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이성적으로는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할 리는 없었다. 에이든 리와 내가 찍고 있는 건 예능 촬영인 데다 이미 편집상으로는 꽤나 코믹하게 여겨질 만큼 괴상한 사람들을 마주했으니, 이런 해프닝은 스태프들이 준비한 것 그 이상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우당탕!
“유하!”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구르듯 넘어졌다. 어딘가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팔뚝이 욱신거렸고 양옆으로는 매대에서 떨어진 듯한 물품들이 굴러다니는 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서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눈앞에 선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시야 때문에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식별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버그?’
아주 비이성적인 생각이 찾아들었고, 그 직후 떠오른 건.
「지금 바로 당신이 알고 있는 ‘미래’로 회귀하세요.」
[디자인 유어 아이돌> 파이널 라운드에서 보았던 그 시스템 창이었다.나의 목숨 줄을 틀어쥐고, 결국 나를 죽음으로 이끌 수밖에 없었던 미래로의 회귀를 종용하던 그 시스템 창. 그리고 그것이 떠오른 순간 난 알 수 있었다.
‘아.’
왜 지금, 버그가 내 눈앞에 나타나게 된 것인지.
팟-
직후 갑작스럽게 밝아진 빛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순식간에 밝아진 시야에 적응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때, 나는 곧 눈을 뜨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서프라이즈~!]”
아까 전 길거리를 지나던 이상한 사람들이며 마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채 어느샌가 내 곁에 붙어 서 있는 에이든 리와 내게 무언가를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붙인 케이크와 「일본 데뷔를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아주 평화로운 플래카드를.
* * *
“모두 수고했어~!”
“보고 싶었어요, 형들…….”
“…그쪽도 무슨 일 있었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도지혁과 강현진이 미리 자리를 잡아 놓았던 공원에서 합류를 할 수 있었다.
나와 에이든 리가 마트에서 사 온 돗자리와 음료수, 과자 따위를 늘어놓고 요리 팀은 직접 만든 도시락을 공개하는 동안 우리는 각자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공유했는데, 그러면서 나는 왜 멤버 모두가 영혼이 털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다들 각자의 서프라이즈가 있었구나…….”
괴상한 깜짝 카메라를 당한 에이든 리와 나처럼 다른 멤버들 또한 뜻밖의 이벤트와 마주쳤던 것이다.
“[그럼 팀도 조작된 거였어요? 너무해!]”
“[하하하, 팀이 고르게 분배되어야만 여러분도 좋고 저희도 ‘이런 위기 상황! 원디어는 어떻게 대처할까?’ 테마에 맞춰 재미있는 이벤트를 할 수 있으니까요~.]”
천세림이 부러 원망스럽다는 듯한 태도로 MC에게 항의하자 MC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팀은 애초부터 스태프들이 짜 놓은 것이라고 했다. 각 팀마다의 이벤트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정말 열심히 찾아봤어요, 여러분이 어떤 성격이신지. 물론 [디자인 유어 아이돌>을 제일 많이 참고했고요! 가장 참고가 많이 된 건 귀신 술래잡기였는데, 이 세 분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죠.]”
그렇게 말하며 MC가 가리킨 건 나와 천세림, 도지혁으로, 나는 그제야 팀을 어떤 기준으로 짜게 된 건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 명이 그때 끝까지 살아남은 연습생이었던가…….’
나와 천세림, 도지혁은 ‘디어돌’ 3차 경연을 위한 연습을 진행하던 중 열렸던 귀신 술래잡기 코너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연습생으로, 팬분들 사이에서는 제일 ‘S(이성적)’스럽다는 평을 받는 멤버이기도 했다.
때문에 위기 상황이라는 테마에 맞추어 팀을 꾸리며 우리 세 명은 갈리게 되고, 여기에 멤버들의 성격과 캐릭터를 분석하여 팀이 짜인 모양이었다.
“아아아… 난 진짜 귀신 싫어.”
“[하하하하, 그렇다면 성공입니다. 유하 씨도 의외였어요, 그렇게 놀라실 줄은~!]”
