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새로운 스텟: 직감(육감)이 해금됩니다.」
「직감: C」
직감?
나는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보며 잠시 침묵했다. 새롭게 ‘해금’된, 무엇보다도 시스템이 현재의 내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스텟의 의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시스템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나의 스텟들은 대부분 무엇을 뜻하는 건지, 어떤 능력을 수치화한 것인지 알기 쉽게끔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해금된 ‘직감’은 달랐다. 다른 스텟들과 달리 ‘직감’이라는 스텟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텟 창을 눌러 보았다. 하지만 마치 무언가에 막혀 있기라도 한 듯, ‘직감’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주는 추가 설명문은 뜨지 않았다.
“유하야, 이제 약 먹자.”
“…네.”
그렇기에 나는 대체 ‘직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상태창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해소되지 않는 찜찜함만 안은 채로.
* * *
“출국은 이틀 후랬지?”
“어.”
나는 대기실로 찾아온 백이현을 잠시 바라본 후 다시 대본으로 시선을 내리곤 페이지를 넘겼다. 3주간의 일본 활동 전,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아이돌나잇>인 만큼 최대한 멀쩡한 모습을 보여 줘야 했다.
‘…머리가 안 도네.’
코너의 순서 정도나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더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한 기분에 나는 뻐근한 목을 풀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전 잠시 병원에 들러 진통 주사를 맞고 온 상태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몸이 뜨겁고 무거웠다. 머리가 온통 멍한 탓에 이해도 어려웠고.
뭣보다 대본의 내용을 제일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하는 건 해금된 ‘직감’ 스텟에 대한 의문이었다. 알 수 없는 스텟이 해금된 것이 마치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져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탁-
“……! 뭐야.”
내가 그런 식으로 눈은 대본에 고정해 두면서도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문득 내게 닿은 차가운 손에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었고, 곧 지척까지 다가온 백이현과 마주할 수 있었다.
백이현은 내가 자신의 손을 쳐 낸 것에 아랑곳않고 부드럽게 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아 말했다.
“몸살?”
“…….”
나는 대답하는 대신 얼굴을 찌푸리고 놈을 노려보았다. 백이현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오늘 할 수 있겠어? 열이 꽤 있는데.”
“…신경 쓸 거 없어, 병원에는 들렀다 왔으니까.”
“한 번 앓으면 꽤 오래가지 않았나?”
나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 제멋대로 중얼거리는 백이현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같았으면 놈이 하는 말에 뭐라 대꾸라도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체력조차 없었다.
“알면 쓸데없이 말 붙이지 마, 지금은 너 상대할 기력 없으니까.”
“…….”
그에 백이현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조용히 제 대기실로 사라지는 것에 나는 백이현이 웬일로 말을 들어 주나 했지만.
“그럼 오늘의 [아이돌나잇>은 여기서 끝내 보도록 할까요. 유하 씨, 3주 동안 그리울 거예요. 가서도 저희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간 동안에도 이현이 형이랑 청취자 여러분들을 그리워할 것 같은데요. 많이 경험하고 뭣보다 들려드릴 이야기 잔뜩 만들어서 돌아오겠습니다.”
백이현의 돌발 행동만은 막지 못한 듯했다. 놈이 제멋대로 방송 시간을 조절해 버렸으니까.
[아이돌나잇>은 비교적 유한 방송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시작 시간은 고정이되 방송을 종료하는 시점은 정하지 않는 식으로, 조금 더 호스트의 재량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굴러가고 있었으니까.하지만 백이현과 나는 암묵적으로 1시간 내외의 방송 시간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때문에 오늘의 방송은 지금까지 [아이돌나잇>을 지켜봐 온 청취자라면 꽤 의아해할 만한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겨우 40분가량을 지속한 후 끊어 버린 셈이었으니까.
“백이현, 너…….”
자주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오늘 단 하루로 뭔가 문제될 일은 없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 없이 멋대로 행동한 것에 내가 뭐라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이제 돌아가서 쉬어, 유하야.”
“뭐?”
“이틀 후가 출국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 이틀 뒤에는 좀 더 멀쩡하게 팬들 앞에 나타날 수 있지 않겠어?”
“…….”
나는 또 한 번 통보하듯 말하는 백이현을 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자식은.’
놈이 왜 이따위로 행동하는 것인지는 안다. 유독 내 안전이니 건강이니 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제멋대로 행동한 거겠지.
“말했지, 백이현. 굳이 내 주변을 신경 쓰거나 할 필요 없다고. 그 말뜻은 내게 괜한 오지랖을 부리지 말란 거였어.”
그러나 나는 백이현의 이런 관심이 달갑지 않았다. 놈이 멋대로 벌인 일은 더더욱 그렇고.
그건 내가 백이현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놈의 걱정이란 게 악어의 눈물처럼 느껴지기 때문도 있지만.
“네 멋대로 구는 건 더더욱 삼가 줬으면 하고.”
무엇보다도 싫은 것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놈이 또 한 번 제멋대로 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게 너라면 더 그렇다는 걸 이미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 싶은데,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쓸데없이 사람을 화나게 할 생각인데?”
회귀 전후를 통틀어 이렇게까지 뭘 원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위험한 놈은 없으니까.
사소한 문제라 한들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소함을 묵인했다 백이현이 이후 뭘 더 하려 들지 모르니까.
“…….”
백이현은 그런 내 말에 조용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빙긋 미소 짓는 얼굴로 대꾸했다.
“아, 어떡하지. 딱히 그만둘 생각은 없는데.”
“백이현. 대체 뭘 하자는…….”
“뭣보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서 후회도 없고.”
