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내가 도지혁을, 도지혁이 나를 뽑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은 마음이 드는 한편, 나는 에이든 리와 유찬희의 경우를 보고 다시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유찬희가 지난번 자신의 마니또였던 천세림을 뽑은 판에 나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리라는 법은 없지.’
게다가 에이든 리 또한 뜻밖의 이름을 뽑지 않았나. 오히려 평소 너무 믿었기 때문인지 자신의 마니또인 도지혁보다도 더 큰 배신감을 느꼈던, 놈을 진심으로 만들게 한 주단우를.
이번 판이 기가 막히게 돌아가 내가 도지혁을 뽑은 것처럼, 도지혁이 나를 뽑지 않을 이유도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형, 솔직히 너무하다!”
“그래, 맞아. 페널티라도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닐까?”
…도지혁이 너무 내게 박했기 때문이었다.
“능력껏 하라면서요. 할 수 있는 만큼 한 건데요.”
“우우~!”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도지혁의 기색을 살폈다. 도지혁이 내 마니또라면 어느 정도는 유하게 굴어 줄 법도 한데, 현재까지 도지혁은 평소와 조금의 태도 변화도 없었다.
그뿐일까, 오히려 승부와 몰이에 진심인 듯한 모습을 보여 나를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제가 선택한 곳은 여기예요.”
“노래방?”
“오, 나 여기 처음 와 봐!”
세 번째 행선지로 우리를 이끈 것은 유찬희였다. 도착한 곳은 번화가의 한편에 위치한 한 유명 노래방이었는데,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안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유찬희가 아이돌이 된 계기가 모두가 아는 유명 노래방인 이유는 설명 없이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찬희는 예전에 알고리즘의 혜택을 미리 받았던 적이 있었지?”
유찬희는 DIO에 입사하기 전, 노래방에서 랩을 하는 영상으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품이 넉넉한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중학생이 젖살이 빠지지 않은 귀여운 얼굴과는 달리 신들린 듯한 랩을 선보이던 영상은 당시 미튜브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은 유찬희의 인생을 바꾸기도 했다.
“그걸로 DIO의 입사 제의를 받았다고 했었던가?”
“네….”
당시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고 DIO가 유찬희에게 연락을 함으로써 유찬희는 연습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영상 [디어돌>에도 나왔었지? 나도 봤어. 대단하더라, 너무 잘하던데.”
“그땐 딱히 배우지도 않았던 거잖아? 역시 우리 천재 래퍼.”
“멋지다, 미튜브 스타!”
“처, 천재 래퍼는 무슨… 그냥 찍어 준 동생들 덕분이었던 거지. 아니, 그보다 언제까지 여기 서 있을 거예요? 얼른 들어가요.”
칭찬과 몰이 중간에 있는 듯한 멤버들의 능글맞은 칭찬 세례에 유찬희는 그렇게 대꾸하고는 저 먼저 성큼성큼 노래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뒤돌아 걸어가는 동안에도 드러난 귀만큼은 붉어져 있어, 멤버들은 실실거리는 웃음을 머금고 유찬희의 뒤를 따라 노래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럼 유찬희배 노래 배틀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건 지난 두 번의 행선지에서 벌어졌던 것들과 동일하게 또 한 번 마니또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배틀이었다.
노래방이라는 장소를 살려 이번 게임은 점수 대결로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널 만-나↗ 지금↘의 내↗가↗됐↗어↗↗”
“아하하학!”
“형,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어요……?”
다름 아닌 어떻게든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보컬을 포기한 나였다.
‘뭐가 됐든 힌트 공개만 피해 가면 된다…….’
나는 멤버들의 흔들리는 눈빛과 웃음소리 속에서 꿋꿋이 노래를 끝냈다. 이미 ‘댄스 라인’이라는 힌트를 준 만큼, 원디어의 댄스 라인으로 꼽히는 강현진, 도지혁, 천세림은 나를 용의 선상에 두었을 터였다.
힌트 한 가지 정도로 도지혁이 바로 나를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역시 이보다 더 힌트를 공개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형, 원디어 메인 보컬 라인의 자신감이라는 게 있는데!”
“왜? 이것도 능력인데.”
노래를 끝내자마자 터져 나온 천세림의 어이없는 목소리에,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뻔뻔하게 대답했다.
