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가지가지하네.”
“이게 무슨…….”
박원효와의 대화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후, 나는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른 멤버들에게 공유했다.
그에 대한 멤버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진짜 정신 나간 거 아니에요?”
“아, 좀 빡치는데…….”
“‘디어돌’ 때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이니까 응원해 주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같이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건 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반대. 확실히 유하 말처럼 무조건 말 나올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어딜 가나 윗사람들은 실무를 모르네, 하하.”
“…….”
에이넷 윗선에 대한 거부감과 분노, 그에 따른 반발.
“몰랐는데 우리 아직 연습생이었나 봐. 나 경연 다시 해 보고 싶다고는 생각했는데 그게 ‘디어돌’ 다시 나가고 싶단 뜻은 아니었는데.”
그중에서도 에이든 리의 경우, 다른 멤버들조차 눈치를 볼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UTOPIA’는 원디어 하라고 만든 거야. 그쪽은 안 했으면 좋겠어.”
화제성을 위해 원디어의 데뷔곡이었던 ‘UTOPIA’를 라이저스에게 커버시켜 그들의 데뷔 쇼케이스에 쓰겠다는 말 또한 추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평소 원디어의 곡을 다른 팀이 언급하고 챌린지 영상을 찍거나 커버해 주는 것에는 흥미와 즐거움을 보이던 에이든 리였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에이든 리가 라이저스의 ‘UTOPIA’ 커버 무대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UTOPIA’가 다른 팀의 이득을 위해 도구로 이용당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라이저스 멤버들이 원디어와는 경쟁하던 사이라는 것도 거부감에 한몫할 수밖에 없었고.
‘만약 저쪽 멤버가 원디어가 되었다면, 같은 말도 돌 테니까.’
몇 년이 지나 원디어와 라이저스가 각자의 자리를 잡은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대중들은 원디어와 라이저스를 불안정한 서바이벌 출신 그룹으로 보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에 ‘UTOPIA’는 아직 원디어만의 곡으로 남아 있어 줄 필요가 있었다. 발매가 채 1년도 되지 않은 곡이니만큼 굳이 원디어가 ‘될 뻔’했던 다른 멤버들의 이미지를 덧씌울 이유는 없으니까.
“노리는 게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타협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안 드는데. 라이저스를 올려치기 하는 데 우리가 이용당해 줄 이유가 있나?”
게다가 도지혁의 말처럼, 그렇게 된다면 원디어는 의도치 않게 라이저스를 올려치기 하는 데 이용될 터였다.
에이넷이 보여 주고 싶은 건 원디어의 곡을 라이저스가 커버함으로써 라이저스 또한 원디어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일 테니까.
-무슨 생각인 건지는 알겠는데, 디어돌이나 비더돌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선배들 커버하는 거랑은 좀 다르잖아. 그리고…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자신 없어. 원곡자를 어떻게 이기냐? 그것도 발매된 지 1년도 채 안 된 곡을.
다만 그것은 에이넷 윗선의 소망일 뿐이다. 실제로 커버를 해야 하는 라이저스 멤버들의 의견은 다른 듯했으니까.
우리가 원디어의 데뷔곡에 다른 ‘디어돌’ 출신 멤버들의 이미지가 더해지지 않기를 바라듯, 박원효를 비롯해 ‘디어돌’ 출신인 라이저스 멤버들은 원곡자와 비교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기에는 ‘UTOPIA’가 아직 너무 최신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나나 다른 디어돌 출신 애들 의견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아닌 것 같더라. 라이저스 분위기는 좀… 너희랑은 달라서.
하지만 라이저스의 다른 ‘비더돌’ 출신 멤버들은 뜻이 다른 듯했다.
“그쪽은 그럼 의견이 둘로 나뉜 거예요?”
“어. 화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일단은 에이넷 방침 따라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게 다른 멤버들 의견. 그렇게 갈린 게 딱 반반.”
[디자인 유어 아이돌>과 비교했을 때 [비 더 아이돌>은 화제성과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 때문에 에이넷이 밀어 주려고 할 때 어떻게든 사람들의 주목을 모은 후 이미지 쇄신을 노려 보자는 게 다른 멤버들의 의견이라는 것이다.박원효는 그렇게 말한 후, 한숨을 쉬며 다른 멤버들을 설득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어돌’ 출신들과 그 외의 멤버들은 서바이벌이 진행되는 중에도 계속해서 사이가 좋지 않았고, 뭣보다 내내 경쟁을 하다 이제야 겨우 한 팀이 된 멤버들은 아직 쉽게 단합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중간에 논란을 겪으며 분위기가 한층 더 삭막해지기도 했고.
“그런데 반반이면… 나머지 한 명은? 그쪽은 ‘디어돌’ 출신이 다섯이니까 반대쪽이 더 많아야 되는 거 아냐?”
“한 명은 중립이라고 하던데요. 정확히는 아직 선택하지 못한 것 같고.”
“누군데?”
그렇기에 박원효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오 형이요.”
현재 그 어떤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황영오를 반대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조력, 혹은 압력이.
* * *
-그런데 반대쪽으로 라이저스 의견이 모인다고 해도 에이넷이 들어줄까? 지금 그쪽은 어떻게든 라이저스를 살려 보려고 하고 있으니 멤버 의견은 무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황영오를 어떻게든 중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쪽에는 동의했지만, 멤버들은 라이저스의 의견이 에이넷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분위기 좀 맞춰 줄 수 있어요?
-뭐 하려고?
때문에 내가 생각한 것은.
“앵콜곡을 바꾸려고 합니다.”
