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이번 설 연휴에 원디어는 데뷔 후 처음으로 장기 휴가를 받았다. 장장 6일간 이어지는 연휴를 통으로 쉬게 된 것이다.
“이번 휴가는 진짜 휴가답게 보낼 수 있겠어요. 스케줄 시작되면 또 엄청 바빠질 테니까 이번 6일간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 봐야지.”
연휴가 끝나고 나서는 자체 콘텐츠 촬영에 이어 새 앨범 준비가 예정돼 있었다. 시상식으로 바빴던 1월에 이어 이후에도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모두 이번 휴가를 열심히 즐겨 보겠다는 열의에 차 있는 듯했다.
“세림이도 집 간다고 했나?”
“네, 일단은? 근데 설 전날이랑 당일에만 집에 있으려고요, 오래 있으면 힘들어. 그리고 유하 형이랑 이든이 형이 아무래도 절 그리워할 것 같으니까~!”
“그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푹 쉬었다 와라.”
“에이, 그렇게 말하고 빈방 보면서 괜히 한숨 쉴 거 다 알아요.”
“됐다…….”
나는 실실거리며 장난을 거는 천세림의 옆에서 분주히 가방을 싸고 있던 유찬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유찬희는 어느새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에 열심히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찬희는 오늘 출국해?”
“네! 부모님 지금 이 앞까지 오셨대요.”
에이든 리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 유찬희는 간만에 가족들을 본다는 생각에 설레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번 연휴를 맞아 2박 3일 정도 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여행을 다녀온다더니, 간만의 가족 여행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곧 부모님이 숙소 앞에 도착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찬희를 따라 본가로 가게 된 도지혁과 강현진, 주단우와 천세림 또한 짐을 모두 챙긴 듯 현관으로 나섰다.
그렇게 멤버들을 배웅하던 중, 나는 어딘가 가라앉은 듯한 표정을 한 멤버에게 물었다.
“현진이 형, 형은 언제 숙소로 오세요?”
“…나도 오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가족들도 다 스케줄이 있으니까.”
강현진은 조금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띤 채 그렇게 대꾸했지만, 나는 강현진이 아침부터 숙소를 나서기 싫은 듯 미적대는 듯한 기색을 보인 것을 떠올리며 그가 집에 돌아가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른 건 부모님인가.’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아역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강현진의 동생들과 그는 사이가 꽤나 돈독했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저번 휴가 때는 일부러 스케줄을 맞춰 잠시 국내 여행까지 다녀왔었으니까.
‘하지만 강석호나 윤희연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
아주 가끔 어두워진 얼굴로 전화를 받으러 나가는 걸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강현진 스스로 전화를 걸거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강현진이 부모를 만나는 걸 꺼려 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때 확인한 트라우마를 보면 확실히 그럴 수밖에 없을 테고.’
데뷔를 한 강현진에게 두 명이 무슨 말을 했을지, 또 어떤 취급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강현진이 부모를 만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걸 보면, 그 둘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건 없을 터였다. 아마 이번 귀가도 본인의 의사는 아닌 듯해 보이고.
“언제든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래.”
때문에 나는 오히려 휴가를 즐기러 간다기보다는 어딘가 일이라도 하러 가는 듯한 기색의 강현진에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진은 조금은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를 이어 마지막으로 당부하듯 입을 연 것은 주단우였다.
“우선 밥이랑 반찬은 다 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혹시 중간에 부족하거나 싶으면 꼭 연락 줘야 해, 얘들아.”
“걱정하지 마요, 형. 안 빠트리고 잘 챙겨 먹을게요.”
“그리고 혹시 중간에 올 수 있으면 꼭 연락 주고……. 엄마랑 같이 기다리고 있을게.”
“네, 중간에 한번 들를게요.”
