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너, 나 놀리냐?”
황영오는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되어 막판에 순위 하락을 피해 가지 못했던 만큼, 자신이 제일 발언권이 강하다고 하는 내 말을 비꼼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아뇨, 진심인데요. 오히려 지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형의 의견이 더 강력하게 먹힐 것 같아서요.”
하지만 나는 굳이 이런 상황에 농담이나 할 생각은 없었다. 진심으로 황영오가 아니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말을 꺼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황영오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곤 소리쳤다.
“멍청한 소리 하지 좀 마! 지금 라이저스 내에서 나보다 불안정한 놈이 누가 있는데? 뭣보다 내가 뭔 소리를 하든 그게 에이넷에 먹힐 것 같아? 라이저스랑 원디어가 같은 줄 알아?”
황영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분한 듯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씹어 뱉듯 말했다.
“너희야 디어돌 타고 사람들 주목 모아서 잘 팔리고 있으니 에이넷이 들어 주는 척이라도 하겠지. 로드 엔터 내에서 너희 입김 강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린 아무것도 없어. 시작 전부터 삐걱대고 화제성도 없어서 힘이랄 게 전혀 없다고.”
“…….”
“그런 와중에, 그중에서도 9위로 데뷔한 내가 발언권이 있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해! 뭣보다 라이저스가 대체 어떻게 에이넷에 반기를 들 수가 있는데?”
“…그럼 우선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앞으로 원디어와 계속 비교당하고 아류 그룹 소리 듣는 거, 형은 정말 괜찮아요?”
“뭐?”
“발언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형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묻는 거예요. 이번 일로 제일 큰 타격을 입은 건 형이잖아요. 형은 오히려 이 상황을 더 피하고 싶어 할 것 같았는데.”
“…….”
황영오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 예상대로 황영오는 오히려 원디어와 계속해서 엮이며 ‘디어돌빨’로 공정치 못하게 데뷔했다는 꼬리표를 계속해서 달고 가야만 하는 상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중립에 선 건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인가.’
방송이 시작될 즈음부터 따라붙었던 불공정 논란이 자신을 계기로 완전히 불이 붙은 만큼, 놈은 또 한 번 자신으로 인해 한쪽으로 상황이 몰리는 걸 피하고 싶어 한 듯했다.
그가 어떤 쪽을 결정하든 반반으로 의견이 갈린 이상, 선택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 테니까.
그리고 만약 황영오가 그런 이유로 결정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놈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방법은 간단했다.
“형, 저는 앞으로도 라이저스와 같은 무대에 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그 주된 이유로는 형을 걸고넘어질 생각이고요. 저와 디어돌에서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 사실이 알려져 있는 건 형밖에 없으니까.”
“잠깐, 야……!”
“그러니까 만약 명분이 필요하면 절 팔아넘겨요.”
“…뭐?”
황영오가 느끼는 부담과 책임을 내게 전가하는 것 말이다.
“라이저스의 다른 멤버들을 설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겠죠. 에이넷도 쉽게 원디어와 라이저스를 한 무대에 세우는 걸 포기하려 들지 않을 테고.”
“…….”
“그러니까 저와의 신경전을 이유로 대요.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받아 왔던 스트레스가 폭발했다고 하세요.”
공연의 통일성, 무엇보다도 서바이벌의 이미지를 되살리고 싶지 않아 라이저스와는 한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건 우리가 댈 수 있는 가장 정당한 이유지만, 에이넷은 그것을 묵살할 터였다.
에이넷에 중요한 건 어떻게든 라이저스에 화제성을 모으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라면 원디어의 첫 팬 미팅 정도야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이미 비더돌 때부터 시작돼 왔던 부담이 앞으로 원디어, 무엇보다도 디어돌과 계속 엮여 가면서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으로 다가왔다고 해요. 저와 계속 얼굴을 마주하며 활동한다는 것, 원디어와 계속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때문에 내가 생각한 건, 에이넷이 처리하기 어려운 사적인 문제를 대는 것이었다.
