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안녕하세요, 팀장님.”
느긋하게 대표실의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은 원디어의 리더인 원유하였다.
예상하지 못한 인물에 안 팀장이 머뭇거리는 동안, 창가 쪽에 서 있던 하승혁이 말했다.
“들어오세요.”
“…예, 예.”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안 팀장이 들어오고 나서도 어정쩡하게 서 있자, 원유하는 손을 내밀어 의자에 앉기를 권유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팀장님.”
“…예에.”
그 모습이 어딘가 건방지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안 팀장은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원유하가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
“…….”
잠시 대표실 안쪽으로 침묵이 감돌았다. 창가 쪽에서 서류를 들여다보는 듯하던 하승혁이 조용히 소파 쪽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을 때까지, 원유하는 가만히 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옥 같은 침묵. 그 사이에서 잠시 무엇도 하지 못하고 손만 꿈지럭대던 안 팀장은 마침내 하승혁 대표가 서류를 덮고 소파 쪽으로 다가왔을 때 다급히 입을 열었고.
“저, 대표님, 이번 사건은 저도 모르던…….”
“이것 좀 보시겠어요?”
곧 원유하에 의해 말을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얼떨결에 원유하가 내민 휴대폰 화면을 바라본 원 팀장은 크게 놀랐다.
[추라이: 솔직히 형님이 저 이렇게까지 믿어주실 줄 몰라서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른 동기나 형님들은 그 일 모르니까 그렇다고는 쳐도..] [추라이: 저도 동기나 형님들한테 부탁하는 거 양심에 찔렸었거든요 근데 굳이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어서 입다물고 있는 거긴 하지만ㅋㅋ 근데 형님은 좀 편하네요 다 아시는데도 믿어주신 거잖아요] [추라이: 제가 진짜 기깔나는 아이디어랑 조회수로 보답하겠습니다ㅠㅠ 형님 감사합니다] [원 팀장: 니가 잘해서 그런 건데 뭘ㅋㅋ 이번에도 잘해보자 믿는다]자신과 추라이의 메시지 내용이 그대로 캡처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다급히 고개를 들었을 때, 원유하는 고요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게 왜… 어떻게…….”
“기획안 유출이 어디서 됐다고 생각하세요?”
“…….”
모르겠다. 그저 추라이네 직원 중 한 명의 실수이지 않을까, 그렇게만 추측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유출된 건 안 팀장님이세요. 이건 친한 기자님께서 기사 내시기 전에 보내 주셨고.”
친한 기자라면 안 팀장도 대충 추측은 갔다. 원유하가 몇몇 기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언뜻 들어 본 적이 있으니까.
“이걸 어떻게 기자가…….”
“그게 중요할까요. 여기서 이야기해야 할 건 안 팀장님께서 ‘트릭오어즈’의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잘 알고 계셨다는 점인 것 같은데.”
안 팀장은 그제야 원유하가 전에 없이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채,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저는 최대한 안 팀장님의 의견을 존중하려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멤버들과도 잘 이야기해 보면서 최대한 회사와 저희 모두가 좋은 쪽을 찾아가려 했고. 그런데 이 메시지를 보면 팀장님께서는 애초에 좋은 쪽을 찾을 생각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유하 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하, 오해는요.”
원유하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보증한다고 말씀하셨지 않나요.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씀하셔 놓고, 이제 와 말을 바꾸시는 건 제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그에 안 팀장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보증이니 뭐니 하는 말이야 당연히 입바른 말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그냥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 정도였을 뿐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일 건 또 뭐란 말인가.
그는 다급히 변명했다.
“유하 씨,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추라이가 과거 표절 사건을 일으킨 건 맞지만, 놈이 정말로 이번에도 또 사고를 낼 줄은 나도 몰랐단 말입니다. 한 번 크게 데였으니 이제 정신 차렸겠지 싶고 뭣보다 정말 능력이 있어서 맡긴 거였다고요!”
“능력이 있으신 분이란 점은 알겠어요. 매번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시면서도 여기까지 성장하셨다는 건, 추라이 님이 잘 감추고 또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있단 거겠죠.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좋아 봤자…….”
원유하는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유출된 기획안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결국 도둑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누구도 도둑과는 같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릭오어즈’와의 계약을 밀어붙이셨던 안 팀장님을 저희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된 것도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에 욱한 안 팀장이 또 한 번 어떻게든 변명을 쏟아 내려 할 때였다.
“친밀한 관계이기에, 무엇보다도 능력이 있어 외주 회사를 섭외하셨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엔터 업계에서 인맥 위주로 서로 일거리를 주고받는 건 흔한 일이기도 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생각도 없고요.”
“대, 대표님.”
“하지만 과거 소재 도용과 표절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일거리를 맡기는 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건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죠.”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승혁이 조용히 입을 열어 한 말에 안 팀장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뒤이은 원유하의 말은 더더욱 안 팀장을 절망하게 했고.
“이 메시지 내역이 공개되면 모든 공격은 안 팀장님께로 향하게 되겠군요. 지금도 회사로는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 오고 있던데요, ‘트릭오어즈’와는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궁금해하시니까요.”
“……!”
안 팀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떨었다. 거기까지 가면 징계가 무엇인가, 재기조차 어려워질 터였다.
‘X발, X발……. 어떻게 해야 하지?’
대중은 뭐가 어떻게 되든 이번 일의 희생양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명확한 증거가 나온다면 모든 집중포화는 추라이뿐만이 아닌 안 팀장에게로 쏟아질 테고.
