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블랙 해킹: 타인의 기록(1회)」
단 한 번, 타인의 기록을 훔쳐 카피할 수 있습니다.
조건: 자신이 원하는 ‘기록’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경우
마치 내가 어떤 식으로 안 팀장을 압박할지 알고 있다는 양 주어진 추가 보상.
너무나도 순탄하게 이어진 조력에 나는 문득 시스템이 ‘과거의 재현’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추측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확신에 들어선 가설.
‘시스템은… 내가 과거를 수정하는 걸 원하고 있는 건가.’
즉, 시스템이 내가 겪었던 미래의 ‘불운’을 지금의 현실로 불러와 내가 그것을 ‘행운’으로 바꾸어 수정하기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과거의 재현’을 떠올려 냈다.
첫 번째로 겪었던 ‘과거의 재현’은 멤버들과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하던 폭우 사건.
두 번째는 활동을 망칠 수밖에 없었던 멤버 중 한 명의 조작 논란.
세 번째가 바로 ‘트릭오어즈’에 의한 자체 콘텐츠 제작 무산이었다.
‘전부 나와 연관되어 있고 너무나도 순탄하게 라이트닝 원유하를 거꾸러뜨린 사건들이었지.’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회귀 전, ‘트릭오어즈’에 피해를 입은 회사는 한둘이 아니었다. 당시 아이돌 자체 콘텐츠로 이름을 날린 ‘트릭오어즈’는 수많은 엔터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전 소속사인 로빈슨이었던 것이다.
그때도 추라이는 회사 윗선과 연줄이 있었다. 때문에 계약은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라이트닝 멤버들은 계약 체결 소식을 듣고 희망에 부풀어 즐거워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게만 흘러갔다.
이미 계약금까지 전달한 상태에서 ‘트릭오어즈’가 논란에 휘말린 후 추라이가 다수의 엔터사에서 받아먹은 돈을 들고 잠적한 것이다.
때문에 수많은 회사가 피해를 입었고, 그중 하나였던 로빈슨 또한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덕분에 라이트닝의 자체 콘텐츠도 지지부진하게 미뤄졌었지.’
법적 공방이 지난하게 이어진 탓에 아예 활동에도 제동이 걸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떠오른 ‘과거의 재현’은 아마 그것을 노렸던 것일 테고.
즉, ‘과거의 재현’도 두 가지 의도가 충돌하고 있는 듯했다.
‘한쪽은 ‘과거의 재현’을 통해 나를 망하게 하려고 하고, 한쪽은 내가 그걸 수정하길 바라고 있는 거겠지.’
때문에 ‘과거의 재현’은 돌발 퀘스트의 형식을 띠게 된 것일 터였다.
버그처럼 급작스럽게 주어지는 미래의 ‘불운’을, 지금까지 나를 이끈 시스템이 ‘행운’의 틀 안에 무리하게 포섭시켜 버린 것이었으니까.
덕분에 애초에 내게 일어났어야 하는 ‘불운’은 보상의 형식으로 ‘불운 룰렛권’이 되어 내게 주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나는 원래 나를 망쳤던 ‘불운’을 무기처럼 쓰고 있었고.
‘…어느 쪽의 ‘의도’가 더 강한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다만 두 가지 의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내게 가해지는 위협, 즉 ‘버그’가 점점 더 뚜렷하게 형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확실한 듯하고.
“해결은 잘되었습니까?”
“…서로 기브 앤 테이크를 주고받는 관계라서요, 기사는 잘 막아질 것 같습니다.”
때문에 찜찜함을 느끼며 시스템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곧 그렇게 말문을 여는 하승혁에게 대답하고 휴대폰의 화면을 껐다.
안 팀장이 걸어 나간 문 쪽을 잠시 바라본 하승혁이 내게 물었다.
“이 정도의 징계로 만족합니까?”
“안 팀장한테는 이만한 징계가 없을 거라 보는데요. 앞으로 해 줘야 할 일들도 많을 테고요.”
나는 그렇게 대꾸하곤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뭣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써먹을 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틀렸을까요.”
“…….”
하승혁은 살피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도 알고 있을 터였다. 내가 왜 굳이 안 팀장을 로드 엔터에 남기려 들었는지를.
‘안 팀장을 여기서 팽하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아.’
지난 매니지먼트 팀 사건 이후로 주도권을 쥔 하승혁은 조용히 로드 엔터의 내부를 정돈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시 그와 내가 서로 합의했듯, 아티스트와 대중의 비난을 명분 삼아 로드 엔터의 발전을 저해하는 인원들을 제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팀장급은 쉽게 갈아 치울 수 없었다. 매니지먼트 팀 사건 이후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데다, 팀장급을 또 한 번 갈아 치운다면 아무래도 본사 측의 견제를 받게 될 터였기 때문이었다.