아티스트 간의 신경전, 이와 함께 그 사적 문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만한 건강 문제를.
‘아티스트도 사람이지. 엔터 판에는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 정도야 얼마든지 있어.’
그런 관계들은 업계에서 꽤 예민하게 다뤄지는 문제였다. 말마따나 한 장소에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명이 함께 나올 경우, 그날로 방송 분위기를 공치니까. 때문에 그런 관계들은 언제나 쉬쉬하면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물론 적당한 수준에서 서로 타협하며 스케줄을 소화하는 사람들도 많다. 같은 팀 멤버끼리도 불화는 언제고 발생하고, 모두 한 목적을 위해 그걸 감내하며 활동을 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그건 모두 득을 볼 경우에나 해당하는 거지, 지금은 원디어가 리스크를 감수하며 라이저스를 끌어당겨 주는 관계일 뿐이야. 원디어 쪽은 굳이 화합하고 타협할 이유가 없어.’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시작했다 한들 원디어와 라이저스는 팀이 다르다. 그러니 희생할 이유도 없었다.
‘신인이야 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따져 가며 뻗댈 주제가 안 되긴 하지만, 지금은 에이넷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
[비 더 아이돌>과 관련해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데다, 어떻게든 라이저스를 팔아먹어 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와중이라면 더더욱.“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렇게 해서 에이넷이 라이저스에서 날 빼면 어떡하라고……!”
“안 빼요, 그쪽은. 정확히는 못 뺀다는 게 맞죠.”
그렇기 때문에 에이넷은 자신들의 계획을 다시 한번 재고해 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원디어 측이 라이저스와의 합동 무대를 반대하는 데다, 무엇보다도 데뷔를 앞둔 상황에 황영오를 빼고 라이저스를 가동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형이 데뷔하지 못하면 라이저스는 정말 논란에 휩싸일걸요.”
“……!”
라이저스는 데뷔도 전에 논란에 휘말린 데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확실하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황영오가 그로 인해 9위로 데뷔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황영오는 발언권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비 더 아이돌>, 그리고 그 논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황영오를 주목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 에이넷은 논란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서 오히려 떳떳하다는 듯 굴고 있죠. 어떻게든 라이저스를 살려야 하니까요.”
“…….”
“하지만 그게 결국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한 건 형도 알잖아요. [비 더 아이돌>을 본 사람 중에 논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에이넷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형을 데뷔시키려고 할 거예요. 라이저스에 어떻게든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 줘야 할 테니.”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제일 큰 발언권과 파워를 가진 건 1위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건 2등이 아니었다.
‘마지막 등수.’
생사의 기로에서 겨우 데뷔의 문턱에 들어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서사가 부여되는 마지막 등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특수성을 타고 꾸려진 라이저스라는 팀 내에서 1위에 이어 가장 발언권이 센 건 황영오였다. 가장 간절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것도 결국 정식 데뷔 전까지기는 하지만.’
게다가 여기에 논란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까지 더해진 이상, 황영오는 라이저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멤버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에이넷은 날 버릴 수 없다, 그거야?”
“네. 만약 형이 데뷔조에 들지 않으면 그건 라이저스에는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되잖아요.”
라이저스는 아직 데뷔 전이지만, 데뷔를 한 것과 다름없는 위치에 있었다. 멤버가 모두 공개된 데다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는 정당성까지 부여돼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에이넷은 쉽게 멤버를 버릴 수 없었다. 그건 그 자체로 논란이 되니까.
‘그러니 라이저스를 제대로 가동시키려면 에이넷은 황영오를 버릴 수 없어. 적어도 데뷔까지는 어떻게든 무대에 세우려고 하겠지.’
게다가 논란에 따른 피해를 걸고넘어지면 에이넷 또한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결국 이 논란의 시발점은 에이넷이었잖아요. 그러니 그쪽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자신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멤버가 정신적인 건강 문제를 호소하게 된 거니까.”
황영오의 말처럼 라이저스는 힘이 약하다.
그저 싫어서라거나 더 이상 경쟁하거나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걸 쉽사리 말하긴 어려운 상황.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카드는 있었다.
