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고등학생 팬의 언니는 잠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동생의 손에 이끌려 굿즈 숍을 돌아다녔다.
“여기요~!”
“바구니 하나로 괜찮으세요? 더 드릴까요?”
“허어억, 네, 네… 감사합니다….”
먼저 에이든 리와 주단우라고 불린 멤버가 건네주는 장바구니를 들고.
“이 향초 좋죠? 향기 저희가 직접 골랐는데.”
“허억, 응……! 센스 대박인 것 같아.”
“저 세림이잖아요. 센스는 누구한테도 안 진다!”
“누나, 원하시는 거 이거 맞아요? 앗, 누나 맞나?”
“이쪽은 누나 맞고 나는 너랑 동갑…….”
“그럼 친구네? 누나도 반가워요!”
천세림과 유찬희라고 불린 멤버의 인도에 따라 홀린 듯이 굿즈 숍을 구경하다가.
“전시회 괜찮으셨어요? 움직이시는 동선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이것저것 배치해 봤는데 혹시 정신이 없었을까 봐…….”
“절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진짜 너무 좋았어요, 신경 쓴 티 엄청 났고……!”
“아하하, 다행이네요. 현진이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직원분들이랑 같이 열심히 회의하고 소품도 열심히 골라 배치했거든요. 굿즈 아이디어도 괜찮죠? 애들이 하나하나 다 생각한 건데. 마음에 드셨어요?”
“안 들었을 리가… 없지 않나요……?”
마침내 계산대에 왔을 때, 주단우와 도지혁, 마지막으로 원유하의 얼굴을 보고 고등학생 팬과 언니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짜… 실환가.’
논스톱으로 진행되는 팬 사인회라도 들어온 기분이었다. 내내 파격적인 비주얼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역할을 분담해 각자 입구, 굿즈 숍 안, 계산대에 자리를 잡은 원디어 멤버들은 각자 활기찬 얼굴로 팬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덕분에 자신들뿐만이 아닌 굿즈 숍에 들어온 관람객 모두가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스케줄 때문에 바쁘지 않아요? 내일 바로 음방 있잖아요. 연말도 가깝고…….”
때문에 고등학생 팬은 바로 전날, 영상과 함께 뜬 공방 신청 링크를 떠올리며 물었다.
활동기가 시작되자마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아이돌의 스케줄을 알고 있는 만큼, 어떻게 원디어가 전시회장에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한편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계산대 한쪽에서 물건을 담아 주던 원유하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일부러 음방 활동 전날을 비워 뒀어요, 이번 활동은 유어원을 먼저 만나고 시작하고 싶어서. 전날에 멤버끼리 컴백 쇼 단체로 보고 잠도 푹 잤고요. 그렇게 하는 게 유어원이 기뻐할 것 같아서 스케줄을 좀 조정한 건데… 괜찮아요?”
“헉, 저희는 당연히 좋죠……! 그냥 혹시 무리 되진 않을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이에요! 오해하진 마요, 저 진짜 오자마자 감동 먹어서 눈물 날 뻔했어요!”
“알아요, 오해 안 해요.”
원유하는 제 동생의 호들갑에 미소로 답하며 종이봉투에 포장한 굿즈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눈을 맞추며 덧붙여 말했다.
“유어원이 좋아해 주시면 저희도 좋아요. 그래서 멤버 모두가 이번 활동에서 오늘 스케줄 제일 기대했었고. 기뻐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유어원한테 선물 드리고 싶어서 기획한 스케줄에서 오히려 저희가 힘 얻고 가는 것 같아서 조금 주객전도지 않나, 싶지만.”
“무슨 소리를… 저는 오늘의 기억으로 재수도 할 수 있어요…….”
“…재수하셔도 응원하겠지만 꼭 좋은 대학 가셨으면 좋겠고…….”
원유하의 말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제 동생이 멍청하게 웅얼거리는 걸 보며, 고등학생 팬의 언니는 대리 수치심에 머리를 짚었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굿즈를 받은 고등학생 팬은 곧 원유하와 가벼운 하이 파이브를 나누었다.
“오늘 와 줘서 감사해요. 조만간 또 봐요.”
“네, 네…….”
감격에 찬 얼굴로 겨우 대답한 고등학생 팬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줄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뭐에 홀린 듯 비척비척 걸음을 옮기면서도 아쉬운 듯 뒤돌아보는 모습에, 고등학생 팬의 언니는 문득 제 동생에게서 원유하와 눈을 맞춘 오늘의 일을 앞으로 한 십여 년간은 듣게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작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저… 럭키 룰렛 뽑을게요.”
