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내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형, 서울 오는 동안 뭐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는 거 있어요?”
그렇게 천세림이 물어오는 것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기절한 것도 아닌 만큼, 그런 걸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행사장에서 출발할 때의 기억은 명확했다. 행사장 바깥에 있던 팬분들께 인사를 하고 나왔고, 그다음에는…….
“…….”
“기억 안 나죠?”
기억을 가늠해 보던 나는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출발할 때까지는 모든 것이 명확했는데,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흐릿했으니까.
“형 오는 내내 자는 것도, 그렇다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였어요. 그래서 중간에 차 멈춰 세우고 일단 병원부터 가야 하는 거 아닌지 고민했을 정도니까. 그것도 몰랐어요?”
주변에서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파악할 겨를은 없었다. 단지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불명확한 기억만이 있었다.
오는 동안 생각한 건 숙소에 오면서 했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이번 사건에 따른 리스크, 팬분들을 안심시켜 드릴 방법, 대응…….
-아니, 나한테 뭘 어쩌라고?
“…….”
그리고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던 기억이 하나.
-내가 사업하자고 너희 데려왔지, 자선 사업 하자고 데려온 줄 알아? 3년간 지원해 준 걸 제대로 보답 못 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적반하장이야?
왜 이제 와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계약이 만료되기 전, 술을 마시고 있던 사장에게 무작정 찾아가서 빌었던 기억이.
-리더라는 새끼가 어떻게 이렇게 아무 능력도 없을 수가 있지? 형이 이 팀 대표하는 얼굴이면 다 끝나기 전에 뭐라도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희민이 나를 찾아온 건 재계약이 반년 남았을 즈음이었다.
그룹이 해체되고 나면 중국으로 떠날 하오란, 적당히 집안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권혁규와 달리 이희민은 활동이 종료되면 믿을 구석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희민은 나를 찾아와 사장을 설득해 볼 것을 요구했다.
-단 한 번도 저희 멤버들 제대로 지원받고 있다고 느낀 적 없습니다. 뭘 말씀드리든 매번 제대로 들어주신 적 없으시고요. 저희 의견은 항상 배제됐었죠.
-그래서 그게 불만이라고? 다른 기획사도 다 이렇게 하는데, 나한테만 뭐 어쩌라고? 그거 따지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냐?
그 말에 따라 사장을 찾아간 것은 반은 책임감이었고 반은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희민이 그렇듯 나 또한 활동이 종료되면 그것으로 완전히 끝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잡고, 그에 따른 활로를 찾고 싶었다.
-…따지자고 찾아온 게 아니에요. 기회를 부탁드리고 싶어 온 겁니다. 계약 만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한 번만 더 활동하게 해 주세요. 재계약을 고려해 주시든 만료를 택하시든, 결정은 그 후로 미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라이트닝을 존속시키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
어찌 됐든 당시의 내게 라이트닝은 전부라 할 수 있었으니까.
-너희가 그 한 번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너희가 애초부터 될 만한 떡잎들이었으면 벌써 대박 터뜨렸겠지. 안 될 게 뻔한데 내가 왜 너희한테 돈을 쏟아부어야 되냐?
하지만 사장 입장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 생각했을 터였다. 말마따나 라이트닝은 단 한 번도 그럴싸한 실적을 낸 적이 없었으니까.
-한 번도 저희 주도로 무언가를 해 본 적은 없어요.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그러니 그런 요구는 어찌 보면 억지였을지도 모른다. 상황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든 매달리고 싶었던 내 미련.
-이 새끼가 좋은 말로 하니까 끝도 없이……!
-……!
단지 그 미련이 마지막으로 남은 것까지 앗아갈 줄은 몰랐지만.
“…….”
나는 붕대가 감겨 있는 다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죽기 직전에는 완전히 망가져 뼈가 뒤틀리고, 살갗 위로는 지울 수 없는 흉터들이 있던 다리는 이제 멀쩡했다.
