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찬희야.”
“아?”
그 말에 유찬희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놈을 두고 도지혁은 곧 천천히 자신이 생각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실은 이번에 무조건 찬희나 유하 중 하나는 나를 뽑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거든. 둘이 공개한 힌트마다 다 어떻게 보면 나를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데 그러다 갑자기….”
도지혁이 고개를 돌려 에이든 리와 나, 유찬희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문득 유하랑 찬희, 그리고 이든이가 동맹을 맺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에 에이든 리가 재미있다는 듯 흥미로운 얼굴이 된 한편, 도지혁은 자신이 발견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이번에 찬희 태도가 미묘하게 느껴진 점이 조금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찬희는 원래 평소에 은근한 배려를 잘하는 타입인데, 이번에는 굉장히 뚝딱대면서 대놓고 뭘 하려고 들더라고. 일단 여기서부터 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흐으음, 근데 찬희랑 유하가 저랑 동맹 맺었을 거 같다고는 어떻게 생각했어요?”
“우선, 난 이든이가 유하를 뽑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 이든이 네가 유하를 뽑지 않았으면 무조건 유하랑 동맹을 맺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동맹으로 봤을 때 이든이 넌 유하를 제일 안전한 선택지로 꼽았을 것 같아서.”
그에 에이든 리가 씩 미소 짓는 한편, 나는 대충 그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지혁이 소거법을 통해 에이든 리의 동맹 상대를 추론해 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에이든 리는 승부욕이 강하다. 그런데 지난 원디어 게임에서는 도지혁과 주단우에게 속아 넘어가 너무 쉽게 져 버렸으니, 자연스럽게 자신과 주단우에게는 동맹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터.
여기에 천세림은… 우리가 걷고 있을 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날고 있었지 않나.
‘…위험이 크지, 천세림과 동맹을 맺는 건.’
게다가 지난 원디어 게임의 최고 승자 또한 천세림이었다. 에이든 리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가 천세림을 선택하지 않을 거란 것도 쉽게 추론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강현진의 경우 원디어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만큼 구슬리기가 쉽지 않아 제외했다고 판단했겠지.
“그래서 유하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다 유하가 숙소에서 나와 이든이가 쓰던 방에 들어온 걸 보고는 확신할 수 있었고.”
그러한 소거법 끝에 도지혁은 에이든 리가 동맹을 하고 싶어 할 상대로 나를 꼽게 된 모양이었다.
“어, 우리 방에 들어갔었어?”
“네가 외투 가져와 달라며.”
나는 천연덕스럽게 묻는 에이든 리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에 살피는 듯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도지혁이 말을 이었다.
“룰로 선물은 본인 손으로 전달한다는 걸 명시해 둔 만큼, 각자의 방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의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들어왔을까, 생각해 봤는데.”
“…….”
“어쩌면 내 시선을 흐리기 위해서 일부러 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선물을 전해 준 것처럼 꾸미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가려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해서. 세림이한테 다른 말 듣고는 더 확신했고.”
“세림이?”
그에 의아한 시선이 천세림에게 가 닿자, 천세림은 번쩍 손을 들었다.
“이번에 지혁이 형이랑 저랑 동맹 맺었습니다~!”
“뭐? 너 이번에 동맹 안 맺었다며!”
“아, 그건 착한 거짓말.”
“…그게 어딜 봐서 착한 거짓말이냐?”
“모두의 즐거움을 위한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지.”
유찬희는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능청을 떠는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그런 두 명을 두고 에이든 리는 손을 반쯤 들어 올리더니 물었다.
“그런데 그게 왜 우리 셋이 동맹을 맺었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돼요?”
“아, 그건 이유가 또 있죠. 그때, 지혁이 형이랑 이든이 형 방에 들어간 사람이 유하 형뿐만은 아니었잖아요, 맞죠?”
“어… 내가 들어가기는 했었지?”
어색한 얼굴로 유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든이 형이 노래 틀 블루투스 스피커 가져다 달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잠깐 들어갔었던 건데.”
“그다음에 바로 선물 발견됐었고. 유하가 내려갔다 올라왔을 때는 발견되지 않았었는데.”
“저희 방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방에는 찬희가 한 번, 이든이 형이 한 번 들어왔었거든요. 선물이 발견되는 시기는 이든이 형이 왔다 간 다음이었고.”
“이때 세림이네 방 확인은 내가 했어. 마찬가지로 우리 방 확인은 세림이가 해 줬고.”
“…왠지 자주 내려가는 것 같더라니.”
화장실을 가겠다, 음식을 더 가져오겠다 하는 등 밑으로 몇 번 밑으로 내려가는 것 같더니 다른 멤버들이 자리를 비우고 돌아왔을 때마다 한 번씩 집을 점검하기라도 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때, 둘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을 대신 확인해 준 모양이었다. 그러다 천세림은 에이든 리가 우리 방에 들렀을 때, 도지혁은 유찬희가 에이든 리와 그의 방에 들른 직후 선물을 발견한 듯했고.
“그래서 이 세 명이 돌아가며 시선을 분산시켰겠다고 생각했고, 그중 나는 찬희를, 세림이는 이든이를 마니또로 꼽게 된 거야. 유하도 너무 강력하게 의심되기는 했는데… 그러기에는 ‘이게 선행인가?’ 싶은 거를 못 느꼈거든. 오히려 찬희라면 모를까.”
“저도 갑자기 이든이 형이 이상한 쪽에서 섬세한 케어를 해 주는 게 좀 이상했고요. 형은 항상 대놓고 해 주는 편인데 이 1박 2일 동안은 뭔가, 형답지 않았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었어요.”
그렇게 두 명이 추정한 마니또가 공개된 후였다.
“그럼 이제 제가 말하겠습니다. 저는 지혁이 형이 제 마니또라고 확신해요.”
