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에이든 리가 U라이브를 튼 것은 추라이에 대한 이야기가 돌기 바로 며칠 전쯤이었다.
[안녕, 유어원~!]간편한 후드 차림의 에이든 리는 숙소에 자리해 있는 듯, 낮은 탁자를 앞에 두고 뒤에는 소파를 배경으로 한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곧 그 옆으로 등장한 건 음식을 손에 들고 있는 주단우였는데, 주단우는 약간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화면에 손을 흔들고는 얌전히 에이든 리의 옆에 앉았다.
숙소에서의 U라이브는 꽤 오랜만이었던 데다 에이든 리와 주단우, 두 명의 조합으로 라이브가 틀어진 것은 처음이었기에, 유어원은 반가움과 호기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ㅁㅊ U라이브ㅠㅠㅠㅠ 너무좋아 반가워 얘들아~~ 이제 저녁 먹어?
-이든이랑 단우 두 명이서만 화면에 있으니까 뭔가 새롭다ㅋㅋㅋㅋㅋㅋ
-버스킹 썰 풀어줘
-이든이 후드 예쁘다
-단우야 손에 들고 있는 거 뭐야?? 직접 만든 거야?
[아, 오늘은 제가 만든 건 아니에요. 배달시킨 거라…….]유어원의 질문에 주단우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음식을 보여 주었다. 소담한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은 새빨간 색깔의 떡볶이와 매운 곱창 요리 등으로, 주단우는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은 요리보다는 배달을 시켜 먹고 싶어서요. 이든이도 매운 게 먹고 싶다고 했고…….] [맛있겠다~! 저희 최고 매운맛으로 시켰어요! 나 챌린지 좋아해. 형이 먹는 맛이 궁금했어요!] [혹시 몰라서 치즈도 가져오긴 했으니까 너무 맵다 싶으면 꼭 말해야 해, 이든아.] [아, 형. 나 먹을 수 있어요~!]물론 에이든 리는 먹지 못했다.
멤버들과 유어원에 의해 이미 매운맛 마스터로 불리고 있는 주단우의 기준에 호기롭게 도전한 것은 좋았으나, 역시나 그 기준은 에이든 리가 닿기에는 너무나 높았던 것이다.
때문에 에이든 리는 떡볶이 몇 개와 곱창 몇 개를 집어먹고서는 장렬하게 리타이어를 선언하며 얌전히 음식을 치즈에 찍어 먹는 것을 반복했다.
[…뭐 해?] [오, 유하랑 세림이 왔어요!]그러던 중 숙소로 돌아온 원유하와 천세림의 합류로 U라이브의 화면은 가득 찼다.
소파를 등에 두고 에이든 리와 주단우가 바닥에 앉아 있던 탓에, 원유하와 천세림은 자연스럽게 두 명의 뒤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추가 인원과 함께 이어지던 U라이브. 가만히 U라이브의 채팅을 읽던 원유하 옆의 천세림은 오늘따라 유독 말이 없었다.
-세림이 피곤한가
-스케줄 좀 빡셌나 오늘..? 세림이 이렇게까지 말없는 거 첨보는 거 같은데
-피곤해 보여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었나 표정 좀 별론데
때문에 멤버들에게 향하는 질문 속에서 드문드문 천세림의 상태를 이야기하는 댓글들이 올라오던 중,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화했다.
[…우리 오늘 자체 콘텐츠 미팅했던 거. 우리 좀 있음 나오잖아.]에이든 리가 귓속말을 한답시고 뜬금없이 스포를 터뜨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에 난감해하는 듯한 주단우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귓속말을 들은 원유하가 말없이 에이든 리를 바라보았다.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지만 수많은 ‘말’이 담겨 있는 듯한 시선에 유어원이 폭소를 터뜨린 건 당연했다.
-이든이가 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이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말리기도 전에 일을 터뜨리는 이든이와 또 한 번 조련에 실패해버린 응석받이 조련사 원유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도 이번에는 이든이도 유하한테 물어보려고 했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든이도 많이 노력했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 발전했다 이든아… 자랑스럽다!
-스포? 오히려 좋아
-얘들아!정확히말해주기어렵다면손가락으로몇월인지신호라도주면좋겠다~!
