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저녁 드시러 가세요?”
스케줄이 끝나고 팬 미팅의 연습을 위해 회사로 들어섰을 때, 우리는 연습 도중 휴식을 취하러 가는 듯한 모습의 라이저스와 마주할 수 있었다.
연습복을 입고 있는 멤버들의 옆으로는 카메라를 든 에이넷의 제작진들이 함께였는데, 내내 리얼리티 촬영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네, 아침부터 지금까지 연습해서… 하하. 선배님들은 팬 미팅 연습……?”
“아하하, 네. 저희도 얼마 안 남아서요.”
라이저스 멤버들의 얼굴 위로 카메라를 의식한 살가운 웃음이 덧씌워졌다. 그러면서도 맨앞에 나와 있던 ‘비더돌’ 출신 멤버 중 하나가 황영오를 뒤로 빼는 것이 보여, 나는 그쪽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막상 뒤로 숨겨진 황영오는 당황한 듯했다.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눈을 굴리던 그는 곧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는데, 그것을 뭐라고 해석한 건지 ‘비더돌’ 출신인 라이저스 멤버들이 조금 더 앞으로 나서 내게서 황영오를 완전히 가려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굳이 황영오가 있는 쪽에 더 시선을 두려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같이 힘내요.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파이팅하고, 얘들아. 다음에 보자.”
“네! 나중에 봐요, 형!”
쯔쉬안이 밝은 목소리로 손을 흔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라이저스 멤버들과 헤어져 연습실로 들어왔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는 동안, 주단우가 내게 물었다.
“괜찮아, 유하야?”
“뭐가요?”
“음…….”
“라이저스, 이제 완전히 네 쪽을 나쁜 선배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주단우 대신 입을 연 건 강현진이었다. 괜히 눈치를 보듯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강현진에게 나는 대답했다.
“그거 원해서 한 거긴 하잖아요. 일단 일도 잘 풀렸으니 된 것 같고.”
“그래도…….”
에이넷이 원디어와 라이저스를 함께 팔아 보려던 계획을 단념한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팬미팅 무대의 동선은 바꿀 필요가 없어졌고, 이후 라이저스의 데뷔 활동과 원디어의 컴백 주에 함께 내보내기로 계획하던 여러 스케줄 또한 조정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황영오가 에이넷 측에 정신적인 부담을 호소했다는 소리는 박원효에게 전해 듣기도 전, 로드 엔터 내부에서 조용히 퍼진 소문으로 들을 수 있었다.
‘디어돌’과 관련한 논란으로 이미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황영오가 앞으로도 원디어 멤버들과 경쟁하듯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게 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돈 소문은 황영오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였다.
‘디어돌’이 진행되는 내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우리 둘이 다시 마주하게 됨으로써 황영오와 내 신경이 예민해지고, 이에 따라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이 신경전이 누구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서바이벌의 폐해 정도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디어돌 제작진한테도 좀 고마운데.’
이런 수를 짤 수 있었던 건 애초에 ‘디어돌’에서 나와 황영오가 내내 벌였던 은근한 신경전을 제작진이 그대로 편집에 담아 줬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데뷔가 달려 있는 만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연습생들의 싸움은 꽤 흔하게 벌어졌다. 이런 갈등들은 ‘살릴 수 있는’ 수준이면 방송에 나갔지만, 정도 이상의 갈등들은 아예 통편집되어 버리기도 했었고.
그중 황영오와 내 신경전은 ‘살릴 수 있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져 방송에 써먹혔기에, 크게 싸운 적이 없다뿐이지 놈과 내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당시 방송을 지켜보았던 관계자들과 아이돌메이커들 또한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덕분에 대부분은 황영오와 내가 서로와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걸 납득한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에이넷도 결국 계획을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솔직히 일등 공신은 멤버들 조력이 아니었나 싶긴 하지만.’
각자 분위기를 맞춰 달라는 내 요구에 따라 분위기 조성을 잘해 주고, 에이넷에도 끊임없이 의견을 타진해 줬으니까.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괘씸하네. 오히려 우리한테 절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그쪽이 먹을 욕 대신 막아 준 건데! 그럼 진짜 우리 팀 이미지 마음대로 갖다 쓸 거였냐고요!”
“찬희~ 진정해. 잘 풀렸으니까 됐잖아~!”
