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9)
“…….”
“…….”
우리는 누구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팀이 결성된 지 이제 겨우 이십 분째였으나 팀의 분위기는 타 팀과 비교했을 때 이미 삭막하게 말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팀원 모두가 앞으로 펼쳐질 지옥의 조별 과제를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일이 왜 이렇게 된 거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잘해 보자며 나름대로 화기애애하던 팀 분위기가 갑자기 틀어진 건, 곡과 창작 분야를 선택할 때였다.
* * *
“우리 잘해 봐요!”
“우리 팀 파이팅!!”
“꼭 1등 해서 베네핏 표 타 갑시다!”
분명 팀 분위기는 초반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최종 결성된 팀의 밸런스가 그닥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A등급 둘에 B등급 둘, C등급, D등급, F등급이 각자 한 명씩.’
모든 클래스가 포함된 팀이었으나, 전체적인 실력은 타 팀에 비해 조금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단우는 D클래스에서 보컬 리더 감투를 쓴 데에 더해 차미나에게 칭찬을 들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고, F등급 연습생도 등급 재평가 당시의 실수 때문에 하락했을 뿐이지 처음으로 받은 등급은 B등급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와아아!”
“와아아악!! 단우 형, 최고!”
달리기로 결정된 곡 초이스 순서 배틀의 주자로 나선 주단우는 생각지도 못했던 운동 신경을 보여 줘 2등이라는 쾌거를 이뤄 냈다.
총 7개의 곡을 14팀이 나누어야 하는 만큼, 곡을 선택하는 순서는 빠를수록 좋았다. 그런 와중에 주단우가 2등을 가져왔으니 우리는 별다른 걱정 없이 편안하게 하고 싶은 곡이나 생각해 두면 되는 거였다.
즉, 모든 부분에서 우리는 초반부터 꽤 좋은 입장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팀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 건 바로 개별 평가 당시 전문가들에까지 호평을 들어 낸 에이든 리의 존재였다.
당시 수준급의 편곡 실력을 보여 준 데다가 보컬과 댄스 모두 A클래스다운 탄탄함을 보여 주고 있으니, 놈은 명실상부 이 팀뿐만이 아닌 [디어돌>의 에이스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팀원들은 이미 그룹 배틀에서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싱글대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자신들이 대놓고 기대고 있던 에이든 리가 폭탄 발언을 하기 전까지는.
“저 편곡, 가사, 안무 다 하고 싶어요.”
“어?”
“으응?”
그 말에는 나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놈이 한 말은 정말로 폭탄급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자신감이지? 이놈은.’
우리들이 당황과 경악 그 사이에 있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든 말든, 에이든 리는 해맑은 얼굴이었다. 뭐가 문제냐는 것처럼.
“분야 하나당 천 표씩이면 세 개를 다 선택하면 베네핏 삼천 표 붙잖아요. 그럼 세 개 다 하는 게 이득인 거 아니에요?”
“아니, 아니, 이든아. 그건 그렇긴 한데…….”
B클래스인 박원효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설마 에이든 리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왜요? 싫어요?”
“아니, 싫다는 건 아니고…….”
“그럼 좋다는 거예요?”
“아니, 그것도 아닌…….”
“응?”
에이든 리가 어리둥절하다는 듯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반응에 우리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침묵했다.
뭔가… 눈앞에 실시간으로 고생길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
나는 침묵하는 팀원들 사이에서 지끈거리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서로 눈치를 보는 가운데에서도 에이든 리는 자신의 말에 왜 다른 팀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기색이었다.
물론 에이든 리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 말대로 파트는 더 많이 선택할수록 좋았으니까.
“그… 런데 우리, 그렇게 세 개 다 선택해서 한다고 쳐도……. 우리 앞으로 딱 일주일 안에 그 창작 미션을 다 해야 하는데, 시간 부족하면 어떡해?”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겼을 경우’에 한해서였다.
“뭐 하나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고 무대 올라가면 우린 그냥 그 자체로도 마이너스야. 지면 베네핏이고 뭐고 없다고.”
