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아니, 우리 아직 시작한 지 10분밖에 안 된 거 아니었어요?”
“하, 그렇다기엔 숨이 좀 차긴 하니까 시간이 지난 것 같기는 한데…….”
“좋은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워…….”
“뭐야? 누가 시간 훔쳐 갔어? 누구야? 왜 벌써 끝날 시간이야?”
“아아아…….”
각자의 아쉬움을 담아 멤버들이 한마디씩 말을 하는 동안, 객석에 있는 유어원들 또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아쉬움의 탄식을 쏟아 냈다.
물론 아직 멤버들의 소감이 나오지 않은 만큼 마지막 곡이 ‘정말’ 마지막 곡이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팬미팅이 거의 끝자락에 다다라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어원들의 탄식을 들은 원디어 멤버들이 덩달아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쉽죠. 우리도 너무 아쉽다.”
“우리 누가 레드 썬, 하면 다시 팬미팅 시작으로 돌아갈까요?”
“그럼 오늘 유어원들 집에 못 가잖아. 집에는 보내 드려야지.”
“안 가도 돼!!”
이어지는 멤버들의 능청에 유어원이 그렇게 소리쳤으나, 멤버들은 재미있다는 듯한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야 돼요. 다들 걱정해!”
“안 괜찮잖아요! 다들 막차 시간 있는 거 아는데. 충분한 휴식도 중요하고!”
아쉬움에 따른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에 개인 팬을 비롯한 장내의 유어원들은 모두 억울해졌다. 유어원들의 외침은 최소 반 이상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장난 같애? 니들 얼굴만 볼 수 있으면 현장에 있는 유어원들은 삼일 밤낮도 샐 수 있을걸…
-얘들아… 유어원을 생각해주지 말고 너희만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게 진짜 우리를 위하는 거다~!
-하 시발.. 이 뒤에 앵콜곡 듣고 소감 들으면 애들 팬미팅 첫날 이렇게 끝나는거임?ㅠㅠ 뭔 시간이 이렇게 빨라요;; 진짜 누가 우리 시간 훔쳐갔냐고;
-산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는 게 이런 것이군요 잘 알았습니다 선조님들
아직 이틀이 남아 있다고는 한들 첫날이 너무 단숨에 지나가 버린 느낌에 애타는 목소리가 끝없이 터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원디어는 야속하게도 마지막 곡을 위해 본무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이제 저희가 유어원에게 들려드릴 마지막 곡을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이 곡은 유어원에게 드릴 선물 같은 마음으로 준비했던 곡이에요. 그래서 저희 멤버 모두에게도 정말 소중한 곡이고요.”
“아, 뭔지 알겠다. 그러고 보니 곡을 만든 이든이 형은 이 노래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맞나요?”
그러며 멤버들이 나눈 멘트에 유어원은 원디어가 선보일 마지막 곡이 ‘sensibility’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sensibility’는 발매 후 줄곧 원디어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히며 반공식적인 팬송으로 여겨지는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마지막 곡에 대한 설렘을 느끼던 유어원들은 그와는 달리 직후 이어진 말에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응, 근데 이젠 좀 달라요. 다음에 들려드릴 노래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좀 더 소중한 곡이 생겼거든요~.”
에이든 리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의미심장한 말을 토해 냈기 때문이었다.
“형……! 언제는 그 노래가 최고라더니……!”
“아니, 그럼 다음 곡은 이제 제일 좋아하는 곡이 아니게 된 거야? 어떻게 사랑하는 마음이 변할 수 있어요?”
“아하하, 마음은 안 변했어요~! 그냥 시간이 지난 거지. 전 언제나 똑같아요, 달라진 건 없어.”
다만 멤버들은 그 말에 어떤 태클도 없이 자연스럽게 티키타카를 이어 가 유어원들은 더욱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엥? 뭔솔
-??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곡이 더 좋아졌단 건가?
-뭐지? 혹시 5월 스포? 그때 컴백하려고 만든 곡이 더 좋다는 거 아닌가
-아니..ㅠ 더 좋은 곡 생겨날 수도 있긴 한데 서운하게 굳이 그런 걸 왜 말해..?ㅠ 센서빌리티 원디어가 유어원한테 주는 팬송 아니냐면서 유어원 다 센서빌리티 넘 좋아하는데ㅠ
-근데 왜 굳이 멘트에 저런 걸 넣었을까? 즉흥으로 터는 것도 아니고 애들끼리 하기로 짜맞춘 멘트 같은데 진짜 왜…?