먼저 나와 에이든 리의 팀을 대상으로 깜짝 공포 이벤트가 열린 건 에이든 리 때문인 듯했다. 오컬트적인 것에 유독 취약한 에이든 리가 귀신 술래잡기에서 내 손을 잡고 도망을 다녔던 ‘디어돌’ 시절 영상 덕에 이번에도 비슷한 해프닝이 걸리게 된 것이다.
“아하하, 재미있긴 했어. 사람들이 자꾸 우리 자리를 너무 탐내시더라고.”
“하,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미안해했는데…….”
여기에 도지혁과 천세림이 걸린 이벤트는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사람이 왔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인 듯했다.
벚꽃놀이를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강현진과 도지혁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팀들이 연이어 찾아온다는 해프닝이었는데, 강현진은 연거푸 얼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기를 돌려보내야 했을 땐 너무 마음이 안 좋았어…….”
“그러다 결국 우린 노인정에서 오셨다는 분들한테 자리 양보해 드렸지. 노인 공경은 기본이라고 나도 가르침을 받고 자라서…….”
도지혁이 머쓱한 듯 머리를 쓸어 넘기곤 말했다.
내내 싸우다 단합을 위해 벚꽃놀이를 왔다는 학생 동아리 팀, 직장에서 왔다는 직장인 팀, 아기와 함께 첫 벚꽃놀이를 나왔다는 가족들에게 ‘저희도 서바이벌 출신…….’, ‘저희도 직장 동료끼리…….’, ‘저희도 처음으로 가족끼리…….’라는 말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던 두 명은 결국 노인정에서 온 분들을 맞닥뜨리곤 자리를 지키지 못한 듯했다.
그렇게 벚꽃이 보이지조차 않는 한쪽 구석으로 밀려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다시 노인분들에 의해 불려 간 자리에서 ‘일본 데뷔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적힌 케이크와 마주하고 이벤트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우리도 진짜 대박이었어요.”
“이게 맞나 싶었어… 나라마다 조리법이 다르긴 한데 이게 진짜 맞나 하고.”
“아니, 계란말이를 만드는데 마요네즈를 짜 넣으시더라고.”
요리 팀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인 듯했다. 일본식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찾아간 요리 교실에서 누가 봐도 이상한 조리법을 배우게 됐던 것이다.
아무리 나라마다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이 다르다고는 한들 비교적 익숙한 재료와 양념들조차도 손질법과 계량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 팀의 반응은 세 개로 갈렸다.
“그래도 선생님이시라니까 뭔가 뜻이 있겠지 싶어서 일단 레시피대로 했어요.”
먼저 유찬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따랐고.
“안 따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음식이 맛이 없어질 것 같아서… 멤버들 다 배고픈데.”
주단우는 선생님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하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나 더 도시락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니, 누가 봐도 틀렸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세림은 대놓고 무시하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선생님의 요리법을 따르는 주단우와 유찬희의 뒤에 숨어 자신만의 길을 걷는 걸 택한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도시락. 당연히 선생님의 방식을 따른 도시락은 극악의 맛을 자랑했고, 그에 멤버들이 원망의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이 따로 준비된 도시락을 건네주었다고 했다. 그 안쪽에는 역시 ‘일본 데뷔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고.
“[그래도 여러분께 멋진 벚꽃을 보여 드리고 싶다는 저희들의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자,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과 좋은 자리를 다시 돌려드렸으니까요~.]”
그렇게 여러 해프닝들을 겪긴 했지만, 우리들은 우여곡절 끝에 마트에서 사 온 준비물들과 벚꽃이 정통으로 보이는 명당자리, 멤버들이 만든 도시락과 요리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도시락까지 가져와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MC는 그렇게 말하고는 즐거운 벚꽃놀이를 즐기길 바란다며 먼저 자리를 비켜 주었다.
덕분에 멤버들은 카메라 촬영 속에서나마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됐는데, 해프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 우리 노래 나온다.”
“배경 좋은 것 같아, 잘 어울려.”
“…얘들아, 나 좋은 생각 났는데 한번 해 볼래?”
“오? 뭔데요?”
