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잡채 쪽 양념 다 만들었어?] [응! 엇, 계란 껍질 다 뺐네?] […계란 껍질이 언제 들어갔었는데?]설맞이 요리 U라이브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다. 원유하와 에이든 리는 역할을 나누어 각자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쪽으로 요리를 해 나갔다.
계량에 미숙한 원유하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한들 크게 레시피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재료 손질 쪽을, 에이든 리는 전을 부칠 때 사용할 튀김옷의 계량과 함께 조금 더 손이 가는 요리의 맛을 책임지는 식이었다.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진행되는 요리에 라이브를 지켜보는 유어원들은 편안함과 동시에 은근한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얘들아 제발 너희 앞에 있는 안 쓰는 조미료들 다 치워주고 나서 요리해주면 안되겠니
-이든이가 어느 순간 창의적인 짓을 할지 너무 걱정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이든아 제발!! 제발 창의성 발휘 그만!!!!
-유하야 침착하게 하던 대로만 하자 이대로만 해도 성공이다
-하 유하랑 이든이는 화목하게 너무 잘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물가에 애들 풀어놓은 부모 기분이지 잠깐 눈을 뗀 순간 애들이 괴상한 짓을 할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유하와 에이든 리의 조합에서 돌발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들어맞게 되었다. 곧 U라이브를 지켜보던 유어원들에게서 경악이 터져 나온 것이다.
-아니 이든아
-이든아 너 뭐해
-이든아!!!!!! 그거 놔!!!!
두 명의 요리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전을 부칠 때가 되어 가스 불을 올리고 팬 위로 기름을 두르던 에이든 리는 잠시 손을 멈추더니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눈을 굴렸다.
그러고는.
[……? 이게 무슨 냄새……. 이든, 너 여기 뭘 넣은……?] [이러면 맛있어지지 않을까? 향긋하다~.]곧 놓여 있던 조미료 사이에서 트러플 오일을 꺼내고 말았다.
열심히 잡채를 위한 손질을 하고 있던 도중 느껴진 기묘한 냄새에 원유하가 고개를 들었을 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에이든 리는 휘파람까지 불며 열심히 트러플 오일이 다량 추가된 기름으로 전을 부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묘한 냄새에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든 원유하가 마침내 에이든 리의 지척에 놓인 트러플 오일을 보았을 때, 그는 단번에 모든 상황을 이해한 듯했다.
[…….]또 한 번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지만 수많은 ‘말’이 담겨 있는 듯한 시선으로 가만히 에이든 리의 뒤에서 그를 바라보았으니까.
-눈으로 욕하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말은 많지만 하지는 않겠다가 ㄹㅇ로 저 표정인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러플 오일 전… 이 무슨 동서양의 조합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급스럽긴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상님들께 새로운 맛을 보여줄 생각이니 이든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때문에 채팅 창으로 유어원들의 눈물과 폭소가 오가는 동안, 원유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것도 부치자.] [오, 맛있겠다!]냉장고에서 버섯을 꺼내 와 잘 손질한 후 버섯 전을 따로 추가했을 뿐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전들 사이 하나라도 괜찮은 것을 건져 보겠다는 듯 그나마 향기와 어울리는 전을 추가하는 동안, 돌발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원디어: 형 그거 제 트러플 오일이죠???
[엇.]U라이브를 지켜보고 있었던 듯, 곧 채팅 창에 멤버가 등판한 것이다.
채팅을 올린 건 아무래도 천세림인 듯했다. 어이없음이 담긴 천세림의 채팅이 올라오자 그의 트러플 오일을 무단으로 탈취해 사용한 에이든 리는 머쓱한 표정으로 실없이 웃음을 흘렸고, 그 웃음에 채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원디어: 웃어요,,,,,? *^^*
-원디어: 아니 형 쓰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겠는데 대체 누가 트러플 오일을 그렇게 때려넣고 전을 부쳐요 지금 숙소에 트러플 향기가 가득 찼겠네
-원디어: 아니 반 이상 썼죠 지금??? 대체 얼마나 넣은 거예요 형??
