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대표님이 정리하려고 하시는 선, 그중 매니지먼트 팀이 포함돼 있습니까?
하승혁 대표와의 ‘논의’가 잡혔을 때, 나는 굳이 말을 돌리려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물었다.
원디어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한계, 재계약을 쉽사리 확신할 수 없는 환경, 그 속에서 목표로 하게 된 주경기장.
앞으로의 시간을 더없이 빠듯하고도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 만큼,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하는 건 명확했다.
‘매니지먼트 팀은 지금 정리한다.’
매니저 형이 우리에게 기 싸움을 걸어오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매니저 형의 기 싸움에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한 놈은 멤버 중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매니지먼트 팀은 속이 훤히 보이면서도 더러운 방식으로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었고, 그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디어라는 팀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정리를 해야 하는 것만은 확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과격하게 움직일 필요까지는 없었을 터였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과민반응은……. 실장님 말마따나 애가 죽은 것도 아닌데.
매니지먼트 팀이 선만 넘지 않았다면.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며 짜증을 내뱉던 매니저 형의 말을 들은 후, 나는 최대한 빨리 매니지먼트 팀을 정리하는 게 이후의 활동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급선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먼 활동보다 중요한 건 눈앞의 위험이었고.
-말이 케이크 하나 잘못 산 거지 이 일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됨 난 이거 살인미수였다고 보고 지금 안 잡으면 끝까지 안 잡혀 그럼 원디어만 위험해지는 거임
-진짜 못 참겠는 건 실은 그냥 원디어가 이런 취급 받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인 것 같다.. 애들이 어떤 고생 거쳐 가면서 데뷔했고 얼마나 잘하고 싶어 하는지 팬들은 다 아는데 정작 애들 지원해 주는 회사만 모르니까 속상해서 죽을 것 같아
-걱정하기 싫은데 자꾸 걱정하게 돼 그냥 나는 애들이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기만 해줬으면 좋겠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빨리 팬분들을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었으니까.
-현재 매니지먼트 팀은 전체적인 재편성이 필요합니다. 제일 시급한 건 원디어의 담당 매니저를 교체하는 것이고, 그 정도까지는 지금 정도의 사유로도 충분하지만… 팀을 재편성하기엔 그 명분이 부족합니다. 확실한 게 아니라면 오히려 말이 되겠죠.
하지만 매니지먼트 팀 전체를 물갈이하는 데에는 명분이 부족했다.
에이든 리에게 전달된 딸기 케이크 또한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탓에 팬분들이 의혹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매니지먼트 팀의 불성실 또한 논란이 되기에는 조금씩 부족한 면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확실하게 만들겠습니다. 누가 봐도 ‘필요한’ 일이라고 여길 수 있게끔.
그렇기에 나는 일을 키우기로 했다.
팀을 총괄하는 실장급까지도 갈아 치울 수 있게끔, 누가 보아도 이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매니지먼트 팀의 문제점을 폭로하기로 한 것이다.
“과격한 수를 쓰셨더군요.”
“…….”
하지만 그 방법은 온건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심각성을 느낄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면 팀 전체를 물갈이할 수는 없을 테니까.
“과했습니까?”
“과했죠.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승혁 대표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받아 든 태블릿 안쪽에는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으로 발표될 회사의 공식 사과문이 적혀 있었다.
“이번 사건의 경위와 관련자 징계 사항, 그리고 후속 대처입니다. 추가하고 싶으시거나 제외하고 싶으신 사항이 있다면 말씀 주십시오. 이견이 없다면 이대로 오늘 오전 8시,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발표하겠습니다.”
“…….”
나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사과문을 읽어 보았다. 매니지먼트 팀의 업무가 정지됨에 따라 대체 인력이 투입된다는 미리 상정된 대처 방안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쓰인 게 없었다.
“…이미 다 준비해 두셨던 건가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기라도 했던 것처럼.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내 질문에 하승혁 대표는 대답했다. 내가 가만히 태블릿을 내려다보는 동안 하승혁 대표는 말을 이었다.
“담당 매니저는 사과를 하겠다더군요. 만나실 의향이 있습니까?”
“아니요.”
굳이 매니저 형을 다시 만날 이유는 없었다. 아마 직접 만나 사과를 하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죄를 덜어 보려는 걸 테고, 그게 목적이라면 피하는 게 더 깔끔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미 여러 번 말했었지 않나.
-진짜 고의는 아니었어! 잠깐, 잠깐 일이 안 풀려서 화가 났었던 것뿐이야! 내가 너희를 너무 편하게 생각했다, 그게 잘못이었어. 내가 왜 너희를 해치려고 하겠어, 어? 그러니까 조금만 이해를…….
“사과문에 적힌 대로 징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뭐가 됐든 선처는 없습니다.”
사고가 나면 다 형의 책임이라고.
그걸 안 들은 건 매니저 형이었으니, 그 대가를 짊어져야 하는 건 온전히 자신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승혁 대표는 짧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발표 내용을 통보했다. 이후 대처 방안이 모두 합의되었기에,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섰다.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 정도까지 하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뜻밖의 질문이 들어온 건 그때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 하승혁 대표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빠르고 확실한 마무리를 원하지 않으셨나요?”
