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백이현과 내가 호스트를 맡게 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 설 전날의 [아이돌나잇>은 간만에 게스트 없이 호스트로만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설인 만큼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은 명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백이현이 가지고 있는 사진들에 대한 화제가 나온 건 우리 둘의 어린 시절 사진이 자료 화면으로 첨부된 이후였다.
“귀엽다.”
나는 웃음기 섞인 백이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화면에 뜬 놈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이미 [디어돌> 때 공개되었던 갓난아기 시절의 내 사진과 함께 떠오른 놈의 사진은 아무래도 입양을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찍은 것인 듯했다. 기억 속과 비슷한 생김새였으나 그가 자리한 장소는 내 기억에는 전혀 없는 공간이었으니까.
어린 백이현은 자신의 방인 듯 보이는 깔끔한 방을 배경으로 한 채 책상을 앞에 두고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미묘하게 딱딱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과는 달리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뺨이 동그랗게 올라온 채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은 이미 백이현의 팬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진인 모양이었다.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채팅 창으로 팬분들의 코멘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갓기시절 이현이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저 말랑콩떡 애기 볼 때면 기분 레전드로 이상해짐… 꾸러기다워야 할 시절에 너무 의젓하게 앉아 있는 거 아닌지
-!충격! >>>아기천사 실존하심[[[
-나 지금 개가티 질투중;; 이현아 어떻게 너만 아기 유하를 볼수가있니 아무래도 원유하 내가 낳았어야만;;;
-이현아 유하야 슬슬 다른 어린 시절 사진 풀어줄 때도 됐다ㅠㅠㅠㅠㅠㅠㅠㅠ 혹시 둘이서 찍은 사진은 없어?
“둘이서 찍은 사진이요? 있어요.”
채팅을 들여다보던 백이현이 그렇게 수긍한 후 내게 과거 사진을 빌미로 딜을 걸어온 것에 결국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겨우 전이나 아끼자고 라이브 중에 백이현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뭣했던 데다.
“정말 가지고 있어?”
“나도 거짓말은 안 해, 유하야.”
나 또한 과거 사진에는 흥미가 있었으니까.
지난번 주단우네 집에서 엄마를 만난 이후 나는 몇 장 정도쯤 그 시절의 사진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활동을 하면서 팬분들이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것에 줄 만한 게 마땅치 않은 게 아쉽기도 했었고.
그러던 중 백이현이 내 어린 시절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것이었기에, 나는 굳이 놈의 딜을 거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혹시 없는 것을 가지고 백이현이 괜한 말을 한 건 아닌가 싶은 마음에 의심을 품고 바라보자, 놈은 빙긋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원한다면 줄게, 대신 아까 말한 대로 유하 네가 만든 명절 음식 주면.”
“…대체 그건 왜 먹고 싶어 하는 건데?”
“같이 연휴를 못 보낸다니 네가 만든 명절 음식이라도 먹어 봐야겠다 싶어서. 궁금했거든, 유하 요리 실력이 어디까지 발전했을지.”
나는 별 쓸데없는 이유를 들먹이는 백이현에게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지난번에 만두 먹었잖아.”
“그건 엄마가 만들어 주신 맛이던데?”
“…기껏해야 어릴 적에 몇 번 먹어 봤을 뿐이면서 그걸 기억한다고?”
“아하하, 원래 어렸을 때 먹은 맛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잖아. 아, 물론 만두는 맛있게 잘 먹었어. 엄마한테 고마웠다고 전해 주고.”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백이현이 기분 좋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이번 연휴에는 쉬니까 시간 될 때 언제든 연락해. 지난번처럼 유하 네 숙소 앞으로 가서 맞교환하는 걸로 하자, 괜찮지?”
“괜찮긴 한데, 복사할 시간이 필요할 것 아냐. 이번 연휴 끝나고 줘.”
“복사?”
내 질문에 백이현은 잠시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내 깨달았다는 듯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아, 그건 괜찮을 것 같아. 원본 그대로 줄 거니까.”
“원본을 준다고?”
나는 그 말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백이현 또한 그 사진들을 원본째 내게 넘겨도 괜찮을 만큼 어린 시절의 사진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백이현과 나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성장 과정을 볼 수 있을 정도야 찍었지만, 그조차도 단체 사진 정도였다.
때문에 백이현이 입양을 하면서 들고 나갔던 개인 사진 정도야 겨우 몇 장 정도에 불과했을 터였다. 그렇기에 놈이 입양을 가면서까지 들고 나갔던 그 사진들을 원본째로 내게 넘긴다는 데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당시 백이현은 입양을 가면서 많은 것을 가져가지 않았다.
놈이 쓰던 대부분의 물품들은 놈이 보육원을 떠난 이후에도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옷가지며 장난감, 필기구며 학교에서 쓰던 교과서까지 전부.
그중에서 놈이 가져간 건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들.
“…필요해서 들고 나간 줄 알았는데.”
즉, 백이현이라는 인간이 의미를 두었던 아주 소수의 물품들뿐이었다.
놈이 당시 어째서 사진을 들고 갔는지는 대충 알 법도 했다.
사진이라는 건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지 않나. 백이현은 부모님에게, 어쩌면 입양을 간 이후를 위해 제 개인 사진들을 가져갔을 터였다.
“그땐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필요가 없어졌어.”
