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아~ 이렇게 됐네.”
“헉……!”
마니또 결과가 매칭된 후에는 멤버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마니또 매칭
「유하→지혁, 지혁→유하
세림→이든, 찬희→세림
이든→단우, 단우→현진
현진→찬희」
❉마니또 결과
「주인-유하, 이든, 찬희
노예-지혁, 세림, 단우」
지난 1회차 원디어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후…….”
그 와중에 강현진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중 유일하게 주인도, 노예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현진은 자신의 정체를 유찬희에게 완전히 숨기지 못한 탓에 발각당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정체를 완전히 숨겨야만 얻을 수 있는, 상대방을 노예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는 딱히 유찬희를 노예로 두지 못하게 됐다는 것에는 미련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강현진은 자신이 마니또를 맞춘 것에 좀 더 기뻐하는 듯 보였다. 만약 주단우가 그의 마니또임을 자신이 밝혀 내지 못했다면 그대로 주단우의 노예가 되었을 테니까.
결국 노예를 얻지는 못했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노예가 되지도 않은 강현진은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 얼굴 위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마음을 비우고 해야 하는 건가.’
평온하게 원디어 게임에 임하고 제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 낸 강현진이 그렇게 자신만의 평안을 즐기는 동안, 희비가 갈린 멤버들은 서로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혀어엉!”
“찬희!”
유찬희와 에이든 리는 드디어 이겼다는 마음에 서로를 부둥켜 안았고.
“아~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 난 진짜 유하가 내 마니또는 아닐 줄 알았는데.”
“아, 현진이가 아니었구나.”
노예가 된 천세림과 도지혁, 주단우는 뜻밖이라는 표정과 함께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상하네… 은근히 유하랑 나랑 접점이 없지 않았나? 언제 선행을 다 해 준 거야?”
“아니, 이거 비디오 판독 필요한 거 아니에요? 대체 찬희가 언제 나한테 선행을 한 거야?”
무엇보다도 도지혁과 천세림은 유독 어리둥절해 보였는데, 아직까지도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에 대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은 유찬희가 에이든 리와 어깨동무를 하고는 대꾸했다.
“저희는 세 가지 선행 다 했어요~.”
“뭐? 선행이 뭐였는데?”
“우선 저는 세림이한테 이런 것들을 해 줬죠.”
유찬희는 손을 꼽아 가며 자신의 선행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천세림에게 샤워 차례를 양보해 준 것, 아침 메뉴를 고를 때 천세림이 좋아하는 음식 쪽으로 표를 준 것, 뮤지컬을 하면서 천세림에게 노란색 레인보우 베어 탈을 양보해 준 것.
“어라? 그건…….”
“저도 다 했습니다.”
나 또한 내 선행을 이야기했다.
이동을 할 때 도지혁을 자잘하게 도운 것, 숙소에서 술 게임을 하면서 도지혁과 편을 짜 놈과 함께 승리한 것, 아침에 장을 잠깐 봐 오면서 도지혁의 탄단지 주스를 위한 음식들을 사 온 것.
“나는 단우 형한테 이런 거 해 줬어요.”
여기에 천세림이 자신의 마니또라고 꼽았던 에이든 리 또한 말을 더했다.
에이든 리는 장을 보러 가겠다는 주단우를 도와 함께 마트에 다녀온 것, 호객 행위에 서투른 주단우에게 먼저 팀을 짜자고 말한 것, 탭 댄스 연습을 할 때 도움을 준 것 등.
여기까지 말을 들은 도지혁과 천세림, 주단우의 표정이 이상해진 것은 당연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터였다.
“…설마, 너희 셋끼리 선행을 대신해 준 거야?”
“정답.”
우리가 말한 ‘선행’을 도지혁과 천세림, 주단우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았기 때문이었다.
도지혁은 유찬희에게, 천세림은 에이든 리에게, 주단우는 내게서. 우리가 각자의 선행을 다른 사람이 해 줌으로써 서로의 정체를 감출 수 있게끔 판을 짰기 때문에.
