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Happy birthday~!”
“생일 축하해요, 형~!”
나는 폭죽에서 튀어나온 색종이와 꽃가루를 맞고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채 눈앞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멤버들 사이, 평소와 어딘가 다른 숙소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이게 다 뭐…….’
연습을 위해 회사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휑했던 거실은 어느새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벽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이니셜 풍선이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붉은 양말이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 온갖 곳에 엉성하게 붙어 반짝거리는 알전구들 하며, 어느새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트리까지. 신이 나 준비했다는 게 보이는 장식들이었다.
“surprise! 놀랐지? 놀랐지?”
“이건 다 언제…….”
대체 언제 이렇게 거실을 꾸민 건지 의아해하는 내 물음에 대답한 건 유찬희였다.
“휴, 준비하느라 진짜 힘들었어요. 형 생일 당일이랑 그 전날은 스케줄이 있으니까 뭘 못 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그 전에 깜짝파티를 해 주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상상 이상의 집돌이였지, 유하는.”
“산책도 안 나가더라…….”
“편의점도 안 나가고.”
나와 같은 방을 쓰는 강현진과 에이든 리가 내 외출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던 듯, 두 명이 약간은 질린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형은 집에만 있으면 안 답답해요?”
“스케줄 때 충분히 밖에 있으니까…….”
나는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숙소에 필요한 건 대부분 매니저 형들이 때마다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구비해 주는 데다, 딱히 밖에 나가 할 일도 없어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회사와 숙소만 반복해서 오갔을 뿐이었는데 멤버들이 설마 내가 집을 비울 틈만을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에 유찬희의 뒤를 이어 천세림이 한탄하는 듯한 어조로 툴툴거렸다.
“이번에도 첩보 수준이었다고요, 저희. 밥 안 식게 정식이 형한테 형 집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본 다음 저녁 준비하고, 불도 끄고 숨죽여서 대기 타고….”
“…이쯤 되면 깜짝파티 중독 아니냐?”
나는 머쓱한 기분에 괜히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거실을 둘러보았다.
지난번 에이든 리의 생일에도 놈 모르게 치밀하게 케이크를 공수해 오고, 11월에 있던 주단우의 생일에도 따로 단톡방을 만들어 그가 가지고 싶어 했던 농구공 선물을 주도했던 천세림이었다.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멤버들과 소통하며 파티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적절한 서프라이즈는 감동을 주는 법. 그리고 뭣보다 이번에는 형이 일본에서 저희한테 보여 주었던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었… 헤헤, 형 저 때릴 거예요?”
“…어떻게 하면 잊어 줄 거냐?”
“형, 사랑이 어떻게 잊혀요?”
“됐다…….”
나는 부러 불쌍한 눈을 하면서도, 또 한 번 실실거리는 천세림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결국 한숨을 푹 쉬고 말았다. 일본에서의 내 술주정 이후 천세림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잊을 만하면 그 이야기를 입에 담는 중이었다.
‘성인 되고 나서 보자…….’
아예 술을 안 마시는 게 베스트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인이 된 천세림이 어떤 술주정을 가지고 있든 그것을 꼭 알아내 맞응수해야만 저 입을 다물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유하야.”
문득 나는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아니, 이렇게까진…….”
곧 케이크 위에 올려진 불붙은 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숙소로 들어오는 동안 축하를 받았는데 굳이 초까지 불 필요가 있나 싶은 기분에 나는 순간 머뭇거렸지만.
“아~ 팔 부러지면 어쩌지? 초 다 타서 케이크 위에 촛농 떨어지면 먹기도 힘들 텐데…….”
“안 돼, 지혁이 형 팔 부러지면 춤은 어떻게 추고 활동은 어떻게 해요~!”
“형, 생일에는 촛불에 불 끄고 소원 비는 게 국룰이라고요. 얼른 빌어요, 얼른!”
“…….”
케이크를 들고 있던 도지혁, 그 옆의 천세림의 능청과 유찬희의 성화에 결국 마지못해 케이크 앞에 서야 했다. 그러자 곧 케이크를 빙 둘러싼 채 멤버들이 장난스럽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줘, 나는 어색하게 노래가 끝이 날 때를 기다려야 했다.
“눈 감고!”
그리고 초를 불기 전, 에이든 리가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통에 결국 눈까지 감았고.
‘…뭘 빌지?’
하지만, 막상 그렇게 눈을 감고 나서도 나는 선뜻 무언가를 빌지 못하고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소원을 빈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던 것이다.
원하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어릴 때는 소원이 너무 많아 꼽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 대가를 지불하고 이룬 소원도 너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괜한 일에 마음을 쏟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으니까.
