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올팬은 대형 기획사의 일 처리를 증오하는 한편으로 사랑했다.
높은 콧대나 팬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기 싸움을 하려 드는 것, 팬덤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언제나 짜증스러웠지만.
“미친…….”
역시나 대형이 아니면 저런 아이돌 그룹이 어떻게 나왔겠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커다란 무대 위,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 앉아 있는 LON의 비주얼은 올팬이 심장을 부여잡게 하기 충분했다.
언제나 성공할 수밖에 없는, 핏이 잘 맞아떨어지는 검은 정장과 함께 가죽 장갑을 낀 LON의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로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깊어진 밤 감긴 눈의 그림자로 태어나
comes at midnight
기억을 헤집고 감히 허락도 없이 널 낚아
느린 심장 박동을 표현하듯 울리는 808 비트, 여유로우면서도 음산한 EP가 깔리며 대형 속에서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리더, 최한결이었다.
뭉쳐 있는 대형 사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최한결이 손을 내리고 팔을 뻗었다가 당기는 동작을 통해 그루비하게 리듬을 탄다.
이와 함께 뭉쳐 있던 대형은 빠르게 흩어져 각 멤버 하나하나가 전부 보이는 W 구성으로 변화하고, 앞에 선 채 비스듬한 미소를 머금은 닉과 박우빈의 차례가 돌아온다.
I’m your little rascal
평화를 가장한 작은 혼란과
낯선 선택지에 숨겨진 뻔한 함정
방심이 불러낸 messes 속
원했던 해답을 대신해
찾아와 질문이 된 존재
닉의 랩이 이어지는 동안 보컬의 악센트와 비트의 포인트에 맞추어 플로어 동작으로 군무를 이어 가던 LON은 박우빈이 앞으로 나오며 빠르게 대각선으로 대형을 변화시켰다.
그렇게 몸을 구부려 서로를 짚듯 손을 뻗은 멤버들이 천천히 앞을 향해 움직이고, 곧이어 박우빈의 파트가 끝나고 반씩 갈린 멤버들 사이에서 현지오가 걸어 나왔을 때 올팬은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마주한 순간 일어난 충돌이
피어난 순간 드러난 의심이
의도완 달라 더욱 기묘한 이 변화는
‘미친…….’
물기를 머금은 듯 살짝 젖은 채 얼굴 위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 그 사이에서 어딘가 몽롱하게 가라앉아 있는 듯하면서도 누군가를 쏘아보는 듯한 눈빛.
여유로운 목소리는 나른하게 내려앉아 음산한 EP와 더없이 잘 어우러졌고, 때문에 올팬은 정말로 홀리는 듯한 기분으로 현지오를 바라볼 수 있었다.
영원히 너를 바꿔
깨어나기 싫은 꿈에 잠겨
그렇게 올팬이 강렬한 몰입감을 느끼며 무대를 지켜보는 동안, 막내이자 메인 댄서인 리히토의 리드에 따라 V자로 뻗어진 대형은 다시금 천천히 흩어졌다.
직후, 웨이브를 활용한 동작과 함께 하모니가 이어진다.
Oh-oh-oh-oh
Oh-oh-oh-oh
무뎌지는 감각 속 너를 집어삼킬 Nightmare
침대 아래의 괴물, 너를 꿈꾸게 할 chaser
Oh-oh-oh-oh
Oh-oh-oh-oh
강렬해진 상상에 더욱 깊어지는 Nightmare
떠오르는 새벽빛 속 바래지 않는 fantasy
소름 끼치는 하모니 뒤로 나선 건 메인 보컬인 현지오와 리드 보컬인 최한결이었다.
황홀할 정도로 칼같이 맞아떨어지는 군무에 환호하던 올팬은 그러다 문득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 원디어…….’
원디어가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총 세 개로 나누어져 있는 무대. 가운데에 자리한 원형의 큰 무대 왼편에서 시작된 LON의 무대의 바로 맞은편, 오른쪽에서 원디어가 대형을 가다듬고 있었다.
곱게 바라볼 수가 없기에, 그녀는 다시금 LON에 집중하면서 저도 모르게 원디어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 연습생 생활을 거친 팀에게 나타나는 친밀도, 그에 따른 ‘합’ 맞는 스킬을 자랑하는 LON과는 달리 원디어는 쌓인 시간도, 추억도 없는 오합지졸일 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각기 다른 소속사에서 온 탓에 몸에 들어 있는 버릇이니 느낌도 전부 다른 만큼, 한 기획사에서 내보내는 그룹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말이 대중이 선택한 그룹이지 결국 얼떨결에 구성된 그룹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절대 LON이 질 일도 없고.’
