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형?”
“…….”
출연자들의 등장을 바라보던 중, 옆에 있던 강현진이 순간 움찔하는 것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강현진은 무언가에 크게 놀라기라도 한 것 같은, 혹은 당황하기라도 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한 질문에 강현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시선만은 줄곧 누군가를 향해 있어,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아는 사람 있어요?”
“…조금.”
강현진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를 더 말하기를 꺼리는 듯한 태도에 나는 우선 출연자들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모두 포스가 대단하신 분들이 스위치 싱어로 나와 주셨습니다.”
등장한 출연자는 총 일곱. 여성 출연자 셋에 남성 출연자 넷으로 이루어진 출연자들은 정면을 바라보며 못 박힌 것처럼 서 있었다.
“이 일곱 명의 스위치 싱어는 어떤 분들일지. 그 키워드를 지금, 공개합니다.”
MC의 멘트에 따라 곧 커다란 스크린 위로 일곱 명의 출연자들이 가지고 있을 정보를 함축한 키워드들이 등장했다.
무작위로 섞인 키워드들을 분류해 내고 이 키워드가 누구의 것인지를 맞추어 최종적으로는 출연자들이 바꾸어 소화하는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 내는 것이 이 예능의 목표인 만큼, 나는 우선 키워드들을 유의 깊게 살펴보았다.
“……?”
그리고 그중 낯익은 문구를 발견하고 다시 한번 강현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캐치 탤런트」
「강현진의 파트너」
무시할 수 없는 이름들이 출연자들의 키워드에 섞여 있었던 탓이었다.
“강현진의 파트너? 형, 알아요?”
“오… 현진 씨, 아시는 분이 있나요?”
여기에 주목한 건 나뿐만은 아니었다. 똑같이 강현진의 이름과 공통 키워드를 발견한 패널들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강현진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강현진은 마이크를 들고는 출연자 쪽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대답했다.
“…네, 기억나는 분이 있습니다.”
“아아, 그럼 너무 치사한 거 아니에요?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거잖아요.”
능청스러운 한 패널의 말에 강현진은 출연자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기도 했고… 제가 알기로 그분이 소화하실 수 있는 목소리의 바리에이션이 넓어서요. 의도적으로 바꾸어서 노래를 하셨으면 저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더욱 궁금한데요. 강현진 씨가 알고 계시는 ‘강현진의 파트너’분은 과연 어떤 분일지, 그건 이후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MC는 그렇게 말하며 한차례 분위기를 정리하더니 곧 다른 키워드로 패널과 게스트들의 관심을 몰았다. 그에 옆에 있던 강현진이 안도하듯 한숨을 쉬는 게 느껴져, 나는 물었다.
“어떻게 아시는 분이에요?”
내 물음에 강현진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캐치 탤런트’ 때 같이 무대를 했었어. 중간에 조를 짜서 한 합동 무대였는데… 그때 파트너로.”
“오? 그럼 어느 정도 톤 같은 건 알아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렇네, 창법을 바꾸거나 목소리를 좀 가려서 노래해도 기본적인 톤을 숨기기는 어려우니까. 그분 목소리 찾는 거 할 수 있겠어? 현진아.”
도지혁의 물음에 강현진은 딱딱하게 굳은 말투로 선을 긋듯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아까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확신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에이~ 아쉽다. 하나 그냥 얻나 했는데.”
에이든 리는 그런 식으로 투덜대면서도 흘깃 강현진의 기색을 살피고는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 리 또한 강현진이 어딘가 미묘하게 출연자를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는 걸 알아챈 듯했다.
‘왜지?’
그리고 나는 강현진이 어째서 그 언급을 꺼리는 것인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바로 출연자의 정체와 목소리를 알아채 버리게 되면 방송의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걸 생각해 강현진이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조절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 보기도 어려울 듯했다.
“형, 그래도 이 목소리다! 싶으면 바로 이야기해 주기예요?”
“…어, 알아들으면 바로 이야기할게.”
오히려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리는 듯한, 굉장히 불편해하는 듯한 분위기로 강현진은 출연자들에 섞여 있는 ‘파트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으니까.
“자, 그럼 이 일곱 분이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지, 서로의 목소리를 어떻게 바꿔 소화해 낼지 지금 들어 보겠습니다. ‘서치 유어 보이스’!”
