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그렇게 친한데 이상하게 안 친해 보일 수도 있구나, 해서 신기했어.”
에이든 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피듯 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계속 서로 눈치 보던데. 유하 연습생일 때도 그랬어?”
“에이든.”
그렇게 이어지는 말을 듣다가, 나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며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대놓고 물어. 숨길 생각 없으니까.”
“오, 그래도 돼?”
에이든 리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나를 떠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다만, 평소와는 달리 굳이 돌려 이야기하는 모습에 나는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에이든 리는 궁금증을 느끼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타입이지 않았나.
하지만 이어진 에이든 리의 질문에 내 의문은 바로 풀릴 수 있었다.
내 대답에 씩 미소 지은 에이든 리가 정말 거리낌 없이 말을 토해 낸 것이다.
“유하는 저쪽 메인 보컬을 왜 신경 써 줘?”
“…….”
“저쪽 메인 보컬은 유하를 신경 쓰고, 유하는 저쪽 메인 보컬 신경 쓰고. 근데 둘 다 서로 피해 보면서도 그러고 있잖아.”
…그것도 정말 날카롭게.
나는 그제야 놈이 왜 답지 않게 말을 돌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에이든 리는 자신의 질문이 반은 나를 탓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될 거란 점을 알고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핀 것이다.
에이든 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 덧붙여 물었다.
“저쪽이 유하한테 주려고 한 거 안 받은 건 왜인지 알 거 같아. 저쪽이 선배라서 그랬던 거지?”
“맞아.”
나는 순순히 긍정했다. 놈의 말마따나 현지오가 내게 파트를 주려고 했을 때 받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원디어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원디어는 결국 후배니까.’
원디어와 LON이 접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 됐든 LON은 선배다.
그런 LON을 제치고 더 많은 비중을 가져가는 건 혹시 모를 소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터였고, 나는 최대한 그걸 피하고 싶었다.
‘아마 다른 멤버들도 그랬을 테고.’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주단우가 닉에게 그랬던 것처럼 합의점을 찾더라도 포커스는 LON에 맞춰 줘야 한다는 걸 다들 인지하고 있었을 터였다.
“근데 결국 받아들인 건 둘이 같은 파트를 소화하는 거였잖아. 그건 왜 그런 거야? 평소 같았으면 조금이라도 피해 올 거 같다 싶으면 절대 그 의견 안 받아들여 줬을 거잖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때문에 에이든 리는 정말 궁금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덧붙여 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고, 브릿지 파트 같이 하는 거. 오히려 그쪽한테 메인 넘기려고 했었잖아. 근데 왜 하겠다고 했어?”
…귀신같은 새끼.
회의하는 내내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대충 말이나 얹는 것 같더니, 실은 누구보다도 더 면밀하게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살폈던 모양이었다.
“…맞아.”
나는 그 직구에 순순히 긍정했다. 놈의 말마따나 나는 원래는 어떻게든 현지오를 메인으로 밀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럼 왜?”
그렇기에 에이든 리는 의문을 느낀 모양이었다. 내가 평소 하지 않을 법한 짓을 한 것이었으니까.
다만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인 듯, 의아해하는 눈빛에 나는 곧 한숨을 쉬며 간단히만 답했다.
“빡쳐서.”
“어?”
“현지오 태도가 빡쳐서 그랬다고.”
내 대꾸에 에이든 리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뭔가 이유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들었다는 것처럼,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에 잠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놈에게 물었다.
“에이든, [디어돌> 1차 경연 때 일 기억 나?”
“…아~.”
내 말에 에이든 리가 애매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1차 경연이면 에이든 리와 내가 데면데면하던 때로, 문득 그때의 일을 다시 생각하려니 머쓱해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때 왜 나한테 메인 보컬을 맡겼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네가 맡겨 놓고 왜 화냈는데?”
“흠, 유하가 할 수 있는데 안 했으니까?”
에이든 리는 내가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면서도 성실하게 답했다.
그 말마따나 당시 에이든 리가 내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유는 내 성의 없는 태도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할 수 있으면서도 한 발을 빼고 열의를 보이지 않는 모습에 화를 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내가 욕심을 내지 않는 게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전체적인 무대 완성도를 깎아내린다고 생각했으니까.