무엇보다도 원디어는 어차피 해체가 약속되어 있는 그룹이었다.
멤버들의 태도나 팀에 대한 자세도 LON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터. 게다가 2년 차인 LON에 비교해 봤을 때 무대 숙련도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딜 보나 LON이 이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올팬은 다시금 견제하듯 원디어 쪽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의상을 입은 LON과는 달리 원디어는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얀색 시스루 장갑을 낀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숨을 가다듬는 듯하던 원디어가 고요한 눈빛으로 무대 건너편의 LON을 바라보는 동안, 1절이 끝났고.
fee-faw-fum, yeah, i’m that trouble
네 부름에 찾아온 Prick
한 번의 trick으로 배팅에 성공해
“……!”
카메라가 돌려지고 포커스가 맞춰진 순간, 팀 전체에 어려 있던 고요함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원디어 멤버들이 흩어져 무대를 장악하는 것을 본 올팬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가라앉아 있는 듯했던 분위기가 푸른 조명이 비춰지는 것을 계기로 확 살아남과 함께 멤버들의 눈에 빛이 감도는 것을 본 순간, 그녀 또한 압도감을 느낀 것이다.
팀의 막내라던 유찬희가 파워풀하게 앞으로 치고 나온 후, 나른한 눈빛의 주단우가 랩을 이었다.
짜고 치는 게임인 걸 알고 있어도
자꾸 눈을 감게 되는 위험한 이 play
지나친 존재감을 두려워하면서 또 원해
랩을 끝낸 두 명이 군무로 흡수되고, 또 한 번 두 명의 멤버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멤버를 본 순간 올팬은 경계심을 바짝 세웠다.
‘원유하다.’
그녀 또한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강현진과 함께 드디어 원유하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직후, 원유하가 강현진과 교차로 서로 엇갈리듯 웨이브하며 입을 열었을 때.
“…….”
그녀는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오의 음색은 축축하게 젖은 채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묵직하게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느낌이었고.
그리고 원유하는….
끌어당겨지는 이 느낌, 벗어날 수 없는 feeling
그 속에 또 한 번 시작된 멈출 수 없는 Gamble
가볍게 속삭이는 목소리, 그렇기에 더욱 꿈결 같은 음색.
귀를 스치는, 감각하기도 전에 귓가를 파고드는 듯 유려하면서도 나긋한 보컬. 그렇기에 더욱 유혹적인 느낌, 그러나 그런 목소리와는 달리 눈빛만은 형형하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를 바로 잡아먹기라도 할 듯 위협적인 존재감.
뒤를 이어 강현진에게 파트를 넘기고 또 한 번 군무로 흡수되는 원유하에게로 시선을 옮기던 그녀는 흠칫 놀라 다시금 정면을 바라보았다.
마주한 순간 일어난 충돌이
피어난 순간 드러난 의심이
의도완 달라 더욱 기묘한 이 변화는
영원히 너를 바꿔
깨어날 수 없는 꿈에 빠져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대형을 바꾸는 멤버들 사이, 천세림과 도지혁의 파트가 이어진다.
장난기 어린 음색과 짙은 음색이 한데 어우러지는 동안 귀를 사로잡는 에이든 리의 화음이 깔리고, 그 뒤를 이어 멤버들은 누구 한 명 뒤떨어지는 사람 없이 ‘합’ 맞는 움직임을 보이며 후렴구에 맞춘 군무를 이어 간다.
Oh-oh-oh-oh
Oh-oh-oh-oh
무뎌지는 감각 속 너를 집어삼킬 Nightmare
침대 아래의 괴물, 너를 꿈꾸게 할 chaser
Oh-oh-oh-oh
Oh-oh-oh-oh
강렬해진 상상에 더욱 깊어지는 Nightmare
떠오르는 새벽빛 속 바래지 않는 fantasy
2절의 후렴구를 소화하는 것은 팀 내 메인보컬 라인이라고 불리는 원유하와 에이든 리였다.
멤버들의 하모니 뒤로 각자의 음색을 살린 보컬이 이어지며, 그러는 동안 화려한 더블링이 포인트를 준다.
2절이 끝남과 함께 조명은 다시금 색을 바꾸어 왼편과 오른편의 모두를 비춘다. 하얀 조명 빛을 받으며 두 팀은 중앙의 큰 무대로 걸음을 옮긴다.
