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둘, 셋.”
“BE YOUR WORLD! 안녕하세요, 원디어입니다!”
‘UTOPIA’에 이어 ‘sensibility’의 무대까지 모두 끝난 후, 원디어는 무대 중앙에 서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연달아 두 곡을 소화해 내며 몸을 움직인 원디어 멤버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 달뜬 얼굴들이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해, 고등학생 팬과 언니 팬은 감격에 차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집 돌아가면 엄마한테 쫓아내 줘서 고맙다고 큰절한다.”
“아니, 진짜로 이렇게 개 쌉 애지는 행운이 가능한 일이야? 놀러 온 놀이공원에서 최애 아이돌을 만나는 인생 최대 계를 탄 오타쿠가 있다?”
“누나, 말투 뭐야……?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 같아.”
“언니들 창피해…….”
흘러넘칠 듯한 감동 탓에 말이 좀 험해진 감은 없잖아 있지만, 어찌 됐든 친척 동생들의 핀잔에도 두 명은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얼마 전 전시회에서의 일로도 죽을 때 주마등으로 볼 인생의 한 페이지가 채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날이 많이 추운데도 이렇게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을 텐데… 다들 반응이 너무 좋으셔서 기운이 났던 것 같아요. 무대는 마음에 드셨을까요?”
“네!”
오늘의 일로 두 사람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한 페이지가 아닌, 앞으로도 다수의 페이지를 원디어로 채워 나갈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이렇게까지 행운이 따르는 덕질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임이 분명한 데다, 매 순간 자신들에게 끊이지 않는 즐거움을 주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상 앞으로도 놀라운 기억들은 계속해서 생길 것으로 보였으니까.
열띤 환호 속에서 원디어 멤버들은 말을 이었다.
“갑작스러운 이동에 당황하셨을 텐데도 내내 환호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정말 즐겁게 무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캐스트분들도, 관객분들도 너무 잘 대해 주셔서요!”
“뭣보다 ‘샤이닝스타’는 저희 멤버에게도 뜻깊은 극이어서 저희 멤버들 모두 열심히 할 수 있었고요.”
도지혁의 말에 현장에 자리한 유어원들의 시선은 곧 강현진에게로 향했다. 강현진이 ‘샤이닝스타 키드’ 출신이라는 정보가 사실인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딱 십 년 만인 것 같아요, ‘샤이닝스타’에 출연한 게. 덕분에 오늘은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샤이닝스타’ 무대에 처음으로 올랐던 날을 기억하거든요.”
그에 대해 덧붙여진 강현진의 말에 유어원들은 곧 커뮤니티와 SNS에 떠돌던 정보가 모두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곧 한옆에 자리한 ‘샤이닝스타’ 캐스트들로부터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강현진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샤이닝스타’는 제게 춤이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관객분들과 호흡하며 함께 순간을 즐기는 게 얼마나 뜻깊은 건지 알려 준 극이에요. 한 시즌을 전부 출연하진 못했지만, 그 이후로도 줄곧 무대 위에서의 순간을 잊지 못했었고요. 그래서 오늘이 더 뜻깊은 것 같습니다.”
강현진은 그렇게 말하며 작게 심호흡한 후 양옆의 멤버들을 돌아보고는 어딘가 상쾌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자신의 꿈을 찾아 최고의 스타가 된다는 극의 내용처럼 저도 ‘샤이닝스타’를 계기로 아이돌을 꿈꾸게 되었는데, 그 꿈을 이루고 어른이 돼 다시 무대에 서게 되었으니까요. ‘샤이닝스타’와 강현진, 모두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쁩니다.”
“형…….”
[캐치 탤런트>에 이어 [디자인 유어 아이돌>까지, 줄곧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꿨던 강현진의 서사를 알고 있는 관객들과 멤버들에게서 탄식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을 때였다.“그리고 어릴 때 꼭 레인보우 베어가 되어 보고 싶었는데 그 꿈도 이뤘고요. 실은 어릴 때 주인공 키드보다도 레인보우 베어 의상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중에서도 오늘 제가 레드를 맡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아무래도 대장이 레드다 보니…….”
“아? 그런 거였어요? 뭐야!”
“왠지 베어 탈 색깔 선택할 때 유달리 행동이 재빠르시더라니……!”
“아아, 성장한 현진이의 모습에 뭉클해하고 있었는데 다 망했어.”
“감동 도둑이다…!”
곧 장난스럽게 덧붙여진 강현진의 말에 관객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말에 모두 단번에 레인보우 베어 탈을 쓴 원디어 멤버들의 깜찍한 탭 댄스를 떠올린 것이다.
“실은 어제와 오늘, 저희는 휴가를 테마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는데요. 테마와 함께 주제가 있었어요.”
직후 멤버들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가 이어지던 와중, 문득 들려온 흥미로운 화제에 무대 아래의 고등학생 팬과 언니 팬은 귀를 세웠다. 모든 유어원들이 내내 궁금해하던 주제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테마의 주제는 바로 ‘WHAT MAKE YOU’. 원디어를 원디어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맞추어 1박 2일 동안 멤버들끼리 서로를 아이돌로 만든 계기를 찾아 여러 행선지를 다녔는데요. 오늘 놀이공원은 총 세 명의 ‘계기’가 겹쳐져 방문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다른 멤버들의 계기는 이제 다 아는데, 아직 공개가 안 된 멤버가 둘 있잖아요.”
“유하랑 단우지? 두 사람 ‘계기’도 놀이공원이랑 관련이 되어 있는 거잖아, 그게 뭐야?”
자연스럽게 화두를 던진 원유하에 이어 유찬희와 강현진이 반쯤 손을 들고 고개를 기울이자, 원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한 명이에요. 제 건 공개됐어요.”
“어? 언제요?”