-그런데 아무리 봐도 다들 눈치가 빨라서… 어찌됐든 선행을 하면 단번에 눈치챌 것 같은데. 은근하게 할 만한 선행, 뭐 그런 거 없을까요?
우리가 각자의 선행을 대신해 주기로 한 것은 게임 센터에서의 담합 때였다.
어떻게든 세 명이 우리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게끔 만들어 그들을 노예로 두려고 해도, 막상 생각해 보니 방법은 여의치 않아 보였다.
특히 천세림과 도지혁은 원디어 내에서 제일 눈치가 비상한 멤버 아닌가. 힌트 공개까지 추가된 마당에 선행을 하게 되면 둘은 쉽게 마니또를 유추해 낼 수 있게 될 터였다.
-우리, 룰 중에 선행에 관련된 걸 정한 게 있던가?
-선행이요? 어… 정해진 시간 안에 각자 담당 멤버한테 세 가지 선행을 하지 못하면 노예가 된다, 이런 건 있었는데.
-…그럼 ‘선행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면 안 된다.’라는 룰 같은 건 없는 거지?
-!
때문에 내가 생각해 낸 건 일종의 ‘꼼수’였다.
-형, 세림이한테 샤워 차례 양보해 줄 수 있어요?
-유하, 단우 형이랑 같이 티켓 나눠 주러 가 줘!
-이든, 이동할 때마다 자잘하게 지혁이 형 수발 좀 들어 줄 수 있어? 티 나게.
선행으로 담당 멤버에게 무엇을 해 줄지는 마니또인 본인들이 생각해 낸다.
하지만.
“사기다……!”
“선행과 관련된 룰은 정해 놓지 않았잖아.”
그걸 대신해 주는 것은 동맹인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게끔 꼼수를 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행을 해 주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눈치 빠른 천세림과 도지혁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솔직히 이런 꼼수를 쓴다는 게 좀, 양심에 찔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 꼼꼼한 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와…….”
이건 리벤지전이지 않나.
꼼수에 당했으면 역시 꼼수로 되돌려주는 게 제일 좋은 복수 방법이 될 터였다. 거기에 지난번 천세림의 꼼수에 당한 유찬희와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셈이었던 에이든 리 또한 동의해 주었고.
“솔직히 난 박수를 쳐 주고 싶어.”
“형, 우리 졌잖아요. 무슨 박수예요!”
“아니, 그렇긴 한데… 확실히 재미는 있었어.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거기도 했고. 뭣보다 우리 정체를 발각당한 것도 너무 사소한 계기 때문이었잖아, 아하하.”
이야기를 듣던 도지혁이 감탄한 얼굴로 손뼉을 치는 것에 옆에 있던 천세림이 어이가 없다는 듯 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혁은 즐거워 보였다.
“그 사소한 걸 놓쳐서 동맹 상대도 들키고 정체도 들킨 거니까. 게다가 유하가 꼼수를 쓸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다는 점이 패착이었던 것 같아.”
“아, 그건 그렇죠. 유하 형… 믿었는데.”
“먼저 믿음을 배신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
먼저 룰을 가지고 논 주제에 이제 와 툴툴대는 천세림에게 나는 대꾸했다. 그러는 동안, 에이든 리는 주단우에게 볼멘소리로 말했다.
“형은 근데 어떻게 차 선물을 받고도 그게 나인 걸 모를 수가 있어요? 알아채라고 주는 선물이었는데! 게다가 현진이 형이 말한 마니또 힌트도 들었으면서.”
“으음… ‘막내 라인’이라는 말에 함정을 숨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혁이 형보다 연하는 다 막내라고 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 그리고 차는 정말로 현진이가 좋아하는 거니까… 또 떠올릴 만한 사람도 없었고…….”
주단우는 에이든 리의 말에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그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1회차 원디어 게임에 예상외의 꼼수와 (자신이 주도한 것이긴 하지만) 배신이 난무했다 보니, 힌트를 곧이곧대로 듣진 못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강현진이 평소 차 종류를 좋아했던 것을 떠올린 듯했으나, 에이든 리는 그 말에 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형, 나 영국인이잖아요.”
“…아.”
말마따나 오히려 ‘차’를 생각하면 에이든 리를 떠올리는 게 더 옳았을 테니까.