주단우는 못내 아쉬운 듯한 얼굴이었다. 영국에 본가가 있는 에이든 리나 딱히 일정이 없는 내게 주단우는 이번 설 당일도 함께 보내자며 초대를 했었지만, 에이든 리나 나 모두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초대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보다는 에이든 리의 일정이라 하는 게 옳을 듯했지만.
“그러고 보니 내일이었지? 이든이 부모님 공연.”
“네~!”
이번 설, 에이든 리는 거의 2년 만에 가족을 만날 예정이었으니까.
* * *
-유하, 나랑 같이 우리 엄마랑 아빠 공연 보러 갈래?
-……?
에이든 리가 뜻밖의 제안을 한 것은 1월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의 일이었다.
리얼리티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 에이든 리가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렇게 물은 것이다.
-우리 엄마랑 아빠랑 누나 한국 온대.
에이든 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휴대폰으로 한 공연의 포스터를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드레스와 연미복을 갖추어 입은 채 각각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에이든 리의 부모님이 인쇄되어 있었다.
에이든 리의 부모님은 각각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로서 클래식 쪽에서 손꼽히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두 분 다 한국계라는 점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듯했고.
때문에 두 분과 더불어 에이든 리 또한 바쁜 스케줄 때문에 그가 연습생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만나지 못했다는 듯했기에, 나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도 되냐?
아무래도 2년 만의 가족 상봉에 외부인이 끼어들기가 뭣했던 것이다.
다만 그런 내 말에 에이든 리는 드물게 간절한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발 와 줘.
-……?
그에 의아해하는 내게 에이든 리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는 화면을 바라본 후 잠시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유하 못 데려오면 넌 나한테 죽는다.」
…라는, 어딘가 굉장히 서늘한 말이 영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나가 유하 최애야…….
그에 내가 의문을 담아 놈을 바라보자, 에이든 리는 그렇게만 답했다. 두 사람이 연락을 할 때마다 투닥거리는 사이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누나의 기세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에이든 리가 한 수 접어 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엄마랑 아빠도 유하 보고 싶다고 했었고.
여기에 더해 에이든 리가 이렇게 덧붙였기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인 오늘 저녁에는 [아이돌나잇> 고정 스케줄이 있기는 했지만, 설날 당일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것이다. 아침에 잠시 가야 할 곳은 있지만.
“우리 이제 뭐 해?”
그렇기에 오늘 저녁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붕 떠 있었기에, 멤버들을 보내고 난 후 에이든 리와 나는 거실에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글쎄, 이대로 쉬어도 되긴 하지만…….”
나는 고민하다가 곧 냉장고 문을 열어 보았다. 주단우가 준비해 둔 반찬과 밥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고, 매니저 형들이 연휴 전에 장을 봐 온 덕에 식재료 또한 충분히 있었다.
고기와 야채 등을 바라보던 나는 곧 휴대폰을 틀었다. 그러고는.
“…요리라도 해 볼까.”
어찌 됐든 설이지 않나, 라는 생각에 에이든 리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이게 어떤 개고생을 불러올지 모르고.
* * *
‘안 되겠다, 피신하자.’
설 연휴가 시작된 날, 집에 있던 홈마는 다급히 외투만 껴입고 집밖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본가에 도착한 후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있었건만, 어느새 속속들이 도착한 친척 동생들에 의해 방을 탈취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어떻게든 방을 사수해 보기 위해 자리를 지켜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래, 취직은 했고? 뭐? 프리랜서? 그런 게 요즘 밥벌이가 되긴 하나?
-아니, 쟤 좀 이상하다니까요. 요즘은 뭐, 뭔 디어? 그런 거에 빠져서 아주 정신을 놓고 다니는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친척들의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에 결국 정신 건강이라도 사수하기로 결심하며 집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집밖으로 빠져나온 건 홈마뿐만이 아니었다.
“언니도 탈출?”
“그렇게 됐다…….”
똑같이 친척 동생들에게 방을 점거당한 직장인 팬 또한 지친 얼굴로 카페에 자리해 있었다.