노래방에서의 점수는 노래 실력과는 상관이 없다. 스킬보다는 ‘소리’에 좌우되기에 박자와 성량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보컬을 최대한 살렸을 때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보컬을 포기하고 최대한 목을 써 가며 ‘기계적으로’ 발라드를 불러 낸 내게 불만이 쏟아졌지만, 나는 최대한 뻔뻔함을 유지했다. 오히려 제대로 부르는 게 쉽지, 내 딴에는 오히려 이게 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콜록.”
기침이 나올 만큼.
“목 아파요?”
뻔뻔함으로 무장해 겨우 페널티를 받지 않은 채 노래방에서 나와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천세림이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려 했다. 목을 써서 잠깐 건조해졌을 뿐 통증까지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근데 심하진 않아.”
“목 너무 썼나 본데. 그럼 일단 이거라도 마셔요.”
하지만 나는 잠시 고민한 후 그렇게만 말했다. 그에 천세림이 물을 까 건네주는 것을 받아 들며 머릿속으로 방금 전 들었던 힌트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번 노래 대결에서 하위권에 속한 것은 강현진과 에이든 리, 유찬희였다. 처음으로 하위권에 포함된 에이든 리는 특정이 어려울 정도로만 힌트를 뱉었고, 유찬희는 또 한 번 천세림과 도지혁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힌트를 뱉었다.
그리고 강현진은…….
-내가 마니또를 맡은 사람은… 저번 배틀에서 상위권에 속했어.
…라고 답했던 만큼, 나는 강현진을 완전히 후보에서 제외시킬 수 있었다. 강현진이 첫 힌트로 말했던 ‘막내 라인’ 중에서 저번 배틀의 하위권이었던 건 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세 명을 제외시키고 남은 후보는 단 셋.
‘도지혁, 천세림, 주단우.’
나는 흘긋 뒷자리에서 유찬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주단우일 것 같진 않은데.’
확률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뿐만이 아닌 주단우까지 지난번과 동일한 마니또를 뽑았을 것 같진 않았다.
‘심증적으로도 그렇고.’
오늘 하루 종일 주단우와는 큰 접점이 없었다. 아마 내 마니또였다면 주단우의 성격상 아닌 척해도 옆을 떠나지 못했을 텐데.
그렇다면 유력한 후보는 역시나 둘, 천세림과 도지혁이었다.
‘걸려들어야 할 텐데.’
때문에 나는 다시금 시선을 앞으로 해 천세림을 한번 바라본 후 그가 건네준 물병 속의 물을 마셨다. 목을 축이고 물병을 내려놓으며 큼, 목을 가다듬은 순간 천세림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그 시선을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착했나 보네요.”
어느새 다음 행선지에 도착해 있었다.
* * *
네 번째이자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는 도심에 위치한 숙소였다. 마당과 함께 루프탑이 딸린 주택을 둘러보며 멤버들이 감탄을 뱉는 사이, 도지혁이 마당 한가운데 섰다.
“자, 얘들아. 뽑을까?”
리얼리티 시즌1과 똑같이 룸메이트를 정하기 위한 뽑기를 위해서였다.
단 하루뿐인 룸메이트라고는 하지만, 멤버들의 얼굴은 비장했다. 원디어 게임을 하고 있는 만큼 방 배정 운이 중요했던 것이다.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선행 3개와 선물 증정을 모두 해야 하니까.’
방은 총 세 개. 숙소와 동일하게 세 명 방 하나, 두 명 방 둘로 나눌 예정이었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끼리는 뽑기의 꼬리 부분에 칠해 둔 색깔이 똑같을 거야. 그걸로 서로 확인해.”
도지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먼저 제 손에 들려 있는 종이 뽑기를 하나 뽑아 갔다. 나는 그쪽에 시선을 두었다.
도지혁이 뽑은 꼬리의 색깔은 붉은색.
“잘 부탁해, 이든아.”
“오, 형이랑은 방 처음 써 봐요!”
에이든 리와 동일한 방이었다.
“형이랑 방 간만에 쓴다, 그죠.”
“그렇네.”
나는 천세림과 동일한 푸른색을 뽑았고.
때문에 보라색을 뽑은 유찬희, 주단우, 강현진은 자동으로 같은 방이 되었다.
