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아직 제대로 물 타기 되는 것 같진 않은데, 저번에 유하 네가 혹시 원디어 이름 이상하게 나오는 것 같다 싶으면 알려 달라고 한 게 생각나서.”
“…네, 감사합니다. 혹시 이야기가 좀 더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바로 말씀 주세요.”
나는 휴대폰을 매니저 형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매니저 형이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할래? 현진이한테 알려야 하지 않을까? 혹시 모르니까 대비라도 해 둘 수 있게.”
“그건 아직이요.”
최대한 강현진이 이 일을 모르게끔 하고 싶지만, 만약 알게 되더라도 최대한 늦게 아는 게 나았다.
‘강현진은 이규빈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리 지난번 괜한 부채감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한들, 이규빈에 대한 미안함은 쉽게 사라질 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강현진은 [캐치 탤런트>의 TOP10 선발전 당시, 이규빈과 합동 무대를 꾸리는 동안 그의 도움을 받았다. 그때는 아직 보컬 레슨을 전혀 받아 본 적 없는 강현진이 어려움을 보였기에 이규빈이 발성부터 시작해 기본기를 다져 준 것이다.
[형한테 정말 고마워요. 솔직히 아무리 합동이라고 해도 배틀인 이상 형이 이렇게까지 해 주실 이유는 없었을 텐데, 저한테 너무 많은 걸 가르쳐 주셔서요. 아직 노래는 너무 어렵지만… 형이 가르쳐 주신 대로 열심히 연습해서 꼭 좋은 무대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아직 앳된 얼굴이던 강현진은 [캐치 탤런트> 인터뷰에서 당시 이규빈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만큼 이규빈은 강현진에게 고마운 사람일 테고.
그런 존재가 자신을 거꾸러뜨릴 목적으로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강현진은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될 것이다.
‘컴백이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은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활동기에 공개될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게 다행인 일이었고. 평소 시간이 남을 때나 미튜브를 들여다보는 만큼, 적어도 강현진이 쓸데없는 걸 찾아볼 일은 없었으니까.
“우선은 저랑 형만 알고 있는 걸로 해요. 형은 그동안 현진이 형 좀 주의 깊게 살펴 주시고요, 괜한 말 들을 일 없게.”
“어어, 그래.”
나는 매니저 형과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연습실 안쪽으로 다시 들어왔다. 늦은 저녁을 먹고 있던 멤버들 사이에서 천세림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형, 밥 다 식었잖아요. 얼른 와서 먹어요.”
“알겠어.”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식사에 집중할 순 없었다.
‘…이번 과거의 재현이 뭘 노리고 일어났는지 알겠군.’
매니저 형이 보여 준 커뮤니티 게시글을 읽고 난 후에야 겨우 머릿속에 떠오른 사건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진짜 아니라고!
라이트닝 시절, 이번과 비슷한 일이 터진 적이 있었다. 본인은 무고했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말려들어 멤버가 피해를 본 일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논란이 된 건 데뷔 직전까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권혁규의 별스타그램 광고 문제였다.
적잖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던 권혁규는 데뷔 이전에도 적잖은 협찬과 광고를 받아 그것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 올렸었다. 그 사진들은 데뷔 이후에도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고.
그러다 그게 문제가 된 건, 한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논란이 터졌을 때였다.
해당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개인 사비로 샀다며 착용한 채 찍어 올린 물품들 중 다수가 협찬받거나 돈을 주고 광고를 의뢰받은 것들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한때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 논란이 크게 대두된 것이다.
데뷔 후에도 아이돌보다는 인플루언서로 더 유명하던 권혁규도 그 논란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다만, 정말로 놈이 무고하다는 것만이 다른 사건들과는 달랐을 뿐이었다.
‘…솔직히 라이트닝으로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지, 그건.’
대부분 ‘그럴 만해서’, ‘진짜 사고를 쳐서’, ‘빌미를 줘서’ 일어난 사건들과는 달리 거의 유일하게 본인은 무고했음에도 억울하게 고생을 하게 됐던 사건이었던 것이다.