[아니, 그래도 맛있지 않을까?]-원디어: 맛이야 당연히 있겠죠 내 트러플 오일이 그렇게나 희생됐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든, 나 잡채 한다.] [엇, 으응. 아니, 이렇게 부친 전으로 세림이도 밥 먹을 테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에이든 리가 채팅으로 계속해서 울분을 토해 내는 천세림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 원유하는 자신이 손질한 재료를 트러플 오일이 추가되지 않은 팬에 넣고 열심히 볶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쩔쩔매며 변명하는 에이든 리가, 한쪽에서는 고요히 요리를 하고 있는 원유하의 모습이 이어지던 중.
-엇
-아니
-유하야???
-원디어: 아니 뭐야 이든이 형 유하 형 말려요!!!!!
[어, 유하. 그거 좀 많……. 오.]또 한 번의 경악이 채팅 창을 휩쓸며 에이든 리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어?] [……다 부었어?] [다… 붓는 거 아니었나.]에이든 리가 미리 만들어 놓았던 잡채 양념을 원유하가 모조리 팬에 부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양념이 적은 것보다는 많이 만들어 놓는 게 더 맛을 잡기가 쉬울 거란 판단에 에이든 리는 원래 쓰려던 양념보다 더 넉넉하게 소스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팬 위의 당면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차오른 간장 소스가 부글부글 끓는 동안, 웃는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채팅 창과는 달리 두 명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원디어: 유하야, 이든아, 찬장에 당면 또 있어..
U라이브를 지켜보고 있던 주단우가 그렇게 이야기하기 전까지.
* * *
“유하는 좀 특이한 명절 음식을 좋아하나 봐. 어릴 땐 좀 평범한 거 좋아하지 않았어?”
“…….”
대기실에 들어온 백이현이 하는 말에 나는 차마 뭐라 말하지 못하고 가만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여전히 기름과 간장 냄새, 그중에서도 트러플 오일 냄새가 전혀 빠지지 않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페X리즈라도 머리에 뿌리고 왔어야 했나.’
생각보다 음식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차마 다시 씻지는 못하고 옷만 갈아입은 채 급히 숙소를 빠져나온 게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어, 유하 씨……. 아닙니다, 출발할게요.
차에 타자마자 매니저 형이 조용히 창문을 열고 운전만 했을 정도니까.
차마 말을 하기가 애매했던지 추운 겨울날에 코를 훌쩍이면서도 내내 창문을 열고 계셨던 매니저 형을 생각하니 순간 미안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많이 역하죠.
-엇,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실은 맡고 있다 보니까 배가 고파져서.
다행히 맡기 역한 건 아닌 듯하고, 아무래도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 쪽에 가까운 듯해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지만.
“명절 음식 만들었어? 멤버들은 설이라 다 가족들을 보러 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누구 남아 있는 사람이 있었나?”
다만 몸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 신경이 쓰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무조건 씻기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문득 곁에서 함께 오늘 방송의 대본을 들여다보던 백이현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묻는 것에 나는 짧게만 대답했다.
“이든.”
“아하, 하긴… 에이든 씨는 본가가 영국이었지. 그럼 둘이서만 설날을 같이 보내나? 지난번에 들어 보니 이번엔 좀 길게 휴가를 받은 모양이던데, 연휴 내내 붙어 있을 예정이야?”
나는 그 말에 조용히 대본을 보던 것을 멈추고 백이현을 바라보았다. 또 언제 매니저 형들에게 내 스케줄에 대해 들은 건지, 놈은 원디어의 휴가 일정을 훤히 꿰고 있는 듯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설에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 했거든. 시간 괜찮아?”
“바빠.”
“아, 섭섭하다. 안 바쁜 것도 다 아는데 너무 성의 없는 거절이잖아, 유하야.”
애초에 일정이 없어도 백이현과 사석에서 나란히 앉아 밥 먹을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어 나는 단칼에 놈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에 놈이 부러 서운하다는 듯 말해 나는 조금쯤 어이없는 기분을 느끼며 답했다.