정말로 굳이 왜 저런 멘트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잘해 놓고서는 팬미팅의 끝자락에 굳이 저런 말을 왜 할까, 싶은 마음에 몇몇 유어원이 서운함을 내비치는 동안, 마지막 곡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sensibility’의 부드러운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며 유어원들은 다시금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모두가 사랑하는 ‘sensibility’ 무대를 잠깐 느껴진 서운함으로 놓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와아아아!!”
그렇게 모두의 환호 속에서 마지막 곡이 끝이 난 후, 원디어가 퇴장하고 장내가 완전히 어두워지자마자 개인 팬은 빠르게 의자 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원디어! 원디어!”
바로 원디어의 등장에 맞추어 들 이벤트용 슬로건이었다.
입장과 동시에 공연장의 스태프로부터 배부받았던 이벤트용 슬로건은 멤버들을 향한 서프라이즈를 위해 모든 유어원들이 잘 감춰 두고 있던 상태였다.
‘첫 이벤트네.’
팬들의 의견을 총합해 첫 이벤트 슬로건의 문구를 정한 게 몇 주 전. 로드 엔터로 전달해 잘 완성된 슬로건 문구를 보며 개인 팬은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유어원들이 퇴장한 원디어가 앵콜곡과 함께 되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
“와아아아아!”
이어지던 연호 끝에 마침내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노래가 들려온 순간, 유어원들은 반사적으로 환호하면서도 끝에서는 어리둥절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
“뭐지?”
“이거 노래…….”
1집, 2집, 심지어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의 곡까지 귀가 닳도록 들어 온 유어원들조차 들어 본 적 없는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유어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하는 동안에도 노래는 흘러나오며, 곧 전광판이 열리고 팬미팅 로고가 그려진 하얀 맨투맨 티셔츠와 간단한 바지로 갈아입은 멤버들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기억해?
푸르던 하늘 아래 만난 널
통통 튀는 듯한 팝 사운드. 웃음기가 섞인 듯 기분 좋은 목소리로 원유하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부터 사랑한 날
너와 내 마음속엔 알 수 없는 지도가 생겨
원유하의 눈길이 객석 아래의 유어원들에게로 향했다. 노래하기보다는 말하는 듯 덤덤하고, 그만큼 전달력 강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개인 팬이 멍하니 다가오는 원유하를 보고 있을 때, 뒤이어 노래한 건 에이든 리와 주단우였다.
내게 향하는 너의 지도와
네게 향하는 나의 지도가 맞닿으면
우리는 알게 돼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걸
장난스럽게 미소 짓고 있는 에이든 리의 얼굴을 본 순간 모든 유어원이 떠올린 것은 마지막 곡 이전 천세림과 그가 나누었던 의미심장한 대화였다.
건넸던 서투른 안녕 쑥스런 약속
수없이 나눈 고맙다는 인사로 만든
우리만의 일정표 꿈만 같을 시간
에이든 리와 주단우의 뒤를 이어 천세림과 도지혁이 노래하고, 멤버들이 미소 짓는 얼굴로 자신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유어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방금 전의 대화는 에이든 리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일종의 ‘스포’였으며.
망설일 필요는 없어 지금 이 순간
나의 이정표가 되어 주는 너와 함께 떠나는 여행
어두운 밤하늘에서 더 빛나는
이 길을 함께 달릴까, 우리
유어원에게 전달하는 선물이기에 가장 좋아했다는 ‘sensibility’보다도 더 좋아하게 된 곡은, 지금 자신들이 듣고 있는 이 노래라는 것을.
상황을 파악한 유어원들에게서 환호가 터져 나오는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모든 유어원과 마주할 수 있게끔 무대에 나누어 선 멤버들은 강현진과 유찬희의 파트 이후 함께 후렴구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까만 하늘 위 Milky Way
하나둘 별빛이 반짝이는 밤 네가 손을 잡아 준다면
I’m your one(your one, your one)
함께 건너는 우리의 Milky way
목적지가 없대도 두렵지 않아 너와 떠나는 여행이라면
I’m your one(your one, your one)
네가 밝혀 준 파란 Milky way
끝없길 바라는 오늘, 약속해 네가 곁에 있어 준다면
푸른 밤의 끝까지 이 손 놓지 않을게
노래에 맞추어 유어원의 손에 들려 반짝이던 공식 봉이 마치 파도를 타듯 푸르게 물들었다.