“나도 태영이 말에 동감. 차라리 한 가지만 선택해서 집중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욕심내다가 다 망하면……. 가뜩이나 난 F등급이라 위험한데 그러다 망하면 1차 미션 끝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좀 그래.”
오랜 침묵 끝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B클래스인 김태영과 F클래스인 황영오였다. 팀의 핵심 멤버이자 인지도가 높은 에이든 리의 눈치를 보는 듯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는 투였다.
나 또한 그들의 말에 수긍했다. 그의 말마따나 지금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느냐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이 미션의 함정도 거기에 있었으니까.
‘베네핏에 눈이 멀어 능력 이상의 과제를 선택하는 건 악수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몇 배의 베네핏 표를 한 번에 날리게 되는 거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리스크를 짊어지고 선택하느냐, 아니면 안전한 길로 향하면서 한 분야에만 온전히 집중하느냐. 현재 모든 연습생들이 당면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고, 그 두 가지 선택지 중 현재 팀원들의 의견은 후자 쪽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에이든 리는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형들 자신 없어요?”
“어?”
“흠, 우리 다 도전하려고 [디어돌> 참여한 거 아니에요? 우리 어차피 매일 기여도 체크해야 되잖아. 그럼 크든 작든 뭔가를 해야 하는데, 형들 놀 거예요?”
“…….”
에이든 리의 말투는 공격하는 듯한 어조는 아니었다. 덤덤하게 정말 궁금한 것을 묻는 듯한 목소리에 말을 꺼냈던 두 명이 얼떨결에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을 타고 에이든 리는 가벼운 투로 말을 이었다.
“편곡은 내가 할 수 있어요. 그럼 가사랑 안무는 남은 멤버들이 각자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형들은 춤을 잘 추니까 안무 쪽을 담당하면 되고, 단우 형은 원래 랩을 하는 사람인 데다가 유하는 노래를 잘하잖아. 가사 쪽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고.”
그리고 에이든 리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쯔쉬안을 바라보았다.
“그쪽도 뭔가 할 수 있으니까 단우 형이 데려온 거 아니에요?”
쯔쉬안은 당황한 얼굴로 눈만 끔뻑거렸다. 주단우의 지목으로 팀에 합류하게 된 쯔쉬안은 아까부터 어떤 의견도 내놓지 못한 채로 조용히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였다.
“네? 아…….”
에이든 리의 물음에 쯔쉬안은 잠시 당황하다가 곧 주단우에 이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뭔가 도움을 구하기라도 하는 듯이.
주단우의 얼굴이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처럼 굳은 데 반해 나는 그에게 살짝 고개를 저어 보였다. 딱히 부담 느끼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뜻이었다.
‘에이든 놈 뜻에 딱히 끌려갈 이유도 없고.’
어찌 되었든 그룹 미션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각자 의견을 내서 다수결로 가는 게 옳지.
그런 마음을 담아 고개를 저었던 것인데, 쯔쉬안은 나를 보고 순간 굉장히 갈등하는 표정을 짓더니.
“…저, 할 수 있어요! 안, 안무 할 수 있어요. 월말 평가에서 창작해 봤어요.”
갑자기 뭔가 다짐이라도 한 것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창작 평가에 손을 보태겠다는 의견을 보내 왔다.
“거봐, 할 수 있다잖아. 그럼 형들도 할 수 있는 거 맞죠?”
그 말에 에이든 리는 신이 난 것처럼 씩 웃고는 다시 박원효, 김태영, 황영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시선을 받은 세 명이 몸을 움찔 떨자, 에이든 리가 힘을 주어서 다시 한번 물었다.
“할 수 없어요?”
“어?”
“못 해요?”
그 말에 세 명의 시선이 에이든 리와 주변에 포진해 있는 카메라를 한 번씩 훑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들이 해야 하는 말은 뻔했다.
“…아, 아니!”
“아니, 할 수 있지! 누가 못 한대?”
“어, 어어! 할 수 있지!”
세 연습생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에이든 리가 천연덕스럽게 분위기를 몰아가는 바람에 결국 뜻을 꺾은 거다. 카메라에 자신들이 소극적인 연습생들로 비출까 겁도 좀 났을 테고.
