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나는 애초부터 멤버들을 이 일에 말려들게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멤버들을 지키며 원디어로서 무사히 5년을 보내는 것이다. 그를 위한 방해를 제거하기 위해 벌인 일에 멤버들을 말려들게 해 혹시 모를 위험을 자초하고 싶진 않았다.
-뭘 하고 싶은 거야?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 게 있긴 해요. 하지만 형이나 다른 멤버들이 신경 쓸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멤버들은 최대한 이 일에서 물러서 있어야 했다.
-팀에 해가 될 일은 없을 거예요.
그게 팀을 지키는 일이었으니까.
시스템의 힘은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불운 룰렛권이 적용된 매니저 형은 룰렛의 힘이 미치는 한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다만, 매니저 형의 불운에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일은 잘 해결됐어요.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닙니까?”
그 희생양으로 알맞은 건 나 말고 없었다.
멤버들은 이 일과 완전히 무관했고, 괜한 위험을 다수가 짊어질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멤버들에게 행운 룰렛권을 적용시켰다. 예상했던 대로 멤버들의 행운을 빗겨 간 불운은 내게 돌아오게 되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안 될’ 이유가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매니저 형은 최근 들어 나나 원디어 멤버들을 향한 악의를 전혀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든 우리를 꾀어내어 드는 건 여전했지만, 그게 먹히지 않자 조금씩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터질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걸 조금 앞당긴 것뿐이고요.”
그러니 언제든 매니저 형은 사고를 쳤을 거였다. 나는 그 대상을 나로 한정하고 시기를 앞당긴 것뿐이고.
매니지먼트 팀을 별다른 이견 없이 깔끔하게 잘라 낼 최적의 시기는 이후로 오지 않을 터였다. 그쪽이 먼저 빌미를 줘 상황이 마련된 이때 해결하는 게 최선이었다.
무엇보다 내게도 믿는 구석이라는 게 있었다.
매니저 형에 의해 ‘불운’의 여파를 받게 된다 한들, 시스템이 나를 무너뜨릴 정도의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가 바뀌었다 한들 시스템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원유하’라는 아이돌을 어떻게든 유지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니 아이돌 생명이 끝날 만큼 치명적인 결과까지는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팬분들의 충격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실망스러운 활동과 자잘한 사건 사고로 팬분들을 피로하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았다. 후속 대처를 확실히 한다면 이 이상 일이 커지진 않을 테고.
현재의 충격은 이후의 평온으로 보상하면 된다. 앞으로 우리의 건강이나 회사 측의 서비스에 대해 걱정시켜 드릴 일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 일은 빠르게 잊힐 터였다.
“발표와 함께 정리 잘 부탁드립니다. 이후의 일은 맡기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다 한 셈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하승혁 대표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였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
순간 하승혁 대표가 뜬금없는 말을 걸어와, 나는 의문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하승혁 대표는 가만히 나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회사의 이미지가 중요하단 것에는 동의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한번 고정되면 바뀌기가 어려우니, 지금 일을 해결하는 게 리스크가 가장 적은 방법이었다는 것도.”
“…….”
“회사는 상품을 위해 이미지를 만들지만, 때론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상품 자체를 버리거나 의도적으로 훼손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원유하 씨는 오늘 스스로를 그런 상품으로 대하셨죠.”
나는 조용히 하승혁 대표의 말을 들었다. 그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승혁 대표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얼결에 그것을 받아 든 뒤,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뭡니까?”
하승혁 대표가 내게 준 것은 두 장의 명함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대학 병원 전문의의, 그리고 또 하나는 정신과의.
내 질문에 하승혁 대표는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판매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파는 건 물품이 아닌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의심의 여지 없이, 나는 오늘 내 책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
“이건 그에 따른 후속 대처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정석적인 대처일 수도 있었다. 팬분들께 내 건강 상태를 말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다녀와야 할 터였으니까.
하지만.
“저는 멀쩡합니다.”
굳이 정신과에 갈 필요는 없었다. 나는 충격을 받지 않았고, 그에 따른 치료가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요.”
하지만 하승혁 대표가 고개를 저으며 답변하는 것에 나는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물품과는 달리 엔터 사업은 사람이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일은 가장 빠른 해결법이자 가장 최악의 선택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그걸 판단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안일한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승혁 대표는 그렇게 답하곤 여전히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너무 쉽게 자신을 걸지 마십시오. 당신이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번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
“일이 벌어진 후에는 모든 것이 늦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명심하십시오.”