“원유하 씨가 피해를 입을 걸 자처해 가면서까지 빠를 필요까진 없었을 것 같은데요. 만일 오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증거를 잡기 어려운 환경에서 더 큰 사고가 났을 수도 있고요. 명확한 대책 없이 저지르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뇨, 빨라야 했습니다. 그리고 차라리 이게 나았을 텐데요.”
“…….”
“매니지먼트 팀을 그대로 두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갈수록 커져 갔을 테니까요. 그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말리지 않으신 것 아닙니까?”
내 말에 하승혁 대표는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 반응은 그가 나와 동일한 것을 생각했음을 말해 주는 반증과도 같았다.
이번 사건으로 멤버들과 팬분들이 큰 충격을 받았음은 확실했다. 전체 매니지먼트 팀을 갈아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명분이 될 수 있을 만큼 사안의 심각성은 컸으니까.
하지만, 만약 매니지먼트 팀을 치우지 않고 그들의 관리하에 원디어의 활동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면 더욱 나쁜 결과를 맞이했을 터였다.
‘케어 부족과 자잘한 사건 사고가 계속해서 이어졌다면 팬분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됐겠지.’
회사에 의한 자잘한 사건 사고는 처음에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무엇보다도 회사에 발전이 없을 경우 팬분들은 지겨움을 느끼게 되어 있었다.
그 지겨움은 곧 팬분들의 ‘탈덕’을 유발시켰을 테고.
“차라리 지금 회사의 이미지를 고치고 넘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제 생각이 틀렸나요?”
회사 측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개선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이제 막 시작된 로드 엔터의 이미지는 땅 밑으로 꺼질 터였다.
‘하승혁 대표는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시켜야 해.’
KC ENM의 승계 구도니 권력 싸움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하승혁 대표가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어 한다는 점, 그게 나의 이해 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아직 팬분들이 지겨움을 느끼기 전, 회사의 이미지가 완전히 확립되기 전인 이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상황이 되었든 사고는 오늘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나도 아무런 생각 없이 일을 벌인 것만은 아니었다.
「행운 룰렛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불운 룰렛권과 행운 룰렛권의 중복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업적 달성!」
원디어의 첫 앨범 「HELLO, WORLD!」의 성공적인 활동 종료를 축하합니다!
초동 71만장(신기록 달성!)/총 판매 85만장/‘뮤직A’ 1위 달성/플럼 TOP100 20위
업적 보상: 운 +20
운: 61point
행운 룰렛권과 불운 룰렛권을 동시에 사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번 활동의 마무리와 함께 업적 보상을 받았을 때였다.
막상 매니저 형에게 불운 룰렛권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한들, 쉽게 일을 벌일 수는 없었다. 룰렛의 효과를 알고 있는 만큼 ‘불운’이 어디까지 미칠지, 또한 어떤 일을 만들어 낼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수를 써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내가 생각한 건,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매니저 형의 ‘불운’을 이끌어 내는가였다.
답은 간단했다.
‘그럴 상황을 만들어 주면 돼.’
행운 룰렛권은 ‘현재’ 룰렛을 돌리는 사용자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기회나 아이템을 주었다. 불운 또한 다르지 않을 터.
그렇다면 내가 원하고, 또한 매니저 형에게 치명적으로 활용될 ‘불운’이 뽑아져 나올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유하야, 매니지먼트 팀이랑 뭘 하고 싶은 거야?
그 때문이었다. 이른바 ‘어그로’를 끌어 매니저 형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악화시킨 것은.
‘어떻게든 나에게 악의를 가지게 해야 했지.’
말을 들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반기를 들고, 반기를 들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매니저 형의 말을 따라 주었다.
그를 통해 매니저 형은 억지를 부리면 내가 어느 순간에는 자신에게 져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왜 하필 오늘… 네 잘못도 있는 거잖아!
그렇기 때문에 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거겠지. 어떻게든 져 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끝까지 매니저 형에게 반기를 들었으니까.
물론 매니저 형이 팬들 앞에서 이성을 잃을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은 불운 룰렛권이었다.
「운수 나쁜 날!」
최악의 날입니다. 오늘은 심신을 가다듬고 행동을 조심하세요!
안일한 선택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과거의 행동이 당신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겠습니다.
주위를 조심하세요.
아침부터 지속적으로 매니저 형의 분노를 유발시키던 자잘한 사건 사고들.
때를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폭로된 에이든 리의 딸기 알레르기 사건.
매니지먼트 팀으로부터 들은 업무 변경 통보.
여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내 반항까지 겹쳐, ‘불운’은 매니저 형에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다주게 된 것이었으니까.
“멤버들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뇨, 그럴 일은 없었을 겁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럴 일이 없게끔 손을 써 뒀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대책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행운 룰렛권이 성공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대상: ‘에이든 리’, ‘주단우’, ‘천세림’, ‘유찬희’, ‘강현진’, ‘도지혁’
운: 1point(-60point)
나는 행운 룰렛권을 멤버 모두에게 사용해 둔 상태였으니까.
‘불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행운 룰렛권으로 멤버들의 ‘운’을 일시적으로 조절한다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에 나는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매니지먼트 팀을 갈아 치울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불행’을 겪어야 했고.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럴 일은.”
그 대상은 나여야만 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