‘짧게만 생각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메인 보컬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놈에게서 파트를 가져오는 건 당연하다. 당시 다른 팀원들이 메인 보컬감으로 원했던 건 내가 아닌 에이든 리였던 만큼, 에이든 리는 내 불성실을 이유로 쉽게 포지션을 가져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이든 리는 그러지 않았다.
뭐가 됐든 내가 그 곡의 메인 보컬감으로 최적이라 생각해, 나를 어떻게든 이끌어 내 사용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에이든 리는 승부욕이 강하지만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가능한 놈이다. 당시 자신이 가져갈 수도 있었을 메인 보컬을 내게 줬던 건,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곡을 더 잘 소화할 수 있을 만한 게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더 무서운 놈이었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증거로 에이든 리는 이후 3차 경연에서는 메인 보컬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경지원과 언쟁을 벌이다 결국 나까지 포함해 짧게 메인 보컬 테스트를 한 후 경지원과 파트를 나누어 가졌었으니까.
즉, 당시 에이든 리는 자신이 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데다 무대를 재밌게 만들 생각밖에 없었기에 그런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나는 에이든 리를 믿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놈의 방향은 옳았고.
“나도 똑같았어.”
이번에는 나 또한 현지오를 보며 동일한 생각을 했던 것뿐이었다.
팀으로 데뷔한 이상 모든 파트마다 욕심을 낼 수는 없다. 어떤 파트를 어떤 멤버가 가장 잘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포지션을 나누고, 최대한 개개인의 기량을 잘 발휘해 좋은 무대를 꾸리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양보를 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욕심이 필요하지만.
“현지오가 너무 쉽게 파트를 포기하려 한 게 마음에 안 들었어.”
현지오는 그 판단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자기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너무 쉽게 그걸 내던진 거다.
“…그 자식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구는 게 짜증 났던 것도 있지만.”
쓸데없는 감정에 휘둘려 모든 것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양보하려고 하는 게, 얼떨결에 적선하듯 건네진 파트를 받는 것도 달갑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뭘 해 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도 싫고.”
-지오 형이 잘하는 건 형이 더 잘 알잖아요. ……지오 형이 유하 형이 잘하는 걸 제일 잘 아는 것처럼.
닉의 말과는 달리 이제 현지오가 내가 ‘잘해서’가 아닌 ‘그래야 하기 때문에’ 양보하는 걸 받고 싶지 않았다.
그걸 받은 순간 지는 셈이 되어 버릴 테니까.
“…원래 유하 싸우는 거 싫어하잖아?”
그런 내 대답에 에이든 리는 의외라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흥미로워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에 대고 나는 답했다.
“내 입으로 그런 말 한 적은 없잖아.”
나는 그렇게 응수하곤 앞서가는 천세림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난번 천세림도 그렇고 에이든 리도 그렇고, 사람을 무슨 성인군자인 양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그랬었지, 넌 이기는 데 진심이라고.”
쓸데없는 소모전을 싫어하는 건 맞다. 하지만.
“나도 그래.”
나는 소모전을 피하자고 일부러 져 주는 성격이지도 않았다.
* * *
-오~ 그럼 난 이기는 편 할래!
-…그건 너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LON에 들어가겠다는 거 아니면 그쪽 편은 못 하지 않냐?
-…그건 그렇지?
그럼 어떻게든 이기게 만들겠다며, 그날 에이든 리는 대놓고 불이 붙은 얼굴로 어떻게든 임팩트 있는 편곡을 해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번 LON 콘서트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듯하더니만, 에이든 리는 LON과 합동 무대를 통해 정면으로 경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거워진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에이든 리는 [디어돌> 내에서 제일 해맑은 연습생으로도 꼽혔지…….’
말이 ‘해맑다’지, 그건 실은 스트레스를 제일 받지 않는, 멘탈 강한 놈이라는 수식어와도 일맥상통했다.
당시 끊이지 않는 경쟁에 죽어나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싸움을 붙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던 에이든 리는 아예 대놓고 경쟁을 하게 된 이번 연말 무대가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놈이 ‘역대급’ 무대를 만들어 내 보겠다고 로드 엔터의 A&R 팀과 상의를 하는 동안, 원디어는 이번 활동에서 연달아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초동 100만 축하해!”
“지상파 1위 축하해!!”
컴백 둘째 주. 원디어의 초동 성적이 102만을 기록함과 동시에 마침내 지상파 음방에서 첫 1위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고마워요!”
“감… 감사합니다……!”