차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온 에이든 리이지 않나. 평소 강현진이 차를 마실 때면 언제나 옆에 붙어 있기도 했고.
‘오히려 에이든 리보다 강현진이 더 차를 즐겨 마셔서 초점이 좀 빗나간 모양이지만.’
거기에 더해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강현진이 자신에게 선행 같은 배려를 다수 해 주었던 모양이고. 그게 계기가 되어 힌트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마니또가 강현진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 듯한데…….
‘좀 이상하긴 하지.’
의아함이 느껴지기는 했다. 주단우가 강현진이 말한 힌트를 믿을 만하다 생각하지 않고, 여기에 더해 자신이 받은 배려를 의심스러워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주단우와 강현진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는 사이였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도 3차 경연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접점이 없던 데다, 둘 다 조용하지만 본질적으로 성격은 완전히 달라 맞는 점이 딱히 없는 모양이었으니까.다만 지금 보니, 내 생각보다도 두 명은 더 서로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직 팀이 결성된 지 반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지금 걱정하는 건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접점이 없는 만큼 서로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거라면 앞으로의 활동 기간 동안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니 지금 두 명의 관계에 괜히 개입하거나 너무 깊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곧 완전히 긴장을 놓을 수만도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룰북을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요. 하, 룰 위의 룰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야, 그게 네가 할 말이냐? 제일 먼저 꼼수 쓴 게 누군데!”
“하하, 그래도 이번에도 재미있었잖아. 예상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라는 게 있으니까~”
“마니또 게임의 따뜻함은 대체 어디 갔냐고요…….”
“그래도 이번엔 이겨서 좋았어요~! 단우 형한테는 섭섭했지만.”
“이, 이든아….”
“이번 게임에 대한 회포는 나중에 풀고, 우선 마무리 인사를…….”
띵동!
“……!”
『과거의 재현!』
당신의 ‘운’이 재현됩니다.
이번에는 ‘불운’을 ‘행운’으로 만들어 보세요.
리얼리티 촬영이 모두 마무리된 후, 또 한 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올랐으니까.
* * *
리얼리티 촬영 이후의 1월 스케줄은 연습과 시상식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시상식마다 특별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안무 연습 등으로 멤버들이 바쁘게 생활하는 동안 뜻깊은 결과들 또한 속속들이 찾아왔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유어원!”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원디어가 신인상을 얻게 되며, 원디어는 명실상부 ‘차세대 기대주’로 꼽히게 된 것이다.
회사에 차곡차곡 채워지는 트로피들을 보며 멤버들이 이어지는 스케줄을 소화할 힘을 얻고 있을 때, 나는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이 순간을 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일어날 만한 과거의 재현이 뭐가 있지?’
바로 얼마 전, 리얼리티 촬영을 마치고 떠오른 시스템 창 때문이었다.
또 한 번의 파란을 예고하는 시스템 창의 출현 이후로 나는 지금의 원디어에게 일어날 만한 일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쉽게 머릿속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일어날 만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산재돼 있는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비베스트 엔터와 도지혁의 계약 문제, 주단우와 도지혁의 미묘한 갈등부터 시작해 언제 또 한 번 현실이 될지 모르는, 내가 되돌아오기 전의 미래에서 겪어 본 온갖 사건 사고들까지.
이번 ‘과거의 재현’이 무엇이 되었든, 그게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원디어에게 해를 미쳐서는 안 될 터. 그렇기에 이번 ‘과거의 재현’을 대비해 내가 멤버들의 기색을 조금 더 면밀히 살피고 있을 때였다.
“이번 자체 콘텐츠 말인데, 이건 일단 나 한 번 믿고 맡겨 볼래요?”
“예?”
나는 곧 살펴야 하는 게 멤버들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가 잘 아는 후배가 좋은 영상 팀을 데리고 있어서 그래요. 이런 일은 아무래도 반짝이는 아이디어, 신선함, 젊음. 그런 게 중요하잖아? 그런 데에서 아주 기가 막히는 회사더라고, 거기가.”
생각해 보면 위험 요소는 팀 바깥에도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