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우리가 합동으로 준비하게 된 오키드의 ‘Nightmare’는 그들을 1군으로 올려 준, 팀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노래였다.
오키드는 데뷔 초, [디어돌> 2차 경연에서 나와 도지혁, 천세림, 유찬희가 커버했던 ‘same and different’처럼 무해하고 소년 같은 매력을 강조하는 콘셉트 위주의 곡을 소화했다.
하지만 2년 차부터 오키드는 그룹의 색깔을 바꾸었는데, 그 시초가 된 곡이자 대중에게 오키드라는 그룹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Nightmare’였다.
무해한 꿈으로 태어난 소년들이 악몽처럼 다가와 상대방을 잡아먹는다는 콘셉트를 세련된 얼반 기반의 사운드와 그루비한 움직임으로 표현해 낸 오키드는 기존의 감성을 남긴 채 이미지 체인지에 성공했고, 이에 따라 팬덤에 수많은 유입을 이뤄 냄과 동시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그러고 보니 유하랑 지오, 닉이랑 우빈이한테는 좀 반가운 곡인가? 월말 때 조 짜서 평가곡으로 커버해 본 적 있었지?”
“앗, 맞다. 형들 그때 반응 엄청났었잖아요, 칭찬도 엄청 듣고!”
“하필 그다음 순서였던 우리만 고생이었지…….”
최한결이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다. 최한결과 리히토의 말처럼 나와 현지오, 닉과 박우빈은 이미 한 번 조를 짜 ‘Nightmare’를 커버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3절 시작을 닉이 하고 브릿지 부분에서 지오가 메인 맡고 유하가 애드립했었지 않아? 그때랑 동일하게 파트 나눠도 될 것 같은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했지만.
“아하하, 파트는 아예 새로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3절 시작과 브릿지 부분을 닉 씨와 지오 씨가 전부 도맡아 하시면 아무래도 파트가 너무 LON 쪽에 몰리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원디어가 서바이벌 출신이라는 점에 있었다.
멤버들 모두가 승부욕도 있고 무대에 진심이라, 파트에 욕심을 가지지 않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음… 좀 불만족스러우실까요?”
“불만족스럽기보다는, 조금 더 잘 나눠지면 좋겠다 싶긴 하죠.”
“아무래도 음색을 최대한 살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저희 지오 쪽에 파트 주면 좋지 않을까 했는데.”
“하하, 저희 쪽에도 메인 보컬 라인이 둘이나 있는걸요. 배려는 안 해 주셔도 됩니다. 뭣보다 그중 한 명이 얼마나 노래 잘하는지는… 오히려 저희보다 더 잘 아시지 않아요?”
“…그야 그렇죠. 유하가 노래 얼마나 잘하는지는 같이 연습한 저희가 모를 수 없긴 하니까요.”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납득한 최한결에 이어 불쑥 말을 꺼낸 건 닉이었다.
“그런데 저희 쪽은 이미 경험도 있고 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꾸리는 것보다는 기존에 했던 걸 살려도 되겠다 싶어서요. 그때 지오 형이 메인 맡았을 때 반응이 엄청 좋았어서.”
“아, 지오 선배님이 잘하신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그때랑 지금은 다르지 않나? 그땐 저희가 없었잖아요, 더 좋은 무대 할 수도 있는데 했던 거 또 하는 건 좀 재미없지 않을까요?”
“…….”
“…….”
그렇게 이어지던 말들은 닉과 에이든 리의 대치로 끝을 맺었다. 처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연습실 안쪽은 어느새 약간의 경계가 섞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저는 브릿지 부분 메인을 유하가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연 것은 현지오였다.
문득 꺼내어진 말에 현지오 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현지오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가사지를 툭 내려놓고 말했다.
“저희 커버했을 때 들었던 말 중에도 있었잖아요, 유하가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고. 저도 그 말에 동의했었어요, 그래서 유하가 커버하는 ‘Nightmare’ 브릿지 파트가 궁금했었고…….”
