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죄송합니다. 신경 쓰이셨죠.”
에이든 리의 어머니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나는 줄곧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 왔을 테니까.
첫인상으로 쳤을 때 최악이 아닐 수가 없었을 터. 그러나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고개를 젓고 답했다.
“신경이 쓰인 게 아니라 걱정이 됐죠.”
“…….”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에이든 리가 있을 짚라인의 시작점을 바라보았다.
“이든이 많이 신경 쓰고 있는 친구인 걸 아니까.”
나는 뜻밖의 말에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는 나를 보며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이야기는 하지 않았겠지만 승권도 나도 엘리까지도 유하 씨한테는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어쩌면 유하 씨 덕분에 이든이 데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득을 봤다고 하면… 그건 오히려 저일 것 같고요.”
내가 없던 미래에서도 에이든 리는 데뷔를 했었다. 즉, 내 존재와는 상관없이 에이든 리는 데뷔를 할 운명이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단호하게 에이든 리의 어머니의 말을 부정했다.
그녀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일 터였다. 지난 1차 경연 당시, 탈락을 원했던 내 멱살을 잡고 끌어 올리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나를 언급한 건 에이든 리였으니까.
그런 나를 바라보며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마 알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이든이 아이돌이 되겠다고 했을 때 모두 반대했었어요.”
“…….”
“보였거든요, 그 애가 끝까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게.”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든은 주변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지금은 상상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릴 적에는 자주 주변에 휩쓸려 혼란스러워했었고.”
나는 그 말에 문득 마지막 4차 경연을 앞두었던 에이든 리를 떠올려 냈다. 당시 도지혁이 의욕을 보이던 연습생들을 대다수 데려간 끝에 결국 자신과 맞지 않는 팀에서 불만스러워하던 에이든 리를.
“그러다 엘리가 이든에게 매번 장난을 걸기 시작하면서는 좀 달라졌지만요. 처음에는 엘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당황하더니만, 매일매일 내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절대 엘리에게 지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그게 이든을 움직이게 했고요.”
어딘가 맥 빠진 듯한 얼굴로 내가 있는 연습실까지 찾아와 늘어져 있던 에이든 리는 답지 않게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승부욕을 건드려 봤더니 씩씩대면서 연습을 하러 갔었지.’
처음에는 어떨까 싶었지만 에이든 리는 결국 파이널 무대에서 제 존재감을 완벽하게 드러내며 당당하게 4위를 차지했었다. 때문에 에이든 리를 움직이는 건 승부욕과 자존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었고.
‘그게 누나 덕분이었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조금쯤 멋쩍은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게 좀, 이상한 쪽으로 튀긴 했죠. EGO를 가지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든이 꽤… 강하게 자라긴 했으니까.”
“…….”
그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에이든 리의 자아가 강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든을 한국에 보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애는 욕심이 많으니까요.”
“…….”
“부모로서 그건 자랑스러워요. 바라는 것도 많고 이상도 높지만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지려고 노력하는 아이잖아요. 하지만…….”
그걸 맞춰 줄 만한 사람은 없죠, 그렇게 말하며 에이든 리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든이 솔로가 아니라 팀을 원하는 이상 좌절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좌절은 이든에게 큰 상처를 입힐 테고. 그래서 모두가 반대했어요, 특히 엘리가 제일 그랬고.”
나는 저 멀리에서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엘리노어 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즐거움이 가득 담긴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엘리는 아직까지 동생을 다섯 살로 보는 느낌이 있거든요. 매일 장난을 거는 것도 그 습관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거고. 그게 이든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는 어제 저녁, 복도에서 내게 말을 걸었던 엘리노어 리를 떠올렸다. 외부인을 보자마자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 빠르게 내게 말을 걸던 모습을.
오랜 시간 에이든 리를 지켜봤었기 때문이었을까. 어제의 엘리노어 리의 대처가 마치 본능처럼 빠르고 단호했었다는 것, 그것이 에이든 리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문득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엘리의 최애는 유하 씨가 될 수밖에 없었죠. 유하 씨 덕분에 이든이 한국에 제대로 발을 디뎠다는 걸 알았거든요.”
엘리노어 리는 동생을 어떤 마음으로 한국에 보냈을지에 대해 말이다.
“네?”
“와, 너무 재미있는데. 흠, 또 한 번 타도 되나? 유하 씨, 같이 갈래요?”
직후 이어진 말에 내가 그 말뜻을 물어보려 할 때였다. 곧 상기된 얼굴로 다가온 엘리노어 리가 친근하게 말을 걸었기에, 자연스럽게 대화는 끊어지고 말았다.
곧 다가온 에이든 리의 아버지와도 합류해 마지막으로 내려올 에이든 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
“유하 씨?”
문득, 나는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에이든 리를 보며 발걸음을 빠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 도착 지점으로 다가섰을 때 두 명의 안전 요원은 에이든 리와 그 옆 사람의 고리를 풀어 주고 있었다.
“이쪽.”
그리고 로프와 연결되어 있던 에이든 리가 풀려나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놈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내게 끌려오는 에이든 리 너머, 어딘가 짜증스러운 듯한 음성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다가오지 마세요.”
내가 빠르게 입을 연 것 또한.
“야, 네가 뭔데……!”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것은 이쪽을 향해 손을 뻗던 한 여자였다.
