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유하!”
잠시 그 자리에 붙박혀 있던 나는 곧 옆에서 강하게 나를 붙드는 힘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함께 걷고 있던 에이든 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나는 에이든 리에게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봤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곧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없어.’
분명 봤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있는 것이라고는 여전히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경호 팀과 팬분들, 기자들뿐. 시선 끝에서 마주했던 검은 캡 모자를 쓴 사람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에 다급히 머릿속을 되짚어 다시 한번 그가 어떤 차림새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젠장.’
나는 곧, 지난번 에이든 리와 함께 갔던 공연장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그 사람에 대한 것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떠오르는 거라고는 얼굴이 전부 가려져 있다는 것뿐.
‘…아닌가?’
하지만 그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조차도 내 착각일 뿐, 정확히는 내가 인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에 내가 시선을 떼지 못하고 다시 한번 그가 있던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뭐야? 뭐 있어?”
“이든.”
에이든 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지켜보고 있던 쪽을 함께 바라보는 것에 나는 물었다.
“못 봤어?”
“뭘?”
“…….”
에이든 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렇다면 전혀 본 게 없다는 뜻일 테고,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그 사람은 지난번에도 그랬듯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CCTV를 뒤져 봤자 이번에도 그 사람을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겠지.
“…아냐, 가자.”
“어?”
때문에 나는 결국 그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단념하고 걸음을 옮겼다.
‘…이런 의미였군, ‘직감’이라는 건.’
그리고, 문득 깨달은 사실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지금 뜬금없이 새로운 스텟이 해금된 것인지, 무엇보다도 ‘직감’이 내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왜 시스템이 현재의 내게 ‘직감’이 필요하다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도.
직감의 사전적인 의미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챈다는 뜻.
그 직감이 일러 준 대로라면…….
‘저건 버그다.’
내가 본 건 지금껏 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것 중 하나인 듯했으니까.
강제로 내 ‘운’을 깎아 미래로 회귀시키려 했던, 시스템에 숨어 지금껏 나를 위협하던 것.
그렇기에 시스템은 지금에 와서야 내게 새로운 스텟을 해금시켜 준 것 같았다. ‘관리자’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게 ‘경고’라고 판단한 듯했으니까.
* * *
버그가 왜 지금 급작스럽게 내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인지, 그것이 내게 무엇을 하기 위해 자꾸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에만 골몰할 수만도 없었다.
“둘, 셋.”
“BE YOUR WORLD, 원디어!”
“こんばんは, ONEDEARです!”
본격적으로 일본 활동이 시작되었으니까.
3주간의 일본 활동은 꽤 바쁘게 돌아갈 듯했다. 데뷔 쇼케이스와 함께 악수회와 하이터치회, 일본 방송 출연과 라이브에 이어 몇 개의 인터뷰와 화보 촬영까지 겹쳐 있었으니까.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임에도 첫 활동부터 다수의 스케줄이 잡히게 된 건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최근 일본에서도 꽤 큰 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첫 방영 때부터 OTT 서비스에 들어가 있던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일본 OTT 플랫폼에도 풀리게 된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 후 일본 위스퍼 트렌드에는 한동안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떠 있었는데, 때문에 화제성을 파악한 에이넷과 로드 엔터 측은 제일 먼저 공략할 해외 시장으로 일본을 잡고 원래는 연말쯤으로 예정돼 있던 일본 데뷔를 앞당기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본 활동. 첫날부터 멤버들의 텐션은 높았다.
“그럼 원디어 배, 2차 룸메이트 정하기를 시작해 볼까?”
이번에 자체 콘텐츠로 풀 일본 활동 브이로그 또한 함께 촬영하기로 하면서, 이 김에 좀 늦어진 2차 룸메이트 뽑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형, 조작은 안 했죠?”
“슬프다, 찬희야……. 형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 없어도 되는 거야?”
“네.”
“…안 했어. 진짜 다 걸고 안 했어.”
유찬희는 도지혁이 내민 손을 보고 먼저 의심부터 했다. 이미 여러 번 당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건넬 수 있는 합당한 질문이었다.
그에 믿음이 없다며 장난식으로 우는 시늉을 하던 도지혁이 어딘가 머쓱한 얼굴로 그렇게 답하는 것에 나는 도지혁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지난번 2차 원디어 게임 때와는 달리 도지혁은 정말로 이번에는 종이 뽑기를 조작하려 들진 않은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몇 번이고 도지혁이 손을 이상하게 잡고 있지는 않은지, 색깔 잉크 같은 게 묻어 있지는 않은지 살핀 유찬희는 확신이 들 때쯤에야 뽑기를 뽑았다.
그 후로 일사천리로 이어진 뽑기 끝에 결정된 새 룸메이트 결과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오, 이번에는 유하랑 세림이랑 같이 쓰게 됐네. 잘 부탁해, 얘들아.”
“3인 방 재밌겠네요!”
먼저 3인이 쓰는 방은 나와 도지혁, 천세림. 이쪽 멤버들은 이 룸메이트 구성에 꽤 흥미로워하는 반응을.
“찬희랑 같은 방 쓰면 나 밤늦게까지 작업해도 돼?”
“그럼 전 밤늦게까지 노래 틀어도 돼요?”
각각 밤늦게까지 노래를 듣고 작업을 하는 일이 많은 에이든 리와 유찬희는 생활 패턴이 맞는 룸메이트가 걸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방의 룰을 정하고 있는 모양이었고.