본사는 이룬 게 없는 자신을 버릴 테고, 로드 엔터도 자신을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을 터였다. 그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채 이대로 망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물어뜯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완전히 추방되면서.
“살, 살려 주십시오.”
때문에 안 팀장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안 팀장은 그들이 분노하면 어디까지 튈 수 있는지도 너무나 잘 알았다.
대중은 손속에 사정을 두려 하지 않을 터였다. 한 명이 완전히 무너지기까지, 적어도 그들이 흥미가 떨어지기까지 끝까지 공격하려 들겠지.
온갖 추문이 따라붙는, 무엇보다도 거대한 팬덤을 적으로 두고 있는 자신을 써 주려고 할 회사도 없을 터였다.
“제가 생각을 잘못했습니다. 생각이 짧았어요. 후배 놈이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그만……. 선택을 잘못한 겁니다. 다신, 다신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아니면 제가 차라리 조용히 나갈 테니까, 제발 기사라도 막아 주시면…….”
“기자님이 손쉽게 기사를 쓰는 걸 그만둬 주실 것 같진 않은데요. 이만한 단독거리는 없지 않나요. 저희도 다른 걸 드려야 무마할 수 있겠죠.”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원유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목구멍 너머 바깥으로 뛰쳐나올 것처럼 뛰는 가운데, 분명한 명령이 떨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예?”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요구가.
원유하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평소처럼 생활하세요. 대신, 앞으로의 콘텐츠는 모두 팀장님의 독단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닌 콘텐츠 팀의 전체 투표로 진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외주 회사에 대한 투표도 다시 진행 부탁드립니다.”
“그건… 가능하지만…….”
어째서 징계나 처벌이 아닌, 자비 같은 요구를 듣고 있는지 안 팀장이 어리둥절해할 때였다.
“앞으로 콘텐츠 팀에서 안 팀장님은 어떤 의사 결정권도 발휘해서는 안 될 겁니다.”
“…….”
이어진 말에 안 팀장은 원유하가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자리를 보전하세요. 대신, 그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시게 될 겁니다. 어떤 일에서도 안 팀장님은 저희 일에 끼어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
“보증하시겠다고.”
그게 망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전부 지겠다고 말씀하신 것과 다름없지 않나요, 그렇게 말한 원유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징계도 받으셔야죠.”
* * *
“외주 회사는 결정했습니까?”
“지금쯤 멤버들과 콘텐츠 팀 직원분들이 투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아마 오늘 안쪽으로는 결정이 날 겁니다. 그 뒤는 빠르게 진행될 테고요.”
안 팀장이 넋을 놓은 듯한 표정으로 대표실을 빠져나가고 난 후, 나는 하승혁에게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김 기자: 출연 결정해 줘서 고마워요^^ 이번 창립행사 축하공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원유하: 뭘요. 언제나 도움 주시는데 그 정도는 당연하죠.]김 기자가 얼마 전 혹시 원뉴스에서 진행하는 창립 기념행사의 축하 공연에 출연해 줄 수 있겠느냐 물었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아무래도 연예부 기자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섭외를 계속해서 맡고 있다며 하소연한 김 기자의 말을 들은 순간, 내가 떠오른 것은.
‘김 기자를 핑곗거리로 삼을 수 있겠는데.’
김 기자를 이용하면 좀 더 쉽게 안 팀장을 압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잘 사용했지.’
나는 휴대폰에 캡처되어 떠올라 있는 안 팀장과 추라이의 대화 내역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블랙 해킹: 날조와 루머 사이」
단 한 번, ‘거짓말’로 대중의 반응을 조율하며 상황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조건: 사용자가 명확하게 자신의 말이 ‘거짓’임을 인지하고 있을 경우
안 팀장이 ‘트릭오어즈’와의 계약을 밀어붙인 순간, 내가 떠올린 건 보상으로 받았던 아이템이었다.
아이템을 처음 받았을 때는 ‘거짓’을 퍼뜨릴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논란을 만들기에는 이만한 게 없었지.’
나는 우선 추라이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야 논란에 제대로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초반부터 기획안을 터뜨리는 건 좋지 않았다. 추라이라는 미튜버 개인에 대한 불신부터 대중에게 퍼뜨려야만 일이 제대로 돌아갈 테니까.
때문에 나는 아이템을 써 추라이가 미튜브를 접은 이유가 소재 도용 때문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게 되었다.
‘솔직히 그게 사실일 줄은 몰랐지만.’
은근한 짐작은 있었다. 한 번 표절을 한 놈이 과거라고 달랐겠는가.
안 팀장은 추라이가 언제까지나 현장에서 뛸 수 없다고 생각해 콘텐츠 회사를 차렸다고 둘러댔지만, 나는 그게 진짜일 거라 믿지 않았다.
‘회사를 차리는 건 자신의 채널을 굴리는 상태로도 가능해. 오히려 그쪽이 추라이로서는 더 좋았겠지. 인지도를 유지한다면 사업 확장이 더욱 쉬웠을 테니까.’
하지만 추라이는 지름길로 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과 소통을 끊는 길을 선택했지.
아예 미튜버 활동에 환멸을 느꼈던 것이라면 굳이 콘텐츠 회사는 차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채널을 접었기 때문일 터.
때문에 추라이가 미튜브 채널을 접은 이유가 과거의 소재 도용 때문이라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었으나, 그건 뜻밖에도 ‘진실’이었던 모양이었다.
「추가 보상 지급 완료!」
블랙 해킹: 타인의 기록(1회)
마치 칭찬이라도 하듯 시스템으로부터 지원 사격이 주어졌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