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5)
‘음. 깨물 하트를 했으니 이번엔 볼 하트를 해 볼까.’
나는 단상 아래 연습생들의 환호를 들으며 묵묵하게 박자에 맞추어 안무라도 추듯 애교스러운 동작을 이어 나갔다. 아이돌의 필수 동작인 온갖 하트 동작을 선보여 나가면서.
키워드를 보고는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애교 정도야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유하야! 하트 해 줘!
-애교 plz…….
-볼콕 한 번 해 주면 안 돼???
팬분들의 요청 사항 중 과장을 좀 보태 반절 정도가 애교였으니까.
‘반응 좋았지.’
애교를 싫어하는 팬분들은 딱히 못 본 것 같다. 그 때문에 라이브나 무대에서도 그런 요구들을 자주 받았고.
평소 애교를 부리지 않을 것 같은 멤버가 할 때면 반응은 더 좋았지만, 아쉽게도 라이트닝에서 애교를 부리는 멤버는 내가 유일했다.
-사내새끼가 애교는 무슨 애교야.
-나 그딴 거 못 해.
-나 못 해요!
다들 폼생폼사, 귀여움보다는 카리스마나 터프함 쪽으로 비춰지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애교를 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니 굳이 강요하면서까지 시키려 들지는 않았다. 괜히 지적해 분란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러다 결국 나만 하게 됐었지.’
라이트닝의 다른 멤버들이 하도 애교 요청을 받을 때마다 일종의 ‘꼽’을 주다 보니, 팬분들은 멤버들이 애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채고 그런 요구를 하려 들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팬분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U라이브를 진행할 때 애교에 대한 실시간 채팅이 올라오면 서로를 단속하기까지 이르렀고.
‘말이 되나, 그게.’
그저 즐기기만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소통인데 오히려 팬분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다음부터, 나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애교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럴수록 멤버들은 더 애교에 대해 질색했었고.
그 탓에 라이트닝에서 가장 많은 소통을 담당하는 건 결국 나였다.
‘질색하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애교는 비단 라이트닝의 멤버들뿐만이 아닌 꽤 많은 아이돌들이 어색해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남자 아이돌은 더더욱 말이다.
그 때문에 신인 때나 어쩔 수 없이 따르지, 연차가 쌓이면 바로 애교는 안 하겠다고 딱 잘라 거절하는 남자 아이돌도 많았다.
‘라이트닝이야 그렇게 뻗댈 급이 안 되기도 해서 결국 내가 총대를 메고 전담하다시피 한 거지만…….’
급을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그렇게까지 질색할 필요는 없다 여겼다. 나 또한 약간의 어색함 정도야 느끼지만, 그건 평소에 안 하던 걸 하는 거라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뿐이고 딱히 기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애초에 애교 좀 부린다고 깎일 이미지면 평소에도 없느니만 못한 수준일 테니 그런 건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뭣보다 팬분들이 좋아해 주니까.’
그럼 된 거지 않나.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이번 미션 또한 별다른 거부감 없이 해내고 있었다. 물론 다른 놈들처럼 부끄러운 척을 하며 뺄 수도 있었겠지만…….
“더 귀엽게!! 귀엽게!!!!”
“최! 강! 2! 조! 원! 유! 하!”
“유하!!!!”
…대충 해서 욕을 먹거나 잘해서 주목을 받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영상권에 눈 돌아간 저놈들에게 뭔가 성과를 가져다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좀 무섭다, 이 자식들아…….’
영상권에 영혼을 건 놈들의 번쩍거리는 눈을 외면하며, 나는 BGM에 맞추어 전생의 짬밥을 십분 발휘한 이후에야 내 차례를 끝낼 수 있었다.
* * *
“잘했어, 유하야!!!”
“형, 수고했어요!!”
나는 2조 팀원들의 격려와 환호를 받으며 자리로 들어와 앉았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팀원들이 격려를 하듯 돌아온 나와 주단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팀이 1, 2등을 쓸다니!”
김태영이 환호하듯 말했다. 그의 말대로, 나와 주단우는 나란히 ‘반전 갑’의 1등과 2등을 차지하고 돌아온 후였다.
‘운이 따랐다고 해야 하나…….’
주단우에게 배치된 키워드는 ‘다정남’이었다.
‘다정남’ 키워드를 표현하기 위해 주단우에게는 몇 가지 선택 문답이 주어졌는데, 어떤 상황에 무슨 대사를 할지에 대해 연기하듯 선보이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주단우는…….