“지금 벚꽃이 너무 예쁘잖아. 딱 우리 일본 데뷔곡인 ‘sensibility’랑도 어울리는 뷰 아닌가 싶은데, 좋은 배경을 이대로 흘려보낼 순 없지.”
그렇게 노는 와중에도 역시나 일거리를 찾아내는 멤버들 덕에 촬영 팀도 우리도 뜻하지 않은 추가 촬영을 하게 됐으니까.
* * *
결국 벚나무를 사방에 둔 채 즉흥으로 ‘sensibility’ 안무 영상을 찍고 난 후, 우리는 그날의 스케줄을 종료하고 호텔로 이동했다.
꽤 피곤한 기분에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을 때였다.
“우리 오늘 술 마셔요~!”
“응?”
“갑자기?”
에이든 리가 툭 던지듯 꺼낸 말에 멤버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에이든 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놈이 말했다.
“우리 일본 와서 아직 한 번도 일곱 명이서 뭐 한 적 없기도 하고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아까 벚꽃놀이 기분 이어서 놀면 어떨까 싶어서~!”
“으음… 내일 쉬는 날이니까 괜찮긴 할 것 같은데.”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멤버들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나는 자도 될까. 좀 피곤해서.”
“…많이 피곤해?”
“조금.”
“한 잔도 안 될 만큼……?”
…아니, 난 일단 한 잔이 끝이잖아.
나는 그렇게 대꾸하려다 말고 에이든 리를 바라보았다. 답지 않게 놈이 불쌍한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멤버끼리의 단합을 고대해 오기라도 했던 건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멤버들끼리의 술자리가 1월 이후로 없긴 했지.’
팬 미팅이 끝난 다음에도 딱히 뒤풀이 같은 걸 가지지는 못했었으니까.
게다가 팬 미팅 준비니 5월에 있을 컴백 준비니 하는 식으로 바빴던 만큼, 한 번씩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필요하긴 할 터였다.
“…알았어, 대신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난 음료수만 마신다.”
“흠, OK. 좋아!”
때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멤버들 또한 오늘 있던 벚꽃놀이를 재미있어한 만큼, 굳이 빠져 가면서 단합 분위기를 망칠 필요가 있었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멤버끼리 왁자지껄 호텔 룸서비스를 시키니, 술이나 과자를 편의점에서 사 오니 하는 식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 것은 밤 9시쯤.
“그럼 원디어의 남은 일본 활동을 위하여~!”
“““건배!!”””
에이든 리의 선창에 따라 나와 주단우는 음료수를, 다른 멤버들은 술잔을 손에 쥔 채 원디어의 두 번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쉬는 날이라고 해도 적당히 마셔. 실수하지 않을 만큼만.”
“휴대폰은 매니저 형한테 가져다줬으니까 내일 알아서 찾아가, 얘들아.”
“네~!”
혹시 모를 술주정을 대비하여 지난번처럼 멤버들의 휴대폰을 모아 다른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매니저 형에게 맡긴 후, 술자리는 평온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미 자신들의 주량을 아는 형 라인은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마시고, 지난번 첫 술자리를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마실 수 있는지 약간이나마 감을 잡게 된 막내들도 중간 중간 쉬어 가며 마시는 식으로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 활동은 근데 한국이랑 다른 면도 꽤 있어서 재밌는 것 같아요.”
“나는 악수회가 좀 신기했어. 팬 사인회랑 비슷하면서 달라서.”
“하이 터치회도 그렇죠?”
그렇게 모두가 즐기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일본 활동에 대해 멤버들이 한두 명씩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이에서 다들 술기운이 조금 오른 듯 표정이 조금쯤은 풀어졌을 때.
“우리 Truth or dare 할래요?”
나는 에이든 리가 어째서 오늘의 술자리를 계획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럼 난 유하한테 질문할래.”
“뭔데?”
“유하, 지금 우리한테 말해 주고 싶은 거 있어?”
“…….”
“아니다. 질문 바꿔서 말할게. 지금 무서워하는 게 뭐야?”
에이든 리는 오늘, 단합이 아닌 날 타깃으로 이 자리를 만든 것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