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고마워, 유하야.”
백이현을 만난 것은 스케줄을 가기 전인 새벽녘이었다. 라디오 스케줄 때 줄까 했지만, 백이현에게 줄 물건을 그리 오래 가지고 있고 싶지가 않아 놈이 지방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것이었다.
“나도 엄마한테 인사드리러 가야 하나?”
“…쓸데없는 짓 할 거면 가지 마.”
“아하하, 내가 쓸데없는 짓 할 게 뭐가 있겠어. 정말 고마워서 그래, 명절에 만두 먹은 지 한참 됐거든. 우리 집은 이런 걸 안 만들어서. 서로 주고받지도 않고.”
백이현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놈을 믿을 수 없었다. 엄마야 백이현을 만나면 반가워하시겠지만, 나는 굳이 그녀와 백이현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상처받는 건 엄마겠지.’
아무리 어릴 적의 자신을 키워 주었다 한들, 백이현은 오래전 자신을 보살핀 생활 지도원에게 큰 감흥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만두를 받은 것도 엄마가 전해 달라고 한 새해 인사도 마음에 두지 않겠지. 굳이 만두를 받은 것도 그냥 받을 수 있기에 받은 것일 테고.
“아, 이건 알겠다. 이거 유하 네가 만든 거구나.”
“…….”
…어쩌면 그냥 놀려 먹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투명한 봉투에 담겨 있는 각양각색의 만두 중 쭈글쭈글한 만두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백이현을 떨떠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백이현이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옛날 생각나네, 그때 만두가 제대로 안 만들어진다고 속상해했었잖아. 아마 엄마가 옆에서 속성 과외도 해 줬는데도 잘 안 됐었지. 이번에는 과외 같은 거 안 받았어?”
“…….”
받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뭘 어떻게 해도 타고난 손재주는 어쩔 수 없던 탓이었다.
“아, 역시?”
“…받을 거 받았으면 가라. 나도 숙소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내 침묵에서 긍정을 읽은 것인지 백이현이 그렇게 대꾸하는 것에 나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나와 함께 일어난 주단우는 내가 잠시 외출하겠다며 나가는 동안 부엌에 들어가 있었다. 조금 있으면 멤버들이 깨어날 시간이니 늦지 않게 돌아가야 했다.
“멤버들이랑은 잘 지내?”
그때 백이현이 한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놈은 만두를 제 차에 들여 놓고는 말을 이었다.
“지난번 일은 어떻게 됐어? 지혁 씨는 잘 처신하시는 것 같고?”
“누구보다도 잘 처신하니까 경계할 필요 없어.”
본인을 둘러싼 주변이 처신을 잘못하고 있을 뿐, 정말로 도지혁을 경계할 일은 없었다.
현재 원디어에 소속되어 있는 멤버 전원은 아이돌 활동에 진심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도지혁은 행실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했다.
‘…망돌 특성인가, 이게.’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렇고 도지혁도 그렇고 이미 한 번 완전한 실패를 겪어 본 만큼 ‘처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탓이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의 행실까지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놈이니만큼, 도지혁 개인을 걱정할 이유는 없어 보였지만.
“경계해야지. 본인만 잘 처신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란 건 알잖아.”
한편으로 경계를 완전히 접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백이현의 말마따나 이 바닥은 본인만 잘 처신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더욱 소속사가 중요한 거고.’
한 번 도지혁으로 인지도의 맛을 알아 버린 비베스트 엔터가 도지혁을 쉬이 놓아줄 것 같지 않은 만큼, 더 주의해야 하겠지만.
“그건 우리끼리 알아서 할 일이야.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건 백이현이 걱정할 바는 아니었다.
신경을 쓴다면 나나 도지혁, 다른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 백이현의 참견은 오지랖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는 거나 내게 뭘 말해 주는 건 네 마음이지만.”
백이현이 물어다 주는 정보들은 확실하게 내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선 넘지는 마, 백이현. 또 한 번 [디어돌> 때처럼 쓸데없는 짓을 하면 정말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백이현은 믿을 수 없었다.
놈은 자신의 기준하에 모든 것을 재단하고 그게 ‘내게’ 혹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동의도 받지 않고 나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여 제멋대로 일을 진행시켜 버리니까.
“원디어는 내 팀이야.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해.”
그 때문에 이미 치명적인 피해를 입어 본 만큼 나는 백이현의 ‘걱정’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걱정’이 원디어라는 팀 자체에 향하는 것도 싫었고.
그런 내 경계에 백이현은 빙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유하는 참 정이 많아.”
그리고는 뜬금없는 소리를 해, 나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
“주변도 잘 믿고, 여기저기 정도 잘 주고.”
“…….”
그 여유로운 얼굴로 괜한 말을 지껄이는 백이현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순간 백이현의 얼굴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사라졌고.
“그런데 그만큼 주변을 잘 알지는 못하잖아.”
“……!”
어느 순간 서늘한 어조로 그렇게 중얼거려,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백이현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유하야, 한번 생각해 봐. 지금 멤버들에 대해서 네가 뭘 알고 있는지.”
“…….”
“장담하는데, 아마 알고 있는 것보다도 모르는 게 많을걸.”
그 말을 잠자코 듣던 나는 곧 백이현에게 대답하면서 생각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배신을 당하지 않는 건 아니지.”
“…….”
역시 백이현은 가까이에 두고 싶지 않은 놈이라고.
놈을 가까이 둬 봤자 따르는 건 해묵은 배신감과 경계심밖에 없었으니까.
놈의 말마따나 내가 주변을 잘 믿어서, 정을 잘 줘서, 무엇보다도 주변을 잘 모르기 때문에….
“모르고 있다고 경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백이현은 그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니까.