하루 동안의 룸메이트를 정한 우리들은 곧 짐을 들고 숙소 내부로 입실했다. 침대가 셋 놓여 있는 가장 큰 방을 두고 천세림과 함께 작은 방 두 개를 둘러보던 나는 문득 두 방의 미묘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
한쪽 방에는 있고 한쪽 방에는 없는 가습기.
나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옆에서 함께 방을 둘러본 천세림에게 말했다.
“세림, 우린 이쪽 방 쓸까.”
“오, 채광 좋다. 그래요!”
나는 에이든 리와 도지혁이 가습기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천세림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놈에게 물었다.
“너, 동맹은 구했어?”
“형, 전 독고다이로 일해요.”
뜬금없는 물음에도 천세림은 바로 알아듣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그 대답에 나는 일부러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또 이상한 꼼수 쓰려는 건 아니지?”
“에이, 이번에는 룰도 제대로 다 정했는데, 제가 설마 그러겠어요?”
“설마가 사람 잡는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보니.”
“휴, 이렇게까지 저한테 믿음을 못 가지신다니, 섭섭해요……. 저처럼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야말로 양심이 있긴 한 거냐?”
어이가 없어 대꾸한 말에 천세림은 씩 미소 짓고는 짐 정리를 끝낸 듯 손을 털었다. 그리고는 슬쩍 떠보는 투로 물었다.
“그러는 형은 동맹 구했어요? 저번에는 단우 형이 동맹이었죠?”
“어. 형이 이중 스파이일 줄은 몰랐지만.”
“단우 형은 정말 예상외의 조커였죠. 솔직히 동맹이었던 지혁이 형 빼곤 아무도 몰랐을걸요. 단우 형이 그렇게 마니또 게임을 잘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렇게 말하던 천세림은 곧 반쯤은 장난식으로 물었다.
“이번에도 뭔가 동맹 없이 하진 않으실 듯한데… 설마 그게 형인 건 아니겠죠?”
웃음기 섞인 목소리였지만, 한편으로는 내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구한 동맹이 누구인지는 최대한 감추는 게 좋겠지만.
“나는 아닐걸. 난 다른 사람이 동맹이라.”
“오?”
애초에 천세림이 내가 동맹 없이 원디어 게임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터였다. 괜히 감추려 해 봤자 의심만 증폭시킬 뿐이겠지.
그렇게 판단한 후 순순히 대꾸하자, 천세림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 놈을 두고 방 밖으로 나갔을 때 본 것은 냉장고를 열어 보며 감탄을 뱉고 있는 멤버들이었다.
나와 천세림이 방 밖으로 나오자 곧 위쪽에서부터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들! 이 위에 지금 숯불도 준비돼 있어요!”
“와, 배고파. 얼른 고기 구워 먹자!”
신난 얼굴로 숙소 위의 루프탑에 올라갔던 유찬희가 난간 바깥쪽으로 고개를 아래로 내밀고 말하는 것에 멤버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휴가를 마지막으로 여유롭게 바비큐를 즐겨 본 적이 없던 만큼, 멤버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루프탑에서 야경을 보며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단 것에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럼 형들은 이것 좀 가지고 올라가 주세요. 이든, 너도 고기 가지고 올라가고.”
“OK.”
“패딩도 가지고 올라와요, 형들! 좀 추워요.”
“토치도 거기 위에 있어?”
“네! 고기랑 접시 같은 것만 가지고 올라와 주면 돼요.”
그에 음식을 꺼내 멤버들과 함께 두어 번 정도 루프탑을 오갔을 때였다.
“옷 좀 가져올게.”
나는 벗어 두었던 외투를 가지고 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고, 곧 그 안쪽에서 못 보던 것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
분명 에이든 리와 도지혁의 방에 있어야 할 가습기였다.
나는 가습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외투를 들고 다시 루프탑으로 올라간 후, 어둑어둑해져 가고 있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한 멤버들 사이에 있는 천세림에게 말했다.
“고맙다.”
“응?”
“가습기.”
그에 천세림은 씩 웃고는 답했다.
“역시 저밖에 없죠?”
“그래, 너밖에 없네.”
그리고 천세림의 반응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천세림은 도지혁과 동맹을 맺었군.’
천세림은 아마 높은 확률로 도지혁과 동맹을 맺었을 테고, 아마도 내 마니또는 도지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