그다음으로 에이든 리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나와 주단우였다.
“유하랑 형도 괜찮지?”
“…열심히 해 볼게!”
“…네 마음대로 해.”
결국 주단우까지도 기세에 밀려 저도 모르게 도전 정신을 가지게 된 듯해, 나는 가장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에이든 리의 완승이었다.
* * *
창작 분야 선택이 끝난 후, 이어진 것은 그룹 배틀을 펼칠 곡 선택 시간이었다. 첫 번째로 나선 건 도지혁과 천세림 팀으로, 그들은 오래 상의하지도 않고 섹시 콘셉트를 앞세운 보이그룹의 곡을 받아 갔다.
그다음으로 나선 건 우리 팀이었다.
“2조, 선택하실 곡은 정하셨습니까?”
MC에게서 마이크를 받아 든 에이든 리는 푯말에 쓰여 있는 곡들을 한 번씩 훑었다. 그러고는 어느 한 푯말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나 루미엘 선배님들 곡 하고 싶어요.”
또 한 번의 폭탄 발언을 했다.
“어?”
“루, 루미엘?”
…기껏 뽑은 기회를 날리고 보이그룹 대신 걸그룹의 노래를 선택하고 싶단 거였다.
‘이 자식 진심인가?’
나는 살짝 당황해 일견 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에이든 리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보이그룹을 론칭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그룹 평가의 테마곡으로 끼워진 걸그룹 노래는 대부분 페널티에 가까웠다.
애초에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키도 맞지 않고, 콘셉트조차 너무 많은 차이가 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남자 연습생들은 대부분 걸그룹 노래를 평가곡으로 쓰는 걸 기피하곤 했다.
당연했다. 위험한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무난하게 보이그룹을 선택하면 키나 콘셉트 등을 너무 많이 바꿀 것 없이 약간의 변주로도 묻어갈 수 있으니, [디어돌>의 연습생들은 대부분 보이그룹의 곡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에이든 리가 보이그룹의 곡을 선택할 거라 생각하고 있던 건데, 설마 이놈이 이렇게까지 허를 찌를 줄은 몰랐다.
“2조, 무슨 일이죠? 선택하셨습니까?”
MC가 술렁이는 우리 팀의 기색을 읽고는 흥미롭다는 듯한 얼굴로 재촉해 왔다. 에이든 리는 당황한 우리를 두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믿어?”
…믿겠냐?
우리가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자, 에이든 리가 씩 웃었다.
“알겠어, 알겠어. 못 믿겠지. 근데 한 번만 믿어 줘요. 나 잘해.”
“…너 잘하는 건 아는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빠져 있을 생각이었는데, 누구도 제지하지 않으니 에이든 리의 폭주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에는 에이든 리의 기세에 다들 얼떨결에 넘어가고 말았지만(베네핏에 혹한 이유도 있을 테고), 곡 선택만큼은 제대로 된 이유를 들어야 했다.
괜한 치기에 말려 다들 망하게 둘 순 없었으니까.
‘…내 목표가 빠른 방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건 내 목표일 뿐이었다.
다른 연습생들은 [디어돌>을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온 놈들이 많았다. 그런 놈이 우리 팀에도 있지 않나.
“…….”
주단우 말이다.
‘…같이 무대하자고 불러냈는데 이 팀이 망하면 좀 곤란하다고.’
나는 카메라를 흘긋 보고는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절대 갈등 구도가 아닌 생산적인 토의로 보일 정도의 어조를 만들어 내 말을 이었다.
“뭘 계획하고 있는 건지는 말해 줘. 우린 네가 그리는 그림을 몰라. 설명해 주지 않으면 계속 불안해할 수밖에 없어.”
“아, 흠. 이해했어.”
에이든 리는 내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는 모양이었다.
“음, 내 계획은.”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듯, 잠깐 침음했다.
하지만 에이든 리는 곧 뭘 말해야 할지 떠오른 것처럼 인상을 펴고 씩 웃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나를 콕 집더니.
“유하를 메인 보컬로 만드는 거야.”
“…뭐?”
…마지막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