“네?”
“정규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곡을 끌어와 선공개하고 싶어요.”
원디어 쪽에서도 라이저스와 함께 무대를 꾸릴 순 없다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A&R 팀과 공연 사업 팀 쪽의 직원들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우리가 뜬금없이 곡을 변경하려 들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스트 무대는 받아들일 수 없고요.”
“저, 유하 씨…….”
뭣보다 이렇게 대놓고 게스트를 반대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한 것 같고.
오늘의 미팅에 들어온 것은 로드 엔터와 에이넷의 직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원디어의 팬 미팅에 참여할 라이저스 멤버들 또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뜬금없는 통보에 라이저스 멤버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라이저스에는 시선을 두지 않고 옆의 도지혁이 말을 덧붙였다.
“첫 팬 미팅인 만큼 공연의 완성도나 메시지를 통일시킬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제작된 공식 응원봉에 대한 팬분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아예 이 기회에 좀 더 결속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팬미팅이 되면 좋겠다는 게 저희 멤버들 의견이고요.”
“5월 컴백에 앞서 팬 송을 미리 선공개한다면 팬분들의 기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때문에 공연의 만족도를 위해 게스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고요.”
이번에 우리가 팬 미팅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5월의 정규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첫 팬 송이었다. 팬 송의 선공개로 우리는 이번 팬 미팅에 좀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 상태였고.
“그… 팬 송을 미리 공개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왜 그게 라이저스와 함께 무대를 꾸릴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의 곡을 함께 꾸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이미 한번 해 보기도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에이넷은 이런 의견을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쪽에게 중요한 건 원디어의 첫 팬미팅의 완성도가 아닌, 이제 막 가동을 앞둔 라이저스의 화제성이니까.
“한번 해 봤기 때문에 싫다는 겁니다.”
“네?”
“팬분들은 저희가 어떤 식으로 경쟁해서 한 팀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모두 보셨죠. 이제야 겨우 저희 일곱이 한 팀이 되어 가는 걸 좋게 봐 주고 계시고요. 그런 만큼 다시 서바이벌 때의 무대로 돌아가 그때를 상기시켜 드리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이야기하며 나는 잠시 라이저스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과 눈을 마주하며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굳이 불편한 무대를 만들고 싶지도 않아서요. 굳이 경쟁하듯 무대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에 황영오가 문득 당황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손을 꽉 쥐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 형…….”
“…어쨌든 저희 의견은 그렇습니다.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그에 옆에 있던 천세림이 변죽 좋게 내게 눈치를 주는 것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대충 말을 끝냈다.
그 후로도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에이넷에서 나온 직원은 어떻게든 우리를 설득하려 했지만 우리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황영오는 어딘가 불안정한 태도로 줄곧 내가 있는 쪽을 흘깃거렸지만, 나는 다시는 그쪽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야, 유하야…….”
때문에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에이넷 측의 직원으로부터도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황영오는 불안감을 느낀 듯 끝내 회의가 끝난 직후 다급하게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나는 우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에이넷 직원들을 잠시 바라본 후 부러 황영오의 말을 무시하고 뒤를 돌았다.
그에 또 한 번 당황한 듯 나를 부르는 황영오의 목소리가 내게 따라붙었지만, 나는 그 말을 끝까지 무시했고.
“뭐, 뭐야? 왜 갑자기…….”
“형, 불러 주셔서 고마워요.”
“아냐, 이야기 잘해. 영오야, 좀 있다가 보자.”
그날 오후에서야 박원효에 의해 불려온 황영오와 따로 마주했다.
황영오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진행하던 중 급작스럽게 박원효에게 불려온 것에 어리둥절해하는 기색이었다. 무엇보다도 회의에서는 자신을 무시했던 내가 놈과 단둘이 자리를 마련한 것에 경계하는 듯했고.
나는 그런 황영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형, 원디어와는 같은 무대에 설 수 없다고 직원분한테 말해 주세요.”
“뭐?”
“반대편 쪽에 서 달라는 뜻이에요.”
그에 황영오는 잠시 당황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인상을 찌푸리고 공격적인 태도로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리고 내가 왜 그걸 직원한테 말해? 리더는 원효니까 걔한테 말해.”
“물론 원효 형도 에이넷 측에 팀의 결정을 전달할 겁니다. 하지만, 영오 형도 의견을 전달해 주셔야 해요.”
“뭘…….”
“스트레스 때문에 저와는 같은 무대에 설 수 없다고요. 원디어와 붙어 활동하는 것만은 못 할 것 같다고 해 주세요. 그렇게 되면 활동조차 어려울 것 같다고.”
“……!”
그에 황영오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내 말에 기가 찬 듯한 얼굴이었다.
내가 한 말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긴 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을 거쳐 [비 더 아이돌>에서 9위로 겨우 데뷔 문턱에 들어선 황영오다.
어떻게든 데뷔하고 싶어 근 1년간 줄곧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몬 만큼 어떻게든 무대에 서고 싶을 텐데, 제 입으로 못 하겠다는 소리를 하라고 내가 요구한 것이지 않나.
“개소리하지 마, 내가 왜 그래야 돼? 너랑 무대에 같이 서는 게 뭐 어렵다고……. 겨우 데뷔한 팀에서 내가 왜 빠져?”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했지만, 나는 말을 고치지 않았다.
“아뇨, 형이 해 주셔야 돼요. 지금 라이저스 내에서 제일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건 형이니까.”
“뭐?”
황영오의 조력이 아니라면 원디어와 라이저스를 분리시킬 순 없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