‘하승혁의 형제들은 로드 엔터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테지.’
안 팀장을 치운다면 하승혁의 형제들은 더 면밀히 로드 엔터를 주시하려 들 터였다. 또 무슨 놈들을 직원으로 밀어 넣으려 할지 모르고.
“안 팀장님과는 앞으로도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쪽으로 일하게 되시겠지만.”
그렇기에 안 팀장은 로드 엔터에 있어 주어야만 했다.
안 팀장을 치워 봤자 완벽하게 본사의 견제를 떨쳐 낼 수 없다면,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고 파악하지 못하는 제2의 안 팀장을 기다려야 한다면 차라리 있는 놈의 약점을 쥐고 이쪽이 좋을 대로 써먹는 게 좋을 테니까.
‘안 팀장의 징계는 이제부터 시작이지.’
아마 안 팀장도 자신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로드 엔터와 본사에 있는 하승혁의 형제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이중 스파이를 하게 될 거란 걸 말이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파면당하는 게 더 자비로운 결말이었을 수도 있겠는데.’
이쪽이 그의 약점을 쥐고 있는 이상, 오랫동안 안 팀장은 긴장을 놓지 못할 테니까.
“추라이와 안 팀장님의 대화 내역 원본은 대표님의 메일로도 전달드렸습니다. 알아서 사용 부탁드립니다. …애초에 사용하실 일은 없어 보이지만.”
애초에 그걸 쓸 일이 없을 거란 것도 모르고.
“네, 아마 사용할 일은 없겠죠. 협박용으로는 쓸모가 있어 보이지만.”
“네. 이쪽에 이게 있다는 걸 아는 이상 쓸데없는 짓은 안 할 겁니다.”
“기자는 잘 해결된 겁니까?”
“겨우 단발성으로 하나 터뜨리자고 앞으로 이어질 이득들을 놓치려는 분이 아닙니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이 캡처본이 풀리게 되면 타격을 입는 건 안 팀장뿐만이 아닐 겁니다.”
“네, 압니다.”
안 팀장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나는 조용히 묻는 하승혁에게 그렇게만 대답했다. 정말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김 기자는 애초에 이 대화 내역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니까.
‘안 팀장에게는 나와 하승혁이 어떤 식으로 제 기사를 막아 줬는지를 보여 줘야 하니, 당분간 좀 더 긴밀히 연락을 해야 하긴 하겠지만.’
다만 나쁠 건 없었다. 김 기자는 야망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기자로서 승승장구할 것이다.
창립 행사에 동원되는 것을 비롯해 단독거리를 몇 개 주는 것으로 연을 더 돈독히 하고, 뭣보다 그 스케줄들을 기자와의 합의에 대한 증거로 삼아 내미는 것으로 안 팀장의 목줄을 강하게 틀어잡을 수만 있다면 손해 볼 건 없었다.
‘어찌 됐든 그건 전적으로 원디어와 로드 엔터가 피해 보지 않는 선에서만 이루어지겠지만.’
‘블랙 해킹’을 사용해 안 팀장과 추라이의 개인 대화 내역을 손에 넣기는 했지만, 애초에 나는 이걸 협박용 이상으로 쓸 생각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로드 엔터의 이미지는 여기서 더 실추되면 안 돼.’
지금 ‘트릭오어즈’와 원디어가 계약할 뻔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증거 하나 없는 추측에 불과했다.
때문에 팬분들도 의혹을 느끼고 문의를 하고 있으시기는 하지만 명확한 대처를 요구하지는 않고 계셨고.
“이 일은 이렇게 덮는 것으로 할까요.”
그렇기에 이 사건은 여기서 덮는 게 옳았다.
매니지먼트 팀 사건 이후, 로드 엔터는 팬분들에게 큰 질타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실추되었던 회사의 이미지가 지금은 약간 올라가 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서 또 한 번 회사 측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원디어가 피해를 입을 뻔했다, 는 것이 밝혀진다면.
‘피로감을 느끼시겠지.’
분명 마음 아파하실 테고.
이 이상의 쓸데없는 걱정과 우려를 안겨 드릴 이유는 없다. 일은 해결되었고 앞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면, 팬분들 또한 어서 안심시켜 드려야 했다.
‘괜찮은 회사를 택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자체 콘텐츠가 나온다면 우려는 종식될 거야.’