그 서늘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침묵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하승혁 대표는 경고하듯 한마디를 덧붙일 뿐이었다.
“당신은 그걸 알아야 할 겁니다.”
* * *
병원에 들러 결과를 받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승혁 대표의 말, 이번 사건에 대한 여파, 팬분들의 반응, 그 모든 문제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 나가면서도 나는 하나의 문제에서만큼은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운’이었어.’
바로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해서였다.
‘불운 룰렛권은 사용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힐 텐데.’
어째서 지금의 내가 이토록 무사한지에 대해서.
불운 룰렛권을 통해 매니저 형이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받게 된 오늘, 이미 매니저 형은 추락할 수밖에 없지만, 여기서도 더 상황이 악화될 여지는 있었다.
‘내 부상.’
매니저 형의 폭력은 미수로 끝났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상황을 두고 보았을 때는 이상한 일이었다.
‘그건 매니저 형에게도 ‘다행’인 일이니까.’
만약 매니저 형이 내게 부상을 입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테고, 그건 매니저 형을 궁지까지 몰았을 터였다.
즉, 불운 룰렛권이 굳이 나의 부상을 피해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넘어지는 것으로 그 부상을 피했다. 쓸린 상처나 미약한 타박상으로 ‘불운’이 최소화된 거다.
‘왜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시스템에 내가 모르는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거라면 파악을 해 두는 게 좋았으니까.
그런 생각에 머리를 정리하며 숙소로 들어갔을 때였다.
“……!”
“왔어?”
숙소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순간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이제 창밖으로 막 새벽녘이 밝아 오는데, 멤버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거실에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좀 있다 들을 거니까.
“앉아, 유하야.”
“…….”
순간 머릿속으로 내가 회사로 출발하기 전 천세림이 했던 말이 떠올라, 나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서 거실에 앉았다.
도지혁이 나를 보며 물었다.
“병원은 다녀왔어?”
“네, 몸은… 괜찮습니다. 그냥 타박상 정도일 뿐이라…….”
“어디 삐었다거나 뇌진탕 같은 게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아냐, 그냥 바닥에 넘어져서 쓸렸을 뿐이니까.”
“…그건 다행이네요.”
유찬희가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게 보였다. 뒤를 이은 건 천세림이었다.
“회사는요? 다녀온 거예요?”
“어, 오늘 8시에 회사 측에서 공식 입장 나갈 거야. 자세한 후속 대처는…….”
“그런 건.”
하승혁 대표로부터 전해 들었던 후속 대처를 전하려던 나는 문득 들려온 주단우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지금은 아닌 것 같아.”
“…….”
주단우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중 가장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하야.”
주단우는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쓸었다.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곤 주단우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내가 매니저 형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물어볼 것이라 예상하고 바쁘게 머리를 정리했다.
하지만.
“정말 괜찮아?”
뜻밖의 질문이 돌아와,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병원에서 받은 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많이 놀랐을 거잖아.”
주단우 또한 내 정신 쪽이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것일 테니까.
‘…놀랐냐고?’
그리고 나는 그제야 다시 한번 내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놀랐느냐고 묻는다면 놀랐다고 대답하는 게 맞을 터였다. 모든 일을 의도했다 한들, 누군가 직접적으로 내게 손을 휘두른 걸 간발의 차이로 피한 것이었으니까.
“…전 괜찮아요.”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매니저 형이 내게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매니지먼트 팀을 갈아 치우기 위해 그걸 부추기고 끝내 이용하기까지 했다.
리스크는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고 회사가 잘 대응한다면 그 리스크는 더더욱 적어질 터였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매니저 형이 꼬투리를 잡을 만한 말을 한 것도 없으니까 일도 깔끔하게 정리될 거고, 이후 활동에 관해서도 해가 될 일은…….”
그러니 정말 걱정할 일은 없었는데.
“유하야, 나는 매니저 형과 네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이후 활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듣지 않아도 되고.”
“…….”
“만약 말해 주고 싶다면 언제든 이야기해도 되지만, 지금 내가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건… 정말 네가 충격을 받지 않은 게 확실하냐는 거야. 정말 괜찮은지, 나는 그게 궁금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정말 괜찮…….”
주단우가 해 오는 말에 나는 잠시 머릿속이 정지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너, 서울로 오는 동안 계속 떨고 있었잖아.”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 들려왔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