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띵동!
“……?”
1월 1일. 새벽녘에나 겨우 잠이 든 나는 귀를 뚫고 들어오는 듯한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채 눈을 떴다.
빛에 예민한 강현진이 쳐 둔 암막 커튼으로 인해 방 안은 어두웠다. 그 사이로 홀연히 은은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시스템 창이 떠올라 있었다.
「연차별 활동 업적 성공!」
‘…아.’
나는 시스템 창을 보자마자 자세를 바로 했다. 기다리던 게 드디어 뜬 것이다.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데뷔 후 첫 지상파 1위를 수상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운 +30point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미니 2집 활동으로 최소 연차 초동 100만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해 내며 ‘역대급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운 +30point, 스텟 랜덤 상승권(1회)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국내 굴지의 음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타내 그해 가장 뜻깊은 성과를 이뤄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운 +30point, 블랙 해킹: 날조와 루머 사이(1회)
「연차별 활동 업적 달성에 성공하여 □■ □■□가 지급됩니다.」
나는 지난번 매니지먼트 팀을 갈아치우기 위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포인트를 소모한 상태였다. 때문에 다시 든든하게 채워진 운 포인트에 안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블랙 해킹?’
그와는 반대로 이어지는 보상 릴레이 속에 아무렇지 않게 끼어 있는 심상치 않은 이름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보가 아예 공개돼 있지 않은 보상을 준다고?’
거기에 더해 아예 깨진 것처럼 이름이 온통 가려져 있는 보상 하나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나는 찝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은 언제고 내가 ‘꼭 쓸 일이 있는’ 아이템만을 보상으로 내려 주곤 했다. 그러니 ‘블랙 해킹’이라고 이름 붙여진 보상은 내가 곧 쓸 일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이건…….’
보상에 대한 확인을 위해 내가 현재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확인한 나는 ‘□■ □■□’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낯선 보상의 세부 정보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 □■□」
□□□의 ■■만이 쓸 수 있는 □■ □■□
발동 조건이 충족될 때 사용할 수 있다.
발동 조건: ‘사용자’의 ■□이 □□되었을 때
발동 페널티: ‘사용자’의 ■□이 □□□에 더욱 가까워집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군.’
맥락만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을 뿐, 쓸 만한 정보는 조금도 없는 세부 정보만이 확인이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떤 아이템이 내게 주어진 것인지, ‘발동 조건’과 ‘페널티’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조금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이 아이템이 필요해질 ‘때’를 시스템이 판단한다는 것은 대충 알게 됐지만.’
발동 조건이 있다는 건 내게 이 아이템이 필요해질 ‘때’ 시스템이 정보를 풀어 준다는 뜻일 터였다.
물론 이 ‘□■ □■□’라는 게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룰렛권처럼 내가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의문들 속에서도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양날의 검이다.’
지금까지 시스템이 내게 내려 준 보상들은 ‘상’의 개념보다는 나를 시스템이 설정한 이후의 ‘단계’로 끌어당기기 위한 미끼에 가까웠다.
내게 분명한 도움이 되어 준다지만, 한편으로는 뒤통수를 쳐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하는 일종의 강제성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보상들 중 직접적인 ‘페널티’를 가지고 있던 것은 없었다.
‘돌발 미션을 일으켰던 붕붕드링크도 확률 기반의 경고성 문구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찜찜한 보상일 수밖에 없었다. 의미심장한 문구와 페널티가 다수 붙어 있는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아이템임은 확실해 보였으나, 그만큼의 대가도 받아 갈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시스템 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으으으…….”
나는 문득 옆에서 들려온 앓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불을 들고 아침나절에 비척비척 방으로 기어들어 왔던 에이든 리가 제 침대 위에서 꾸물거리며 신음을 뱉고 있었다.
‘…됐다.’
순간 맥이 탁 빠질 정도로 평화로운 광경에 나는 우선 찜찜한 보상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기로 했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미래를 끝없이 추측하며 매사 걱정에 빠져 있는 것보다 비효율적인 건 없었고, 뭣보다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해장해요, 다들.”
일단 이놈들을 해장시켜 주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 * *
“우리 이제 뭐 해?”
“흠.”
