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2)
“…뭐?”
내 물음에 에이든 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말을 했냐는 듯 천진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더 먹을래?”
“아니…….”
“흠, 배고프면 말해.”
에이든 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묵묵하게 제 식판 위의 음식들을 비웠다. 나는 그런 에이든 리의 텐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뭘 더 묻는 대신 나 또한 말없이 음식을 비우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는데.
‘뭐였지?’
바로 에이든 리가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날이 서 있지 않았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한순간 공격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였는데.
“…….”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에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지금도 주변 팀원들이랑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얘기하고 있는 데다가, 아까 전 보았던 공격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까 전에 한 말 무슨 뜻이냐고 물을 수도 없고.’
오히려 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을 보면, 그냥 툭 내뱉은 말일 수도 있었다. 에이든 리는 기분파니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지.’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 뭔가를 캐묻는 대신 그냥 조용히 침묵하기로 했다.
그런 내 반응을 에이든 리가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는 건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 * *
에이든 리는 다음 날 바로 ‘BINGO’를 편곡해서 가져왔다.
“…오.”
“와.”
“일단 베이스랑 신스 사운드로 만졌는데 여기 악기 더 추가할 거예요. 템포는 일단 이대로 가면 좋을 거 같고.”
약간 느렸던 템포가 에이든 리의 편곡에서는 조절이 되어 빠르고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섹시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용되던 원곡의 현악기도 조금 더 힙하고 가벼운 전자음 위주로 바뀌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에이든 리가 말한 ‘청량’ 콘셉트가 잘 표현이 된 듯해, 팀원들은 모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템포를 토대로 안무를 짜 보도록 할게. 가사는… 유하랑 단우 형, 영오가 하는 거지?”
전날 리더가 된 김태영이 각자의 분담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에이든 리는 전체적인 편곡을, 박원효, 김태영, 쯔쉬안은 안무, 가사는 나와 주단우, 황영오의 몫이었다.
우리는 우선 각자 찢어져 오전 시간 동안은 대략적인 구성을, 오후 시간은 만들어진 부분들을 함께 맞춰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주단우, 황영오, 콘셉트의 아이디어를 낸 에이든 리까지 총 네 명은 머리를 맞대게 되었는데.
“너, 대체 무슨 게임 콘셉트를 생각했던 건데?”
“뿅뿅 하는 거?”
막상 가사를 창작하기 전, 우리는 큰 벽과 마주해야 했다.
그건 바로… 에이든 리의 허술한 콘셉트였다.
“아니, 그… 대체 어떤 게임을 생각한 거야? 이든. 게임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 뭐, 슈팅 게임도 있고, 레트로 게임도 있고, RPG라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뭘 생각한 거야?”
“흠, 그냥 마X오 카트? 나 마X오 카트 좋아해요. 정확히는 거기 나오는 음악.”
“…….”
누가 너 좋아하는 거 물어봤냐. 콘셉트를 뭘 생각했냐는 거지.
황영오의 물음에 해맑게 대답한 에이든 리가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나는 입을 열었다.
“마X오 카트를 콘셉트로 생각한 건 아닐 거 아냐. 네가 생각한 건 마X오 카트에 나오는 BGM 같은 느낌이겠지.”
“오, 맞아! 난 그런 거 생각했어.”
“그러니까 넌… 딱 그 게임스러운 BGM만 생각하고 전체적인 콘셉트는 생각 안 했단 거 같은데, 맞냐?”
“응, 맞아!”
“…….”
“…….”
우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머릿속에 동일한 생각이 떠올랐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에이든 리 이 자식, 정말 대책이 없다는 걸.
‘…딱 키워드만 생각하고 밀고 나왔군.’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전자음 이미지와 청량, 소년 콘셉트만으로 저 정도까지 곡을 편곡해 온 것도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제야 에이든 리의 강점과 약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임기응변이 좋고 전체적인 감각과 재능, 빛나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 자식은 전체적인 서사 기획력이 없었다.
