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
“형이 좋다고 하는 것 중에 정말 좋았던 게 어디 있어요?”
“당장은 안 좋을 순 있어도 결국엔 좋았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멤버들의 시선을 피해 우선은 도지혁의 휴대폰을 밀어냈다. 도지혁이 휴대폰을 다시 자신 쪽으로 거두어들이는 동안, 나는 내 휴대폰을 꺼낸 채 잠시 침묵했다.
‘어쩔까.’
도지혁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놈을 방심시킬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 모든 것이 실은 도지혁의 노림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나이브하게 생각해 보면, 도지혁이 내게 신청한 ‘동맹’은 정말 순수한 제안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지난 원디어 게임에서도 나는 도지혁을 뽑지 않았었나. 확률을 따져 봤을 때 내가 또 자신을 뽑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비교적 안전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제안한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게 떠보기라면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자신의 마니또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게 동맹 제안을 건넨 것이라면, 도지혁은 나와 동맹을 맺어 곁에 두고 예의 주시하려 할 테니까.
‘…잠깐, 왜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점점 깊어지는 생각을 느끼던 나는 문득 느껴지는 현타에 작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냥 재미있자고 하는 게임에 어느새(반은 장난도 있겠지만) 승부욕으로 진심이 되어 버린 멤버들처럼 나도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 서사거리가 있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
방송적으로는 멤버들이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며 행동하는 게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 낼 테니, 나쁠 건 없었다.
그렇기에 찾아오는 현타를 외면한 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도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잉-
“…….”
진동 소리에 도지혁이 제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 내게 알겠다는 듯 눈짓한 채 다시금 멤버들과의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나는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이미 구했어요.」
나는 이미 동맹을 구했다고 블러핑을 쳐 도지혁의 동맹 제안을 거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긴가민가하고 있겠지.’
내가 구했다는 동맹의 정체를 추리하기 바쁠 것이다. 회사에서 마니또를 뽑고 나서 차에 타기까지는 멤버끼리 계속 붙어 있었던 데다, 시간도 그리 많이 흐르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도지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러기에는 감수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우선 내 마니또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할 텐데… 도지혁이라면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아낼 것 같단 말이지.’
눈치도 비상한 데다, 만일 내가 다른 멤버를 입에 올렸다가 그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돌이킬 수 없을 터였다.
애초에 먹히지 않을 거짓말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렇다면 위험 요소는 최대한 멀리 두는 게 좋았다.
다른 사람으로 동맹을 구했단 말에 도지혁이 혹시나 내가 또 자신의 이름을 뽑았을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곁에 최대 위험 인물을 두는 것보단 이게 나을 터였다.
‘대신 정말로 빠르게 동맹을 구해야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도착한 목적지에 따라 멤버들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엇?”
“……?”
그리고 의외의 감정을 느꼈다.
“내가 걱정할 필요 없댔잖아.”
끝없는 멤버들의 의심 속, 도지혁이 우리를 데려온 곳은 한 번화가의 게임 센터였기 때문이었다.
* * *
도지혁이 누구인가.
[디자인 유어 아이돌>로 재발견된 K팝의 원석, 일반인이었어도 뭔가 하나는 했을 놈, 계략형 아이돌, 그 모든 별명 속에서도 멤버들이 가장 많이 동의하는 수식어는.“나 정말 재미없는 사람 아니야, 얘들아.”
…바로 연습실의 집착광공이었다.
‘실은 말로는 힘들다 해도 빡센 연습생 생활을 거친 데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다들 연습에 진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도지혁은 다른 멤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른 생활’에 진심이었다.
평소 보이는 의외성이나 장난기와는 달리 자기관리에는 철저해, 행실뿐만이 아닌 본인의 몸이나 생활 부분에서도 딱딱 계획한 대로의 일정을 지키는 쪽이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도지혁이 데려온 곳, 정확히는 자신이 아이돌의 꿈을 꾸게 한 게 게임 센터란 말에 멤버들은 의아해하는 기색이 강했다.
도지혁은 그런 우리의 반응에 씩 웃고는 한 게임기를 가리켰다.
“나 원래 중학교 때는 게임 센터를 열심히 다녔거든, 이것 때문에.”