비척비척 일어나 주단우가 끓여 준 황태 해장국으로 대충 속을 달랜 후, 외출을 한 도지혁을 제외한 멤버들은 모두가 거실에 모여 앉은 채 서로의 얼굴만 멀뚱대며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 이제 내가 뭐 하고 쉬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
“데뷔한 다음부터는 거의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이 잘 없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멤버 모두가 하루 주어진 휴가에 뭘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 출연 전후, 그리고 데뷔 준비부터 두 번째 활동이 끝난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멤버들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면 씻고 자는 데 바빠 개인적인 여가 활동조차 즐긴 지 오래되었기에, 멤버들은 갑작스레 뜬 시간에 기뻐하기보다도 당황하는 기색이 강했다.‘직업병이군.’
지난번에는 3일간의 휴가가 주어졌기에 간만에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일정이라도 잡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도지혁을 제외하곤 누구도 일정을 잡아 둔 사람이 없었다.
“나, 뭐 할 거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어.”
“솔직히 휴가 받으면 오늘 하루 종일 드러누워 있으려고 했는데, 가만히 뭘 안 하고 시간 보내는 게 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까먹어 버린 것 같아요.”
“과중한 업무는 사람을 바꾸는구나.”
“…그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음, 혹시 괜찮으면…….”
문득 입을 연 한 사람에게로 멤버들의 시선이 쏠렸다.
시선이 한꺼번에 쏠리자 약간은 당황한 듯, 주단우가 잠시 입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 집에 갈래?”
“오?”
“형네 집이요?”
그가 건넨 뜻밖의 제안에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멤버들은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중에서는 아직 그 누구도 주단우의 가족, 즉 그의 어머니를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냥하신 분이라는 건 알지만.’
주단우의 어머니는 매번 숙소로 반찬을 보내 주셨다. 주단우가 좋아하는 반찬은 물론, 다른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단우에게 전해 듣고는 그것도 함께 만들어 보내 주시곤 하셨던 것이다.
때문에 멤버들끼리도 꼭 한 번 주단우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던 상황.
“저희야 좋긴 한데… 괜찮겠어요? 새해에 무턱대고 찾아가는 게 민폐가 되진 않을지 좀 걱정되긴 하는데…….”
하지만 새해에 멤버의 집을 찾아가는 건 눈치없는 행동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새해는 보통 가족끼리 보내는 날일 테니까.
그런 우리의 우려에 주단우는 부드럽게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응, 괜찮아. 엄마도 다들 한 번씩 꼭 보고 싶다고 말씀 주셨어. 밥 한 끼 꼭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거든. 아, 그런데 혹시 불편하면….”
그 대답을 듣고서야 주단우가 진심으로 권유하는 것임을 깨달은 멤버들의 표정이 펴졌다. 오히려 제 권유가 혹시 강요처럼 들릴까 우려되기라도 하는 듯 주단우가 머뭇거리기 시작해, 언제나 그렇듯 천세림이 가장 먼저 밝은 목소리로 능청을 떨었다.
“에이, 불편하긴요! 오히려 좋은데요? 저 진짜 단우 형 어머니 뵙고 싶었어요. 저희 숙소 생활 시작하고 나서 반절은 단우 형 어머니가 저희 밥 먹여 주신 거나 마찬가진데!”
“맞아. 아, 그런데 혹시 어머니는 뭐 좋아하실까? 빈손으로 가기는 뭣해서 뭘 좀 사 가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으응, 그건 괜찮을 것 같아. 너희가 와 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실 것 같아서…….”
주단우는 그렇게 말하며 드물게 약간 들뜬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시계를 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 좀 빨리 출발해도 괜찮을까?”
“앗, 차 밀려서요?”
“으응, 그게 아니라…….”
“……?”
주단우는 그간 숙소에 쌓여 있던 빈 반찬통을 가방에 차곡차곡 담으며 말했다.
“지금쯤 만두 만들고 계실 것 같아서.”
* * *
“어머니, 안녕하세요~!”
“불쑥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주단우의 말은 정확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거실에서 만두를 만들고 계셨던 주단우의 어머니와 마주한 것이다.
“어서 와, 얘들아. 와 줘서 고마워.”
주단우의 어머니는 주단우와 굉장히 닮았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주단우처럼 그의 어머니도 눈이 크고 이목구비가 또렷했지만, 주단우가 실제 성격과는 달리 첫인상으로는 굉장히 차가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면 주단우의 어머니는 그와는 달리 굉장히 부드럽고 다정한 분위기를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 너무 뵙고 싶었어요~! 그간 단우 형한테 이야기만 전해 듣고 직접 감사 인사를 못 드려서 너무 죄송했어요. 항상 주시는 반찬 맛있게 먹었습니다!”