-‘나 오늘 너무 속상해ㅠㅠ’
-…무… 슨 일 있어? 말하고 싶으면 말해 주고, 그냥 옆에 있는 게 좋으면 옆에 있을게. 뭐든… 필요하다면 이야기해 줄래? 부를 때까지 곁에 있을게.
‘따뜻한 마음과 자본주의 마스크…….’
차갑고 화려한 얼굴에 대비되는 본래 심성으로 그 키워드를 아주 잘 표현해 냈다.
‘실제로도 저런 말을 들으면 똑같이 대답할 거 같은데.’
다정도 병이라는데, 의도치 않은 다정함으로 덕후 몰이를 여럿 하고 다닐 미래가 빤히 보이는 듯했다.
“유하, 너무 잘하던데~! 지혁 형처럼 한번 갔다 온 거 아니야?”
“…….”
귀신같은 놈…….
하하 웃는 얼굴로 정곡을 찌르는 에이든 리의 말에 나는 침묵으로 대꾸했다. 그에 옆에 있던 황영오가 슬쩍 말을 꺼냈다.
“부끄럽진 않았어? 보는 나는 좀 낯 뜨겁던데… 넌 잘하더라. 따로 연습이라도 한 거야?”
나는 은은하게 치고 올라오는 짜증을 느끼면서도 말없이 웃었다. 걱정과 격려의 탈을 쓰고는 있지만, 황영오가 어떤 뜻을 숨겨서 저렇게 말한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교를 따로 연습할 만큼 그렇게 절박하냐?’
…라는 뜻이겠지.
작작 좀 하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고 올라왔으나 잠깐의 심호흡으로 참아 낼 수 있었다. 라이트닝 리더 5년이면 이 정도의 빈정거림을 참아 넘기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나를 긁어내리지 못해 안달인 놈을 그냥 넘길 정도로 성격이 곱지도 않았기에, 나는 툭 던지듯 대꾸했다.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요?”
“어?”
“팬분들이 즐거워하시잖아요. 그럼 된 거죠. 잘못도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은근슬쩍 그럼 넌 팬분들의 요청을 부끄러워하는 거냐, 라고 묻는 말에 황영오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그, 그렇지~ 부끄러워하는 건 이상하지. 그냥 잘했다는 뜻이야. 엄청 능숙했다고~.”
그러면서 은근히 카메라를 흘긋대는 게, 자기도 까닥 잘못하면 ‘같은 조원을 견제하는 연습생’ 포지션으로 악편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황영오를 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내 옆에서 에이든 리가 다시 한번 공치사하듯 입을 열었다.
“유하, 진짜 잘했어.”
“어, 고맙다.”
내가 적당히 대답하자,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이든 리가 툭 던지듯 내뱉었다.
“난 유하가 애교 안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
“…그래?”
‘못 할’ 줄도 아니고 ‘안 할’ 줄 알았다고.
그 의미심장한 말에 나는 고개를 들고 에이든 리를 바라보았다. 에이든 리는 내 시선을 피할 생각 없이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이지.’
지난 며칠 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 다시 한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에이든 리가 나랑 정말로 척을 지려고 하는 것일 리는 없었다.
에이든 리의 태도는 개별 평가 첫날부터 지금까지 호의적이었다.
내게 호의와 궁금증을 보이고, 다른 팀원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나를 뽑고, 메인 보컬 포지션을 줘 가면서 나를 어떻게든 곁에 붙이고 써먹어 보려 든 것이다.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면 같이 팀을 해 보고 싶은 팀원을 넘어서 연습생 동료나 친구 정도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게 빤히 보이고, 그런 만큼 나와 관계도가 틀어지길 바라는 것 같진 않은데.
‘왜 굳이 이런 말들로 사람을 긁어 놓는 거지.’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게끔 하는 말들로, 무언가를 숨기고 의도하고 있는 듯한 어조로. 내게서 뭔가를 끌어내려 하는 것처럼, 그걸 기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뭘 원하는데?’
물어보면 더욱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지금까지는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에이든 리의 태도는 여전히 의뭉스러웠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여전히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있었다.
그에 나는 결국, 지난 며칠간의 의문을 모두 담아 떠보듯 물었다.
오랜 고민 끝에 한 질문이었으나, 나와 달리 에이든 리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유하, 지금까지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 많으니까?”
“……!”