곧 모든 키워드 소개와 패널들의 가벼운 추측들이 끝이 나고, MC의 멘트에 따라 곧 유명 발라드의 인트로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핀포인트 조명에 맞추어 한 명씩 조명이 될 때마다 각자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목소리로 능숙하게 립싱크를 해내는 출연자들을 바라보던 나는 곧 누가 강현진의 파트너였던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강현진이 그를 불편해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규빈』
상태: 적의(확인 가능)
→트리거(CHECK)
열의를 불태우거나 긴장하고, 혹은 즐거워하고 있는 출연자들 중 단 한 사람만이 이쪽을 바라보며 날 선 눈빛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 * *
“지금까지 확신 간다 싶은 분 있어?”
‘유어 보이스’는 패널과 게스트들이 게임을 통해 출연자들의 정보와 목소리에 대한 힌트를 얻은 후, 총 3차례에 걸쳐 투표를 진행해 출연자들을 한 명씩 떨어뜨려야 했다.
첫 번째 투표에서 이미 고정 패널 측과 게스트인 우리 쪽은 각자 한 명씩 키워드를 통한 추측에 성공해 내, 이제 남은 사람은 총 다섯이었다.
직후 또 한 번 미니 게임을 통해 인물을 추론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은 우리는 두 번째 투표를 앞두고 그 키워드를 누구에게 적용시켜야 할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중이었다.
“2번분이랑 7번분 목소리 바뀐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맞춰진 키워드 보면 2번분한테는 ‘달달’이라는 말 있고 7번분한테는 ‘소울’이라는 말 있잖아요. 이 두 분 목소리 바꾸면 딱이지 않아요?”
“3번분은? 짐작 가는 거 있는 사람?”
“아, 솔직히 그분은 우리가 게임을 망해서 힌트를 전혀 못 얻어서…….”
“미안…….”
“아냐, 근데 방송은 살렸어요. 분량 뽑았어.”
3번 출연자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한 미니 게임에서 실패한 주단우가 시무룩한 얼굴로 사과하는 것에 천세림이 오히려 좋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3번 출연자의 키워드를 얻을 때 진행한 게임은 ‘동일 구절 부르기’로, 3번 출연자가 좋아하는 곡의 ‘킬링 파트’를 모두가 맞춰 부르면 되는 게임이었다.
등장한 곡은 팝송이기는 했지만 모두가 알 만한 명곡인 데다 킬링 파트가 확실해, 멤버들은 큰 어려움 없이 모두 뇌리에 박힌 구절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주단우만은 달랐다.
-Early morning, she wakes up…….
-바나나 먹었다~
-바, 바나나 먹었다… 헉.
-으하하하!
처음에는 멤버들과 동일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치고 들어온 고정 패널 측의 방해에 맞추어 순간적으로 노래를 다르게 불러 버린 것이다.
해당 노래는 한국에서는 이미 ‘밈’이 되어 버린 ‘한국어로 들리는 팝송’ 중 하나였기에, 실은 본래 가사보다도 한국어 패치가 된 가사에 익숙해 저절로 더 친숙한 버전으로 가사를 바꾸어 부르게 된 듯했다.
예능감이 넘치고 활발한 다른 멤버들보다도 오히려 차갑고 무뚝뚝해 보이는 주단우가 이런 실수를 한 덕에 오히려 방송적으로는 장면이 살았다. 그러니 예능으로서는 이득이었다.
“으으, 답답해……! 지금 남은 키워드 중에 목소리 알아낼 수 있는 게 뭐 있지?”
“현진이 형, 3번분이 캐탤 파트너라고 하셨었죠?”
“아, 응.”
답답해하던 에이든 리가 다시 한번 남은 키워드들을 살피는 사이, 유찬희가 강현진에게 물었다. 키워드를 한 번, 서 있는 3번 출연자를 한 번 훑은 유찬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형, 진짜 뭐 없어요? 그냥 조금이라도. 몇 번분 목소리가 좀 친숙하다……. 그게 3번 분 거 같다!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에요. 좀 됐다고 해도 그래도 같이 무대했는데…….”
“…….”
강현진은 갈등하듯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화면에 띄워져 있는 출연자 키워드를 한 번, 서 있는 출연자들을 한 번 바라보았다.
조금은 어색한 시선처리로 키워드와 출연자들을 바라보던 강현진의 시선이 3번 출연자, 이규빈에게 꽂혔을 때였다.
“……!”
순간 고개를 돌린 이규빈이 강현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것에, 강현진은 불편한 눈치로 고개를 내리고는 입을 열었다.