“뭐?”
내 말에 백이현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답지 않게 무심한 태도로.
“한 가지만 알아 둬, 유하야. 넌 스스로 널 통제할 수가 없어. 특히 네 몸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고.”
“말했지, 병원은 다녀왔…….”
“멀쩡하단 걸 보여 주려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좋지. 신인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마땅하고. 하지만 그렇게 20분을 더 방송을 진행하다 네가 쓰러지기라도 했으면.”
“…….”
“…아무래도 역효과이지 않았을까? 지금 이 시기에는 더더욱. 그건 유하 네가 더 잘 알 텐데.”
백이현이 말하는 건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내 몸 상태는 내가 더 잘 알고, 겨우 20분가량 방송을 더 진행한다고 해서 쓰러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의 말이 억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방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리스크를 생각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두고 보면 놈은 최적의 판단을 내린 것이니까.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불유쾌한 기분만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백이현에 의해 도움받았다는 것도, 놈이 나와 상의 없이 멋대로 행동했다는 것도 사실이고.
“물론 그건 공적인 이야기고, 사적으로 말하자면… 알잖아. 딱히 네 의사는 상관이 없다는 거.”
뭣보다 이조차도 결국 백이현이 자신을 위해 한 행동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놈의 대꾸에 내가 작게 헛웃음을 흘릴 때였다. 나는 곧 들려오는 백이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쳐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도 얘기하지 않았어? 유하야, 난 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기분이 들 때는 더더욱 널 가만히 둘 생각이 없어.”
놈이 한 말에 문득 오늘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해금된 스텟, ‘직감’이.
“…….”
뭘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내 몸 상태만을 한정해 말하고 있는 건가?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백이현의 말이 그저 단순히 지금 이 상황만을 뜻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기묘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내가 복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백이현은 빙긋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서는 매니저 형을 바라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내게 속삭였다.
“너무 복잡하게 받아들이려고는 하지 마, 정말 순수하게 걱정에 따른 행동이었으니까. 일단은 푹 쉬고 일본 잘 다녀오는 일에만 집중해, 괜히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한국 돌아오면 신경 쓸 일이 꽤 많을 거잖아.”
“…무슨 소리야?”
“…김 기자에게 아직 전해 듣지 않았어?”
내 물음에 백이현은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이어 말했다.
“블랙오션 유닛 데뷔일이 너희 컴백이랑 겹칠 모양이던데.”
“……!”
“주변을 잘 살펴야겠다, 유하야. 건강 조심하고.”
직후 매니저 형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대기실을 나가는 백이현을 바라보며 나는 또 한 번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뭐가 됐든, 정말로 주변을 잘 살펴야 할 일들만 있었던 것이다.
* * *
“형, 이거 먹어요.”
“이것도.”
“그럼 이것도 먹을래, 유하야?”
“…형. 은근슬쩍 탄단지 주스 건네주지 마세요.”
“좋은 건데…….”
나는 천세림과 주단우가 건네주는 환약이니 영양제니 하는 것을 받다 말고 도지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밀어주는 탄단지 주스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에 도지혁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차고는 다시 탄단지 주스를 거두어들이는 것에, 나는 놈의 얼굴을 살폈다.
‘…딱히 변화는 없는데.’
이 며칠 동안 도지혁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지만, 그는 괜찮아 보였다.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도지혁이 블랙오션 유닛의 컴백일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도지혁이 비베스트 엔터 측에 소속사를 나가고 싶다는 뜻을 표명한 후 그는 소속사와 꽤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으니까.
‘아예 정보가 차단되어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알고 있는 거라면…….’
아마 팀 분위기나 활동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침묵하고 있는 것이겠지.
“역시 먹을래, 유하야?”
“아뇨, 형 다 드세요…….”
“하아, 역시 나한테는 단우밖에 없네. 섭섭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탄단지 주스를 내게 권유하는 도지혁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 섭섭한 얼굴로 자신과 똑같은 주스를 마시고 있는 주단우의 어깨를 두드린 도지혁은 곧 창밖을 내다보았다.
“도착했다.”
“와, 사람 엄청 많다…….”
그 말에 따라 창밖을 보니, 어느새 차는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내리자, 얘들아.”
“조심해서 내릴게요, 멤버님들!”
매니저 형들의 인도에 따라 우리는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잠시 걸었다. 아직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인천 공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멈추어 선 채 즐비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플래시 소리가 사방에서 터지는 동안, 몰아치는 바람에 나는 잠깐 몸을 움츠렸다. 그에 옆에 있던 에이든 리가 물었다.
“유하, 괜찮아? 아직 몸 안 좋아?”
“아니, 괜찮아.”
“흠, 힘들면 말해.”
나는 에이든 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매니저 형들과 경호 팀의 인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몸살 기운은 대부분 가신 상태였지만, 여전히 미열 정도가 남아 있었기에 며칠 정도는 컨디션 조절에 힘써야 할 듯했다.
천세림과 주단우가 건네준 영양제들을 주머니 안쪽으로 꽉 쥐고, 나는 기자들을 지나쳐 공항 내부로 들어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또 한 번 플래시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잘 다녀와!”
“몸 건강히 다녀와!”
“현진아!”
“찬희야, 여기 봐!”
“유하야!”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모여 있는 팬분들은 꽤 많았다. 멤버들이 각자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나 또한 고개를 들어 팬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유하?”
나는 순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공항,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호 팀과 벽을 치듯 함께 걷고 있는 팬분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유하?”
지난번 에이든 리와 함께 공연장에 갔을 때 보았던, 결국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던 검은 캡 모자를 쓴 사람과 마주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