“뭘, 잘 먹어 줘서 나도 언제나 고마운걸. 아, 정돈 안 되어 있는 걸 보여 줘서 어쩌지… 빨리 만들게. 조금만 기다려 줄래?”
“앗, 저희도 도와드릴게요!”
“아니야, 얘들아. 편하게 쉬고 있어. 어떻게 손님한테…….”
“맞아. 엄마는 내가 도울게, 모처럼 휴일인데 너희는 쉬어도…….”
“에이, 저희도 돕게 해 주세요~!”
다만 상냥함은 꼭 닮아 있어 주단우의 성격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확연해 보였지만.
우리는 짐을 내려놓고 몰려가듯 화장실과 부엌으로 직행해 각자 손을 씻고 거실에 둘러앉았다. 그러는 동안 주단우와 그의 어머니는 우리가 우르르 몰려들어 만두를 빚는 걸 돕겠다고 하는 것을 말리지도, 반기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계셨다.
“형, 어머니, 이건 이렇게 만들면 될까요?”
“아, 그건 그렇게 하면 되긴 하는데… 그런데 미안해서… 이리 줘, 세림아.”
“에이, 저희 이거 만들면 어차피 주실 거잖아요~! 함께 먹을 거 만드는 건데 미안하실 일이 뭐 있어요?”
“어엇, 터졌다.”
“이든이, 아… 이든이라고 불러도 될까?”
“당연하죠! 편하게 불러 주세요!”
“으응, 그럼 이든아, 그렇게 많이 넣으면 안 닫혀. 만두 속은 이만큼…….”
때문에 더 말리지 못하게끔 멤버들은 얼른 만두피를 집어 들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주단우와 그의 어머니도 자리에 앉아 멤버들을 돕기 시작해, 우리는 곧 떠들썩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만두를 만들 수 있었다.
“와, 찬희는 진짜 찬희답게 만든다.”
“…무시하냐?”
“아니, 앙증맞게 만든다는 뜻인데 왜 그래? 찔려?”
“너는 얼마나 잘……. 잘하네.”
“당연하지, 나 천세림이야.”
“…이든이는 예술적으로 만드네.”
“이거 우리 sensibility~! 이건 장미, 이건 조개, 이건 진주예요!”
“진주는 그냥 공… 아냐?”
“얘들아, 저녁 먹고 갈 거지? 떡만둣국으로 괜찮을까?”
“오, 떡국! 역시 설은 떡국이죠~!”
“와, 나 떡만둣국 좋아!”
“지혁이 형 거도 만들어서 가져가요!”
그렇게 일곱이서 만들다 보니 금세 쟁반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의 만두가 만들어져, 나는 만두를 찌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주단우의 어머니를 따라 쟁반을 들었다.
“제가 옮길게요, 어머니.”
“무거울 텐데.”
“손재주가 안 좋아서 이런 거라도 하고 싶어서요…….”
나는 머쓱하게 대꾸하곤 쟁반 위에 엉성하게 뭉쳐져 있는 만두를 가리켰다. 최대한 만두 속을 조절해 가며 만들어 보려 했지만, 양 조절에 실패해 내가 만든 만두들은 찌면 바로 옆구리가 터져 나올 듯 만두피 내부가 꽉 차 있거나 너무 적게 넣어 아예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밥 한 끼 먹여 주고 싶어서 부른 건데 일 시켜서 미안해. 간만의 휴가라 쉬고 싶었을 텐데…….”
“아니에요, 재밌는데요. 오히려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저만 너무 못해서 죄송하지만요.”
“처음 만들어 보니?”
“어릴 때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있긴 한데… 너무 오래전이라 그런가, 기억이 좀 흐릿해요.”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셨니?”
“아뇨, 음… 그보다 어릴 때였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알려 주셨어요.”
기억이 흐릿한 것보다는 요리 솜씨가 바닥인 게 더 치명적인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냄비에 만두를 하나씩 옮겼다. 왠지 이렇게 가지각색의 만두를 빚는 걸 보니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했다.
-유하야, 그렇게 하는 거 아냐. 이렇게.
-…못 하겠어. 나도 형처럼 하고 싶은데.
-형이 하는 거만 잘 따라서 해 보면 돼. 자, 다시 한번 해 볼까?
아주 오래전, 보육원에서 생활 지도원분들을 따라 여럿이서 만두를 만들었던 날이.
나는 문득 떠오른 백이현의 얼굴에 고개를 젓고는 만두를 옮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때였다.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네?”
주단우의 어머니가 뜻밖의 말을 꺼낸 것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