“…그런데 그때 들은 말 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지 않아?”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덧붙였다.
“너 이상으로 잘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도 이야기하셨던 것 같은데.”
“아…….”
내 말에 현지오가 당황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조용히 주먹을 말아 쥐곤 입을 다물어, 나는 시선을 돌려 현지오가 내려놓은 가사지를 짚었다.
“저는 지오가 브릿지 부분 메인 맡아 주면 좋을 것 같아요. 확실히 지오 목소리가 ‘Nightmare’와는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대신 뒤에 깔리는 더블링은 제가 하고 싶고, 이든이 애드립을 해 줬으면 좋겠고요. 3절 시작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형.”
나는 방금 전까지 신경전을 이어 가고 있던 유찬희와 닉이 아닌, 그 사이에서 당황한 눈빛으로 어쩔 줄 몰라 하던 주단우에게로 물었다.
주단우는 급작스러운 물음에 잠깐 놀란 얼굴을 하다가, 곧 닉과 유찬희를 한 번씩 바라보고는 답했다.
“아, 나는… 우선 합동 무대니까 가사는 함께 창작했으면 좋겠어. 대신 닉 선배님이 시작을 먼저 해 주는 게 어떨까 싶고.”
“…….”
닉은 잠시 주단우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대로 자기 의견을 접을지, 아니면 고수할지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좋아요.”
자신 또한 합동 무대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주단우가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기에 결국 납득하기로 한 듯했다.
“찬희. 네가 단톡방 만들어서 래퍼들끼리 의견 나눠 줬으면 좋겠는데, 괜찮겠어? 좀 바쁘기야 하겠지만 웬만해서는 이번 주 내로 가사가 픽스되었으면 하고. 자세한 파트 배분은 그 이후로 하는 건 어때?”
“…알았어요.”
여기에 자신과 대치하고 있던 닉이 수긍해 버리는 바람에 혼자만 날을 세울 수도 없게 된 유찬희 또한 툴툴대면서도 찬성의 뜻을 밝혀, 상황은 나름대로 진정되는 듯했다.
“그런데 브릿지 파트는 그냥 유하 형이랑 지오 형이랑 같이 하면 안 돼요?”
닉이 갑작스러운 말을 던지지만 않았다면.
“뭐?”
“시작 부분을 에이든 씨로 끊고 그다음에 아예 애드립이랑 마지막 고음 부분 합쳐서 유하 형이랑 지오 형이 같이 해도 듣기 좋을 것 같아서요.”
‘Nightmare’의 브릿지 파트는 메인이 되는 사람이 노래를 하는 동안 그 뒤에서 더블링과 함께 고음 애드립으로 이어지는 백 보컬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보통의 노래와는 달리, ‘Nightmare’의 브릿지 파트는 고음을 담당하는 쪽이 아닌 메인 보컬 쪽으로 시선이 가게 되어 있었다. 브릿지 부분에서의 나른한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해, ‘Nightmare’는 오히려 애드립의 중요성이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더 임팩트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닉은 아예 보컬 쪽에 애드립을 섞어 버리는 형식으로 공평하게 파트를 주고받자고 말한 듯했다.
“…….”
나는 닉의 제안을 듣고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연말 무대인 만큼 이 정도의 변주를 주는 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의외성이 느껴져 더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무대도 되겠고.
하지만, 딱 그만큼의 리스크도 동반하게 될 터였다.
‘정면 대결로 여겨질 테니까.’
같은 파트를 부르는 다른 그룹의 두 보컬. 시선이 가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쪽이 더 느낌을 잘 살리는지, 어떤 쪽의 보컬 스킬이 더 좋았는지, 모든 부분에서 비교가 들어가게 될 터. 공평하기에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난 좋아~! 재밌을 것 같다. 대신 그럼 편곡은 내가 해도 돼요?”
“가능하세요?”
“우리 곡 다 내가 만들어요, 잘할 수 있어요.”
다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에이든 리는 리스크를 알면서도 받아들일 터였고.
