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블랙오션 유닛이 [아이돌나잇>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귀국을 하루 앞두었을 때였다.
-원래 출연하기로 한 팀이 멤버 건강 문제로 컴백을 미뤘어. 그렇게 빈 일정을 대신해 블랙오션 유닛인 ‘언더오션’이 출연하기로 한 거고.
-비베스트가 그럴 만한 섭외력이 있는 회사는 아닐 텐데.
-맞아, 비베스트는 그럴 만한 섭외력이 없지. 하지만 이용할 수 인지도는 있으니까.
백이현은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듯 그렇게 말했다. 때문에 나는 블랙오션 유닛이 도지혁의 인지도 덕분에 [아이돌나잇> 출연 기회를 따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지혁이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해 원디어로 데뷔하면서, 그의 전 팀인 블랙오션은 사람들로부터 뜻밖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만약 팀이 살아 있었다면 블랙오션은 도지혁을 통해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의 거의 전원이 문제를 일으켜 활동을 중단했다는 점, 도지혁이 전 팀의 멤버들과 완전히 연을 끊은 듯 보인다는 점에서 블랙오션은 그대로 묻힐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비베스트는 어떻게든 그 인지도를 살려 내기 위해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놈들을 데려왔지.’
결혼을 하겠답시고 나갔지만, 그 사실이 대중에 공표되지 않아 도지혁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알려진 서지우.
음주 운전 후 여자 연예인들과의 양다리 사실이 발각되었지만, 수백 장의 반성문과 다분히 꾸며 낸 티가 나지만 결국 ‘오해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정도로 둘러댈 수 있을 만한 입장문을 발표했던 이동현을 데려와 새 팀을 꾸리게 된 것이다.
그중 이동현의 최근 이미지 메이킹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활동을 중단하신 동안 봉사 활동을 다니셨다고요.”
“네, 그냥 집에서 쉬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너무 잘못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너무 오랫동안 방황했고, 또 잘못된 선택도 했었으니까요.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속죄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제가 할 수 있고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동현은 수줍게 웃으며 최근 3년 정도를 유기견 센터와 보육원 등을 돌아다니며 뜻깊은 경험을 쌓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다시 삶의 의욕을 찾았다고 말이다.
나는 [아이돌나잇>의 스태프가 화면에 띄워 주는 이동현의 봉사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근 2년 정도 꾸준히 봉사를 다닌 것은 확실한지, 꽤 여러 장의 사진이 남아 있었다.
그중 유기견 센터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이동현의 사진을 보며 백이현이 말했다.
“원래도 강아지를 좋아하셨었죠, 동현 씨는.”
“기억하시나 보네요?”
“키우고 계신다는 반려견도 있었죠, 아마? 이름이… 해피였지 않나요? 하얀 포메라니안. 데뷔 초에 사진 보여 주셨던 기억이 나는데, 해피는 잘 지내요? 귀여운 강아지였는데.”
“…해피는 잘 지내죠, 하하. 최근에는 앨범 준비를 위해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잠시 돌봐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부모님도 저한테 해피를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아 하시고 뭣보다 해피도 이젠 저보다 부모님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요.”
“아, 이런. 서운하셨겠어요.”
“부모님은 아들보다 해피를 더 좋아하시고, 해피는 자기를 돌봐 준 형보다 부모님을 더 좋아하니 조금은 억울하더라고요. 그래도 부모님도 해피도 행복하니 OK겠죠? 하하.”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요,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있으니 부모님을 더 좋아하는 듯 보이는 걸 수도 있고요. 다시 만나면 또 다를 거예요.”
“그렇겠죠? 설마 해피가 절 잊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넉살을 부리던 이동현의 옆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지우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낸 건 그다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또 동현이가 좀 서운하다 한 게 있긴 해요. 요즘 지혁이가 도통 연락이 안 된다는 거요.”
“아니, 지우야. 그 얘긴 왜 하냐.”
곧 당황한 듯한 눈길로 이동현이 티 나게 이쪽을 흘겼다. 마치 내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지혁이 형이랑 연락이 안 되나요?”
“에휴, 형들로서는 서운해요~. 애가 무리하는 건 아닌가 해서 안부 물을 겸 연락한 건데, 어릴 때는 그렇게 형, 형 하면서 따라다니더니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통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지혁이는 최근에 바빴잖아. 그리고 변했다기보다는 나이를 먹은 거지, 이제 더 이상 막내는 아니잖아.”