‘사람으로 하는 장사니까, 결국 아티스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어.’
사람이 없으면 무대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여기에 라이저스만 반대하는 것이 아닌, 원디어 또한 이유를 들어 가며 반대를 하게 된다면 에이넷 측도 당초의 계획을 강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묻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애매해지고.’
에이넷과 원디어, 라이저스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지만 결국 제일 위에 서 있는 건 에이넷과 KC ENM이라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밉보이는 건 굉장한 부담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하지만 두 팀 모두가 정당한 이유가 있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요구가 부당한데다 책임 소재가 자신들에게 있다는 걸 알면 에이넷 또한 행동을 취하기가 어려워진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겠어.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거지, 원디어나 라이저스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네.”
그렇기에 황영오가 아니면 정말로 원디어와 라이저스를 분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내가 내민 방법은 양쪽에서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대처법이었으니까.
내 말에 황영오는 복잡한 얼굴로 한숨을 쉬며 연거푸 마른세수를 했다. 그리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할게. 하지만 한 가지만 더 이야기 좀 해 봐.”
“뭔데요?”
“그럼 라이저스 내에 있는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디어돌 출신 애들이야 그렇게 말하면 납득이야 하겠지. 하지만 비더돌 애들은 납득 못 할 거야. 지금 걔네는 어떻게든 관심부터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걸 위해 너희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고.”
황영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건강상의 문제를 대면 가뜩이나 ‘디어돌’ 때문에 피해를 입은 ‘비더돌’ 출신 멤버들은 혹여 데뷔에 제동이라도 걸릴까 싶어 반발할 터였다.
뭣보다 에이넷 방침에 따르려는 건 처음에야 욕을 먹더라도 어떻게든 원디어를 이용해 주목을 모으고 그걸 관심으로 바꿔 낼 생각 때문이었을 테니, 아예 반대측에 납득조차 못할 테고.
그러니 라이저스 내에서 또 한 번 시끄러운 말들이 터져 나오겠지만.
“그건 형이 알아서 하셔야 할 문제죠.”
“뭐?”
그건 그쪽 문제지, 내가 해결해 줘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황영오의 앞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라이저스 분위기는 라이저스 멤버들끼리의 일이지 저희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니까요. 비더돌 출신 멤버들이 형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형이 처리하셔야 해요.”
“무슨 그런 무책임한…….”
“무책임하다뇨, 오히려 나름대로 도리를 다하고 있는 거라고 보는데요.”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황영오에게 대꾸했다.
“리스크는 당연하죠. 무엇보다 저희는 다른 팀이니만큼, 저도 그렇고 저희 팀 멤버들도 그렇고 라이저스 팀 내부 문제까지 손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요.”
이쪽도 업계에서 쓴소리를 들을 생각을 해 가며 수를 짜낸 건데, 이 이상 자선 사업하듯 라이저스에 뭔가를 퍼줄 생각은 없었다.
라이저스와 손잡는 건 두 팀 모두에게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정도까지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너… 내가 비더돌 멤버들한테 욕먹기 싫어서 이거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럼 상황은 좀 애매해지겠죠.”
하지만 나는 정말로 ‘디어돌’ 내내 같은 고난을 겪어 나름대로 정이 든 놈들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에이넷 계획대로 되면 오히려 라이저스 쪽이 감당 어렵지 않겠어요?”
“뭐?”
“형, 저희랑 같이 서바이벌 했었잖아요.”
팬분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 드리고 싶지 않고, 뭣보다 좀 더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기에 황영오에게 이렇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굳이 져 줄 생각 없을걸요, 저희 멤버들.”
“……!”
애초부터 끼워팔기 된다고 해도 얌전히 이용당할 생각도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지.’
만약 라이저스가 우리에게 끼워팔기 된다면 그땐 에이넷의 계획대로 끌어당겨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들 찍어 누를 생각밖에 하지 않게 될 터였다.
저쪽 팀의 사정을 봐줄 만큼 말랑한 놈은 원디어 내엔 단 한 명도 없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