“진정은 무슨 진정이에요, 아까 전에 날 세우는 거 봤죠? 완전 싸우자는 거 아니었냐고요. 그 옆에 디어돌 출신 멤버들만 없었으면 진짜……. 유하 형이 뭐, 영오 형을 때리기라도 하나? 솔직히 맞으면 유하 형이 맞았겠다!”
“야, 그건 아냐.”
뭣보다 에이든 리는… 역시나 저놈은 건드리면 안 되겠군, 하는 생각까지 들었기도 하지만.
나는 유찬희의 툴툴거림에 그렇게 대꾸하며 옆에서 천진한 웃음을 얼굴에 띄우고 싱글거리는 에이든 리를 바라보았다. 평온한 놈의 태도가 조금쯤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말은 잘하네…….’
저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제일 살벌했던 건 에이든 리였으니까.
평소에는 뭐가 되든 상관없다는 얼굴로 살지만, 에이든 리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부터 모든 순간 에이넷 직원들 앞에서 조금도 웃지 않았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은 연습생을 아티스트로 데뷔시키려고 하는 프로 아니었어요? 그 이후로도 우리 연습생 신분인 거예요? 난 ‘UTOPIA’가 원디어 데뷔곡인 줄 알았더니, 라이저스랑 배틀 경연곡이었는 줄은 몰랐어서. 어떤 팀이 더 나은가 투표도 해요?
그리고는 어느 날의 회의 때 필터 없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털어놓아 에이넷 관계자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농담이라고 덧붙이면서도 백 퍼센트 진심이라는 듯 냉담한 얼굴을 하던 에이든 리는 그 후로도 라이저스의 무대에 ‘UTOPIA’ 편곡 커버를 용납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늘어놓았다.
그에 에이넷 관계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마지막에는 분위기를 바꿔 미소 짓는 얼굴로 다른 딜을 내어 놓았고.
“근데 그쪽에 준 곡이 아깝진 않아, 이든아? 잘 나왔다고 좋아했던 곡 같은데.”
“으응~ 괜찮아요. 저작권은 나한테 있기도 하고 다음 활동 때 쓰려고 했던 곡도 아니라서.”
바로 에이든 리가 작업한 곡 중 하나를 라이저스 데뷔 앨범의 수록곡으로 내어 주는 것 말이다.
어떻게든 원디어와의 연결성을 놓지 못하겠는 듯 미적대는 에이넷과 타협을 하게 된 셈이었는데, 놈이 제 작업물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멤버들은 그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리고 그 곡은 라이저스 멤버들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요. 뭣보다 나 그거보다 더 좋은 곡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에이든 리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듯 오히려 홀가분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덕분에 멤버들 또한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스케줄 어떻게 조정될지에 대해서도 들은 게 있어, 유하야?”
“일단 [아이돌나잇> 출연은 예정대로 가되 저희 일본 스케줄 간 동안 출연하기로 합의를 봐서, 저 없이 백이현 혼자 진행하는 날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밖에는 그쪽 데뷔곡이랑 저희 컴백곡 맞춰 서로 챌린지 영상 찍는 정도.”
“그 정도면 대충 넘어갈 수 있겠네.”
도지혁은 라이저스와 엮이는 스케줄에 대해 들은 후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적당한 수준에서 일이 마무리된 것에 이제야 완전히 안심을 하게 된 듯했다.
하지만 천세림은 영 찜찜한 듯, 몸을 풀던 것을 멈추고 툴툴거렸다.
“어째 덤터기만 쓴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요~ 솔직히 우리한테 득 된 건 없잖아요, 이번에.”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수도 있어. 이런 싸움에서는 솔직히… 잃지 않는 게 더 어렵잖아.”
“으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
다년간의 방송 생활로 이미 방송사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까지 깡패 짓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강현진과 도지혁이 흐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마따나 에이넷의 수작을 막을 수 있었던 건 상황이 도왔기 때문이지,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에이넷을 거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라이저스 내에서 우리 리더 형 이미지 개판 난 것 같기도 하고요. 그쪽은 오히려 팀이 끈끈해진 거 같죠?”
“흠, 끈끈하다기에는 너무 어색하지 않았어? 그냥 유하 앞에서 영오 형 가린 거는 그거… 어, 팔은 안으로 굽는다? 그거 같던데.”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도 오히려 시비에 걸린 건 유하 쪽이었는데, 좀 억울하다.”
“같은 팀 할 것도 아닌데 그쪽 팀에서 이미지 챙길 이유가 뭐 있어요. 억울할 거 없어요.”