또 한 번 대차게 스포일러를 터뜨려 버린 에이든 리의 모습에 웃는 것도 잠시, 곧 유어원은 기다려 왔던 자체 콘텐츠 소식에 열광하며 빠르게 채팅을 올렸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자체 콘텐츠. 그에 답변한 것은 에이든 리도, 원유하도 아닌 내내 가라앉아 있는 듯했던 천세림이었다.
[이거 말해도 되나. 음, 그냥 말할게요. 거의 확정까지는 이야기 나오긴 했어요. 그래서 조금 있으면 나올 수도 있겠다 싶긴 하고.]뜻밖에도 호쾌한 천세림의 말에 유어원이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였다.
[그냥 의견만 좁혀지면 언제든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정도로만 알고 있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나온 건 꽤 있어서. 대신 전 좀 더 심사숙고하고 싶긴 해요~] [아무래도 한 번 찍고 마는 게 아니라 정규로 가게 될 예정이니까 저희도 좀 더 생각이 많아지네요. 아무래도 여러 사람의 기획과 인력이 필요한 문제라서 조율에도 시간이 걸리고요.] [더 다듬고 싶고 더 좋은 거 보여 드리고 싶으니까. 하하, 아시잖아요. 저희 멤버들 다 욕심꾸러기인 거. 아무래도 타협이 잘 안 되네.]천세림과 원유하가 약간은 애매모호한 말을 덧붙인 것은.
[욕심 부려서 좋은 거 나오면 좋지 뭐~!] [흠, 그건 그렇죠. 에이… 모르겠다. 나도 밥 먹을래요. 형! 나도 젓가락 가져와도 돼요?] [괜찮긴 한데… 혹시 많이 매우면 이거 찍어 먹어야 해, 세림아.] [아, 저 당연히 할 수 있죠~! 형은 날 뭐로 보고!]당연히 천세림도 먹지 못했다.
어찌 됐든 유어원이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 에이든 리와 천세림의 능청으로 화제가 돌려진 덕에 유어원은 즐거운 기분으로 그날의 ‘원디어 매운맛 도전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끝이 난 U라이브 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유어원들은 한두 마디 우려를 담은 말을 커뮤니티와 SNS에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오늘 애들 자컨 얘기 할 때 좀 쎄하지 않았어?; 솔직히 자컨 우리도 기다리긴 했는데 애들이 제일 많이 기다렸잖아 근데 곧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치고 애들이 그렇게까지 기뻐보이진 않았던 거 같아서..;
-자컨 관련해서 원디어가 원하는 바랑 로드가 원하는 방향성이 좀 다른가… 타협 얘기까지 나온 걸 보면 세림이가 의견 굽혀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그래서 세림이 오늘 힘들어 보였나 싶음ㅠㅠ
-로드 혹시 또 개짓거리하니?
다만 명확한 증거 없이 그저 원디어 멤버들의 얼굴 표정과 은근한 말투에서만 혹시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나, 짐작할 수 있기에, 유어원은 곧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일어난 추라이 사건. 비단 유어원뿐만이 아닌, 뜻하지 않게 이름이 한데 묶여 언급된 아이돌 그룹의 팬덤들은 곧 추라이의 이번 콘텐츠 기획안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같았다. 추라이가 또 한 번 외국 미튜버 채널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기획안을 작성했다는 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밝혀진 것이다.
그에 모든 커뮤니티가 분노로 들썩일 때, 유어원의 반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다.
-로드야 제발 계약서에 도장은 안 찍었다고 얘기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 설마 트릭오어즈랑 계약한 건 아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ㅅㅂ진짜 로드가 트릭오어즈랑 계약할 생각이었다면 제정신이냐고 말해주고 싶음ㅋㅋㅋㅋ 그래 표절까지는 얼마 전에 얘기 나온 거니까 그렇다 치겠는데 설마 진심으로 원디어한테 저런 거 시키려고 한 거임?