“아, 나는…….”
리스크를 예상했을 현지오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게 될 거라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그런 편곡 방향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였다. 브릿지 파트를 담당하는 세 명 중 찬성과 반대에 하나씩 표가 던져진다면, 현지오는 아마 내가 원하는 쪽으로 따라오려 할 터였으니까.
나는 현지오를 바라보았다. 현지오는 아직도 하얗게 보일 정도로 주먹을 꽉 쥔 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꾹 다물린 입과 흔들리는 눈,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눈치면서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
현지오는 명백하게 내가 반대하기를 바라고 있었고, 나 또한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우리 둘이 정면으로 비교되는 쪽으로 가는 건 그리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나도 좋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닉의 제안에 수긍했다. 내 선택에 현지오가 당황할 것을 알면서도.
“그럼 이제 3절 싸비 나눌까요?”
이후,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밝은 목소리로 최한결이 말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곧 현지오의 옆에 있는 닉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
닉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대신 닉은 잠시 동안 나와 눈을 마주하고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 나도 무언가를 묻지 않은 채, 우리는 그렇게 첫 비하인드 촬영을 마쳤다.
* * *
“형, 알고서 받아들여 준 거예요?”
촬영이 끝나고 LON과 원디어 멤버들이 섞여 서로 번호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중, 나는 닉이 건넨 질문에 말없이 놈을 응시했다.
“응.”
그러다 내가 한 대답에 닉은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무슨 말 하는지는 알아요? 나, 형 이용한 건데.”
“알아.”
나는 그렇게만 대꾸했다. 닉이 어째서 현지오와 나를 붙여 놓으려고 한 건지 모르지 않았다.
그런 내 태도에 닉은 내게서 시선을 떼고 에이든 리와 무언가 말을 나누고 있는 현지오 쪽을 바라보았다.
“예전 월말 평가 때는 형이랑 지오 형 엄청 싸웠는데. 기억 나요?”
그리고는 문득 건네진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월말 평가 때 나와 현지오는 포지션 문제로 하루 종일 말다툼을 했다. 데뷔조가 곧 꾸려질 거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나와 현지오는 모두 돋보이는 파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근데 오늘 지오 형, 아무렇지도 않게 형한테 파트 양보하더라고요. 그게 되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현지오와 나는 장장 4년간 서로에게 무언가를 쉽게 양보한 적이 없었다.
같은 포지션의 입사 동기. 서로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지 않는 게 더 이상한 환경 속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한 만큼, 나는 현지오의 달라진 태도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지오 형, 데뷔 전에 자기 실력에 자부심 있던 거 알죠. 조용하게 단단한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굴어요.”
“…….”
“형이 데뷔조에서 떨어지고 나서부터.”
-LON에도 더 좋은 메인 보컬 됐을 거야. 빠르게 실력 인정받고 상도 싹쓸이했겠지. 우리 연습생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말이잖아, 넌 분명 잘된다고. 넌 분명 데뷔한다고. 나는 그냥 운 좋게 네 자릴 훔쳤을 뿐이야.
문득 머릿속으로 지난번 현지오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 나를 보며 닉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붙여 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 그러면 계속 그럴 것 같아서.”
“한번 제대로 맞붙여 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형이랑 같이 하면 지금처럼 자기가 형보다 딸린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싶어서요. 지오 형이 잘하는 건 형이 더 잘 알잖아요. ……지오 형이 유하 형이 잘하는 걸 제일 잘 아는 것처럼.”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서로 번호를 교환한 멤버들이 슬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녹 힘내, 유하야.”
“…….”
다가온 현지오가 어색한 얼굴로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에 나는 잠시 현지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어떤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그래. 다음에 보자.”
결국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멤버들과 함께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머릿속이 복잡한 것만은 어쩔 수 없어, 나는 KRM 엔터의 복도를 걷는 동안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쪽 멤버들 재밌더라~.”
그때 다가온 에이든 리가 꺼낸 말에, 나는 놈을 돌아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