“오.”
그리고 우리는 도지혁이 가리킨 게임기를 본 후에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DDR?”
“그때쯤 우리 지역에서 나만큼 DDR 잘 탄 사람 없을걸.”
도지혁이 가리킨 건 몸을 움직여 스텝을 밟아야 하는 댄스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춤을 추는 걸 좋아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 도지혁이었다. 다만 집안의 반대가 있어 학교에서는 댄스 동아리 같은 걸 들지는 못했었다고 했던 것 같다.
“캐스팅도 여기서 됐었고.”
“형, 길거리 캐스팅이었어요?”
“응. 비베스트에서 휴가로 고향에 내려오신 캐스팅 매니저님이 명함을 주셨었지. 부모님이랑 할머니 몰래 서울로 상경해서 오디션을 봤다가 덜컥 붙었고.”
의외의 과거사에 멤버들은 모두 순수하게 감탄을 뱉어 냈다. 언제나 여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데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격의 도지혁이 그렇게 돌발적인 행동을 통해 아이돌이 되었을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도지혁다운 선택이기도 한 것 같은데.’
도지혁은 지난 [디자인 유어 아이돌> 4차 경연에서도 자신과 포지션이 겹치는 강현진을 끌어들이고 화제성 있는 연습생들을 끌어모아 일종의 ‘드림 팀’을 결성했었다.
때문에 도지혁을 원픽으로 둔 아이돌 메이커들은 답답함을 쏟아 내기도 했었지. 마지막 경연인 만큼 좀 더 자신의 포지션에 욕심을 내도 될 텐데 왜 저런 행동을 하는가, 하고.
‘결과적으론 역대급 무대가 탄생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때의 경연 무대는 K팝 팬덤에서 ‘레전드’라 불리며 주기적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딱 그게 도지혁이 원하던 바였고.
그렇게 보면 도지혁도 정말 열정적인 놈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어느 정도 해를 보더라도 전체적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오히려 더욱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한 거니까. 그렇기에 그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고.
“자, 그래서 말인데. 우리 여기서 내기를 한 번 더 할까.”
새롭게 알아낸 정보에 멤버들이 호기심을 느낄 때였다. 문득 도지혁이 뱉어 낸 ‘내기’라는 말에 멤버들은 다시금 어깨를 긴장시켰다.
또 한 번 도지혁이 어떤 의외성 있는 행동으로 판을 휘저을지 우려된 모양이었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 원디어 게임은 시간이 짧잖아. 단서를 모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일종의 페널티를 통해 단서를 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오, 어떻게요?”
“오늘 DDR을 비롯해서 몇 가지 더 게임을 해 보고 점수에 따라 1위부터 7위를 가르는 거야. 그리고 하위 3명은 자신이 누구의 마니또인지에 대해 힌트를 주는 거지. 어때?”
뜻밖에도 이번에 도지혁이 건넨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이번 원디어 게임은 진행 시간이 짧은 데다, 다들 어떻게든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틈을 찾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OK. 그럼 모두 동의한 거다?”
그렇게 생각한 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던 듯, 의견은 빠르게 동의로 모아졌다.
그리고 첫 일정지로 게임 센터를 정한 도지혁이 어떤 게임으로 승부를 낼지 정했는데.
“형, 진짜 치사하다…….”
“형은 진짜 질 생각이 조금도 없구나.”
“하하. 나는 그냥 클래식한 게임을 골랐을 뿐이야, 얘들아.”
도지혁이 제안한 세 가지 게임을 본 우리는 질린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클래식하긴 하죠… 형이 고른 게 DDR이랑 총 게임, 펀치 게임인 게 문제일 뿐.”
“재밌는 게임들이잖아~”
도지혁이 딱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들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지혁의 말마따나 그가 고른 것들이 게임 센터 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클래식한 게임들이긴 했다. 하지만 이 세 게임들이 모두 도지혁이 특화되어 있는 게임인 것도 확실했다.
‘DDR하다 캐스팅된 데다 멤버 중 유일하게 군필자인, 게다가 매일 아침 탄단지 주스를 먹는 놈을… 솔직히 어떻게 이기냐.’