즉, 키워드와 느낌은 떠올릴 수 있지만 그걸 이야기로 끼워 맞춰 창작하는 능력은 부족하단 거다.
‘…노래에 서사는 중요하지.’
그저 분위기나 리듬만으로 먹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곡의 전체적인 기승전결과 그에 따른 서사, 세계관은 필수였다. 곡을 하나로 통틀어 ‘무엇’이다, 어떤 이야기다, 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했고.
‘음악엔 재능이 있어도 가사 쪽에는 재능이 전무하겠는데.’
이런 스토리를 만드는 건 대부분 작사가의 몫이었으므로 어쨌든 에이든 리는 자신이 할 몫을 다 한 거라고 볼 수 있기는 했지만, 좀 어이가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가사를 창작하기 앞서서 저희 콘셉트부터 좀 구체적으로 정해 보죠.”
나는 살짝 지끈거려 오는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입을 열었다. 그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하던 황영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청량’, ‘소년’, ‘게임’……. 소년 게임이라고 하면 슈팅 게임이나 배틀 게임, RPG 게임인가?”
“소년 게임이라고 하면 우선 그런 게 제일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
“그럼 좀 힘 있는 느낌으로 가야 하나? 근데 여기 청량은 또 어떻게 넣지?”
“스포츠 게임도 있지 않아요? 운동 콘셉트 하면 청량도 넣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황영오를 비롯해 주단우, 에이든 리까지 합세해 자기들이 해 봤던 게임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익숙한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슈팅이나 배틀, 롤플레잉 게임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각자, 혹은 같은 나이대 친구들이 많이 해 봤을 법한 게임들이었다.
‘…좀 다르지 않나.’
그러나 나는 하나씩 던져지는 콘셉트의 후보군을 들을수록 뭔가 우리가 노선을 잘못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슈팅이나 배틀, 롤플레잉, 스포츠 게임 같은 게 ‘소년, 청량,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일까?
“저희 지금 타깃층을 잘못 잡은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온 결론은, ‘아니다’였다.
“무슨 소리야?”
내 말에 슈팅 게임 쪽으로 콘셉트를 잡으려 하던 황영오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소년 게임이라고 하면 슈팅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 같은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아뇨, 그건 저희 기준에 맞추었을 때 나오는 콘셉트인 것 같아요.”
“그럼 우리가 아니면 누구로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더 깊이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바로 즉답했다.
“아이돌 메이커님들이죠.”
“……!”
우리는 보이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었다. 즉, 누군가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보는’ 사람들에게 맞춘 콘셉트를 정해야 했다.
“우리는 무대를 ‘하는’ 사람들이지 ‘보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저희 무대를 보는 분들은 아이돌 메이커님들이니 그분들께 익숙한 콘셉트를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중요시해야 하는 건, 우리의 경험이 아닌 우리의 무대를 보는 사람들의 경험이었다.
우리의 무대를 보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콘셉트.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후보군들은 우리의 무대를 봐 줄 타깃층을 생각해 보면 어딘가 애매한 감들이 없잖아 있었다.
‘모두에게 대중성이 좋은 건 아니야.’
슈팅이나 배틀, 롤플레잉, 스포츠, RPG 게임이 콘셉트로 잡기 나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미지 하나를 잡아 잘 구축하면 서사를 만들기는 좋겠지.
그러나 어필할 수 있는 타깃층은 오히려 좁아질 터였다. 그런 게임들은 결국 하는 사람만 알고 있는 소재들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가’도 생각해야겠죠. 우리에게 익숙한 게 아니라 우리가 ‘뭘 보여 드리고 싶은지’에 대해.”
우리가 ‘어떤 모습을’ 통해 우리를 봐 주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것인가. 콘셉트를 정하는 데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것이었다.
내 말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이든 리와 주단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인 것 같아. 확실히 우리를 봐 주시는 분들은 아이돌 메이커님들이니까. 그분들께 익숙한 게임을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
“나도 좋아요!”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도 찬성. 그럼 어떤 게임으로 하지?”