빠르게 움직인 에이든 리 때문에 얼결에 에이든 리 대신 허공을 한번 휘저은 꼴이 된 여자는 다른 한쪽 손에는 짚라인을 타는 내내 에이든 리에게로 들이밀고 있던 셀카봉을 쥐고 있었다.
그녀가 화가 난 듯 이쪽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왔을 때였다.
“……!”
문득 모자와 마스크 없이 보이던 여자의 얼굴이 누군가에 의해 가려져, 나는 움찔했다.
곧 내 어깨를 잡고 나를 뒤로 빼며 앞으로 선 에이든 리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을 때 나는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오지 마요, 안 반가워.”
에이든 리의 목소리가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서늘함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짜증 나.”
“…….”
“짜증…….”
“그만 해, 누나.”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듯한 모습에 나는 눈을 굴려 두 명을 바라보았다. 에이든 리를 쏙 빼닮은 얼굴로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고 있는 엘리노어 리와 한숨을 쉬는 에이든 리가 또 한 번의 배틀을 앞두고 있었다.
“넌 안 억울해? 경찰한테 넘겼어야 했는데!”
“증거 부족해서 안 돼.”
“아니, 그러니까 안 억울하냐고!”
다만 그건 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기는 했지만.
덤덤한 에이든 리의 모습은 엘리노어 리의 분노를 부른 모양이었다. 아예 자세를 고쳐 앉고 에이든 리를 노려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넘겼어야 했잖아!”
“사고 내면 안 돼.”
“사고는 그쪽이 낸 거고! 네가 사고를 친 건 아니잖아.”
“사고가 돼, 누나.”
“뭐?”
에이든 리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한텐 이제 사고가 돼.”
“…….”
짤막한 말이었지만, 엘리노어 리는 그 말에 문득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겠으나 에이든 리의 말 한마디로 대충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은 듯했다.
‘에이든 리는 이제 공인이니까.’
오늘 에이든 리를 찍고 있었던 사람은 그의 사생팬이었다.
어디서부터 따라왔던 것인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게임장부터 시작해 점심 식사를 거쳐 짚라인까지 따라온 사생팬은 결국 에이든 리의 옆자리에서 함께 짚라인을 타기까지에 이르렀다.
자기 자신을 찍겠답시고 손에 들었던 휴대폰은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일 없이 에이든 리만 담은 모양이었고.
만약 에이든 리가 공인이 아닌 개인이었다면 신고할 사유는 충분할 터였다.
“진짜 짜증 나. 잘못은 그쪽이 했는데…….”
하지만 에이든 리가 공인인 이상, 신고는 어려웠다. 우리가 휴가를 보내고 있기도 한 데다 그쪽이 아슬아슬한 수준에서만 선을 넘나들었던 것이다.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공식 스케줄 외라고 한들 연예인의 초상권은 거의 없는 취급 당하고 있는 만큼, 결국 안전 요원들과 함께 휴대폰에 찍혀 있는 에이든 리의 사진과 영상만 지우고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평소에는 매니저 형들도 있고 경호해 주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잖아. 억울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괜찮아~! 별일 없었으니까.”
“…….”
에이든 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하자, 엘리노어 리는 끝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가 더 말을 덧붙이지 않고 조용히 의자에 몸을 기대자 차 안에는 순식간에 침묵이 찾아들었다.
그에 오히려 이제는 에이든 리가 눈치를 보듯 엘리노어 리를 흘긋 바라보았을 때였다.
“……!”
“유하?”
나는 문득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진동하는 것에 시선을 내려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에이든 리에게 보여 주었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에이든 리는 곧 짧게 웃었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창밖을 바라보던 엘리노어 리를 툭 쳤다.
“왜?”
“누나, 이거면 됐지?”
“뭐가?”
곧 짜증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에이든 리가 건넨 내 휴대폰을 바라보던 엘리노어 리는 약간 얼이 빠진 듯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에이든 리를 한 번, 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
에이든 리는 가만히 엘리노어 리의 손에 들려 있던 내 휴대폰을 되가져왔다. 앞좌석에 타고 있던 에이든 리의 부모님이 궁금한 듯 이쪽을 바라보는 것에 에이든 리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처했어요, 이제 진짜 걱정 안 해도 돼.”
에이든 리는 그렇게 말하며 부모님께도 내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그곳에는 매니저 형으로부터의 연락이 도착해 있었다.
[매니저 형: 사진이랑 이름은 잘 전달했어. 숙소 CCTV에서도 발견된 것 같다니까, 주요 주시한 다음 잘 조치할게.]안전 요원이 넘겨준 짚라인 CCTV 속 사생팬의 얼굴과 이름을 매니저 형에게 전달한 후 회사 측에서 사생 팬에게 앞으로 하게 될 대처 방안이 말이다.
“이거 뭐야?”
“내버려 두면 안 되니까요.”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묻는 엘리노어 리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다행인 일이었다. 어찌 됐든 개방된 장소 위주로 따라다녀 준 데다 짚라인에서는 얼굴을 그대로 보여 주었던 덕에 CCTV로도 얼굴 식별이 가능했으니까.
“그냥 보낸 거 아니었어?”
“오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단 거였죠.”
오늘 나와 에이든 리에게는 사생팬을 경찰에 넘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거란 뜻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엘리노어 리에게 단언할 수 있었다.
“위험은 저도 최대한 배제하고 넘어가고 싶어서요. 그냥 가만히 둘 생각은 없었어요.”
이런 사람은 어떻게든 선을 넘기 마련이고,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선을 완전히 넘어 버린 순간 나는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