“…나?”
나는 손을 들고 도지혁이 내 마니또라고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형 아니고서는 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실은 처음에는 천세림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제가 맡은 사람은 급발진즈로 유명해요~
…라고 말한 천세림의 말이 약간은 고도의 블러핑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근데 유하도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슬슬 급발진즈라고 불러도 되는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 유하 멤버들 대할 때의 기본 스탠스(특히 찐급발진즈 대할 때) ‘조용?’→“야.” 이거잖아ㅋㅋㅋㅋ 그라데이션이 아니라 애가 너무 기민해서 오히려 중간이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팬분들이 지어 주시는 ‘00즈’라는 애칭의 경우 경계가 굉장히 모호했다. 때문에 어떤 팬분들은 다른 멤버들을 추가해 급발진즈라고 부르는 듯하기도 했고.
보통은 제일 대표적인 멤버를 대상으로 급발진즈를 생각하겠지만, 천세림이 하도 꼼수의 달인이다 보니 오히려 그걸 이용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확신할 수 없기에 나는 다른 쪽으로 함정을 파 보기로 했고.
“그리고 저도 형이랑 세림이가 동맹인 건 알고 있었어요.”
“오.”
그 결과는 확실하게 맞아들어간 듯했다.
내가 두 명이 동맹을 맺었음을, 무엇보다도 도지혁이 내 마니또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형, 제비뽑기 조작했잖아요.”
“어?”
“뭐라고요?”
그에 경악한 멤버들의 시선이 도지혁에게 가 닿았다.
나는 제비뽑기를 뽑을 때, 도지혁의 손끝에 묻어 있는 잉크를 보았었다. 붉은색과 푸른색, 보라색으로 끝이 칠해진 것을 손에 쥐고 있던 만큼 잉크가 묻어 나온 모양이었는데, 여기서 이상한 건.
“붉은색이랑 푸른색만 따로 옮긴 흔적이 있던데요, 형 손에.”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쯤에도 몇 번 손 장난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 흔적이 묻어 있었단 점이었다.
“묻긴 했었지, 그래도 깨끗하게 닦아 냈는데.”
“그래서 더 의심됐죠. 실수가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그거 쉽게 지워지는 잉크가 아니라 요리 때문에 손을 씻더라도 흔적 정도는 남았을 것 같은데, 그 흔적조차 없었으니까. 나중에 스태프분들게 물어보니 형이 아세톤 요청했었다고 해서 확신했고요.”
도지혁이 혼자 원디어 게임을 진행하지 않을 거라는 점은 나 또한 놈의 성격을 기반으로 한 소거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와 유찬희, 에이든 리는 우리끼리 동맹을 맺었으니 제외. 강현진 또한 에이든 리와 비슷한 이유로 제외했을 터다.
지난번의 동맹 상대였던 주단우일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해 봤지만 도지혁이 꽤 만만치 않게 방송적 재미를 요한다는 점, 뭣보다 안정성을 원한단 것을 생각해 봤을 때.
“그냥 세림이 말곤 없겠다 싶었어요.”
천세림 말고 도지혁의 동맹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두 명의 동맹 중 도지혁이 마니또일 거라 확신한 것 또한 별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목 아프다고 했던 거 기억해?”
“아, 노래방 갔다가요?”
“어. 그때 내가 너한테 목은 좀 아픈데 심하진 않다고 했잖아.”
“그랬죠.”
“그러다 네가 에이든과 지혁이 형네 방에 있던 가습기를 우리 방에 가져다 놨고.”
“…그랬죠?”
천세림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듯 듣다가 문득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어떤 식으로 도지혁의 정체를 꼽았는지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네가 왜 그렇게 비효율적인 짓을 하겠어. 만약 처음부터 가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 넌 그냥 그 방에 있자고 했겠지.”
천세림과 도지혁은 분명 성격이 비슷하다. 둘 다 효율을 추구하고 머리를 잘 굴리는 놈들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 명은 조금쯤 다른 면이 있었는데, 상대가 하는 말을 팩트로 받아들이고 정말 필요하다 판단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존중하는 천세림과는 달리 도지혁은 건강에 관해서는 조금의 타협도 없단 점이었다.
“가습기를 가져다 둔 건 형이었죠? 뒤에서 듣고 있었잖아요. 세림이 넌 그거 몰랐으면서 내가 가습기 고맙다고 한 말에 대충 상황 파악하고 고개 끄덕인 거고.”
잘 커버친 줄 알았겠지만 오히려 천세림의 그런 대응이 더 의심스러웠다.
만약 정말로 천세림이 나중에야 가습기가 필요하다 여겼다면 굳이 기계를 옮기기보다는 아직 완전히 짐을 풀지 않은 만큼 짐을 옮기자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아까 이럴 걸 그랬다.”며 투덜댔을 테니까.
즉, 대처가 빠르고 자연스러운 게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다.
“내 마니또는 세림이~.”
“제 마니또는 현진이 형이었죠?”
뒤를 이어 에이든 리와 유찬희 또한 각자 자신이 추리한 결과와 함께 마니또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강현진이었는데.
“음, 나는… 내 마니또가 단우라고 생각했어.”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그렇게 말한 강현진은 몇 가지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선행을 털어놓다가 곧 조금쯤은 모호한 말을 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이번에는 단우가 내 마니또가 되었겠구나 했지. 아무래도 나도 그게 아니면 단우가 내게 그렇게 해 줬을 것 같진 않았어서.”
“……?”
어딘가 비슷한 두 명의 ‘이유’에 내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그럼 이제 정말로 마니또 정체 공개를 해 볼까.”
분위기를 환기하듯 박수를 친 도지혁에 의해 곧 모두의 마니또 결과가 공개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