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잘 다녀와.”
“형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신발을 신던 에이든 리가 아쉽다는 듯 내뱉은 말에 강현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티켓도 매진이고, 갑작스럽게 찾아뵙는 것도 실례니까. 뭣보다 어젯밤에 잠을 좀 못 잤더니 피곤해서 좀 쉬고 싶기도 해서. 그러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공연 잘 보고, 부모님 잘 뵙고 와. 대신 안부 꼭 전해 드리고.”
그제야 에이든 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고리를 잡고 집 밖으로 나올 때 강현진은 조금은 산뜻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어, 나는 강현진이 대충 마음 정리를 끝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을 뵙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나는 전날과 동일하게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에이든 리와 강현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본가가 있는 쪽으로 돌아간다고 나가 놓고서 다시 돌아온 강현진의 휴대폰에 누군가의 전화가 오는 것 같았지만, 강현진은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고 다만 이렇게 물을 뿐이었다.
-잡채밥 먹을래, 유하야?
…나는 결국 산더미같은 잡채를 만들어 버린 죄로 어제 두 끼에 이어 오늘 점심까지 잡채를 먹어 치울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백이현한테 주자.’
조금은 폭탄 돌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기는 했지만, 놈이 먼저 달라고 하지 않았나. 냉장고에 남겨져 있는 나머지 잡채는 그렇게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에이든 놈과 함께 택시를 타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저쪽인가 봐.”
에이든 리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에도 텐션이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몇 년만에 가족을 보는 것이었기에 놈은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
“으.”
“왜 그러는데?”
그런 놈의 얼굴이 급작스럽게 찡그려진 것은 놈이 제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에 떠오른 문자를 확인했을 때였다.
내 질문에 에이든 리는 드물게 질색하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누나.”
“이번에 같이 한국 오셨다는?”
“응. 시작 전에 만나자더니 갑자기 못 만나겠대.”
“왜?”
“지금 만나는 건 재미없다고.”
“……?”
나는 잠시 동안 에이든 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곧 에이든 리가 작게 한숨을 내쉬곤 덧붙인 말에 왜 놈이 자신의 누나를 대할 때 이토록 질색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찾아보래. 왜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지?”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에이든 리의 누나는 정말 에이든 리와 똑 닮아 있었던 것이다.
* * *
“…이제 그만 들어가지?”
“1분만 더!”
나는 인터미션 시간이 되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는 에이든 리의 대답을 듣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에이든 리가 못내 아쉽다는 듯한 얼굴로 이제는 아예 자기가 공연장 어셔라도 되는 양 공연장 내부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얼굴을 면밀히 훑고 있던 데다.
“뭐 하는 거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모습은 역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든 리는 처음에는 제 누나가 영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툴툴거리더니, 막상 티켓을 발권하고 나서부터는 눈에 불을 켜고 공연장을 돌아다녔다.
어떻게든 제 누나를 찾아내겠다며 얼굴 가득 승부욕을 매달고 뛰어다녔는데, 당연히 그 모습은 다른 관객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혹시 원디어 아니에요? 팬이에요!
클래식 공연을 보러 왔으면서 캡 모자와 마스크로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두 놈은 누가 봐도 수상해 보였던 것이다.
-앗, 네! 감사… 어, 잠깐만!
-감사합니다, 공연 재밌게 보세… 이든!
때문에 알아보시는 관객분들께 인사를 건네면서 에이든 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기 바로 전까지 뛰어다녔지만, 에이든 리는 결국 자신의 누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공연장에 입장해야만 했다.
-왜 그렇게 누나분을 못 찾아내서 안달이야?
그냥 가만히 있다 보면 언젠가는 나타날 텐데 왜 놈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는 건지 궁금해 나는 공연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 좌석에 앉아서까지도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는 놈에게 물었다.
그리고 곧 듣게 된 대답에 나는 놈을 말리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흠, 내가 안 찾아내면 누나 절대 안 나타날걸. 그리고 못 찾아내면 누나 앞으로 10년은 그걸로 나 놀릴 거야.
-으음….
-누나는 나한테 절대 안 져 줘. 나도 져 줄 생각 없지만.
