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디어돌> 2차 경연 당시 대중들에게 이미 한 번 찌라시로 돈 적이 있던 것처럼, 천세림의 집안은 정계 쪽에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천세림의 직계 가족뿐만이 아닌 친척들까지도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는 만큼, 그의 가족들은 천세림 또한 당연히 비슷한 길을 걸어갈 거라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저희 엄마는 제가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꽤 놀란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귀한 늦둥이 아들이 갑자기 집안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겠다고 나선 건데, 놀라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하하, 친척들은 절 돌연변이로 봤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이런저런 곳을 다니던 중, 천세림은 자신이 패션쇼 모델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아들의 꿈에 처음에는 당황했던 모양이지만, 어찌 됐든 하고 싶다니 해 보라는 부모님의 지원하에 어린이 모델로 지원한 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끼와 존재감으로 손쉽게 모델로 발탁될 수 있었고.
-근데 어느 순간 ‘음, 이거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델 일은 분명 재미있었지만, 어딘가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찝찝함이 있었다. 때문에 천세림은 오랫동안 고민했고 곧 자신이 원하던 게 이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나는 옷을 보여 주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자꾸 날 보여 주고 싶더라고.
모델은 자신을 보여 주는 게 아닌 옷을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천세림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게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하고 싶었던 건 자기 자신을 보여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연하윤 선배님을 봤죠.
하지만 결국 자신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게 된 것도 런웨이에서였다.
당시 패션쇼에 초청 공연을 왔던, 현재 수많은 아이돌들의 롤 모델 중 한 명인 솔로 가수 연하윤의 무대를 본 후 천세림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하게 감을 잡았다.
연하윤이 천세림에게 해 준 말 또한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자신의 춤을 보자마자 따라 추는 천세림을 보고 연하윤이 천세림에게 끼가 넘친다며, 곧 선후배 사이로 만날 것 같다고 토닥여 주고 떠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림이도 즉흥으로 오디션 쳤다고 했었나?”
“네, 모델 일 끝나고 나서 연습 좀 하다가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을 때 오디션 보고 덜컥 합격했죠~. 부모님은 제가 오디션 보기 전에 2~3년 정도 꼬박 준비한 거 모를걸요? 내가 천재인 줄 아실 거야.”
“뭐야, 너 혼자 준비했던 거였어?”
“응,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야매로 준비했지만.”
옆에서 옷을 고르고 있던 도지혁과 유찬희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물은 말에 천세림은 씩 미소 짓고 답했다.
“뭘 하겠다고 말할 땐 그에 맞는 계획이 필요하잖아. 내가 무턱대고 ‘저 아이돌하겠습니다.’ 했으면 부모님이 안 받아 주실 걸 알아서 일부러 합격하고 나서 말했지. 원래 말만으론 안 돼, 확실한 결과물과 계획이 있어야 지원을 받는 것도 수월해지지.”
“…대단하다, 진짜.”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천세림의 모습에 유찬희가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2~3년을 계획만을 위해 준비했단 거니까.’
천세림의 성격상 친구들에게 자신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 연습하고 있다는 걸 말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누구도 지켜보거나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혼자 부단한 준비를 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해 낸 것이다.
‘그 이후로도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데뷔를 해 냈고.’
천세림은 [디어돌> 때부터 지금까지 올라운더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끼 많은’ 연습생이었다. 하지만 천세림의 팬들은 천세림의 장점을 ‘끼’가 아닌 다른 쪽으로 보았다.
‘천세림은 노력형 천재니까.’
애초에 가지고 있는 재능과 끼도 있지만, 결국 그것들 또한 천세림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다면 묻혔을 요소들일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천세림을 만든 건 오히려 놈의 ‘끼’가 아닌 노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천세림은 [디어돌> 때부터 자신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면 그걸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니까.
당연히 그걸 팬들은 모두 알았고.
“형, 진짜… 진심이에요? 그걸… 그거랑 매치할 거야?”
“…너, 나한테 두 번만 조언 준다고 하지 않았냐?”
“아차, 그냥 보고 있다 보니 못 참겠어 가지고.”
딱 그만큼 기준치도 너무 높은 놈이기도 하지만.
‘멋… 은 생각하지 말자.’
애초에 멋은 내가 부리고 싶다고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오히려 멋을 부리려고 하면 과해질 뿐이었다. 그렇다면 베이직으로 가는 게 나았다.
숍 곳곳으로 퍼진 멤버들 사이를 누비며 나는 그나마 가장 적당해 보이는 기본 베이직 의상들을 골랐다.
“…….”
그리고 고뇌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연습복이네.”
“연습복이다…….”
내가 의자에 늘어놓은 옷을 슬쩍 바라보고 스쳐 가던 멤버들에게서 안타깝다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에 나는 말없이 머리를 짚었다.
‘…나 진짜 구제 불능인가?’
멤버들의 말마따나 기본 베이직이랍시고 옷을 골라 놓고 보니, 어느새 약간 각이 잡힌 느낌이 들 뿐 결국 내가 평소에 입는 연습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옷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연습복 자체를… 애초에 무지 티나 셔츠, 좀 간편한 바지로 입고 하니까…….’
열심히 고른 게 결국 연습복이라니, 솔직히 이건 나조차도 좀 충격이었다.
‘…베이직은 버린다.’
그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가지고 온 옷들을 다시 정리해 둔 후 신중하게 옷들을 다시 물색했다. 그리고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들을 참고해 조금 더 캐주얼한 의상을 골랐다.
그렇게 골라 둔 두 벌의 의상을 들고, 나는 어느 정도 옷을 다 고른 듯한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이든, 혹시 여기에 뭐 추가하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
“오.”