나는 주단우에게 그렇게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멤버들이야 별로 득을 본 게 없다고, 혹은 어쩌면 손해를 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박원효: 유하야 정말 고맙다 나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 언제 네가 도움 필요하다고 하면 꼭 발 벗고 나서서 도울게ㅠㅠ]딱히 손해는 아니었다. 라이저스 멤버 반절 이상에게 의도치 않게 빚을 지워 둔 셈이었으니까.
애초에 빚을 지워 둘 생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던데다 굳이 라이저스에 무엇을 도와 달라 말할 일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엔터 판은 인맥 자체가 힘이 되는 곳이니까.
‘그 전에 원디어도 라이저스도 각자 자리를 잘 잡아 둘 필요가 있겠지만.’
그러려먼 시간이 좀 더 필요할 테고.
“이제 연습할까요. 다시 ‘BINGO’ 동선부터.”
“OK~!”
그보다도 앞서서 해야 되는 건, 이번 팬 미팅을 잘 끝내는 것이었다.
* * *
“티켓 확인하겠습니다!”
개인 팬은 티켓 확인을 끝낸 후 안쪽으로 입장했다. 실내 체육관 안쪽으로 들어선 유어원들은 설레는 듯 상기된 얼굴로 빠르게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거나 시야를 확인하는 등, 저마다 분주했다.
개인 팬 또한 자신의 자리에 착석하며 원격 제어 등록을 마친 공식 응원봉의 상태를 점검했다.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냈던, 아직 공식적인 이름이 없어 원디어봉으로 불리는 응원봉이 하얗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 나도 이렇게 설레는데 애들은 또 얼마나 설렐까.”
“비활동기 때 좀 못 본 걸로도 이렇게 애타는데 일본은 또 어떻게 보내지.”
“나는 그냥 안 갔으면 좋겠어. 하필 애들 한국 비우는 동안 딱 라이저스도 데뷔하잖아.”
“야, 쉿. 겸업 있을 수도 있잖아.”
추가로 들고 온 건전지를 확인하던 개인 팬은 문득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건너 좌석에 앉아 있던 두 유어원이 최근 원디어와 한솥밥을 먹게 된 라이저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원디어랑 라이저스 불화설 얘긴가?’
원디어와 라이저스 사이에 불화설이 있다는 소문이 돈 건 최근 진행된 라이저스의 U라이브에서부터였다.
데뷔를 앞둔 라이저스 멤버들이 U라이브를 진행했는데, 그곳에서 같은 소속사가 된 원디어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었다.
‘표정 관리 못하긴 하던데.’
‘디어돌’ 출신 멤버들은 반갑다거나 평온한 얼굴을, ‘비더돌’ 출신 멤버들은 어딘가 떨떠름해 보이는 듯한 얼굴을 하는 바람에 이 두 그룹에 서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었다.
“그 뒷말도 웃겼지? ‘서바이벌의 힘을 보여 주겠다.’였나?”
“누가 보면 원디어는 서바이벌로 데뷔 안 한 줄…….”
무엇보다도 문제가 된 건 ‘비더돌’ 출신 멤버들이 보인 승부욕이었다.
떨떠름한 얼굴로 ‘디어돌’ 출신 멤버들의 답변을 듣기만 하던 ‘비더돌’ 출신 멤버 중 하나가 불쑥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서바이벌이라고 해도 저희는 다르니까요, 안 질 자신 있죠, 어떻게 데뷔했는데요.
-하하하, 원디어도 라이저스도 서바이벌의 아들들이잖아요! 원디어 친구들이 잘하는 것처럼 저희도 많은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게끔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리더인 박원효가 황급히 그 말을 덮기는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빈정거리듯 내뱉은 말은 금방 유어원들의 눈총을 사게 되었으니까.
“솔직히 라이저스가 어디 원디어에 비길 바가 돼?”
“진짜 이렇게까지 말하긴 싫은데 원디어 못 돼서 라이저스 된 거잖아. 비더돌 출신 애들이야 그냥 내 기준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이고.”
때문에 현재 유어원들은 심기가 불편한 것을 굳이 감추려 들고 있지 않았다.
“4월 데뷔도 그냥 원디어 없는 틈 타서 뭣 좀 해 보겠다, 이런 생각인 것 같아서 같잖아. 그래서 친분 내세우는 것도 싫고. 서바이벌 인연 살려서 유어원 된 구 돌메들 채 갈 거 같잖아.”
무엇보다도 라이저스가 원디어에 비할 바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원디어의 첫 부재에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