그걸 왜 지금 흔쾌히 내게 건네주려는지 알 수가 없어 나는 머리를 굴렸다.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필요로 했던 것이라면, 그게 지금 와서 다를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때문에 침묵하는 나를 두고 백이현은 가볍게 한마디만을 더 했을 뿐이었다.
“그럼 설 잘 보내, 유하야. 인사 잘 다녀오고.”
* * *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조용한 다른 방과는 달리 나와 에이든 리, 강현진이 쓰는 방은 곤한 숨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겨우 잠들었나 보군.’
원래부터 숙소에 있던 에이든 리를 비롯해 어제 저녁 돌아온 강현진이 함께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왔… 현진이 형?
-…같이 먹을래?
-유하도 같이 밥 먹자~! 현진이 형이 맥주도 사 왔어!
어제저녁, [아이돌나잇>을 끝내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에이든 리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트러플 오일 전과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잡채를 먹고 있는 강현진이었다.
아침에 본가에 가겠답시고 나간 강현진이 어째서 숙소에 돌아와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그 이유를 굳이 캐묻지는 않는 쪽을 택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기라도 했었나 본데.’
강현진은 돌아오고 싶어 돌아왔다기보다는 어딘가 탈출한 듯한 기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다지 말하고 싶어 하는 기색도 아니고 쉬러 돌아온 사람한테 굳이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에이든 리 또한 별다른 말없이 강현진의 술 상대를 해 주는 듯했고.
그러다 새벽이 되었을 때쯤이야 침대에 누웠지만, 금방 잠든 에이든 리와는 달리 강현진은 그 이후로도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었다.
“…….”
혹여나 에이든 리나 강현진이 잠에서 깰까 싶어 나는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전과 잡채를 조금 꺼내어 다시 프라이팬에 데우고, 그것을 지난번 바비큐를 하러 갔을 때 썼던 도시락 통에 담았다.
“…아침 먹어?”
직후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까치집이 된 머리를 어색하게 매만지고 있는 강현진과 마주했다.
“아, 죄송해요. 소리가 좀 시끄러웠나.”
“아니야, 깨어날 때가 돼서 깬 거야. 그건……?”
“갈 데가 있어서요.”
강현진은 잠시 내가 도시락을 가방에 넣는 것을 바라보더니 곧 자신도 화장실로 들어가 대충 씻고 밖으로 나왔다. 그에 내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강현진은 조금은 지친 얼굴로 말했다.
“나도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나갈 거면 같이 나가자.”
때문에 나와 강현진은 새벽부터 숙소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설 당일인 만큼 택시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먼저 타고 가.”
그러다 몇 번의 허탕 후 택시가 잡혔을 때, 강현진이 내게 택시를 양보하는 것을 보며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언제 또 택시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데다 아무리 새벽이라고 해도 혼자 숙소 앞에 남겨 두기가 뭣했던 것이다.
“형도 같이 타고 가요.”
때문에 그렇게 건넨 말에 강현진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자신 또한 기약 없이 택시를 기다리기가 애매하다고 판단한 듯 곧 나와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저는… XX동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그 후 나는 택시에 올라탄 강현진이 말하는 행선지를 들으며 그가 자신의 본가에 되돌아가려는 생각으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조금은 멋쩍은 듯 행선지를 말하고서는 창밖을 응시하는 강현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 후, 나는 강현진의 본가를 경유해 최종으로 도착해야 하는 행선지에 대해 말했다.
“그다음에는 XX 수목장으로 가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곧 택시가 출발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택시 안쪽에 감돈 후, 강현진이 물었다.
“…부모님 뵈러 가?”
“네.”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이미 내가 아침에 전을 챙겨 담는 것을 본 후 짐작을 한 모양이었기에, 나는 강현진에게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 되물었다.
“형도 부모님 뵈러 가요?”
“으응.”
“쉬고 싶은 줄 알았는데.”
내 말에 강현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조금은 당황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온 거였잖아요, 숙소. 좀 더 쉬어도 됐을 텐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말에 강현진이 어물어물 대답했다. 그는 어딘가 체념한 기색이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가 어찌 됐든… 명절은 가족이랑 보내야 한다는 것 같더라고.”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요?”
“어?”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는 남에게 그렇게 들었다는 듯한 어조에 내가 그렇게 대꾸한 건 조금쯤 척수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이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강현진은 내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스쳐 지나가 아차 싶긴 했지만, 꺼낸 김에 나는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었다.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라고 명절이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굳이 억지로 있을 필요까지는 없단 거예요.”
“…….”
“…별로 안 좋아하는 놈이 한 말이긴 한데.”
나는 머릿속으로 괜한 말을 주워섬기던 백이현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설에 모이는 가족이 있으면 각자의 일상을 즐기는 가족도 있다는 것 같고. 게다가 연휴 때 친밀한 사람들이랑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라더라고요.”
“……!”
“뭣보다 반년 만에 받은 휴가다운 휴가잖아요. 쉬라고 받은 휴가를 일하는 기분으로 보내진 말죠, 우리.”
그때쯤 차가 세워졌다. 강현진이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며 나는 그에게 덧붙여 말했다.
“숙소에서 봐요, 형.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나는 강현진의 대답을 듣고 차 문을 닫았다. 곧 보행 도로에 서서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강현진의 모습을 뒤로하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나는 대충 휴대폰을 꺼내어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원유하: 이틀 뒤에 봐.] [백이현: 알았어 :)]그리곤 단번에 도착한 답장을 확인하고는 휴대폰을 대충 가방 속에 쑤셔 넣어 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