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자, 룰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원디어는 세 팀으로 나뉘어서 각자 벚꽃놀이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와 주시면 됩니다.]”
아침에 있던 라이브 방송 출연에 이어 인터뷰가 진행된 직후 촬영하게 된 예능. 아직 일본에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을 위해 방송국에서 준비한 건 벚꽃이 개화하는 4월에 맞춘 벚꽃놀이였다.
MC가 설명하는 말을 통역사분이 전달해 주시는 동안, 나는 스태프가 가져다주는 뽑기 통을 받아 들었다. 일곱 개의 긴 막대가 들어 있는 뽑기 통을 가리키며 MC가 이어 말했다.
“[벚꽃놀이에 필요한 건 뭐가 있을까요? 바로 도시락, 벚꽃놀이 때 쓸 돗자리와 오락 용품, 무엇보다도 벚꽃놀이를 할 장소겠죠. 자, 역할 분담을 위해 한 명씩 뽑기를 뽑아 주세요!]”
그렇게 뽑은 벚꽃놀이 조는 총 세 팀이었다.
“오, 유하~! 잘해 보자~!”
“그래.”
먼저 벚꽃놀이 준비물을 사러 가는 조는 나와 에이든 리.
“그럼 우리는 사전 답사를 하러 가서 자리 차지하면 되는 건가?”
“일본 벚꽃놀이 자리 싸움 치열하다는 거 같았는데, 할 수 있을까…….”
“하하, 괜찮을 거야. 설마 벚꽃 볼 자리가 하나 없겠어?”
사전 답사를 간 후 벚꽃을 볼 자리를 맡아 놓는 것은 도지혁과 강현진.
“와, 이거 요리 멤버네. 뽑기 한번 기가 막히게 뽑혔다.”
“…혹시 우리 중 누가 조작한 건 아니지? 우리 일본에서까지도 이러면 안 될 텐데…….”
“우리 중 조작을 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야, 천세림. 너냐?”
마지막으로 요리법을 배워 일본식 도시락을 만드는 멤버로는 주단우, 천세림, 유찬희까지.
‘팀이 좀… 생각보다 괜찮게 뽑힌 것 같은데?’
그렇게 결정된 최종 팀 구성을 보며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작위로 뽑은 것치고 원디어 내에서 요리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셋이 같은 팀에 몰려 있는 게 꽤 의외였던 것이다.
“아니, 방금 뽑기 통 스태프분이 전달해 주셨잖아. 나 뭐 할 새도 없었어!”
“그래도 혹시나 해서…….”
“형까지……? 대체 저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바닥인 거예요?”
“아니, 믿는데… 그, 좀 다른 믿음… 이라서.”
“양심에 손을 얹어 봐. 너 같으면 믿겠냐?”
“왜? 내 양심은 도화지 같은데.”
“…하얀 잉크를 쏟은 까만 도화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건 모두가 동일한지 요리 팀 내부에서는 조작 의혹이 발생한 모양이었지만, 애초에 뽑기 통 자체가 스태프 측에서 준비한 것이니만큼 멤버 중 누군가가 팀 배정을 꾸몄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그렇기에 한차례 소란이 오간 후 팀 배정에 납득한 멤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MC로부터 각 팀이 향할 목적지가 적힌 종이쪽지를 나누어 받았다.
그런 우리들을 두고 MC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벚꽃놀이의 룰을 전달해 주었다.
“[자, 그냥 노는 거였으면 ‘챌린지’가 붙지 않았겠죠? 여기서 한 가지 규칙을 전달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만의 힘으로 성공적인 벚꽃놀이를 완성하셔야 합니다. 스태프들은 절대 여러분을 돕지 않아요!]”
왜 이 벚꽃놀이에 ‘챌린지’가 붙었는지 알 수 있는 규칙을 말이다.
“아아~! 저, 저희 아직 일본어가 너무 어려운데……!”
“길을 잃으면요? 그럼 그때는 도움을 받아도 돼요?”
첫 일본 활동인 만큼 언어가 서툰 멤버들이 애타는 목소리로 애원했지만, MC를 비롯해 스태프들은 얄짤없었다. 상냥하게 웃는 미소와는 달리 단호한 목소리가 돌아온 것이다.