“…미안, 진짜 모르겠어.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났기도 하고 그때랑은 전혀 다르게 목소리 내신 거 같다.”
“으으, 역시 현진이 형 이름을 키워드로 달고 출전하는데 그냥 출전하진 않았겠죠……. 3번 분 진짜 맞추고 싶은데. 대체 뭐지? 야, 천세림. 넌 뭐 짐작 가는 거 없어?”
“3번분보다 나는 5번분 쪽을 대강 알 것 같긴 한데.”
“현진아, 그럼 다른 분은? 너는 짐작 가는 거 있어?”
“아, 저는…….”
유찬희는 아쉬워하곤 다시 어떻게든 키워드를 찾아내기 위해 천세림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 두 명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현진이 고개를 돌리고 말을 걸어온 도지혁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에이든 리가 흠, 작게 침음을 내더니 중얼거렸다.
“…아는 거 같은데?”
그리고 잠시 강현진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머리를 싸매고 키워드를 탐색하는 것에 나는 조용히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게 이상하지.’
합동 무대를 같이 했을 정도라면 적어도 수일간은 함께 연습했을 테고,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목소리를 내는지 모를 리가 없으니까.
아무리 바리에이션이 넓다 한들 노래를 부를 때 기존의 창법과 톤, 습관을 전부 바꿀 순 없다.
그렇다면 어떤 한 가지라도 특정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이 있을 테고, 그렇기에 강현진은 이미 3번 출연자 이규빈의 목소리가 누구에게 가 있는지를 알고 있을 터였다.
‘문제는 왜 굳이 이규빈을 살려 놓고 있느냐는 건데.’
강현진이 이규빈을 살려 두고 싶어 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목적은 아마 스위치 싱어의 출연자 중 마지막까지 목소리의 정체를 들키지 않은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베네핏이겠고.
다만 그런 베네핏을 챙겨 주고 싶어 하는 것도 이상했다. 강현진은 명백하게 이규빈을 껄끄러워하고 있었으니까.
호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대에게 굳이 베네핏을 주고 싶어 한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예능적으로 이규빈을 통해 뭔가를 살려 보려고 하고 있지도 않은 듯한데.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내가 강현진의 기색을 살피는 사이, 곧 MC가 마이크를 들고 통보했다.
“그럼 2차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아아…….”
그렇게 진행된 2차 투표. 우리는 결국 지금까지 결론을 내린 몇 명의 출연자만 투표지에 이름을 적어 낼 수 있었고.
“하, 진짜 모르겠네.”
“아쉬워~.”
그중 이규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원디어분들, 다음번에도 또 나와 줘요~ 재밌었어.”
“이 친구 예능 잘하네. 얘기는 들었는데 잘 살려.”
“조금 있으면 컴백이라고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녹화가 모두 끝났을 때는 밤이 늦어 있었다. 이후 패널들과 섞여 인사를 나누고 이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문득 강현진에게 다가가는 한 남자의 모습에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오랜만이다, 현진아. 잘 지냈지?”
“네……. 형도 잘 지내셨어요?”
“하하, 나야 잘 지냈지. 못 지낼 이유가 뭐 있겠어?”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승자가 된 3번 출연자, 이규빈이 강현진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아아!
-아~ 알아챘어야 했는데. 아쉽다.
-나는 진짜 저런 목소리를 낼 줄은 몰랐지.
결국 우리는 이규빈의 목소리를 알아맞히지 못했다.
키워드는 전부 맞추었지만, 게스트 쪽도 고정 패널 쪽도 여성 출연자 쪽에 있던 그의 목소리를 끝내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현진이 말한 ‘바리에이션이 넓다’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이다.
덕분에 한 명씩 탈락하던 스위치 싱어 가운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그는 상금을 타내는 것과 더불어 다음 회차 ‘유어 보이스’의 게스트로 재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는 강현진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3년 지나서… 이제 거의 4년 만인가? 많이 컸다. 좀 늦었긴 한데 [디자인 유어 아이돌>도 잘 봤어. 노래 실력 많이 늘었더라.”
“아… 감사합니다.”
강현진이 조금은 떨떠름해하면서 인사를 하던 때였다.
“이러려고 그때 [캐탤> 자진 사퇴 했나, 싶을 정도로 잘돼서 다행이야.”
“네?”
이규빈이 천진한 투로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것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