신경 써 줄 필요가 없다고 한 건 실장이 아닌가.
아티스트와 팬들을 길들이기 위해 이리저리 손을 쓴다고는 한들, 그 또한 나름의 선은 지킨다. 책임을 지지 않을 정도,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수준까지만 행동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생각해도 위험했다. 까딱 잘못했다간 빼도 박도 못하게 책임을 물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행히 증거가 없어 팬들 또한 각을 잴 뿐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는 듯하지만, 매니저는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부아는 오롯이 원유하를 향했다. 리더라는 새끼가 언질을 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해야 하는 사항이었나요, 그게?
원유하는 그렇게 대답하며 제 질타에 정면으로 반박해 왔다.
-네가 이야기했으면 굳이 이든이 생일에 딸기 케이크를 준비하는 일은…….
-안 물으셨잖아요?
-무슨…….
매니저는 그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원유하의 눈빛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던 원유하는 이렇게 말했다.
-케이크 구매하실 때 제 의견을 물으신 것도 아니고, 뭣보다 이미 아셨어야 하는 일 아닌가 해서요.
-…….
-그리고 딸기는 이미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지난번에 도시락 왔을 때요.
그제야 매니저는 이번 활동기에 서포트를 받은 도시락을 멤버들에게 나누어 줄 때 원유하가 스치듯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후식으로 도착한 과일 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원유하가 자신에게 말했던 것이다.
-이든이 건 딸기 아예 안 담겨 있던 컵으로 주세요, 걔 딸기 못 먹어요.
씨X, 그걸 애한테 알레르기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놈이 누가 있겠느냐고.
스쳐 지나가듯 말한 것이었기에 그날 듣고는 바로 잊어버린 말이었다. 그에 매니저가 원유하에게 고함을 지르려던 때였다.
-하지만 제가 좀 더 확실하게 말했으면 좋았겠죠, 그 부분은 죄송합니다. 좀 더 꼼꼼했으면 이든이도 위험해질 일 없고 형도 화나실 일 없었을 테니까.
-어? 어어…….
-하지만 형도 조금만 더 주의 부탁드립니다. 바쁘신 건 아는데, 애 건강과 관련돼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더 꼼꼼히 챙기셨어야 하는 일이니까.
원유하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매니저는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매니저는 찝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원유하가 제 분노를 틀어막고 자신을 재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화를 돋워 놓은 건 본인이면서 괜히 깔짝대기나 하고.’
꼭 치고 빠지는 식으로 간을 보면서 자신을 길들이려고 하는 듯했다. 정작 길들여져야 하는 건 자신들인 주제에.
“형, 앞에 차.”
“어? 어엇!”
솟아오르는 불쾌감을 다스리려 노력하며 매니저가 차를 운전하고 있던 때였다.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매니저는 차를 급정지시켰다.
“에이, X발, 진짜. 운전 진짜 개X같이 하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려고!”
앞에 갑작스럽게 차가 끼어드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한 것이었다. 순간 등골에 땀이 주룩 흘러 매니저는 거침없이 욕을 토해 냈다.
“조심해 주세요.”
그러던 중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매니저는 씩씩거리면서 백미러를 통해 뒷자리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몇 명,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하고 있는 몇 명, 벌써부터 안대를 끼고 잠들어 있는 몇 명.
그중 원유하가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사고 나면 형 책임이잖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