“[그때도 길을 찾는 것도 여러분만의 힘으로 하셔야 합니다! 물론 번역기 사용도 금지, 휴대폰 사용도 금지!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시작!]”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부는 MC의 말을 끝으로 스튜디오 촬영이 끝난 후, 우리는 정말로 종이쪽지를 손에 든 채 맨몸으로 거리로 내쫓겼다.
모두의 미션이 다른 데다 팀이 나누어진 만큼 각자의 시작 지점 또한 달랐는데, 우리는 팀별로 다른 차에 타 한참을 이동한 끝에야 전혀 모르는 거리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나와 에이든 리가 내려선 곳은 번화가라기보다는 어딘가 주택가 같은 곳이었다.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아 오히려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는 곳.
“흠, 우린 어떡할까?”
흥미로운 듯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에이든 리에게 대답하기 전, 나는 우선 쪽지를 펴 들고 내용을 확인했다.
간략한 약도와 함께 우리가 향해야 할 가게의 상표명이 적힌 쪽지는 일본어로 적혀 있었는데, 아마 이 지점부터 꽤 다수의 멤버들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 같았다.
“와, 나 하나도 모르겠어. 이거 다 한자지?”
“어.”
쪽지조차도 모두 한자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디어 멤버 대부분은 몇 년간의 연습생 시절 동안 기본적인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교육을 받았지만, 그조차도 기본 단어와 어휘뿐. 한자는 어려움을 겪는 멤버가 많았다. 그렇기에 쪽지를 읽는 것부터 주변 행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듯했다.
‘그나마 팀마다 남에게 말을 거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멤버들이 포함돼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아무리 봐도 팀이 기묘하게 잘 뽑혔다고 생각하며, 나는 쪽지를 접고 에이든 리에게 대답했다.
“일단 주변에 길을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사람이 나올 때까지 걷자.”
“좋아~!”
그리고 걷게 된 거리. 간만에 천세림과 도지혁의 감시 아닌 감시에서 벗어났다는 자유를 느끼는 것도 잠시, 나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일본은 어떤 나라인 거야……?”
혼란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에이든 리 또한 흔들리는 눈빛으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으니까.
특히 놈은 어딘가 겁을 먹은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 대낮에도 유령이 돌아다니나? 아까 전 사람들도 그렇고…….”
지금까지 마주친 사람들이 모두 비범했기 때문이었다.
-오, 저기 사람……! 이… 있기는 한데.
가장 처음 사람을 마주한 건 걷기 시작한 지 5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코너를 돌던 우리는 곧 걸어오는 행인과 마주할 수 있었지만, 차마 무언가를 물어보지 못하고 그 사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일본 패션은 특이하네.
-…아니, 패션… 은 아니지 않을까.
손목에 수갑을 찬 사람이 홀연히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장을 입고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행인은 두 손이 수갑으로 결박돼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평범한 직장인 같아 보였다.
하지만 평범한 차림새와 맞지 않는 기묘한 아이템에 우리는 결국 기껏 만난 행인을 지나쳐 갔고, 3분 정도 더 걸었을 때 두 번째 행인과 마주했다.
하지만.
-…저, 그…….
-이든. 잠깐… 말 걸지 말아 봐. 그냥 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
뾰족한 선글라스에 과도하게 매만진 머리, 한눈에 보기에도 불량해 보이는 옷을 입고 꾸민 듯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머뭇거리며 말을 걸려는 에이든 리를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대놓고 ‘나 불량배입니다.’ 하는 듯한 모양새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세 번째로 마주친 건 한 여자였는데.
-유, 유령?
긴 하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가 걷기보다는 어딘가 미끄러져 가는 듯한 모양새로, 다리의 움직임 하나 없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에 또 한 번 말조차 걸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이거 이상한데.”
“우리… 깜짝 카메라 같은 거 당하고 있는 거야?”
이쯤 되니 에이든 리와 나는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사람은 어느 나라에 가나 있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우연도 한 번이지, 세 번이나 지속되면 이건 누군가의 수작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와 에이든 리는 좀 더 경계하며 주변을 걸었고.
“[죄송합니다, 혹시 말씀 좀 여쭐 수 있을까요?]”