두 명은 한동안 말없이 커피를 마시며 각자 챙겨 나온 노트북으로 작업에 열중했다. 직장인 팬도 홈마도 모두 각자의 일거리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네, 분명 연휴인데…….’
‘왜 행복하지가 않냐…….’
때문에 두 명이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지친 얼굴로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띵동!
“……!”
“헉!”
두 명은 문득 떠오른 U라이브 알람에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조련즈 설 연휴맞이 요리 챌린지 :D」
뜻밖의 알람과 조합, 그리고 그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듯 보이는 키워드가 선물처럼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두 명은 다급히 라이브를 확인했다. 그렇게 틀린 화면에는 편안한 복장의 두 명이 어딘가 굉장히 낯선 아이템들을 앞에 둔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어원. 다들 집 잘 가고 계실까요.] [오늘은 저희도 설날맞이를 해 보려고 라이브 틀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낯설어하실 것 같긴 하지만… 오늘은 요리를 해 보려고 해요. 솔직히 잘할 자신은 없지만 레시피 보면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숙소 거실을 배경으로 가스 버너와 온갖 요리 재료들을 앞에 둔 두 사람은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해 보였다.
왜냐하면.
“…대체 트러플 오일은 왜 저기 끼어 있는 거야?”
“아니, 귀엽긴 한데 쟤네 간장은 구별할 줄 알긴 하는 거 맞겠지?”
아무래도 숙소에 있는 모든 조미료들을 다 쓸어 온 듯, 두 사람의 앞에는 한눈에 봐도 과한 준비물들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얘들아 오늘 대체 뭘 만들려고 하는 거야…?
-트러플 전 만드니?
-단우 어딨어 얘들아 아니 찬희는 어딨니 단우랑 찬희 없으면 세림이 세림이 없으면 지혁이 지혁이 없으면 현진이라도 좋아
-얘들아 거기 화재예방은 잘되는 거 맞지
그런 불안감을 느끼는 건 두 명뿐만은 아닌 듯, U라이브에는 걱정을 금치 못하는 유어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그것을 바라본 에이든 리가 어딘가 자존심이 상한 듯 툴툴거린 건 당연했다.
[아니, 유어원! 우리 못 믿어요?]못 믿지… 너희 전적만 봐도…….
홈마와 직장인 팬은 차마 그렇게 대꾸하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예상하지 못한 창의성을 기반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리법을 보여 주는 에이든 리. 여기에 잘하는 듯싶다가도 한 번씩 허술한 면모를 통해 ‘더’ 나가거나 ‘덜’ 나가는 요리를 보여 주는 원유하까지.
그 누구의 조력도 없이 이 두 명이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설 음식을 하려 한다는 데에서 느껴지는 우려와 기묘한 기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더 자신들을 못 믿는 듯한 반응들에 드물게 원유하도 약간은 억울한 마음이 든 듯, 그는 그렇게 설명하며 요리 시작을 위해 비장하게 달걀을 깼다.
하지만.
[…아.] [오, 유하…….]시작부터 달걀 껍질이 대거 스테인리스 보울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영상 안쪽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던 원유하는 고개를 들었고.
[…잘할 수 있어요.]언제 그랬냐는 듯 침착하게 달걀 껍질이 대거 들어간 보울을 옆에 두고 다른 보울에 달걀을 까 넣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처럼.
그렇게 능청스럽게 다시 새로운 시작을 끊은 것은 좋았으나, 당연히 그날의 U라이브 채팅 창에는 하루 종일 웃는 이모티콘이 사라지질 않았다.
[이든, 너 여기 뭘 넣은……?] [이러면 맛있어지지 않을까?] [어, 유하. 그거 좀 많…….] [어?]그들의 예상대로 창의성의 대가 에이든 리와 허술함의 대가 원유하의 조합은 또 하나의 레전드 U라이브를 만들어 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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