* * *
아침부터 백이현을 만난 것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며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멤버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고 숍을 거쳐서 도착한 로드 엔터의 회의실.
“리더부터 할까?”
나는 도지혁이 내미는 제비뽑기 통을 꺼림칙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슬쩍 눈을 들어 보니 도지혁은 주변에 즐비한 카메라 사이에서 빙긋 미소 짓고 있었다.
“…….”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떨떠름한 기분에 영 통으로 손이 가질 않았던 것이다.
이번 [디자인 유어 원디어> 리얼리티 시즌 2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촬영될 예정이었다. 시즌 2라고 한들 지난 리얼리티에서 우리가 내내 일하는 모습만 보여 주었기에, 이번에는 약간의 스핀오프처럼 테마에 맞춘 휴식기를 보여 주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밀착 촬영이라고는 한들 겨우 1박 2일동안 진행될 이번 촬영에 또 한 번 게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막상 오늘 로드 엔터의 회의실에 도착해 보니 제작진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제비뽑기를 준비해 놔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마니또… 아니, 원디어 게임이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는데.’
지난 리얼리티 시즌 1이 방영된 후, 원디어식 마니또 게임은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환장의 연속이었던 멤버들의 탐색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주단우의 배신과 치밀하게 마니또를 추리해 낸 도지혁, 이 모든 판 위에서 꼼수로 모두에게서 승리를 거둔 천세림, 거기에 당해 버린 다른 멤버들까지.
모두에게 친숙한 마니또 게임에 약간의 자극을 가미했을 뿐인데, 화기애애함보다는 뜻하지 않은 사건과 그로부터 비롯된 해프닝이 줄을 잇자 대중은 ‘해 볼 만한’ 게임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때문에 이제 마피아를 가미한 마니또 게임은 팬분들에 의해 ‘원디어 게임’으로 이름 붙여진 후 K팝 팬덤을 넘어 대중들에게까지 닿은 모양이었다. 미튜브만 봐도 MT에서 원디어 게임을 하는 브이로그를 수두룩하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은 언제고 먹히기 마련이긴 하지…….’
막상 원조 격인 놈들과 또 한 번 게임을 해야 하는 나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형, 얼른.”
“…알았어.”
나는 어딘가 흉흉해진 멤버들의 눈빛을 살피곤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 강한 놈은 원디어 내에 얼마든지 있었고,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당해 줄 놈도 멤버 중에는 없었다.
그러니 이번 원디어 게임도 빡세게 돌아갈 게 눈에 선했지만.
‘불안한데.’
그와는 별개로 나는 어쩐지 찜찜한 느낌에 쉽사리 제비를 뽑지 못하고 있었다.
뽑는 거야 뽑는 거지만.
‘…뭔가 이번에도 나한테 좋게는 돌아갈 것 같지 않군.’
어쩐지 이번 원디어 게임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최대한 미적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점점 더 강렬해지는 듯한 주변의 시선에 결국 손을 뻗어 종이를 집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지혁」
“…….”
운 쓸걸.
* * *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네~!”
로드 엔터에서 나와 미리 준비되어 있는 차에 올라타는 동안에도 서로를 살피는 듯한 시선은 가시질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는 웃음을 띠고 능청을 떨고 있으면서도 다들 경계심이 가득한 게, 지난 원디어 게임에서 진 놈들은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서 노예를 만들어 보겠다고 칼을 갈고 있는 듯했고 한 번 이겼던 놈들은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저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그러는 동안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착용하던 유찬희가 물었지만, 바로 대답하는 멤버는 없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현재의 행선지를 몰랐던 것이다.
이번 리얼리티 촬영의 테마는 “WHAT MAKE YOU”였다. 즉, 제작진이 사전 미팅 단계에서 원디어 멤버 일곱 명에게 어떻게 아이돌의 꿈을 꾸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1박 2일의 일정이 짜인 것이다.
자신들의 차례가 언제 돌아올지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 다른 멤버들의 일정을 전혀 모르는 만큼,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모른 채 차가 우리를 실어 가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좋은 데.”
그에 대한 대답은 내 옆자리에 올라탄 도지혁에게서 나왔다. 첫 일정의 주인공은 도지혁인 듯, 놈이 가볍게 미소 짓는 얼굴로 뒷자리를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어조로 그렇게 답한 것이다.
“…형, 뭐 이상한 거 쓴 거 아니에요?”
“형이 좋은 데라고 하면 좋은 데 아닐 것 같은데.”
“형‘한테만’ 좋은 데죠?”
때문에 당연히 이러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도지혁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다분히 본인 기준일 뿐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본인의 탄단지 주스인 놈인데.’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도지혁은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
“차갑다, 얘들아……. 형 상처 받게. 왜 내 말은 아무도 안 믿어 주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요, 형.”
뒷자리의 유찬희는 떨떠름한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어떤 면으로든 ‘대충’을 용납하지 않는 도지혁이었다. 모토 자체가 최대 효율의 최대 효과인 놈이니 휴식기 리얼리티에서도 또 멤버들을 굴릴 수도 있지 않나.
“내 양심은 항상 깨끗해, 얘들아.”
깨끗하기야 할 터였다. 진짜 좋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일 테니까…….
‘그게 멤버들에게는 안 좋아서 그렇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도지혁을 외면했다.
그때였다.
“정말 한 번만 믿어 보라니까.”
“……?”
나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건드리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미심쩍은 기색으로 도지혁을 바라보는 멤버들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도지혁이 손을 낮추어 자신의 휴대폰을 내게 내밀고 있었다.
나는 주변을 잠깐 살피고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나랑 동맹 맺을래?」
도지혁이 내게 동맹 제의를 건넸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아닌, 자신의 마니또인 내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