권혁규는 처음 의심이 제기되자마자 본인은 광고를 진행할 때 무조건 그 사실을 표기했으며, 뒷광고 논란이 시작된 회사들의 물품을 착용했던 것은 맞으나 그건 정말 개인 사비로 산 것이라 호소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았고, 그건 권혁규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다 최악의 형태로 그 스트레스가 발산됐지.’
당시 미니 2집의 활동을 위한 출근길에 권혁규가 팬들에게 화를 냈던 것이다.
-혁규야! 아니지? 너 진짜 뒷광고…….
-몇 번 말하게 해, 진짜 지긋지긋하게……!
이후의 일은 뻔했다.
당연히 권혁규의 태도는 논란이 됐고, 애초에도 반응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던 라이트닝의 2집 활동은 완전히 말아먹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아무리 평정을 잃었다고 해도 강현진이 팬분들께 화를 낼 일은 없다고 보긴 하지만.’
하지만 강현진이 그때의 권혁규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일이 좀 더 본격화되면 이번 활동에 지장이 가는 것만은 막을 수 없게 될 터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강현진의 멘탈을 지켜 주는 일이었고.
그에 어떻게 하면 일을 빠르게 진압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다.
“……?”
옆에서 밥을 먹으며 휴대폰을 조작하던 천세림이 내 앞으로 무언가를 불쑥 내미는 것에, 나는 의아한 눈길로 화면을 바라보았고.
-노래도 개쩔고 춤도 잘추고 예능도 잘하고 믿음직한 우리 리더….. 넌 뭐든 혼자서도 잘하는 기특한 리더지만 한 가지만큼은 꼭 의존하자
그건 바로 코디
(첫 라디오 스케줄의 출근길 사진), (그다음 스케줄의 출근길), (그다음의 출근길 사진)
곧 떨떠름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휴, 역시… 룩북 콘텐츠를 하나 해야겠어요. 제목은 ‘천세림의 원디어 리더 구출기’ 정도로 해서.”
천세림은 능청을 부리더니 곧 휴대폰을 거두어들이며 참지 못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궁금증을 느낀 듯 휴대폰 쪽으로 고개를 내민 에이든 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
“이거 뭐야? 유하 이번에 출근 사진이야?”
“네. 휴, 이렇게 예쁜 걸 그렇게 써먹을 수가 있다니… 놀랐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재능이야.”
“유하가 전날 세림이한테 자문만 구했다면 영원한 흑역사가 만들어질 일도 없었을 텐데…….”
도지혁이 짐짓 안쓰럽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애석해하는 얼굴임에도 숨길 수 없는 웃음기가 감도는 그 목소리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이제는 천세림이 말하는 대로만 입잖아요.”
지난번 첫 출근길 이후, 나는 그 사진이 어떻게 팬분들에게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확인하고는 결국 천세림에게 도움을 구했다.
팬분들이 주신 선물이 ‘망한 코디’로만 남게 되는 걸 그대로 둘 수 없어, 패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멤버에게 각각의 아이템을 적절히 매치한 코디를 맞춰 달라고 부탁하게 된 것이다.
‘…다른 이유 때문도 있었지만.’
-원ㅇㅎ개나대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게 진짜 귀여워?; 난 팬들이 준 선물 가지고 장난친 거로밖에 안보이는데ㅋㅋㅋㅋㅋㅋㅋ
-뭔 말을 했길래 매니저놈이 날뛴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자기 때문에 논란 나서 다른 멤버들한테도 폐 ㅈㄹ 끼친 건 맞잖아 그 사건 이후 첫 스케줄이면 좀 더 얌전했어야 하는 게 당연한거아님? 저렇게 괜히 튈 생각하지 말고?ㅋㅋㅋㅋ
팬덤의 분위기가 막 원디어라는 그룹이 결성되었을 때보다는 좀 더 다른 멤버나 진영을 받아들여 줄 정도로 풀렸다 하더라도, 여전히 유어원은 개인 팬이 많았다.
거기에 더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타고 데뷔하는 그룹 특성상 안티 팬도 적잖이 있는 만큼, 이번 ‘망한 코디’ 사건은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팬들을_너무_사랑한_죄_jpg’라는 짤이 팬분들을 비롯해 몇몇 대중들에게는 귀여운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졌다지만, 한편으로는 욕도 적잖이 먹었다는 뜻이다.
