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0)
“잠깐… 무슨 소리야? 제대로 설명해.”
“음, 지금 그럴 시간 없는 것 같은데. 근데 나 진짜 잘할 수 있어. 한 번만 믿어 주면 안 돼?”
“아니, 뭘 알아야…….”
“나, 지는 게임 안 해.”
에이든 리는 당황스러워하는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얼굴에 띠고 있던 웃음은 어느새 사라진 후였다.
“진짜야. 거짓말 안 해, 난. 경쟁에서는.”
“…….”
팀원들이 각자의 얼굴을 살폈다. 에이든 리의 말을 믿어 주느냐, 믿어 주지 않느냐. 고민은 깊었으나 결론은 빨랐다.
“…믿어 주죠.”
“응, 이든이 말대로 하자.”
“하……. 모르겠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렇게 자신만만하겠지.”
“잘,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좋은 곡이니까……!”
어차피 지금 더 깊이 토론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른 연습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MC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우리를 살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에이든 리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모두가 결론을 내린 건, 다들 이놈의 캐릭터가 어떤 건지 대충 눈치챘기 때문일 것이다.
‘전형적인 천재 과.’
즉, 자기 좋아하는 거 말고는 안 하는 놈이란 뜻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놈들은 대부분 자기가 열정이 있고 좋아하는 분야나 떠오른 계획에서 타협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딱 그 분야에서만큼은 타인을 압도하는 집중력이나 천재성을 보여 주고.
그러나 이런 특성을 가진 놈들의 단점은, 그런 만큼 자기 계획이 엎어졌을 때나 원하지 않은 일을 강요당할 때 능력이 반절 이상 깎여 버린다는 거였다.
‘탈주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나는 과거 아이딘으로 데뷔한 에이든 리가 왜 2년 차부터 탈주에 시동을 걸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과거 아이딘은 기껏 능력치가 완벽한 아이돌을 뽑는다는 콘셉트의 [디자인 유어 아이돌>로 멤버들을 뽑아 놓고서는 정작 그들을 기획에 전혀 참여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콘셉트부터 곡까지 회사 측에서 전부 결정한 것으로만 나왔었지.’
그만큼 잘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전한 길만 골라 간다는 느낌도 있었다. 모두 예상 가능한 느낌이었고.
그런 걸 이런 놈이 고분고분 받아들였을 리가 없었다.
‘천재 과 놈들은 언제나 도전을 중시하니까.’
아마 수차례 아이디어를 내고 심지어 곡도 프로듀싱해 갔을 것이다. 그런 걸 소속사는 고까워했겠지.
‘흔하지. 데뷔 초반에 소속사가 멤버를 길들이려 하는 건.’
될성부른 떡잎이 감히 나대지 않도록 소속사 측에서 찍어 눌렀을 것이다. 그 증거로 나는 아이딘의 앨범 리스트에서 에이든 리의 이름을 본 적이 없으니까.
소속사 측에서는 오히려 에이든 리의 곡을 앨범에 싣는 게 홍보나 팬들의 반응을 얻어 내는 데 더 효과적이란 걸 알았을 터다.
하지만 이 정도 능력치를 가진 놈이 수록곡 하나 앨범에 싣지 못했다는 건, 소속사가 앨범에 그의 곡을 실어 홍보를 노리는 것보다는 일단 기를 죽여 놓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인 재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에이든 리로서는 그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없었을 테고.
‘아마 그게 탈주를 한 계기가 됐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알지 못했던 과거의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나 그럼 이제 곡 선택해요?”
물론, 그건 이놈이 데뷔할 미래의 일이니 내가 신경 쓸 건 없었다.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1차 경연이니까.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에이든 리가 희희낙락한 얼굴로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2조가 선택할 곡은 루미엘 선배님들의 ‘BINGO’입니다.”
연습생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기껏 좋은 순서를 받아 놓고서 걸그룹 노래를 선택하다니, 누가 봐도 리스키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팀원들도 모두 동의하나요?”
“예!”
“네!”
MC의 물음에 우리는 한목소리로 답했다. 그에 MC가 사이가 좋다는 등, 벌써부터 도전 정신이 넘친다는 등 덕담을 했다.
그러나 대답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 팀원들의 표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카메라가 도열해 있기는 하지만, 걱정이 앞서 차마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에이든 리를 믿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건, 아마 모두가 에이든 리를 막아 버렸을 때 일어날 일을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지금 에이든 리를 막아 버렸다간 팀 미션 자체가 망한다.’
에이든 리는 어찌 됐든 창작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편곡은 정말 재능과 센스 없이는 잘해 내기 어려웠으니까.
이놈이 편곡에서 빠져 버리면, 그 빈자리를 메꿀 연습생은 지금 이 팀에는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에이든 리에게 편곡을 맡길 수밖에 없단 거다.
“2조의 그룹 배틀 곡은 루미엘의 ‘BINGO’로 정해졌습니다. 푯말이 있는 곳에 서 주세요.”
그에 우리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리스키한 도전을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 * *
“…….”
“…….”
그렇게 팀과 콘셉트 곡이 결성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각자 침묵하고 있었다.
다들 노도와 같이 휘몰아친 이십 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는 듯했다.
“이제 콘셉트랑 포지션 정할까요?”
정작 이 모든 일들을 벌인 이놈만 빼고.
“…말 나온 김에 말해 봐.”
“어?”
나는 천연덕스러운 얼굴을 한 에이든 리를 바라보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폭탄을 날린 놈이 자기가 뭘 던졌냐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물었다.