천세림이 내게 주었던 베네핏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내 질문에 에이든 리가 내가 고른 옷들과 나를 한 번씩 바라보았다. 잠시 나를 가늠하는 듯한 눈빛이 이어지고.
“…레인부츠는 어때?”
“내가 아무리 패션에 대해 문외한이어도 그게 오답인 것까진 알아.”
“앗, 들켰어?”
에이든 리는 누가 봐도 명백한 오답을 건네 내게 ‘좋은 조언’을 주는 것을 거부했다.
그에 이쪽에 쏠려 있던 멤버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부러 한숨을 내쉬고 에이든 리에게서 뒤를 돌아 다른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이어진 질의응답 후, 나는 마침내 패션을 완성해 낼 수 있었고.
‘내게 오답을 준 건 에이든 리랑 도지혁인가.’
그중 단 둘이 내게 오답을 주었단 점을 확인해 낼 수 있었다.
일단 에이든 리는…….
-넌 그냥 하던 대로만 해.
-응?
-우린 동맹이지만, 딱히 노력해 가며 서로를 도울 필요는 없단 거야. 동맹 관계인 걸 생각하지 않고 ‘평소 너라면 어땠을 것 같다’를 중시해서 행동해. 오히려 그래야만 너랑 내가 동맹인 게 가려질 테니까.
합의하에 나온 오답이기는 했지만.
‘그나마 교묘하게 준 건 아니라서 다행이지.’
도지혁의 경우, 좋은 조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끔 답변을 줬었기 때문이다.
-음, 이건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애초에 겉옷으로 포인트 줬는데 후드 안쪽 리본까지 포인트 주는 건 과해 보일 것 같아요. 안 어울려요.
그러다 마지막 조언 기회에서 천세림의 도움으로 도지혁이 내게 주었던 게 오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내게 ‘좋은 조언’을 준 건 천세림, 주단우, 강현진, 유찬희지. 그중 유찬희는 제외하면…….’
천세림, 주단우, 강현진. 그중 지난 배틀에서 ‘자신의 마니또는 급발진즈 중 하나다.’라고 말한 천세림을 제외하면 주단우와 강현진인데…….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도지혁을 빼낼 수도 없다.’
내게 ‘진짜 조언’을 주는 사람으로 내가 마니또를 골라낼 거라 예상했다면 일부러 오답을 전달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원디어 게임의 룰 중 하나인 마니또를 위한 3개의 선행은 다른 걸로 채울 생각으로.
내가 이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처럼, 멤버들도 서로의 기색을 살피고 있을 터. 그런 관찰들 속에서 패션 배틀은 끝이 났다.
“자, 그럼 천세림배 패션 배틀, 이제 그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나를 주제로 한 배틀이기에 한 벌씩 멤버들이 고른 옷을 입어 보고, 그에 따라 촬영을 하고 있던 제작진들이 투표를 한 결과.
“오.”
“흠, 좀 의왼데.”
또 한 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 천세림
2. 에이든 리
3. 유찬희
4. 강현진
5. 도지혁
6. 주단우
7. 원유하
…예상한 그대로의 결과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유하 형도 잘했는데.”
“근데 생각보다 다들 옷을 잘 골라 줘서…….”
최대한 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데다 멤버들의 조언이 더해진 덕에 이번에 내가 고른 옷은 객관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다만 순위에 오르기에는 다른 멤버들의 코디가 더욱 좋았다.
“전 현진이 형이 약간 의외였어요.”
“현진이 형… 그때 유하 형에게 한마디만 해 주시지…….”
“아니, 그, 그때는… 진짜 옷들이 다 예뻐서 정말 뭘 어떻게 입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와중에 4위로 아슬아슬하게 하위권을 벗어난 강현진을 천세림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시 내가 팬분들의 옷을 고를 때 유일하게 숙소에 함께 있던 사람이었던 만큼, 그 사달을 내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현진이 형은 잘못 없다……. 나만 쳐.”
“형은 앞으로도 매우 칠 거예요.”
실제로는 강현진이 나가 있는 동안 내가 옷을 입었던 거라, 강현진 또한 처음 내가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타러 내려왔을 땐 경악했었지만.
“아~ 너무 아쉽네.”
도지혁 또한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딱 한 표 차이로 강현진에게 지는 바람에 하위권에 속하게 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강현진은 오랫동안 방송 생활을 한 만큼 자신에게뿐만이 아닌 타인의 옷을 골라 주는 재능도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천세림과 에이든 리, 유찬희가 원체 아이템들을 잘 고른 탓에 순위에서는 약간 밀려나게 되었지만.
“단우 형이 고른 옷도 예뻤는데, 아쉽다.”
“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
주단우 또한 예쁜 옷을 골라 줬지만, 그 윗사람들의 패션 센스가 남다른 탓에 밀려나 하위권에 속하게 됐다.
그렇게 이번에 힌트 공개를 하게 된 건 세 명.
“제가 마니또를 맡게 된 사람은 댄스 라인 중 한 명입니다.”
나.
“내가 마니또를 맡게 된 사람은 소식을 해.”
주단우.
“내가 마니또를 맡게 된 사람은 갭 차이로 유명하지.”
도지혁이었다.
“…….”
나는 그 말을 듣고 흘긋 도지혁을 바라보았다. 도지혁은 여유로운 얼굴로 웃고 있었다.
‘역시 아직 제외는 못 하겠는데.’
그리고 나는 그 얼굴을 보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원디어에서 갭 차이로 익히 알려진 건 지금까지 총 세 명.
주단우, 에이든 리, 그리고 나였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