모두가 재미있어 할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결국 도지혁이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지 않나. 역시나 계략형 아이돌다운 선택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럼 조금이라도 저희한테 베네핏 줘요~! 나 이 게임들 한 번도 안 해 봤어.”
“흠. 베네핏? 어떤 걸 원해?”
“…각자 연습 게임 한 판씩 하기?”
하지만 그렇다 한들 불리한 상태에서 게임을 하려고 할 멤버들이 아니었기에, 곧 에이든 리를 필두로 몇몇 멤버들이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그에 도지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조건을 덧붙여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정도는. 대신 시간 제한은 딱 10분이야. 10분 내로 도전해 보고 이쪽으로 모이기.”
“와~!”
“그럼 난 총 게임부터!”
“펀치 기계부터 해 봐야겠다.”
“아, DDR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형, 팁은 없어요?”
“원해? 그럼 힌트 하나 줄래?”
“치사하다!”
멤버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게임을 해 봐야겠다는 듯 환해진 얼굴로 곧 쏜살같이 게임 센터 곳곳으로 흩어졌다.
확실히 게임을 한번 해 보고 안 해 보고의 차이는 클 터였기에, 나 또한 빠르게 자리를 옮겼고.
“유하, 여기.”
“……?”
그러던 중 순식간에 에이든 리에게 붙잡혀 천막으로 가려져 있는 총 게임 부스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잠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형, 쉿.”
천막 안에 이미 유찬희가 자리해 있었던 것이다.
바깥에는 음악과 함께 게임 소리가 바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 소란 속에서 에이든 리는 빠르게 물었다.
“유하, 우리랑 동맹할래?”
뜬금없는 동맹 제안이었다.
물론 에이든 리는 지난번에도 내게 동맹 제의를 건넸었다. 하지만 그 동맹 제의는 그냥 판을 휘젓고 싶어 하는 장난기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내가 놈이 여기저기 동맹 신청을 남발하고 다닌다는 걸 알아챘을 때 에이든 리도 진짜로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었고.
“나 유하 마니또 아니고 찬희도 유하 마니또 아냐. 유하가 우리랑 동맹한다고 하면 그때 우리가 누구 마니또인지 알려 줄게, 대신 유하도 알려 줘야 해.”
하지만 지금의 에이든 리는 조금은 진지한 기색이었다. 입가엔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어쨌든 진심으로 동맹 제의를 건네는 듯 보였던 것이다.
“…….”
때문에 고민하는 나에게 유찬희는 빠르게 덧붙였다.
“의심 안 살려면 빨리 나가서 돌아다녀야 되니까 자세히는 말 못 하는데, 저랑 이든이 형이랑 저번에 약속했었어요. 다음에 다시 게임할 때 각자 이름 안 뽑으면 동맹하기로. 그래서 뽑기 뽑았을 때 바로 서로 얼굴 보고 동맹 체결했고요.”
설명은 확실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었다.
“누구 한쪽이 거짓말하는 걸 수도 있잖아?”
‘혹시’의 가능성을 빼놓을 순 없지 않나. 둘 중 하나가 내 이름을 뽑았을 가능성도 있고, 이 셋 중 주단우처럼 이중 스파이짓을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흠~ 그렇긴 한데.”
하지만, 그런 내 의심에 에이든 리는 씩 웃고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기에는 찬희가 뽑은 사람 이름이 너무 설득력 있었어. 나도 그렇고~”
“전 좀, 운명 같다고 느낀달까. 이건 신이 주신 기회 같아요. 그래서 형한테도 물어본 거고.”
“…….”
만약 에이든 리가 궁금증을 자극해 나를 동맹에 끌어들이려 한 것이라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두 명이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에이든 리와 유찬희가 누굴 뽑았는지 대충 감이 왔고.
“이거는 진짜 리벤지전을 하라고 짠 것 같아.”
“전 이제 좀, 제작진이 일부러 이렇게 우리가 뽑도록 유도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 동맹이 성공만 한다면 꽤 재밌는 서사가 나올 것임을.
그도 그럴 것이.
「찬희→세림
이든→단우
유하→지혁」
지난 1회 원디어 게임의 최대 피해자들이 지난 게임의 ‘주인님’들을 뽑은 것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