술김에 손을 휘두른 사장에게 얻어맞아 도로 쪽으로 밀린 후, 나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우발적인 사고였다. 사장은 병원비를 모두 지원해 주는 것으로 내 고소를 막고 죄를 덜려 했고, 나는 6개월간 사장의 돈으로 병원 신세를 진 후 결국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라이트닝은 예정대로 해체됐다.
‘더할 나위 없었겠지.’
권혁규는 의지가 없었고, 하오란은 이미 중국으로의 이적을 확정지은 상태였으며, 리더란 놈은 재기 불능이 되어 버렸으니까.
-형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이희민은 방황하다 계약 만료 즈음이 되어서는 사고를 치고 입건까지 되어 버렸으니, 라이트닝은 해체를 피해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이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일 텐데.’
어째서 그 기억을 떠올렸었는지는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그때의 일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죽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 그때의 일을 떠올릴 이유는 없었다. 거기에 휘둘릴 일은 더더욱 없고.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사로잡혀 정신을 딴 데 둘 이유는 없으니까.
“유하야, 나는 네가 회사에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네가 쉬었으면 했어. 그랬어야 했다고 확신하고.”
그렇기에 이번 일은 비슷한 사건으로 인해 얼결에 떠오른 연상 작용이었을 테지만.
“네가 어떻게든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느꼈던 건 알아……. 매니저 형이 혹시 모를 사고를 치지 않을까 계속 보고 있었던 것도.”
그 기억을 떠올린 후에야 나는 어째서 내가 매니지먼트 팀을 하루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느꼈는지를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를 리더로 뽑은 건 우리지만… 널 뽑은 게 네가 모든 것을 짊어졌으면 해서는 아니니까.”
나는 최대한 빨리 눈앞의 위험을 치워야만 그룹을 존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걸 내 의무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미 한 번, 너무 늦게 행동해 버린 탓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적이 있으니까.
확실하게 끝내 버리지 않으면 또 한 번 그런 식으로 쥐고 있는 걸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단우는 내 침묵에 조용히 나와 시선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리더라는 포지션 이전에 너는 멤버 중 하나잖아. 이 팀에 관한 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너에게만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않을까.”
그리고 주단우는 조금은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그러니까 약속해 줄래? 앞으로는 우리한테도 이야기해 주겠다고, 그게 뭐든. 도움을 청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
“…네가 우리한테 해 줬던 것처럼 우리도 해 주고 싶어서 그래.”
주단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거실은 곧 침묵으로 가득 찼고, 나는 대답을 기다리는 멤버들 사이에서 쉽사리 약속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은데.’
내게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이 또 어떤 일을 벌이고, 그에 따라 어떤 위협이 닥칠지 모르는 만큼 내가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들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될 터.
이번에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보여 주기식 명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앞으로는 나 또한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멤버들이 신경 쓸 만한 일도 생기지 않을 테니 입에 발린 말로 적당히 멤버들을 안심시키고 넘어갈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
…차마 그렇게 할 수만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을 어려워하는 주단우가 어떤 고민을 거쳐 내게 입을 열었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그런 과정을 거쳐 꺼낸 부탁에 거짓말로 답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쉽사리 약속할 수도 없고.
그렇게 내가 의도치 않은 침묵을 이어 가고 있을 때였다.
“형, 제가 말했죠.”
문득 천세림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요.”
“…무리하지는 않았…….”
“무리한 거잖아요, 이번 일.”
…던져진 직구에 나는 또 한 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는 몰랐다 한들 이미 멤버들은 서울로 오는 4시간 동안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걸 목격했지 않나.
그게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 봤자 믿어 주지도 않을 테고, 그런 와중에 내가 정말 괜찮다고, 그건 일시적인 일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해 봤자 누구도 믿어 주지 않을 터였다.
“저희, 형 회사 간 동안 회의를 좀 해 봤거든요?”
뒤를 이은 건 유찬희였다. 불퉁한 목소리로 툭 내뱉은 말을 되묻기도 전에 유찬희가 통보했다.