I know what you want
이 new vision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
서두르지 않아 더 위험한 이 접근
경계선을 넘어 찾아드는 걸음
깜빡이는 빛 가빠지는 숨
교묘한 trap 속 더 가열되는 분위기
완벽한 trick에 넌 빠져들어 더 깊이
3절의 시작을 끊은 닉의 랩에 이어 카메라는 유찬희와 주단우를 비추었다. 서로 주고받듯 이어진 3명의 파트, 마침내 중앙에 모인 LON과 원디어.
세 명의 래퍼가 서로를 마주 보며 마지막 소절을 소화해 낸 후, 각 팀의 댄서라인인 리히토와 박우빈, 강현진과 도지혁이 나와 댄스 브레이크 파트를 이어 간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군무 속, 나누어져 있다가도 다시금 합쳐지는 두 그룹의 멤버들.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여 이루어지는 기묘한 조화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마침내 노래는 브릿지에 와 닿는다.
넌 부르고 난 거기 응답했을 뿐
절대 끝나지 않을 이 밤
실은 망쳐 줄 존잴 원했단 걸 알아
댄스 브레이크가 끝나고 양옆으로 나뉜 멤버들. 팀대로 자리를 잡은 두 그룹 사이에서 양옆에 현지오와 원유하를 둔 채 빠져나온 에이든 리가 개성 있는 음색으로 가라앉은 비트 속에서 분위기를 잡아낸다.
그리고 옆으로 빠진 에이든 리의 뒤를 이어, 동시에 앞으로 나온 원유하와 현지오가 서로를 바라보고, 그들이 노래하는 순간.
단둘이 존재하는 이곳의 주도권을 쥔
this Nightmare-!
“……!”
소름 끼치는 감각에 올팬은 몸을 떨었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두 보컬이 동일한 파트를 소화해 내며, 그 목소리가 공연장 전체를 가득 메운 것이다.
마이크 없이도 공연장을 뚫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압도적인 성량과 그보다 더욱 놀라움을 주는 음색.
“와아아아!!!!”
두 보컬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섞여 들여가면서도 서로가 지지 않겠다는 듯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에 공연장의 관객들에게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어울리는 음색, 그러나 누구 한 명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 그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
순간적으로 그녀는 보고 말았다.
‘…웃어?’
그 끝에서 미소 짓고 마는 두 보컬을.
얼핏 튀어나온, 그 도발적인 미소 뒤로 두 보컬은 각자의 팀으로 흡수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후렴구.
Oh-oh-oh-oh
Oh-oh-oh-oh
무뎌지는 감각 속 너를 집어삼킬 Nightmare
침대 아래의 괴물, 너를 꿈꾸게 할 chaser
Oh-oh-oh-oh
Oh-oh-oh-oh
강렬해진 상상에 더욱 깊어지는 Nightmare
떠오르는 새벽빛 속 바래지 않는 fantasy
달아오른 비트 속에서 LON과 원디어는 한 소절씩 파트를 주고받는다. 함께한 하모니에 이어 최한결이 강현진에게 파트를 넘기고, 또 한 번의 하모니를 끝으로 리히토가 천세림에게 파트를 넘긴다.
그러는 동안 보컬 라인들은 서로 하이와 미들, 로우로 화음을 채워 넣으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 마지막 후렴구를 더더욱 화려하게 채워 냈다.
서로 거리를 두고 있던 멤버들이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안쪽으로 당겨지듯 모이며, 열두 명의 멤버들은 두 줄로 나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다시금 나타난 원유하와 현지오.
Trust me, my dreamer
we will be your sweetest dream
(oh, oh, oh, oh…)
서로를 살피는 듯한 시선 속, 속삭임으로 마무리된 파트. 어느새 다시금 흑과 백으로 나뉘어 선 멤버들의 대치와 함께 무대는 끝을 맺었고.
“와아아아!!!!”
“지오!!”
“유하!!!!”
거친 환호성과 함께 각 팀의 멤버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공연장 내부에 울린 순간에야 올팬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흐르는 전율 속에서 올팬은 느꼈다.
오늘의 무대는 역대급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며.
‘…미치겠네.’
피오니와 유어원의 대치도 꽤나 오래가게 될 것이라고.
오늘, 어떤 팀도 승리하거나 패배하지 않았다는 걸 두 팬덤 모두가 느꼈을 테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