“[아, 네! 무슨 일이실까요?]”
“[장소를 찾고 있는데요, 혹시 XX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곧 방금 전 마주했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행인과 마주해 목적지에 대해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던 듯 한쪽으로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한쪽엔 장바구니를 든 행인분은 우리의 질문에 너무나도 상냥하게 길을 알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때문에 우리는 곧 깜짝 카메라에 대한 의혹을 뒤로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바쁘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멀쩡한 사람을 마주하고 나서부터 눈에 보일 정도로 얼굴이 핀 에이든 리는 신이 난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 맞추어 나 또한 속력을 조금 더 빠르게 하는 동안, 에이든 리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근데 유하는 일본어 잘한다. 공부 열심히 했나 봐.”
“…연습생 때 시험을 쳤어서.”
“오~ 유하 시험이 걸리면 공부 잘하는 타입이었구나.”
에이든 리가 흥미롭다는 듯 대꾸하는 것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다물었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을 안 한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험 덕분일 리가.’
KRM에서 매달 연습생들의 외국어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시험을 친 건 맞지만, 일본어가 익숙했던 건 라이트닝 시절 덕분이었으니까.
라이트닝 4년 차, 한국에서의 활동을 거의 접어 버린 소속사가 외화라도 벌겠답시고 우리를 굴린 곳은 일본이었다.
그때쯤 우리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던 로빈슨은 간단한 기본 회화를 할 줄 아는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통역사나 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을 붙여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를 비롯해 멤버들은 거의 맨몸으로 부딪치듯 공연과 생활에 필요한 언어들을 습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을 지금 보긴 하는군.’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강제로 늘게 된 회화가 도움이 되는 것에 나는 헛웃음쳤다. 인생 2회차의 덕을 이럴 때 보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나는 에이든 리가 툭 내뱉은 말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유하 언어는 공연용뿐만이 아니라 생활용에도 엄청 특화돼 있는 거 같아. 꼭 여기서 직접 살아 본 사람처럼~.”
“…저쪽인가 보다.”
예리한 놈…….
영국에 있을 때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다는 에이든 리는 고작 반년을 배운 일본어는 기본적인 인사와 문자 정도만 아는 정도였지만, 대화의 흐름은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몇 가지 단어 캐치만으로도 대충 내용을 이해하곤 했고.
이번에도 눈치껏 대화 내용을 알아들은 에이든 리가 본인은 의도치 않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에, 나는 놈의 말을 흘리듯 화제를 돌리며 손가락으로 한 가게를 가리켰다.
골목의 끝에 어느새 우리가 들고 있는 쪽지에 적혀 있는 상표명의 마트가 홀연히 자리하고 있었다.
“오, 저긴가 봐! 얼른 가자, 유하!”
“뛰지 말고.”
그에 신이 난 듯 속도를 높이는 에이든 리를 따라 마트로 들어선 우리는 마트 앞쪽에 자리한 장바구니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몇몇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는 마트의 분위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에 에이든 리와 나는 따로 받은 종이에 적힌 준비물을 하나하나 담기 위해 마트를 누비기 시작했지만, 곧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팟-
“뭐, 뭐야?”
곧 마트의 불이 완전히 꺼지고 주변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아니, 이거…….’
좀 익숙하지 않나?
어딘가 기묘한 데자뷔가 느껴지는 상황. 머릿속으로 아까 전 우리가 지나쳤던 이상한 차림새의 세 명이 떠오르는 것에 정말로 깜짝 카메라 같은 것을 당하고 있나, 싶어 경계하고 있을 때였다.
[으으으으…….]“뭐… 유, 유령?”
“야, 잠깐…….”
다분히 꾸며 낸 듯한, 괴로움에 가득 찬 신음 소리 같은 것과 여기저기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마트 안을 가득 채웠다.
그에 에이든 리가 기겁한 듯 크게 놀라는 것에 나는 놈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뻗었고, 곧 완전히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
완전히 캄캄해진 마트 내부.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탓에 시야조차 구분이 가지 않을 때 얼굴 가까이로 검은 무언가가 불쑥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를 붙잡기라도 할 것처럼 손을 뻗은 채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