“…잘 부탁해, 현진아.”
“으응. 잘 부탁해, 단우야…….”
모두가 인정하는 일명 ‘어사즈’(어색한 사이)인 강현진과 주단우는 미묘한 얼굴로 서로 낭패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저쪽은… 괜찮으려나.’
약간씩 빗나간 듯한 텅 빈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두 명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강현진과 주단우는 무던하고 조용한 데다 평소 불만 사항을 대놓고 드러내는 타입들은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걸 굳이 티 내려 든 적도 없었고.
그렇기에 저 둘은 지금까지 일곱이라는 멤버 수에 묻어 서로를 조금씩 피하면서도 용인해 주고 있는, 어찌 보면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 배정으로 인해 저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나는 조금쯤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곪았던 게 터지든가, 아니면 둘이 의외로 잘 맞는다는 걸 느끼고 친하게 지내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긴 한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캐리어를 끌고 호텔 방 안쪽으로 들어왔고.
“형.”
“왜?”
“아까 전에 공항에서 사생 본 거예요?”
지금 내가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짚라인에서 봤던 사생이랑 공연장에서 봤다는 사람이랑 다른 거 맞지?”
나는 한 번 방 안쪽을 촬영한 뒤 카메라가 완전히 꺼졌는가를 확인하고 그것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도지혁을 바라보았다.
지난 설, 나와 에이든 리가 사생팬을 만났었다는 사실은 이미 멤버들에게도 모두 알려져 있었다.
활동이 지속되고 우리가 대중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점점 더 피해가 많아지는 만큼, 다른 멤버들도 몸을 조심할 필요가 있을 듯해 알렸던 것이다.
-유하가 공연장에서 처음 봤는데 그 사람이 짚라인까지 따라와서 잡았어요. 대처는 일단 유하가 했고.
-흠, 그래?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만큼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유하야. 네가 말한 그 사람 이번에 숙소 문 앞에서 경비분께 걸렸는데, 추궁하니까 짚라인까지 따라왔던 건 인정했지만 공연장은 인정 안 하더라.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아서 공연장 그 사람은 아마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싶은데… 꼭 조심해.
-…감사합니다, 형.
매니저 형이 확인한 결과 그 두 사람은 정말로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 말이다.
즉 공연장에서 나를 따라온 사람, ‘버그’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라는 걸 멤버들은 몰랐다. 아마 앞으로도 잡을 순 없을 테니, 아예 모르는 편이 낫고.
때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이 질문을 아무런 탈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숨길 생각은 말고. 어차피 매니저 형한테 물어보면 대답 듣게 되는 건 알지.”
“좀 이상하긴 했어, 짚라인 쪽은 이든이 형 쫓아온 사생인데 공연장은 유하 형 목적이었던 것 같아서.”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거야, 유하야?”
“진짜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면 유하 형은 꼭 말 안 하려고 하더라. 대답도 피할 거예요?”
“…….”
두 명이 합심한 것처럼 같은 어조로 물음을 빙자한 추궁 릴레이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나는 웃음기를 머금고 질문하는 듯하면서도 눈만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쌍둥이처럼 똑같은 두 명의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구도인데.’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서도 이런 대치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던 듯싶고…….“형, 2인 1조 시스템이 그리웠구나.”
“이 경우 우린 셋이니까 3인 1조 시스템이지?”
“오~ 낯선 타지에서 붙어 다니는 거 좋죠, 멤버애도 생기고. 유하 형 안 그래도 집돌이라서 같이 잘 다니면 좋겠다 싶긴 했어요.”
“하하, 그럼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
…저 ‘같은 과’들은 역시 붙어 있을 때가 제일 무섭다고.
* * *
입바른 말로 도지혁과 천세림을 단념시키란 불가능하기에, 나는 결국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장에서 본 사람과 짚라인에서 만났던 사생은 다른 사람이고, 말한 대로 한쪽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공항에서도 그 사람을 본 것 같아서 멈췄던 건 맞아요, 근데 착각이라서 그냥 걸었던 거고. 만약 그때 봤던 사람이었으면 매니저 형한테 부탁해서 CCTV라도 봐 달라 했겠죠.
-흠… 그렇긴 하지, 네가 굳이 찾지 않으려 들 애는 아니니까. 하지만 정말 공항에서 안 마주친 거 맞아?
-네, 그냥 착각한 거라니까요.
하지만 ‘버그’에 대한 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결국 거짓말을 섞어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도지혁과 천세림이 찾아보려 해도 어차피 버그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엘리노어 리 또한 버그를 봤던 걸 보면 사람의 눈에는 인지가 되는 듯싶지만, 그건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듯했으니까.
‘그러니 증명할 수도 말할 수도 없어.’
굳이 잡히지 않을 것에 대해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으니까.
때문에 내가 둘러댄 말에 도지혁과 천세림은 처음에는 조금쯤 의심스러워하는 듯하더니, 곧 적당히 수긍을 하는 듯했다.
“…잠깐 음료수 사러 가는 거야.”
“형, 저도 그냥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푸딩이 궁금할 뿐이에요.”
“아, 나는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사케가 어떤 종류가 있나 궁금했는데. 가 볼까?”
물론 비공식적인 ‘3인 1조 룰’이 다시 부활하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내내 멤버들과 붙어 다닐 수밖에 없었던 며칠이 지난 후에야 나는 뜻밖의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럼 원디어의 벚꽃놀이 챌린지를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일본에서의 첫 예능 촬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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