“아, 자연스러운 변화인 건 알지. 지혁이야 어릴 때부터 활동에 욕심도 있었고 자기 일에 열심인 거니까 그건 당연히 이해해, 하지만 연락 정도는 받아 주면 좋겠다 이거지.”
나는 그 말에 가만히 눈앞의 두 놈들을 바라보았다. 도지혁의 연락 두절이 개인적인 일이 많아서 그렇다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에 욕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두 놈들을.
“그건 그렇죠, 지혁이 형은 영 메시지를 잘 안 읽더라고요.”
때문에 나는 선선히 두 놈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자 잠깐 동안 이동현과 서지우가 시선을 교환했다.
“…아, 지혁이가 원디어 멤버들한테도 그래요? 얘 버릇을 못 고쳤…….”
가늠하는 듯한 눈길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며, 나는 또 한 번 사람 좋은 웃음 아래 저열한 호기심을 감추고 묻는 두 놈들에게 내뱉었다.
“대신 전화는 잘 받잖아요. 그 형 스타일인 거 같더라고요.”
“네?”
그에 표정이 굳어지는 두 놈들을 보며 나는 부러 한숨을 푹 내쉬고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지혁이 형은 평소에 데이터 끄고 생활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희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에요, 맨날 연락을 쌓아만 놓는다니까요. 결국 답답해서 전화하게 만드니까. 그 형은 피처 폰 들고 다녀도 돼요, 그 정도면.”
“아, 그… 렇죠. 하하, 걔 데이터 끄고 생활하는 건 예전에도 그렇긴 했지.”
도지혁이 휴대폰과 그리 친하지 않다는 건 이미 팬들을 비롯해 멤버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도지혁은 평소에도 아워스에 접속하거나 모니터링을 할 때가 아니라면 굳이 휴대폰을 만지려 들지 않았다.
‘물론 메신저 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도지혁은 굳이 자신이 메신저 앱을 확인한다는 걸 알리지 않았고, 자신이 아날로그적으로 살고 있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도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모든 연락에 답장하는 것보단 필요한 연락에만 답장하는 걸 좋아하지, 도지혁은.’
도지혁은 자신이 휴대폰과 친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긴 했다. 도지혁은 정말로 스케줄 공지와 멤버 단톡방을 제외하고는 메신저 앱의 알림을 모두 꺼 놓은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두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해 천세림은 언젠가 중요한 연락을 놓치면 어쩌냐고 묻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도지혁의 대답은 간단했다.
-진짜 중요한 용건이 있는 사람은 전화나 문자를 하잖아. 나도 그러고 있고. 메신저 앱으로만 연락을 하고 마는 건… 굳이 그렇게까지 친해질 생각이 없는 거거나 찔러 보기란 거겠지.
뭣보다 정말 이야기를 나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전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도지혁은 웃었다. 이렇게 생활하면 껍데기 같은 연락을 걸러 낼 수 있다고 말이다.
때문에 멤버들은 단톡방을 활용하면서도 도지혁에게 다이렉트로 말할 용건이 있을 때는 꼭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 연락이 씹힌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지혁이 형이 전화는 받았죠?”
그렇기에 나는 놈들에게 물을 수 있었다. 놈들이 굳이 그렇게 긴밀하게 도지혁과 연락하려 들지는 않았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한 것도 찔러 보기에 가까웠겠지.’
비베스트 엔터 측과 담판을 짓고 온 이후 도지혁은 소속사를 비롯해 블랙오션 멤버들과 별달리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지금 보니 이 둘은 그 후로 도지혁에게 몇 번 메시지를 보내긴 한 모양이지만.
“아…….”
“…아무래도 걔가 일본에 있었으니까~, 전화하기가 좀 애매해서 메신저만 남겼죠.”
그조차도 보여 주기식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 두 놈이 진짜 도지혁을 걱정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진짜로 만나고 싶었고, 건강을 염려했다면 전화를 했을 것이다.
‘이딴 식으로 떠벌리지도 않았을 거고.’
결국 이놈들이 도지혁에게 연락을 한 건 그냥 도지혁의 인지도를 이용하고 싶어서였을 테고, 도지혁도 그걸 알기 때문에 메신저를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지혁이 형은 아마 연락 온 줄도 모르고 있을걸요. 그 형은 진짜 스마트폰 빼앗아야 해요.”
“하하하…….”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가 다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전화해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엔 꼭 전화해 보세요.”
“…그러죠.”