에이든 리의 누나가 예상보다도 더 놈을 닮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에이든 리가 그렇듯, 그의 누나도 장난기와 승부욕으로 똘똘 뭉쳐 있는 듯했으니까.
“저쪽도 보자!”
“천천히 가라…….”
분명 공연장에 있을 터지만 작정하고 숨은 듯 에이든 리의 누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에이든 리의 승부욕을 더 크게 자극한 듯 놈은 열심히 공연장 내부를 돌아다녔고.
이미 불붙은 에이든 리를 말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있기에 내가 놈이 가는 대로 뒤따라 걸을 때였다.
“…….”
“거기 뭐 있어, 유하?”
“…아니, 가자.”
에이든 리가 그런 식으로 제 누나와의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나 또한 누군가를 계속해서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좀 집요한데.’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줄곧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거리 유지는 해 주려나.’
시선이 느껴지는 쪽을 한 번 흘금 바라본 후 나는 에이든 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에이든 리가 공연 시작 전부터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탓에 이미 공연장 내부에 있는 관객들은 원디어라는 아이돌이 왔다는 사실을 대강 알고 있는 듯했다. 언제 말이 퍼진 건지 입실하시는 관객분들이 나와 에이든 리가 착석한 쪽을 꼭 한 번씩은 바라보고 좌석을 찾아갔으니까.
안전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공연장 내부에는 관객들을 돕기 위한 어셔들이 충분히 있었고, 뭣보다 관객분들도 젠틀한 편이어서 호기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정도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내가 그쪽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건.
“이든, 이제 들어가자.”
“아아~. 조금만 더 찾아보면 안 돼?”
“안 돼. 지금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어?”
“…….”
나와 에이든 리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우리가 공연장에 입장할 즈음부터 줄곧 근처에서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던 에이든 리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살짝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누가 있어?”
“어.”
“안 보이는데. 누난 아닌 거 같아?”
“아닐 것 같은데.”
흘긋 내 시선이 닿는 쪽을 바라본 에이든 리가 물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대꾸했다. 에이든 리의 말마따나 아주 잠깐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게 에이든 리의 누나인 건 아닐까도 생각해 봤지만, 나는 그 생각을 빠르게 접었다.
‘남동생이 사생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걸 알면서 이런 식으로 장난을 걸려고 하지는 않겠지.’
에이든 리 또한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방송 중일 때 나인히트의 숙소 쪽으로 계속해서 찾아오던 사생들을 마주한 적이 있었고, 나는 놈의 누나가 그 사실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쪽은 에이든 리의 누나가 아니고, 공연장에 온 아이돌이 신기해 잠시 바라보는 일반 관객도 아닌 듯했다.
‘이게 내 착각이라면 좋겠지만…….’
보통 이런 식으로 ‘싸한’ 느낌이 들었을 때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간 적이 없었다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지금, 안전에 만전을 기해 나쁠 건 없을 터였다. 때문에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지 않게끔 에이든 리에게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게 호기심 많은 관객인 건지 아니면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인파 사이가 더 안전했다. 사람들이 방패막이 되어 줄 테니까.
“공연 시작 5분 전입니다, 입장 부탁드립니다!”
그렇기에 나는 끝까지 관객들에 섞여 에이든 리와 공연장을 누빈 후, 인터미션이 끝나기 직전 사람들과 함께 공연장 내부로 다시 입장했다.
그 직후에는 주변을 둘러보는 에이든 리 옆에서 나 또한 입장 문을 유심히 살폈으나, 결국 우리를 따라다니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지 못하고 공연의 2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그리고 끝이 난 공연에 일어서 박수를 치는 동안에는 시선이 사라져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고.
무대 위에서 꽃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에이든 리의 부모님은 놈과 굉장히 닮아 있는 얼굴이었다. 에이든 리가 전체적인 생김새는 어머니를, 얼굴형이나 느낌은 제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도 알 수도 있었고 말이다.
“세상에, 아직도 못 찾았어?”
“감이 많이 떨어졌구나, 이든아.”
“이익, 찾을 수 있어요!”
…솔직히 성격까지 닮았을 거란 생각은 못 했었지만.
‘내가 생각한 건 이런 식의 재회는 아니었긴 한데.’