‘어찌 됐든 매니저 폭행 사건으로 다시 강화되려던 듯하던 불쌍한 이미지가 좀 사그라들었으니 후회는 없지만.’
귀엽다고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팬분들을 어떻게든 빠르게 안심시키려던 본래의 목적과 소년 가장 이미지 강화는 막을 수 있었으니, 내게는 이득이었다.
그렇다 해도 결국 구설수를 그대로 두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 될 터.
-그래요, 제가 해 줄게요. 아무래도 스타일리스트 누나보다는 같은 멤버가 코디를 해 주는 게 더 반응 좋을 테니까.
때문에 천세림에게 도움을 구했을 때,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천세림이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준 덕에 팬분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 이후로도 나는 스타일리스트분이 지정해 주는 의상이 아닌 개인 사복을 입을 때면 천세림에게 코디를 부탁하고 있었고.
‘대가로 이놈의 놀림을 피할 순 없지만.’
그래도 놀림당하는 대가로 이후의 흑역사를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팬분들께서 좋아하신다면 값은 싸다고 볼 수 있었다.
“……!”
그때,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에 나는 잠깐 강현진을 바라보았다. 강현진은 먼저 저녁을 비운 뒤, 거울을 바라보며 디테일을 점검하고 있었다.
“…저 잠시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2인 1조…….”
“화장실 가는 거야.”
나는 툴툴대는 유찬희를 뒤로하고 휴대폰을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비어 있는 회의실로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신호음이 흐른 후.
[응, 유하야.]“백이현, 하나만 묻자. 지난번에 이용당해 주겠다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해?”
전화를 받은 백이현에게 나는 물었다.
뜬금없는 내 물음에 수화기 너머의 백이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웃음기 담긴 목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뭘 원하는지에 따라 좀 다를 것 같은데? 왜, 도움이 필요해?]“어.”
[재밌네, 저번에는 네 주변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했잖아. 내 도움은 필요하지 않은 거 아니었어? 마음이 바뀐 거야?]“맞아. 마음이 바뀌었어.”
[…….]나는 웃고 있는 듯한 백이현의 질문에 선선히 대답했다. 그에 잠깐 의외라는 듯 백이현에게서 들려오는 말이 끊겼을 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백이현과는 말도 나누고 싶지 않다.
“…네 말이 맞아. 지금 내게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백이현이 이용하기 쉽고 효과적인 패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6년 차 선배에다가 연기 쪽으로도 예능 쪽으로도 이미 인정받고 있는, 연줄 많은 1군 아이돌만큼 괜찮은 업계 조력자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용당해 주겠다는 걸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었다. 마음에 짐을 둘 필요도 없고.
“속죄라고 말했지, 저번에. 그렇게 생각할게. 이미 대가는 오래전에 지불한 걸로.”
그에 대한 대가는 이미 백이현이 오래전에 내게서 미리 가져갔었으니까.
백이현이 어째서 나를 위하려 드는 건지, 나는 모른다. 놈이 자신의 과거가 폭로되는 걸 막기 위해서인 건지, 아니면 그냥 적당히 서로 이용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내게 이용당해 주려고 하는 건지.
혹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사람 하나만 소개해 줘. 조건은 조금 까다로울 수도 있어.”
구할 필요도 없이 이미 손에 잡혀 있는 패를 절박한 상황에서 그냥 내버리는 건, 확실히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널 위해서 찾고 있는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원하는 거야?]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백이현이 문득 묻는 것에 나는 대답했다.
“날 위해.”
강현진에게 따라붙을 논란을 잠재우는 것은 원디어를 위함이고,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 된다. 그러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내 말에 백이현은 잠시 침묵했다. 마치 내가 하는 부탁을 거절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갈등하는 듯한 불길한 침묵이었지만.
[조건 말해 봐, 유하야.]난 알 수 있었다.
백이현은 애초부터 내 요청을 거절할 생각이 없었고, 이번 일은 강현진의 귀에 들어가기도 전에 끝이 날 거라는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