“지금 하고 있잖아요
“……?”
그에 멤버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체 언제 원유하의 ‘계기’가 공개되었는지를 찾기 위해 오늘 하루를 되짚어 보고 있을 때였다.
“아! 혹시? 지금 우리 이거, 현진이 형 ‘계기’가 아니라 유하 ‘계기’ 때문에 특별 공연하게 된 거야?”
“맞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에이든 리가 곧 손가락을 맞부딪치며 한 말에 원유하는 가볍게 긍정했다. 모두가 강현진의 ‘계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던 특별 공연은 실은 원유하의 ‘계기’였던 것이다.
그에 궁금증 어린 표정을 한 관객들과 멤버들 사이에서 원유하는 말을 이었다.
“실은, 저는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어릴 적, 원유하는 놀이공원에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친구들, 어른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어쩌면 즐거운 추억으로만 남을 수 있었던 날이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 된 것은.
“즐거운 기억은 확실히 오래가나 봐요. 아직도 그때 기억이 선명해요. 돌아가는 길에 했던 생각도 그렇고요.”
그가 당시 출장 공연을 온 아이돌들의 무대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무대로 내리꽂히는 듯하던 화려한 조명과 그 아래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가수들, 무대 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호흡하고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어린 원유하는 생각했다.
“저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기억을 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난 다음에는 모든 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자신 또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때문에 그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형, 관객들은 모르겠지만, 당시 원유하와 친형제처럼 지내던 백이현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형, 나 아이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어른이 되면 이번에는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 설래.
과거를 떠올리던 원유하는 문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자신 또한 오늘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원유하는 관객석을 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현진이 형이 그렇듯이 어른이 되고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제 추억의 한 장면을 함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와 겹쳐, 원유하는 정말로 오늘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건 관객과 양옆의 사람들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한 원유하의 얼굴 위로 곧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원유하라는 이름이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아련한 미소가 걸렸다.
“…쟤 진짜 잘생겼다. 말도 잘하네. 좀 기특하고…….”
“괜히 서바이벌 1등이 아니구나…….”
“되게 반듯한 이미지네. 원유하랬지?”
네. 원유하입니다. 우리 애예요…….
그 수려한 얼굴 위로 걸린 미소를 목격한 관객들의 감탄에 찬 수군거림을 들으며 언니 팬과 고등학생 팬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차마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주접을 떨지는 못하겠지만, 자신들의 최애를 알아봐 주었다는 생각에 차오르는 뿌듯함과 대견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둘뿐만이 아닌 다수의 관객들이 원디어라는 팀에 호기심을 느낌과 동시에 원유하와 강현진의 성장 서사에 뭉클함을 느끼는 동안, 멤버들은 ‘계기’가 공개되지 않은 한 사람에게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단우 형인데.”
“단우 형은 뭐예요?”
“아, 나는 대단한 건 아니고…….”
그에 마지막 남은 ‘계기’의 주인공, 주단우가 대답하려 할 때였다.
-♩♬
어느새 거리 한쪽에서부터 불이 들어오며, 퍼레이드의 행진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엇?”
“뭐야?”
뮤지컬이 열린 건물과 특설 무대 바로 옆의 공터에 놀이공원을 행진해 들어온 퍼레이드 캐스트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동안, 주단우는 말했다.
“저도 이제 공개됐습니다.”
“응?”
“제 ‘계기’는 너무 단순해서… 어쩌면 유하랑도 좀 비슷한데,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온 퍼레이드에서 생각했었거든요.”
다만 원유하 때와는 달리 조금의 힌트도 없어 멤버들과 무대 아래의 관객들이 어리둥절해하자, 주단우는 조심스럽게 어느새 화려하게 메워진 공터 쪽을 가리켰고.
펑!
“오!”
“와~!”
직후 퍼레이드의 화려한 공연이 이어지며 까만 하늘 위로 불꽃이 수놓아지기 시작해, 멤버들을 비롯한 관객들의 얼굴이 화려한 빛깔로 물들었을 때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원디어로 데뷔한 다음부터는 매일매일 꿈을 이루고 있고요.
수줍은 듯 그렇게 말하며 웃는 주단우의 모습에 또 한 번 관객석 아래의 고등학생 팬과 언니 팬이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은 당연했다.
* * *
“하, 드디어 끝났구나.”
“분명 1박 2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길었죠?”
“계속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놀이공원이 폐장하고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 우리는 퍼레이드가 열렸던 공터에 모였다.
모든 촬영 일정이 끝났음에도 우리가 모여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자,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게 있지.”
“네. 그럼 이제부터 원디어 게임, 마니또 정체 공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박 2일 동안 이어진 게임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그럼 저부터 제가 마니또라고 의심했던 사람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들은 각자 자신의 마니또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모두가 각자가 생각하는 ‘마니또 알리바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듯 눈을 굴리는 동안,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주단우였다.
“제가 생각한 제 마니또는 현진이입니다.”
주단우는 자신의 마니또로 강현진을 꼽은 이유를 세 가지 늘어놓았다. 대부분은 1박 2일 동안 강현진이 자신에게 한 사소한 배려들이었는데, 주단우는 묵묵히 말했다.
“내 마니또가 아니라면 그런 배려들을 해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으음….”
어딘가 단정 짓는 듯한 말투에 강현진은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으나,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현진을 잠깐 바라본 후 주단우는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받은 선물이 차 세트여서. 현진이는 평소에 명상도 좋아하고 차를 마시는 것도 좋아하니까 현진이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말을 마무리하며 주단우는 강현진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직후, 손을 든 다음 멤버는.
“그럼 이제 내가 할게.”
바로 도지혁이었다.
나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도지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내가 생각한 내 마니또는…….”
그런 나를 직시하며 도지혁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