그렇게 힘없이 자리를 옮긴 고등학생 팬이 걸음을 멈춘 곳은 원유하와 마주한 계산대 바로 옆에 따로 위치한 럭키 룰렛 코너였다.
직원에 의해 앨범 구매와 공식 팬클럽을 인증한 후, 고등학생 팬은 룰렛을 앞에 두고 작게 심호흡을 했다. 오기 전부터 내내 좋은 걸 뽑고 말겠다며 노래를 부른 만큼 새삼스럽게 긴장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곧 마음을 진정시킨 고등학생 팬은 마침내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기세와는 달리 고등학생 팬은 이내 입구 쪽에 손을 넣다 말고 다시 손을 거두며 제 언니를 돌아보았다.
“…언니가 뽑아 줄래?”
“뭐? 왜? 니가 뽑아.”
그러다 건네진 말에 고등학생 팬의 언니는 질색하며 답했다. 안 좋은 게 나오면 자신을 탓할 게 뻔한데 괜히 그 원망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고등학생 팬은 간절한 눈빛으로 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원래 이런 건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이란 말야. 원래 덕후 아닌 사람이 뽑기 운이 좋아, 언니 평소에도 상품 당첨 같은 거 잘됐잖아. 좀 뽑아 줘.”
“이상한 거 나오면 또 뭐라고 할 거잖아.”
“안 그럴게! 그리고 이거는 꽝 없어, 애들이 좋은 것만 준비했단 말야……! 뭐가 나와도 좋을 거니까 한 번만 뽑아 주라.”
그녀는 제 동생을 떨떠름하게 지켜보다 결국 한숨을 내쉬곤 룰렛 앞에 섰다. 매일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그녀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항상 져 주고 마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리구슬이네?’
그녀는 룰렛 통에 손을 집어넣고는 한번 주변을 훑었다. 차갑고 동그란 구체가 손끝에 걸려, 고등학생 팬의 언니가 최대한 깊숙이 손을 안쪽으로 집어넣은 후 구슬을 빼낸 순간이었다.
“아!”
문득 구슬이 룰렛 바깥으로 완전히 빠져나오자마자 손에서 미끄러져 땅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고등학생 팬의 언니는 당황이 담긴 탄식을 토해 냈다.
혼잡한 굿즈 숍 내에서 구슬을 잃어버릴까,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구슬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다 구슬이 누군가의 신발에 닿아 멈추고, 그것을 쫓던 고등학생 팬의 언니가 고개를 들었을 때.
“…헉.”
순간 바로 앞에 다가온, 압도적이기까지 한 미형의 얼굴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곧 제 신발에 닿은 구슬을 집어 든 원유하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내밀었고.
“축하드려요. 당첨이시네요.”
“…….”
“처음이세요, 누나가.”
부드럽게 접히는 눈매를 본 순간 고등학생 팬의 언니는 첫사랑을 조작당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앨범 구입하고 공식 팬클럽 가입하면 지금 바로 뽑기 한 번 더 할 수 있나요?”
장장 십여 년 만에 그녀는 동생을 따라 ‘입덕’의 문을 냉큼 열어젖히고 말았으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 금사빠였구나.’
그럴싸한 상황과 더더욱 그럴싸한 얼굴은 집 나간 K팝 팬도 다시 되돌아오게 한다는 것을.
* * *
-오늘부터 나는 원디어와 한몸이고 어쩌고…. 아 모르겠고 다들 유어원해라 지금 입덕하는 게 득이다 난 분명 말했음
-오늘 전시회장에서 계탄 유어원들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시샘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분개하고,
절망하고,
아파하고,,
-그래서 오늘 미스터리 굿즈 멤버들이 스스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비공식 포카 세트라고? 심지어 멤버들이 하나하나 스스로 찍어서 세상에 단 한 장씩밖에 없는 거? 여기에 원하는 굿즈 7개 택해서 가져가고? 응~ 죽을게~
-아 나 어떤 유어원이 자기 언니 입덕했다고 푼 후기 보고 개같이 웃는 한편으로 질투 오지게 하는 중ㅋㅋㅋㅋㅋㅋㅋ 머글도 단번에 오타쿠로 만드는 원유하;
└근데 나같아도 눈앞에서 내가 떨어뜨린 거 내밀면서 누나 소리하는 원유하 얼굴 봤으면 바로 굿즈샵에 있던 앨범 풀구매하고 유어원으로 거듭났을 듯;
└그뿐이야? 결혼 갈겨 그게 청혼이지 뭐야
└지금 줄이 이든이 고향인 영국까지 서 있거든요 차례 좀 지켜주세요
-유하야.. 기억나? 내가 너 털러 전시회장 갔는데 경보음 울려서 나 혼자 끌려갔었잖아..