“유하야, 빨리!”
“초 다 녹아~!”
“…….”
하지만 귓가에서 들려오는 재촉에 나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었고.
“와~!”
끝내 하나의 소원을 떠올리곤 촛불을 불었다.
소원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어쩌면 소박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이루어지기 가장 어려운 것을.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야.”
“앗, 들켰다.”
나는 또 한 번 휴대폰을 들이밀고 있는 천세림을 마주하고는 눈을 치켜뜰 수밖에 없었다. 놈이 눈을 감고 있는 나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형은 진짜 낭만이 없다니까. 원래 이런 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하는 거라고요~!”
“기록도 좋은데, 다음부턴 허락받고 찍어.”
나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투덜대는 천세림에게 그렇게 말하곤 현관을 벗어나 멤버들과 함께 거실 안쪽으로 들어왔다.
“……?”
그리고 그제야 확인한 상차림에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치킨, 피자, 파스타… 케이크… 된장찌개… 갈비찜… 밑반찬?’
어쩐지 기묘한 동서양의 조화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던 것이다.
내 의문을 풀어 준 건 주단우였다.
“저번에 [K밥 아이돌>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 꼽을 때 집밥이라고 했던 것 같아서…….”
주단우가 약간은 쑥스러워하는 듯한 기색으로 조용히 입을 연 것이다.
나는 그제야 ‘UTOPIA’ 활동 때 나갔던 [K밥 아이돌>에서 각자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은 적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내가 대답한 건 활동을 시작한 이후 먹기 힘들어진 ‘집밥’이었다는 것도.
‘어쩐지 그다음부터 숙소에 있으면 배달보다는 최대한 밥을 해 주려고 하는 것 같더니.’
그 말을 귀담아들었던 모양이었다. 본인도 스케줄 때문에 매번 밥을 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나는 문득 즐거워하는 멤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거실을 꾸미고 음식을 준비하고 매니저 형과 양동작전을 벌이는 등, 오늘 하루종일 나 몰래 최선을 다한 놈들을.
“…….”
그 뿌듯한 얼굴들을 보며 나는 괜히 말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고마워요, 다들. 축하해 줘서.”
어색하다고 해서 고맙다는 말을 안 하기에는 받은 게 너무 컸으니까.
“하, 뿌듯하다.”
“이거지, 서프라이즈의 맛이란.”
“됐으니까 앉아서 빨리 밥 먹어. 기다리느라 저녁 안 먹었을 거 아니에요.”
“앗, 맞아~! 나 단우 형 갈비찜 궁금해!”
“형, 먼저 케이크부터! 생일자는 케이크부터~!”
“알았어.”
그제야 멤버들은 상을 두고 둘러앉으며 하루종일 열심히 준비해 왔던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 안에 섞여 유찬희의 성화에 가장 먼저 케이크를 잘라 먹었고.
“와, 이거 맛있다.”
“단우는 진짜… 요리계의 큰 손을 우리가 아이돌계로 빼돌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
“하지만 단우 형을 요리계에 빼앗겼으면 그건 그거대로 아이돌계의 큰 손실이었을 텐데…….”
“역시 원디어 주단우로 남아 줘서 고맙지, 그렇지.”
“고마워…….”
그렇게 상차림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주단우를 칭찬하며 멤버들이 저녁을 먹던 때였다. 사진을 정리하듯 잠깐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천세림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형, 오늘 어디 갔었어요?”
라며 천세림이 내게 휴대폰을 내밀어, 나는 화면을 확인해 본 후 아, 하고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미친 원유하 또 전광판 투어 돔;
위스퍼에 목격담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 * *
“…하.”
“하아…….”
홈마와 직장인 팬은 서울의 한 파티룸에 모여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지쳐 보이는 기색으로 두 명은 중얼거렸다.
“인생은 덕계못인 걸까?”
“…아무래도 그렇지…….”
24일, 원유하의 생일이자 가요전쟁 날에 맞추어 모인 두 명이 어두운 얼굴로 한탄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원유하 전광판 돌면서 하나하나 다 메모 남겨두고 간 거 진짜 실화냐고ㅠㅠㅠㅠㅠㅠㅠ
-나 유하 전광판 갔을 때 왜 전광판 아래에 꽃이 있나 했는데 이거 원유하가 팬들 가져가라고 둔 거라며 진짜미친거 아니냐 이.. 이 원수종 어떡함????