에이든 리가 툭 내 어깨를 건드렸다. 또 한번 내 반응을 살피는 듯,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날카롭게.
“유하도 유하가 잘하는 거 알지? 부끄러울 거 없다면서. 그런데 왜…….”
자꾸 이상하게 굴어?
작게 소리를 낮추어 입 모양으로 건네진 마지막 말에, 나는 순간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못했다.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아니, 어쩌면 말문이 막혔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몰랐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으니까.
“…나는.”
그러다 어렵게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였다.
“이든! 다음 너야!”
김태영의 부름에 에이든 리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천진한 웃음을 얼굴에 띤 채로 무대로 달려 나갔다.
나는 내가 하려 했던 말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 뛰어가는 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그 이후로도 [나는 ‘~갑’> 배틀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이어진 ‘능력 갑’ 배틀의 후보로 우리 팀에서는 에이든 리와 박원효가 나갔는데, 미니 게임으로는 퀴즈와 개인기를 섞은 코너가 진행되었다.
몇 가지의 악기 연주를 비롯해 다수의 외국어와 잡지식에 강한 에이든 리가 ‘능력 갑’의 1등을 달성해 내고 돌아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찍이 개별 평가부터 ‘능력자’, ‘천재’ 캐릭터가 붙여졌던 놈 아닌가.
이후 진행된 ‘인싸 갑’ 후보로는 김태영과 쯔쉬안이 나갔으나, 등수에 들지는 못했다.
‘인싸 갑’의 미니 게임으로는 연습생 정보 알아맞히기가 진행이 되었는데,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종이쪽지를 랜덤으로 뽑아 그 안에 적힌 정보의 주인을 찾아 무대로 데려오는 게임이었다.
한 사람당 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아예 맞히질 못하거나 많이 맞혀 봐야 한 개 정도를 맞힐 뿐이었다.
당연했다. 연습생만 백 명이다. 대부분 자신의 클래스 혹은 소속사 동료들이나 좀 알고 있을 테니, 일종의 운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런 운과 관계없이 종이쪽지 세 개의 정답을 모두 맞힌 놈이 있었으니.
-1등은… 3조의 천세림 연습생!
-감사합니다!
바로 천세림이었다.
‘대단한 놈…….’
하긴 천세림은 발이 넓었다. 쏘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연습생들의 소문도 가장 빨리 주워듣고 오지 않았던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그 이후로 2등을 차지한 건 1조의 유찬희였다. 유찬희 또한 발이 넓었던 모양인지, 두 개를 맞추어 당당히 2등을 따낸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1개를 맞춘 연습생들이 대다수여서, 결국 다수의 공동 3등이 점수를 나눠 가지는 것으로 코너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주얼 갑’ 배틀이 진행되기 전에.
“내가 나가면 안 돼?”
우리 팀에서는 황영오의 출전을 두고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으음…….”
“상관은 없긴 한데…….”
팀원들은 다들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팀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황영오를 배틀에 내보내 우리가 득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쉽사리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황영오의 비주얼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선이 약간 가늘고 준수한 훈남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각 팀이 ‘비주얼 갑’에 만만치 않은 연습생들을 내보낼 것이란 데 있었다.
현재 우리는 1등에 가까웠지만 방심을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반전 갑’과 ‘능력 갑’에서 좋은 등수를 얻어 내기는 했지만 우리는 ‘인싸 갑’에서는 득점을 하지 못했고, 그런 우리의 점수를 유찬희와 강현진이 속한 1조와 도지혁과 천세림이 속한 3조가 바짝 뒤따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지막 배틀인 ‘비주얼 갑’에서 어떻게든 점수를 따내서 승기를 굳혀야 했고, 그 때문에 후보를 정하는 데에 있어 유독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에이든이랑 유하를 내보내는 건 어때?
-이든은 좀 더 선이 진하고 서구적인 마스크고, 유하는 그보단 훨씬 섬세하고 맑은 인상이잖아. 두 명 분위기가 각자 다르니까 어느 쪽이든 공략 가능할 것 같은데!
…라는 이유를 거쳐, 2조는 결국 ‘비주얼 갑’의 출전자로 나와 에이든 리를 생각해 둔 상태였다.
“나도 일종의 청량 이미지고… 뭣보다 우리 팀에서 나만 아직까지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잖아. 그래서 한 번쯤 나가 보고 싶어.”
그리고 황영오는 나 대신 ‘비주얼 갑’ 배틀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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