그리고 귀에 박히듯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개인 팬은 저도 모르게 애타는 듯한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작정한 거냐고.’
꾹꾹 눌러 담듯 쓴 가사에 저도 모르게 원디어가 데뷔한 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여기에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부터 원디어를 지켜봤던 유어원들은 더더욱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첫마디 듣자마자 최애 디어돌 제작발표회에서 첨 봤던 순간 기억났어.. 진짜 운명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원디어 진짜 기특하지 않나 싶어 데뷔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저런 사건사고들 개많았네 그거 겪으면서도 얘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하니까 눈물나네
-지들 잘못도 아닌 사건들로 데뷔 내내 생고생했으면서 팬들 있으면 안 두렵다고 계속 같이 가달라고 첫 팬미팅에 첫 공식봉 들고 첫 공식 팬송 듣게 해?.. 진짜 마음 힘들어 얘들아…
-나 원디어 파면서 어 니들그룹 시한부ㅋㅋ 이지럴들을때마다 너무 화났는데 지금은 그냥 그래서어쩔? 얘들이 이렇게 우리 사랑하는데~ㅋ 이런 생각밖에 안든다.. 애들이 끝없길 바란다는데 괜히 끝생각할 필요도 없고 나도 끝은 안올거같다,.. 씨빨나도힘들다…
-지혁아 현진아 단우야 이든아 유하야 세림아 찬희야 너희가 옆에 있으면 우리도 너희 손 놓을 일 없어
그렇게 유어원들이 모두 깊은 뭉클함을 느끼며 무대를 바라보는 동안, 노래는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곧 개인 팬은 다른 멤버들과 자리를 바꾸어 자신이 있는 구역 가까이 다가온 원유하를 보고 심장이 덜컹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내 노래를 부르고 유어원들과 눈을 마주하던 원유하의 시선이 드디어 유어원들이 들고 있는 슬로건의 문구에 닿은 것이다.
“…….”
슬로건의 문구를 읽은 원유하의 눈이 가만히 침잠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를 감정이 얽혀 있는 것 같은 그 시선을 목격한 유어원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주변에 아무도 없어진대도
기억해, 너와 내 이어져 있는 마음들
알아줘, 언제나 이곳에 있을 나와
서로의 단 하나가 되어 줄 우리를
“아…….”
“유하야…….”
멜로디가 잦아들고, 조용해진 장내에서 폭발하듯 쏘아진 브릿지 파트 끝에 유어원들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야.. 방금 뭐임?
-아 씨발…….. 씨발.. 씨발…… 나 진짜 죽을거같아
-아 원유하 진짜 유죄다 넌….
-나 오늘 못 잊을 것 같다..
원유하의 얼굴 위로 환한 웃음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팬미팅이 시작할 때 보았던, 때때로 원유하가 보여 주곤 하던 아련한 미소와는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처음 보는 얼굴인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원유하의 저런 얼굴을 어디서 보았는지를 생각하던 개인 팬은 문득 자신이 언제 저 웃음을 보았었는지를 깨달았다.
‘폭우 직캠.’
원디어의 데뷔 날,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에 착잡한 얼굴로 춤을 추던 원유하가 결심한 듯 신발을 벗어 던졌을 때.
빗속에서 몸이 부서질 듯 춤을 추다가 이내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한 멤버들을 마주하고 저도 모르게 지었던 그 웃음이었다.
어떤 생각도 걱정도 없이 그저 순수한 행복으로 가득 찼던, 여전히 유어원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남아 있는 그 웃음 말이다.
“…….”
때문에 개인 팬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원유하가 정말로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원유하에게 슬로건의 문구가 더 잘 보이도록 손에 든 슬로건을 조금 더 잘 펴 들었다.
「너와 나의 걸음이 맞닿아 만들어진
우연 같은 필연 드디어 완성된 우리」
원디어와 유어원 모두에게 소중한 ‘sensibility’의 가사를 따 만들어진 슬로건 속에서 멤버들은 환한 얼굴로 마지막 후렴구를 노래했고.
네가 비춰 낸 오늘이
언젠가 추억으로만 남는대도
약속해 난 언제나 이 기억에
이 자리에 너와 함께 걸을게
because I’m your one
(your one, your one)
끝내 개인 팬 또한 생각했다. 변심한 에이든 리처럼 자신의 최애 곡도 바뀌게 될 것 같다고.
절대 잊지 못할 한 순간을 만들어 준 노래를 좋아하지 않을 순 없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