└이 드립 이거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당연히 잡혀갔겠죠
원디어의 전시회 이벤트는 유어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멤버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팬들을 위해 준비한 전시회가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 이번 활동곡의 감성과 서사를 잘 전달하며, 무엇보다도 팬들에게 ‘선물’이 되어 준 것이다.
여기에 전시회 오픈 첫날 원디어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 그날 반나절을 꼬박 팬들과 얼굴을 마주했다는 소식에 K팝 커뮤니티는 불타올랐다.
팬들에게 진심을 다한 아이돌과 이른바 ‘계’를 탄 아이돌 팬의 일화는 언제고 팬덤 내의 주목을 받는 화젯거리로 이야기되는 법. 덕분에 원디어의 이번 전시회 이벤트와 그 안에서 일어난 목격담과 썰, 체험담은 K팝 팬덤 내에서 빠르게 회자되었다.
이와 함께 원디어의 이벤트는 K팝 커뮤니티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전달된 후,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기획된 선물이 대중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적절한 홍보 효과를 일으켜, 활동 첫 주의 청신호가 되어 준 것이다.
그리고 원디어의 ‘깜짝 선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친 역조공 실화야?
-아 미쳤나봐 ㄹㅇ로 공방마다 애들 역조공함
전시회에 이어 두 번째로 준비된 건 매 공방마다 준비된 역조공이었다.
활동 첫 주차. 빡센 경쟁률을 뚫고 공방에 참여한 유어원들은 각 공방마다 전시회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굿즈를 받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유어원들은 공방마다 ‘럭키 룰렛’ 추첨을 통해 소수의 인원이 미스터리 굿즈의 당첨자가 될 수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어원들은 공방 역조공이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멤버들의 개인 사비로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어떤 5개월차 신인 아이돌이 벌써부터 팬들한테 역조공을 해요
-애들 아직 정산도 받기 전일 텐데 그럼… 회사랑 얘기해서 자기들 정산금에서 까서 이거 준비했다는 거 아냐? 미친 거 아니냐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너희 몫 받기 전에 우리들한테 퍼주면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지금 눈물 줄줄 흘리고 있음 전시회에서 단우가 팬분들 덕분에 데뷔했고 활동할 수 있게 된 거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었는데 그게 이거였나 싶고 진짜 미치겠음 이 기특한 아이돌 뭔데
때문에 정말로 원디어가 자신들에게 받은 것을 되돌려줄 생각으로 이번 활동을 준비했음을 알게 된 유어원은, 초동 주가 끝나기까지 3일이 남았을 때 전달된 소식에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유어원 여러분 지금 초동 80만장까지 올랐습니다 남은 3일 20만장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원디어에게 주기까지 파이팅입니다
-이제 데뷔한 지 갓 5개월 된 신인 아이돌이 밀리언셀러 쌓는 역사 세워보자 애들이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나왔는데 우리도 되돌려줄건 되돌려줘야지 다들 열스밍하고 구매할 앨범은 이번 주에 합시다
-원디어 앨범 당장 구매 못하시는 분들 대리비 없이 대리구매+공동구매 해드려요 애들 밀리언셀러 꼭 보내고 싶어요
-케팝덕질 해본 사람들이면 초동주 성적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이번에 애들 연말이라 동료 아이돌도 많이 만날 텐데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세워서 우리 애들 기좀 세워보자고
그렇게 유어원이 서로를 북돋으며 원디어에 도움이 되기 위해 초동 주의 화력을 모으고 있을 때였다.
유어원이 원디어를 위하는 만큼, 원디어 또한 유어원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럼 저희, 파트는 이렇게 둘로 나누는 걸로 할까요?”
“그런데 3절 파트는… 흠, 저희 쪽 분량이 조금 부족하지는 않나 싶긴 한데.”
“음… 좀 불만족스러우실까요?”
“불만족스럽기보다는, 조금 더 잘 나눠지면 좋겠다 싶긴 하죠.”
“아무래도 음색을 최대한 살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저희 지오 쪽에 파트 주면 좋지 않을까 했는데.”
“하하, 저희 쪽에도 메인 보컬 라인이 둘이나 있는걸요. 배려는 안 해 주셔도 됩니다. 뭣보다 그중 한 명이 얼마나 노래 잘하는지는… 오히려 저희보다 더 잘 아시지 않아요?”
“…그야 그렇죠. 유하가 노래 얼마나 잘하는지는 같이 연습한 저희가 모를 수 없긴 하니까요.”
바로 선배 아이돌, LON과 함께하게 된 연말 무대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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