그에 이동현과 서지우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그중 이동현의 얼굴은 꽤 붉었는데, 도지혁의 연락 스타일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을 부끄러워한다기보다는.
“지혁이 형은 달라진 거 없으니까 받을 거예요.”
‘같은 팀 멤버였다면서 그것도 모르냐’는 내 꼽을 알아듣고 분노한 듯했다.
“그럼 이번 활동 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딥하우스 장르로 컴백하셨는데…….”
솔직히 빡치든 말든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 * *
“오늘 고마웠어, 이현아.”
“뭘요. 갑작스러운 출연이었을 텐데 잘해 주셔서 저희 쪽이 고맙죠.”
[아이돌나잇>이 모두 끝나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서는 백이현에게 다가온 이동현은 수더분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 그에 그린 듯한 미소를 머금은 백이현이 존댓말로 대답하자, 이동현은 괜히 머쓱하다는 얼굴로 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아, 거리감 느껴지게 뭘 존댓말을 하고 그래. 그냥 반말 쓰지.”
“그럴 수야 없죠, 시간이 지났는데.”
그에 백이현이 가볍게 제 어깨에 올려진 손을 내리는 것에 이동현의 얼굴이 굳었다. ‘시간이 지났다.’는 말에 함축되어 있는 명확한 선을 느낀 듯했다.
“유하 씨.”
“네.”
때문에 이동현은 잠시 백이현을 바라보다가 곧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꾸며 낸 듯한, 걱정하는 투로 내게 물었다.
“지혁이는 잘 지내는 거 맞죠?”
“네, 잘 지내죠. 건강합니다.”
“그럼 연락 좀 하라고 말해 줘요. 전화를 깜빡한 건 저희 잘못이 맞긴 한데… 어쨌든 지혁이가 형들 연락 안 받는 것도 사실이긴 하잖아요. 걔 그러는 거 별로 안 좋아요.”
“…지혁이 형이 어떤 식으로 연락을 하고 다니는지까지는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일단 말씀은 전하겠습니다.”
“관여할 일이 아닌 게 아니라 몰랐던 건 아니고요?”
“네?”
나는 뜬금없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에 이동현은 슬쩍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지혁이는 벽이 높잖아요. 그러니 걔가 뭘 하고 다니는지, 어떤 인간관계 쌓고 있는지 몰랐던 거 아니냐고요.”
“…….”
“남의 일에는 관심 많아서 무조건 통제하려 들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알려 주려고 하지 않는 애니까 이해는 합니다. 겉으론 살살거리면서 뒤로는 딴마음 품고 있는 애잖아요.”
카메라가 꺼졌기 때문일까, 이동현은 거침이 없었다. 도지혁과 연락이 되지 않는 점, 정확히는 자신들이 도지혁에게 내쳐졌다는 것에 꽤 큰 불만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런가요?”
때문에 나는 별다른 말 없이 그렇게만 대꾸했다. 굳이 이놈들과 도지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생각도 없었으니까.
“…이쪽도 멤버에 대해 큰 관심은 없으신가 보네.”
이동현은 그런 내 대꾸에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는.
“어쨌든 지혁이한테 제대로 좀 살라고 해요, 마음 좀 잘 쓰라고. 예전에는 필요 없다고 해도 들러붙더니 이제 와서 안면몰수하는 건 좀 아니잖아요, 그래도 같은 팀 멤버였는데. 그러다 벌 받아요.”
“벌이요?”
“좋아 보이진 않잖아요, 이미 탈주자 별명까지 있으면서.”
이동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비뚤게 웃었다.
“그러니까 본인의 매정함을 사람들이 다 눈치채기 전에 처신 좀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
나는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한 후 백이현에게 인사를 하고 서지우와 함께 먼저 스튜디오를 나가는 놈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확인해 볼까.’
그리고 결정했다.
「이동현」
상태: 불쾌(확인 가능)
이 찝찝함을 놓치지 않기로.
이동현의 상태창을 연 나는 다른 것은 제쳐 두고 우선 놈의 상태를 확인했다. 예상처럼 놈은 현 상황에 대해 꽤 불유쾌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때문에 나는 그 상태를 확인하는 버튼을 눌렀고.
[…도지혁 그 새끼 이미지 망가지는 데 얼마나 더 시간 걸리지? 그 새끼랑 같은 팀 아니랄까 봐 태도 개같네, 진짜. 나중 가서도 웃을 수 있나 보자…….]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