“아까 전에 날 메인 보컬로 만들겠다는 건 무슨 뜻이었는데?”
“말 그대로?”
“뭐?”
에이든 리는 씩 웃으며 ‘BINGO’의 가사지를 가져왔다. 손으로 집은 곳은 2절의 끝부분, 루미엘의 메인 보컬 유아연이 고음으로 애드리브를 지르는 구절이었다.
“이 부분, 유하가 해 줬으면 좋겠어서.”
“…….”
“나, 이거 때문에 ‘BINGO’ 선택한 거야. 너 시키려고.”
“…아니, 그니까.”
이 자식 이거 뭐라는 거야?
나는 차마 따라갈 수 없는 에이든 리의 발화법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말을 꺼냈으면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야기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든,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어?”
내가 말문이 막힌 게 보였는지 옆에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던 주단우가 슬쩍 말을 꺼냈다. 아직까지 에이든 리와 친하지 않은 네 명은 아직도 눈치를 보며 이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재는 기색이 만연했다.
에이든 리는 오히려 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으나, 곧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이 부분 애드립, 천천히 올라가다가 가장 높이 찍는 음이 3옥타브 레샵이잖아. 유하 이 음도 여유 있지 않아?”
“뭐? 유하 3옥타브까지 올라가?”
에이든 리의 말에 다른 연습생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나는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부른 노래 중에 그만한 고음은 없었는데.’
이놈 앞에서 그 정도까지 음정을 올린 적이 없는데 어째서 확신을 할 수 있는 건지 영 모를 일이었다. 내가 [디어돌>에서 낸 가장 높은 음은 겨우 2옥타브 시 정도였는데 말이다.
2옥타브 시는 등급 평가가 진행된 첫날 부른 ‘New Life’에서 가장 높은 음이었다. 그리고 3옥타브 레샵은 그보다도 더 높은 음정으로, 대부분의 남성 보컬은 부르기 굉장히 어려워하는 음정이었다.
“그때 유하, 힘이 딸릴 뿐이지 여유는 있었어.”
아마 에이든 리는 그때 내가 ‘New Life’를 부르는 걸 보고 대충 내가 어느 정도까지 음정을 낼 수 있을지 감을 잡은 모양이었다.
“난 유하가 이 곡을 누구보다도 잘 표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확히는 내가 편곡한 노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이유가 부족해. 좀 더 얘기해 봐, 네가 ‘BINGO’를 고른 이유가 뭔지. 너 콘셉트를 뭘로 할지는…….”
“아, 그건 이미 정했어.”
“어?”
“응?”
에이든 리의 말에 모두가 어리벙벙한 얼굴로 놈을 쳐다보았다. 에이든 리는 산뜻하게 웃으며 ‘BINGO’의 가사지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소년. 청량. 게임.」
“이게 우리 노래야.”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단어를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 한번 짠 것처럼 침묵했다.
놈이 진짜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 모차르트인가?’
나도 모르게 속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에이든 놈이 “곡은 언제쯤 완성되냐.”라는 의뢰인의 물음에 “그건 이미 완성돼 있소. 내 머릿속에서 옮겨 적기만 하면 돼!”라고 말하는 모차르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결국 카메라고 나발이고 싸늘한 시선으로 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에이든.”
“응?”
“너, 지금 저쪽으로 따로 가서 그 가사지에 어떤 식으로 편곡을 하고 싶은지 하나하나 적어서 다시 와라. 십 분 준다.”
“어?”
“지금부터 시간 센다. 시작.”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에이든 리는 드물게 당황한 것 같은 얼굴로 “어? 응?”이라고 몇 번이나 다시 되물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영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내가 말을 철회하지 않고, 다른 팀원들도 더 뭔가를 말하지 않자 놈은 결국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연습실 한구석에 처박혀 펜을 들었다. 그러고서는 머리를 긁적대며 가사지 위를 끄적이는 게, 막상 자기도 제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정리하려니 좀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이미지는 있는데 막상 말로는 설명 못 할 아이디어로 지금 상황을 여기까지 끌어왔다 이거지…….’
순식간에 앞길이 캄캄해졌다. 나는 가사지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Oh- oh- oh
oh- oh- oh
낯선 만남이지만
너에 대해선 전부
다 알고 있지
네 맘에 들기 위해
준비된 나
완벽한 오늘이 시작돼
루미엘의 ‘BINGO’는 청량 위주로 선보이던 이전과는 달리 대놓고 섹시를 노리고 나온 곡이었다.
‘너에게 맞춰지는 나’, ‘너에게 다가서는 나’라는 콘셉트의 곡은 느린 곡조의 휘파람으로 곡이 시작되었고, 이후 감각적인 피아노 반주를 기반으로 한 나른하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들 속
단 하나의 Bingo
그 정답을 고르게 해
어서 빨리 다가와
어서 빨리 말해줘
어서 빨리 잡아줘
호흡을 많이 섞어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부르는 창법과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가볍게 솟구치듯 지르는 고음이 곡의 볼거리로, 이 노래의 핵심은 나른한 표정과 애절함, 그리고 연약함이었다.
즉, 에이든 놈이 말한 「소년. 청량. 게임.」은 티끌도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이다, 이 말이다.
“나 다 했어!”
그렇기에 우리는 에이든 놈이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엉망인 가사지를 들고 오기 전까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 모차르트 놈이 진짜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만하게 자길 믿어 달라고 한 것이기를 애타게 기도하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