-지 생일 축하해줘서 팬들한테 고맙다고 전광판마다 하나하나 다 다른 문구로 메모 남기면서 그 밑에 팬들 가져가라고 꽃 놓고가는 원떤남자… 어떻게 생각해?
-나 진짜 원유하가 유어원 너무 사랑하는 거 볼 때마다 심장 터질 것 같음
22일, 원유하가 자신의 생일 이틀 전 돌아다녔던 전광판에는 그들이 합동해 올린 전광판도 있었던 것이다.
“…[디어돌> 때도 놓쳤는데.”
“그때는 언니,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잖아…….”
“애들… 센서빌리티 전시회 때도 첫날 못 갔고…….”
“…언니 연차 다 썼으니까…….”
최애가 어디에 출몰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걸 알면 사생이지.
그렇기에 길거리를 지나다가 최애를 만나는 일은 그해의 모든 운을 끌어다 쓴 것과 다름없게 느껴지는 법이었고, 모든 팬들이 꿈꾸는 이상이기도 했다.
때문에 계를 못 탔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뼈아팠다.
“…근데 우리 거기 10분 전에 갔었잖아.”
“…….”
원유하가 도착하기 10분 전, 둘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 아무리 봐도 진짜 너무 예뻐. 사진 셀렉 잘했다.
-유하도 보러와 줬으면 좋겠다… 근데 요즘 진짜 피 터지게 바쁘니까 아마 못 오겠지….
-사람들이 인증 샷이라도 많이 찍어 가서 유하에게 닿기를 빌어보자…. 어, 시간 다 됐다. 웨이팅 끝났다고 오래, 빨리 가자.
식당에 웨이팅을 걸어 두고 잠시 자신들이 걸어 둔 전광판을 보러 갔던 두 명은, 대기가 끝났다는 알림을 받고 후다닥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난 후 보게 된 것이다.
-지금 XX역에서 나 원유하 본 듯;;;;
자신들의 최애가 그들이 떠나고 난 이후 지하철역에 들렀다는 목격담을.
그에 혼비백산해 달려갔을 때, 두 명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전광판 앞과 원유하가 팬들이 가져갈 수 있게끔 준비해 두었다는, 원래는 꽃이 꽂혀 있었을 빈 종이 박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정성 대박이야. 어떻게 이렇게 바쁜데 전광판을 다 도냐…….”
“나는 가끔 원유하가 무서워… 얘는 대체 어느 행성에서 온 아이돌이야?”
“난 필이 짜르르 왔어. 다신 이런 사랑 내게 없어……. 원유하는 나의 First이자 Last 덕질이 될 거야.”
“양심 있어? First는 아니지.”
“…무슨 소리야? 사고 친 놈들은 이미 내 인생에서 삭제됐어.”
아, 그럼 인정이지.
직장인 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직전의 최애였던 플로이어의 성진을 비롯해 그녀 또한 쓰레기를 여럿 파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원유하의 팬사랑은 더더욱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 또한 오랫동안 K팝을 파 왔지만, 이 정도로 정성이 가득한 팬 사랑을 받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원유하가 자신들이 올려 둔 전광판에 쓰고 갔던 메모의 문구를 떠올렸다.
「잊지 못할 스무 살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기쁘고 행복한 만큼, 그리고 이 추억이 제게 뜻깊은 만큼 더욱 즐거운 일만 가득한 연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 즐거움을 드릴 수 있게끔 노력할게요.」
“효자 같으니…….”
평소 말 한마디를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원유하이니만큼, 메모에 눌러쓴 말들이 진심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심으로 팬들이 보내 주는 사랑에 기뻐하는구나, 그걸 정말로 돌려주려고 노력하는구나를 알 수 있었던 건 메모뿐만이 아닌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전광판을 보고 전광판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속 팬들의 메시지를 주의 깊게 읽고 갔다는 팬들의 목격담이었다.
‘그 시간에 쉬고 싶었을 텐데.’
모든 아이돌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말. 단 한 시간의 휴식도 소중할 텐데, 오후 시간을 할애해 팬들에게 ‘자신이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노력한 원유하가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유하, 축하는 좀 제대로 받으려나…….”
“그래도 단우가 미역국 끓여 주지 않았을까? 단우 성격이면 아침밥은 해 줬을 것 같기도.”
때문에 원유하가 더욱 행복한 생일을 보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바쁜 연말 가요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바쁠 원유하가 생일을 생일답게 보낼 수나 있으려나, 홈마와 직장인 팬이 고민할 때였다.
“아, 시작한다.”
이어지는 가요전쟁 무대를 보며 두 명은 문득 웃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
생각해 보니 원유하에게 진심인 건 딱히 팬들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