-알고보니 내가 아이돌이 아니라 버라이어티 미튜버 좋아했나 ㅋㅋㅋㅋㅋ 자컨이 아니라 고품격 지식 버라이어티 쇼를 만들려고 하는 소속사가 있다¿
-세림이가 좀 더 심사숙고하고 싶다면서 ‘하ㅅㅂ타협? 존나하기싫음’표정이었던 데 이유가 있었네ㅋㅋㅋㅋㅋㅋㅋ 저 기획안 천세림 절대 못 받아들이는 아이디어들이잖아ㅋㅋㅋㅋㅋ
-아니 ㄹㅇ로 저 기획안 보고 괜찮은데요? 가죠! 이랬을 멤버 한명도 없을 것 같은데 왜 트릭오어즈랑 같이 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굴러간거야??;; 멤버가 원하는 방향성이랑 다르면 퇴짜놓고 다른 회사 찾으면 되잖아 회사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근데 왜 거의 확정까지 갔던 거지?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하지만, 그간의 일로 인해 로드 엔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던 유어원은 ‘트릭오어즈’와 거의 계약까지 갈 뻔했던 엔터사가 로드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때문에 로드 엔터에 대한 불만을 토해 내며 유어원이 또 하나 제기한 의문은, 그렇게 멤버가 질색할 만한 기획안을 어째서 로드 엔터가 받아들이려 했느냐는 것이었다.
답변은 또 한 번 의도치 않은 곳에서 튀어나왔다.
-추라이 인맥 장난 아니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대학 동기였던 사람들이 지금 영상이랑 콘텐츠 쪽에 다 한자리하고 있나 봄 이번에 추라이가 기획안 넣었던 회사들도 다 지 인맥빨이라는데ㅋㅋㅋㅋㅋ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팬덤들이 자체적으로 추라이의 뒤를 캐 보기 시작하면서, 추라이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돌 자체 콘텐츠에 손을 뻗게 되었는지가 밝혀진 것이다.
그에 유어원이 폭발한 것은 당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는 진짜 해명 요구해도 되는 부분 아님?ㅋㅋㅋㅋㅋㅋ 설마 진짜로 아티스트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무턱대고 인맥 때문에 트릭오어즈랑 계약하려고 했던 거면ㅋㅋㅋ 난 로드 절대 용서 못할 것 같은데
-추라이 XX대 영상과 나왔다고? 그럼 걔 받아준 사람 누군지는 XX대 영상과 나온 사람 위주로 캐보면 됨? ㅅㅂ 홈페이지에 안 적혀있으면 내가 모를 줄 알지? 개같이 추노해준다
-로드 정신차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냐
-나 진짜 못참겠어서 방금 로드에 전화했는데 현재 원디어의 자체 콘텐츠는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된 건 전혀 없다는 소리만 들음 이게 그냥 둘러대긴지 아님 진짜 계약서에 도장은 찍기 전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패야하는 건 콘텐츠팀 쪽인 듯 관련 사항은 전부 그쪽에서 진행한대요
그렇게 유어원들의 날 선 눈길이 로드 엔터, 그중에서도 콘텐츠 팀 쪽으로 향하고 있는 동안.
“…….”
안 팀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대표실의 문 앞에 서 있었다.
* * *
‘X발.’
안 팀장은 대표실 앞에서 주먹을 여러 번 고쳐 쥐며 심호흡했다.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풀려 간다고 생각했는데.
‘직원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해서!’
기획안이 유출될 건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애초부터 직원들 입단속을 철저히 했으면 추라이 놈의 표절 사건이 밝혀질 일도 없었을 게 아닌가!
미튜버 시절에 일어난 추라이의 표절 사건은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렇기에 안 팀장은 추라이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서 그 사실이 새어 나갔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때문에 추라이의 연락을 회피하고 있던 중, 안 팀장은 뜻하지 않은 호출에 9층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하승혁 대표: 이번 일에 대한 보고를 듣겠습니다. 9층으로 올라오십시오.]그간 잠잠히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던 하승혁이 끝내 그를 소환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대표실 앞에 당도한 안 팀장은 쉽사리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하.”
하지만 더 피할 수도 없는 상황. 안 팀장은 몇 분간의 고민을 마치고 끝내 문을 두드렸고.
“들어오세요.”
단정한 하승혁의 목소리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뜻밖의 인물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