“형은요, 혼자 다닐 생각하지 마세요.”
“뭐?”
“앞으로 2인 1조를 기본으로 하자고요, 저희.”
“그건 또 무슨…….”
“찬희야, 전후 사정 다 빼먹고 말하면 어떡해.”
그때 도지혁이 타이르듯 말을 추가해 와, 나는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냥 걱정돼서 그래, 유하야. 세림이가 너 김진우 혼자 만난 거도 다 털었거든.”
“…….”
…그리고 뜻밖의 말을 들어, 나도 모르게 탓하는 듯한 시선으로 천세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막상 천세림은 뭐가 잘못되었느냐는 양 당당한 얼굴이었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본 유찬희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형은 진짜 제정신이에요? 걔가 얼마나 대책 없는 놈인데 그런 새끼를 혼자 만나러 가요? 걔 연습생 때도 뒤로 몇 명한테 손을 썼는지…….”
“자, 그만하자, 찬희야. 그건 나중에 유하 좀 쉬고 나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뒤이어 그런 유찬희를 말린 도지혁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에 나는 도지혁이 뭔가 상황을 정리하려나 싶었지만, 이어지는 말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유하는 좀, 뭐랄까……. 일을 혼자 꾸미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
“예전에는 고마웠거든? 근데 리드당하는 입장에서 보니까 좀… 흠, 기분이 묘해. 걱정도 되고.”
미묘하게 날이 서 있는 말투에다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번 웃으며 넘어가는 도지혁으로서는 굉장히 드물게 반쯤은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형, 그게…….”
그렇기에 달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 시도는 너무나도 간단히 묵살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런데, 앞으로는 무조건 2인 1조로 다녀 줬으면 좋겠다. 아, 물론 유하 너 때문이 아니라 우리 멤버들 중에 급발진하는 애들이 많잖아, 그거 방지하는 거지. 서로 감시해 주는 거라고나 할까.”
도지혁이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하는 3인 1조인가? 현진이랑 이든이랑 같이 방 쓰니까.”
그러면서 능청을 떨듯 도지혁이 말한 것에, 나는 강현진과 에이든 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멤버 중에서도 두 명은 개인 시간을 중시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나 따라다니는 거 잘해요~!”
“감시까지는… 아니고, 그냥 서로 챙겨 주는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한 놈은 손을 들며 쾌활하게 말하고, 한 놈은 비장하게 대답하는 것에 결국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럼 다 정리된 건가? 앞으로 단독 행동은 금지. 맞지?”
“네~!”
“네!”
“좋아, 첫 번째 멤버 회의는 이렇게 합의 보고 끝난 거야.”
어느새 바깥은 완전히 밝아 있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정리된 것 같자, 도지혁은 몸을 일으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곤 내게 말했다.
“일단 아침밥으로 셰이크부터 먹을까, 유하야?”
“네?”
“‘네’라고 했다?”
그러고는 부엌으로 사라져, 내가 망연하게 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마 지혁이 형, 한 달 내내 먹일걸요.”
“…….”
“그래도 건강엔 진짜 좋대요. 그걸로 위안 삼아요, 형.”
“흠, 난 집에다가 환약 더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유찬희가 그렇게 말하곤 내 어깨를 토닥였다. 거기에 더해 천세림까지 일어서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 쪽으로 사라져, 나는 더더욱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힘내.”
그 모습을 안쓰러운 듯 지켜보던 강현진은 어깨를 토닥이곤 우선 옷부터 갈아입고 오라며 나를 피신시켰다.
그 덕에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믹서기 소리에 탄단지 셰이크를 먹는 것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곤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달칵-
“유하.”
“……?”
그렇기에 우선 강현진의 말마따나 옷부터 갈아입고 있을 때였다. 문을 열고 에이든 리가 들어와 내 이름을 부르며 한 말에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알고 있지? 다들 일부러 넘어가 준 거.”
이 질문만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