얼굴 가득 눈물로 범벅이 된 유찬희가 트로피를 들고 무대 아래쪽의 유어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비단 유찬희뿐만이 아닌 멤버들 모두 눈가가 붉었다.
-초동 102만장 진짜 미친 기록 아니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 너무 유어원도 자랑스럽고 원디어도 자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원디어 이제 진짜 기록으로 남았네 최소 연차 밀리언 너무 축하해
-진짜 울컥한다… 애들이 이번 앨범 가지고 나오기 직전까지도 애들 잘못도 아닌데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사고 많았던 거.. 그거에 대한 모두의 보상이 된 것 같아서 행복해
-너희가 우리에게 준 사랑만큼 우리가 너희에게 되돌려준 결과가 되었기를 바래
초동 집계 결과가 나온 날, 멤버들은 하루 종일 아워스와 위스퍼에 접속하며 팬분들의 메시지를 읽었다.
1년도 되지 않은 연차에 얻어 낸 밀리언이라는 결과. 말마따나 기록으로 남을 성과를 선물해 준 팬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도 유어원은 멈추지 않았다.
-데뷔부터 우리 애들 1위 가수 되긴 했다지만 난 원디어가 지상파에서도 트로피 든 거 너무 보고 싶어.. 문자투표 진짜 개빡세게 갑시다 이 기세 타고 가요
밀리언이라는 성과에 그치지 않고 팬분들이 서로를 독려하며 끝내 원디어에게 지상파 1위를 안겨 준 것이다.
“느껴져, 찰나의 감각, 감은 눈을 떠…….”
머리 위로 쏟아지는 컨페티와 다시금 흘러나오는 MR에 맞추어 노래를 하면서, 멤버들은 주섬주섬 무대 아래에서 매니저 형들이 건네주는 화관을 머리에 쓰고 꽃다발을 들었다.
거의 소맷자락이 다 젖을 정도로 질질 눈물을 흘리면서도 매니저 형들이 건네준 꽃다발에서 꽃송이를 하나씩 빼내어 서로의 머리카락이나 가슴팍, 단춧구멍 같은 곳마다 꽂아 넣는 우리를 바라보는 무대 아래의 유어원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게 보였다.
우리가 자진해 인간 화환이 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1위 공약……. 유어원들만의 꽃이 되기?
-인간 화환?
-좋다. 축하하는 의미의 화환!
이번 1위 공약으로 내건 것이 바로 이번 앨범의 콘셉트이기도 한 ‘꽃’이었기 때문이었다.
“벗어, 후, 나기 힘든 흐름 속 푸른 신드……. 와악!”
“엇, 미, 미안!”
때문에 미리 매니저 형들이 준비해 준 꽃다발을 풀어헤쳐 꽃을 빼내 서로를 장식해 주다가 눈에 차오른 눈물 때문에 꽃을 잘못 조준하기도 하는 식의 해프닝이 일어나, 멤버들은 울다가도 곧 누가 더 풍성한 인간 화환이 되는지 겨루기라도 할 생각인 듯 무대 위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까지 벌였다.
그에 노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내가 은근슬쩍 몸을 뒤로 빼 멀찌감치에서 노래를 이어 가고 있을 때였다.
“새로이 창조된 나의 세상에 소리 없이 새겨진 너라는…….”
“아, 우리 유하. 머리가 아직 예쁘네?”
문득 옆에서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장미가 좋겠지, 역시?”
“데이지도요!”
꽃다발에서 장미를 잔뜩 빼내 든 도지혁과 천세림이 달려들어, 나는 결국 그 추격전에 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 * *
“재밌었다~.”
“꽃, 꽃이 안 빠져…….”
“현진이 형……! 대체 제 머리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아, 미안….”
무대를 모두 끝내고 내려와 대기실에 들어선 멤버들은 각자 온몸에 붙어 있는 꽃과 꽃잎들을 떼어 내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 소란 속에서 나 또한 옷에 붙은 꽃줄기를 떼어 내고 있을 때였다.
“유하야, 잠시만.”
“……?”
나는 나를 부르는 매니저 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이거 봤어?”
“…….”
매니저 형이 내민 휴대폰 속의 화면을 보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A어워드 큐시트 유출된 거 다들 봄?」
-개빡쳤으니까 지금 말도 마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1뎌보다 론이 앞무댄지 누가 얘기해주실분;
예상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