공연이 끝난 후 어셔들의 안내에 의해 공연장의 대기실로 안내된 에이든 리는 마침내 2년 만에 부모님과 재회할 수 있었으나, 거기에 감동적인 재회는 없었다.
“몇 전 몇 패였지, 이게?”
“승률은 엘리 쪽이 더 높지 않나?”
“내가 이긴 적이 더 많아요!”
“그건 이든이 네 의견이지. 엘리 의견은 다르던데?”
에이든 리의 부모님은 아들을 만나자마자 장난기 어린 얼굴로 그를 약 올리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에이든 리가 이렇게 말리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나는 조금쯤 신기한 기분으로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항상 여유만만하고 놀림당하기보다는 누군가를 놀리는 쪽이었던 에이든 리가 부모님에게는 속절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반가워요. 에밀리 다이앤이에요.”
“잘 왔어요. 나는 이든이 아버지 승권 리입니다. 우리가 유하라고 편하게 불러도 될까요?”
거기에 더해 굉장히 상식적이고 단정한 모습을 추가로 보여 주시는 것에 더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고.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난기를 가득 담은 얼굴로 에이든 리를 약 올리던 것과는 달리 더없이 상냥하게 건네주신 말에 내가 대답하자, 두 분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좋은 기회는 뭘요, 와 줘서 우리야 고맙지. 에이든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친구라고.”
“이든이랑 잘 지내 줘서 고마워요, 리더로서 열심히 해 줘서 더 고맙고. [디자인 유어 아이돌>도 잘 봤어요. 고생했었죠? 이든이가 원래 뭐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무섭게 집중하는 타입이라 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고생… 을 안 했다고 하면 너무 빈말 같을까요? 다만 저도 에이든을 고생시키기도 했고, 그만큼 값진 결과물도 받고 팀이 됐으니까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하다! 유하, 내가 뭘 했다고…….”
“이든, 내가 그랬지. 너랑 엘리는 생각보다 더 사람들을 많이 고생시키는 타입이라고.”
“응? 아닌데…? 난 내가 고생을 덜어 주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으음, 이든, 넌 내 아들이지만 고생을 시키는 타입이야…….”
“이든. 내가 말했지, 너 자신을 아는 건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한 에이든 리의 부모님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에이든 리를 다정하게 토닥였다. 그 손길 속에서 에이든 리가 부모님에게 부러 툴툴대는 것을 보며, 나는 곧 잊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려 낼 수 있었다.
“아, 혹시 잠시 나갔다 와도 괜찮을까요. 두고 온 게 있는 것 같아서.”
“두고 온 거?”
“우리 물품 보관소에 뭐 맡겨 놨잖아.”
“아!”
바로 에이든 리의 부모님께 전달 드릴 꽃다발이었다.
아무래도 공연에 초대받아 간 것이니만큼 꽃다발을 준비해 둔 후 공연 시작 전에 물품 보관소에 맡겨 두었던 것이었는데, 뜬금없이 에이든 리의 누나 찾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같이 가.”
“아냐, 됐어. 부모님이랑 이야기 나누고 있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따라오겠다는 에이든 리를 두고 그대로 대기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부러 조금은 늦게 걸음을 옮겼다.
‘저런 모습도 처음 보네.’
에이든 리가 부모님께 어리광을 부릴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할 듯했기 때문이었다.
아닌 척해도 평소보다 더 텐션이 높고, 한편으로 벽이 낮아진 듯한 에이든 리의 모습에 나는 놈이 티는 안 냈어도 지금까지 부모님을 굉장히 그리워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놈에게 가족과의 재회를 온전히 즐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아무래도 외부인이 있으면 나눌 수 없는 회포도 있을 테니까.’
전화 통화는 간간이 하는 듯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2년 만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 것도 쌓여 있을 터.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온전히 가족끼리 있을 때야 나눌 수 있을 것이었다.
때문에 내가 조금 느리게 걸음을 옮길 때였다.
“아, 혹시…….”
어셔분이 안내해 준 길을 되돌아가 물품 보관소로 향하려던 중,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인 복도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에 나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입을 열려다 말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
누가 봐도 어셔가 아닌 것 같은 사람이 눈앞에 자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