황영오는 약간 떨떠름해하는 듯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뒤이어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말에 모두에게 친숙한 콘셉트, 그러면서도 ‘우리의 캐릭터’를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요소를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나는 다시 한번 ‘BINGO’의 가사지를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가사를 창작한다 해도 곡의 전체적인 틀을 바꿀 순 없기 때문에, 남겨 둘 부분과 바꿀 부분을 신중히 선택해야 했다.
‘이 노래의 핵심은… 애원이지.’
‘BINGO’는 전형적인 사랑 노래, 그중에서도 연약한 느낌이 강했다.
나서는 것보다는 기다리고, 요구하기보다는 애원하는 쪽인. 내가 이곳에 있으니 찾아와 달라는, 그리고 널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맞춰 가겠다는 사랑 고백.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과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현재 [디어돌>에 출연하는 100명의 연습생들은 우리에게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 아이돌 메이커들에게 ‘나’를 어필해야 했다.
사전에 촬영한 연습생 개인 PR 영상을 비롯해 등급별로 나뉜 테마송, 게릴라 플래시몹 등의 이벤트와 촬영물들은 아이돌 메이커들에게 ‘나’라는 후보를 알리고 선택을 종용하기 위해 찍은 것이었다.
[디어돌>의 연습생들은 현재 모두가 한 번이라도 더 카메라에 모습을 비추고 싶어 했으며, 어떻게든 서사와 캐릭터를 얻고 싶어 했다. 그를 위해 더 큰 리액션과 더 다양한 관계도, 자신의 인생까지도 모두 알리려 하는 거고.그리고, 그 모든 콘텐츠와 행동의 목표는 단 하나.
‘나를 데뷔시켜 달라’는 어필이었다.
‘하지만 선이 중요해.’
절박함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그 ‘애원’과 ‘절박함’을 무겁지 않게 보여 주어야 했다. 대놓고 드러내기보다는 서사에 녹여서 풀어내고, 투표 독려조차도 너무 끈질기게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너무 절박한 아이돌을 보려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아이돌은 엔터테이너다. 적절한 서사도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우리는 ‘매력을 어필하며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만큼, ‘BINGO’의 애원은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는 키워드였다.
‘에이든 리가 내세운 청량 콘셉트는 나쁘지 않아.’
발랄하고 쾌활한 리듬, 그리고 조금 더 건강하고도 사람들이 귀엽다거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은근한 애원. 우리가 지금 ‘BINGO’를 통해 보여 주어야 하는 건 바로 그것이었다.
‘각자 다른 매력을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고…….’
100명의 연습생들이 달라붙어 곡의 이미지에 연습생을 끼워 맞춰야 했던 ‘봐’와는 달리, 이번 1차 미션은 처음으로 아이돌 메이커들에게 ‘나’라는 연습생을 보여 줄 기회였다.
그런 만큼, 이 미션에서는 어떤 팀이 더 다채롭게 연습생들의 매력을 어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거였다.
“…….”
그렇다면.
“…프X세스 메이커는 어때요?”
“어?”
“응?”
나는 오랜 고심 끝에 내가 알고 있는 게임 하나를 내뱉었다. 내가 뱉은 게임에 각자 토론을 지속하고 있던 세 명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제시한 게임은 고전 중의 고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봤을 육성 게임의 대명사였기 때문이었다.
“프… 프X세스 메이커?”
“오, 나 그거 알아. 고전 게임!”
에이든 리는 이름을 들어 봤다는 듯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주단우는 당황한 것처럼 얼어붙은 얼굴을, 황영오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기에 한 가지의 게임을 더 던졌다.
“그리고 미연시를 넣죠.”
“……??”
프X세스 메이커와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어떻게 보면 가장 마이너하면서 또 가장 대중적인 요소들.
나는 이 요소가 에이든 리가 말한 「청량, 소년, 게임」을 그 무엇보다도 잘 표현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