“거절하면 거절했지, 거짓말은 안 해. 정말 일정이 있는 거야. 설 당일 아침에는 개인적으로 가 봐야 하는 곳이 있고, 저녁에는 선약이 있어.”
게다가 그다음 날부터는 어찌 됐든 계속 숙소에 있는 음식을 먹어 치워야 할 듯했다. 전도 상당히 많이 만든 데다, 오늘 내가 사고를 쳐 버렸기 때문이었다.
‘대체 잡채를 몇 인분을 만든 건지.’
짜디짠 잡채를 먹을 수도 버릴 수도 없어 결국 채팅에 참여한 주단우의 조언대로 당면을 추가해 잡채를 만들긴 했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양이 상당하다는 게 문제였다.
잡채는 상하기 쉬운 음식이니만큼 아마 빨리 먹어 치워야 할 테니, 되도록 연휴 동안은 가만히 집밥을 먹는 게 좋을 터였다.
‘그래도 다들 재미있게 즐겨 주신 듯하니 됐나…….’
솔직히 이번 U라이브는 웃길 생각 없이 그냥 같이 여유롭게 연휴를 즐기잔 마음으로 튼 것이긴 했지만, 예상외의 해프닝들이 이어지며 유어원들은 이번 라이브를 재밌게 즐겨 주신 듯했다. 벌써부터 미튜브에도 팬분들이 편집해 주신 편집본과 쇼츠가 올라온 듯했으니까.
요리를 못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솔직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웃음을 드릴 수 있었다면 됐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다시 대본을 들여다볼 때였다.
“아아, 그럼 연휴 다음 날은?”
“시간이 있어도 너 볼 생각은 없어. 애초에 일주일에 두 번, 스케줄 때마다 만나는데 굳이 너랑 사석에서 얼굴 볼 이유가 뭐가 있는데?”
내 대꾸에도 백이현이 끈질기게 물어 오는 것에 나는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며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다.
“연휴 때 친밀한 사람이랑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
“…끔찍한 소리하지 말고 네 가족이나 챙기지.”
“하하, 내가 챙기지 않아도 부모님은 알아서 잘 사시니까. 알잖아, 점잖고 반듯하신 분들인 거.”
나는 백이현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기에 이제는 흐릿하지만, 기억 속으로 당시 나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두 분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좀 더 네가 친밀하게 굴 줄 알았는데. 그 두 분이 원하셨던 아들이 그런 느낌이지 않았나 싶어서.”
“아, 그건 걱정 마. 충분히 친밀한 아들로 살고 있으니까. 다만 모든 가정이 똑같은 건 아니잖아, 설에 모이는 가족이 있고 각자의 일상을 즐기는 가족도 있는 것뿐이야.”
나는 백이현의 대답에 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굳이 놈의 가족까지 신경을 쓰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두 분, 이제 이동하실게요!”
“네.”
그러던 중 우리를 부르러 이동하신 스태프분의 말에 나와 백이현은 자리에서 일어서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럼 정말 같이 밥 안 먹어 줄 거야?”
“안 먹는다고.”
그러면서도 끝끝내 물어보는 백이현에게 그렇게 짜증을 냈지만, 나는 결국 뜻밖의 지점에서 백이현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때의 유하는 저도 기억이 나네요. 유하는 어릴 때 정말 순한 아이였는데 이 곰 인형이 옆에 있지 않으면 잠을 자려고 들지 않았었거든요. 저희 집에도 이 곰 인형을 들고 있는 유하 사진이 몇 장 있고.”
“제 사진이 있다고요?”
“아아~ 응. 몰랐나? 당시에 유하, 너랑 헤어지면서 같이 찍었던 사진들을 좀 가져왔었거든. 지금도 집에 있고. 괜찮으면 줄까?”
“…그래도 돼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
“유하가 오늘 만든 음식 나한테도 나눠 주기. 오늘 꽤 재미있는 설음식 만들기를 했다고 자꾸 채팅에 올라오는데, 나도 트러플 전이 궁금하네.”
“…….”
백이현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과거 사진들로 딜을 걸어왔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