그게 공식 입장을 낼 필요도 없이 ‘트릭오어즈’와 원디어가 얽히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때문에 정말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그럼 이만 아래층으로 회의를 하러 내려가 보겠습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미 아래층에서는 안 팀장을 제외한 콘텐츠 팀과 원디어 멤버들에 의해 재투표가 진행되고 있을 터였다. 나 또한 늦지 않게 투표를 하러 가는 게 좋았다.
“원유하 씨.”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나는 나를 부르는 하승혁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병원은 다녀오셨습니까?”
조금은 뜻하지 않은 질문을 들어야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고.
“…아니요.”
곧 그렇게만 대답했다.
쓸모는 없어 보였지만, 지난번 하승혁에게 받은 명함들은 내 지갑 안에 있었다. 어찌 됐든 신경을 써 준 만큼 버리기도 뭣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그 명함에 있는 번호에 연락할 일은 없어 보였다.
“앞으로도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멀쩡하니까요.”
나는 현재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니까.
내 대답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승혁에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하승혁이 이 이상 무언가를 첨언하지 않는다는 것에 기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대표실 바깥으로 나왔다.
* * *
“하~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아.”
배부른 고양이처럼 숙소에 늘어진 천세림은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수고했어, 세림아.”
“진짜 너무 힘들었다고요~.”
그에 거실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도지혁이 그렇게 말하자, 천세림은 기다렸다는 양 도지혁에게 들러붙어 칭얼거렸다.
“회사들 다시 재투표하고, 새 회사에서 보내 준 기획안도 면밀히 검토하고, 거기 피드백하고~.”
“그래도 안 팀장님이 별말 안 해서 예전과는 달리 좀 더 편하긴 했잖아.”
“흠, 그렇긴 했죠…….”
천세림의 눈길이 슬쩍 이쪽에 와 닿았다. 나는 그 시선을 흘려보내며 유찬희에게 말했다.
“김형섭 씨랑 연락하는 것 같더니, 그쪽 반응은 어때?”
“안 그래도 저번에 [K밥스타> 때 그쪽 회사 직원분들이 저희 너무 좋게 보고 있었다고, 이렇게 인연 이어 가서 너무 좋다시던데요. 직원분들도 엄청 열의에 차 있대요! 그때 유어원 되신 분도 있다고!”
유찬희가 활짝 펴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에 천세림이 놀리려는 투로 말했다.
“친한 형이랑 같이 일하게 됐다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찬희? 연줄 있는 티 그렇게 내면 안 된다?”
“무, 무슨… 야, 이번에는 진짜 투명하게 투표했잖아! 그리고 무슨 연줄이야, 형섭이 형은 그냥 카메라 스태프인데!”
유찬희가 벌컥 화를 내는 것에 천세림은 낄낄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다만 그렇게 유찬희를 놀리면서도 얼굴에는 만족이 가득해, 나는 오히려 유찬희보다도 천세림이 더 새 회사를 흡족해하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재투표에서 뽑힌 것은 데뷔 당시 우리가 출연했던 [K밥스타>의 제작사, ‘퍼니앤위트’였다. 유찬희와 연이 있는, DIO의 전 신인 개발 팀 직원 김형섭이 카메라 스태프로 있는.
‘[K밥스타> 때부터 ‘퍼니앤위트’는 평이 좋았지.’
카메라 스태프들도 촬영을 잘 하는 데다 죽은 영상도 살려 낸다는 편집 실력을 가진 제작자들이 다수 있으니까.
때문에 다수의 엔터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만큼 우리와 계약을 해 줄까, 싶었지만.
-추라이 놈은 대학 시절부터 남의 아이디어 빼앗기로 유명했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큰일 날 뻔하셨어요.
뜻밖에도 추라이 사건이 원디어에게는 호재가 되어 주었다.
‘퍼니앤위트’의 대표이자 전체 촬영 감독이 과거 대학 시절 추라이에게 억울하게 표절을 당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추라이에게 큰 피해를 입을 뻔한 원디어에게 마음이 쓰이기라도 했는지(아마 유찬희가 말한 대로 직원들에게 평이 좋았던 탓도 있겠지만) ‘퍼니앤위트’는 로드 엔터와의 계약을 체결해 주었고.
“그런데 정말 기대돼, 촬영.”
“으, 드디어~! 난 진짜 언제 하나 했어.”
“휴가가 빨리 끝나길 염원하게 되다니, 신기해…….”
덕분에 대부분의 시상식 스케줄이 끝난 지금, 우리는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콘텐츠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그 전에 다들 가셔야죠. 차 막혀요.”
“아, 그러네.”
그 전에 먼저 설 휴가를 지내야겠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