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뭐… 당장은 시기가 아니긴 하지만.’
오랜 기간 활동한 예능인들에 비해 원디어 멤버들은 모두 나이가 어린 데다 연차도 적다. 그러니 천세림도 당장 ‘호호 라인’ 쪽에 편입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지나고, 지금 만들어 둔 연은 언젠가 중요하게 쓰일 때가 온다. ‘누군가 부를 사람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 원디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할 테니까.
‘그러니 그쪽과 연을 만드는 건 중요하지.’
당장이야 ‘호호 라인’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이 애매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잠시뿐일 터였다. ‘호호 라인’이 완전히 무너질 일은 없으니까.
예능 쪽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있다. 대체 불가능한 예능감과 인맥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그들이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면서도 결국 몸을 낮출 때를 알기 때문이었다.
“[호호식당> 쪽이 개편을 잘한 이유도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운’이 따라 주는 이유도 있고.
날카로운 감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를 아는 것 말이다.
[호호식당>은 패널 중 한 명의 사고에 따라 잠시 몸을 낮춘 후 기가 막힌 타이밍에 [호호식당>의 개편을 노렸고, 결국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우리도 적잖은 이득을 봤고.“개편을 잘한 이유도 있지만, 실은 우리가 잘한 이유도 있죠~.”
“응, 윈윈이었지. 이렇게 서로 손해 없이 이득만 본 결과도 꽤 드문데, 다음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
그렇기에 이번 활동은 모두에게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분위기를 필요로 하던 [호호식당> 쪽과 예능으로의 인맥을 터 두길 원하던 원디어의 니즈가 모두 충족되었으니 말이다.
“후, 역시 출연하길 잘했죠? 내가 보는 눈이 있었다니까.”
“…너는 [호호식당>이 잘될 줄 알았어?”
그렇기에 나는 천세림에게 순수하게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미래에 대한 정보가 있던 나와는 달리 천세림은 정말 혼자만의 계산으로 [호호식당> 출연을 밀어붙이지 않았나. 그 선택이 뜻깊은 결과를 불러온 지금, 나는 그가 어떤 확신을 느끼고 [호호식당> 출연을 원했는지 궁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세림이는 [호호식당>에 꼭 출연해야 한다고 말했었잖아.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나는 플롯만 보고서는 솔직히 잘될 수 있을까, 싶었었는데.”
“흠.”
그건 도지혁 또한 마찬가지로 느꼈던 의문인 듯, 도지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세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천세림은 장난스럽게 고뇌하는 듯한 침음을 내더니.
“아뇨?”
“……?”
“응?”
뜻밖의 말을 내뱉어 나와 도지혁의 얼을 빠지게 만들었다.
“그냥 밀어붙인 거죠. 처음 보는 플롯인데 그게 잘될지 망할지 어떻게 알아요?”
“…….”
“…….”
결과물에 비해 너무나도 순진하고 대책 없는 답변이 따른 것이다.
천세림의 대답을 들은 도지혁은 한동안 입을 벌린 채 말없이 놈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헛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냥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던 거야?”
“일단은요? 아, 그래도 믿는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어요. 지난번에 형들이 [호호상사> 나갔을 때 보니까 티키타카가 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거면 됐다 싶었죠.”
그렇게 말한 천세림은 곧 잘되었으니 된 게 아니냐며 씩 미소 지었다. 그 자신만만한 미소에 나는 또 하나의 진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겠다 싶었으니까.”
그 어떤 계산도 운도 결국 즐기는 놈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것 말이다.
그 때문일까, 나는 문득 직감했다.
[호호식당>의 패널들이 그들이 천부적으로 지니고 있는 날카로운 감각과 예능감으로 오랫동안 자신들의 필드에서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면.“넌 진짜 난놈이다.”
“오, 칭찬이죠?”
마찬가지로 동일한 재능을 가진 이쪽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어쩌면 천세림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오래, 그리고 높이.
“응.”
“…뭐지? 형이 너무 순순히 인정하니까 감동 심하다…….”
“인터넷 많이 하는 애처럼 얘기하지 좀 마라…….”
그리고 그런 멤버와 같은 팀이라는 건 생각보다 더 든든한 일 같다는 것까지도.
* * *
‘아니, 진짜… 감동 너무 심하지 않나?’
‘히치하이커’의 마지막 사녹이 끝나고 본방이 시작되기 전, 밖으로 나온 홈마는 미니 팬미팅을 위해 자리를 잡고 앉은 채 또 한 번 감동의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막방이기에 더욱 빛나는 듯했던 원유하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밖으로 나오던 길, 뜻밖의 선물이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왠지 계속 밥 먹었느냐는 말 하더라니…….”
“아기들이 기특하다…….”
홈마와 직장인 팬을 비롯해 자리 잡고 앉은 유어원들의 무릎 위에는 박스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원디어 일곱 명의 얼굴과 함께 「함께 달려 줘서 고마워」라는 문구가 프린팅된 역조공이었다.
홈마는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어 안쪽에 들어 있는 것들을 확인했다. 오렌지 주스, 샌드위치와 과일, ‘히치하이커’ MV에 등장한 쿠키를 똑 닮은 우주선 모양의 마들렌과 포춘쿠키가 들어 있는 박스를 보니 사녹 때의 원디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리허설부터 시작해 세 번의 무대가 진행된 사전 녹화. 촬영 중간중간 유어원에게 말을 걸어 주는 원디어는 막방을 아쉬워하는 팬들만큼이나 자기들도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원디어는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말을 걸어 주기 바빴는데, 오늘 제일 많이 나왔던 주제는 식사에 대해서였다.
-요즘 유어원이 저희 스케줄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희 진짜 건강하게 잘하고 있어요.
-매니저 형들이랑 회사 직원분들도 잘 챙겨 주시고 뭣보다 저희도 건강 안 해치면서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뭣보다 이쪽에 이렇게, 저희 밥 요정이랑 건강 요정도 있으니까.
-…밥 요정이 나야?
-하하, 건강은 난가?
-단우 형은 항상 밥을 해 주고 지혁이 형은 영양제를 챙겨 주니까. 저희 진짜 최선을 다해서 먹고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기!
-유어원들 식사가 더 걱정이에요. 여기 지금 점심 안 드신 분! 아니, 드신 분이 손 드시는 게 더 세기 쉽겠어요. 거봐, 다들 안 드셨잖아요!
-…저희도 유어원이 밥 제대로 안 드시면 속상해요. 그러니까 아무리 바쁠 때라도 꼭 잊지 말고 드셔야 해요.
-그래야 같이 또 열심히 달릴 수 있잖아요. 알죠, 유어원.
그중에서도 원유하가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인 말에 뭔가 뜻이 숨겨져 있던 게 아닐까, 라는 말이 나오게 된 건 박스 안쪽에 들어 있는 포춘쿠키 때문이었다.
“아, 나 미공개 포카 당첨!”
“하… 꽝이네. 근데… 이거 뭐지?”
박스 안쪽의 포춘쿠키를 열어 본 유어원들은 낮은 확률로 멤버들의 비공개 폴라로이드 사진과 포토 카드를 교환해 갈 수 있었다.
다만 꽤 많은 수가 ‘꽝’을 피해 가지 못했는데, 그 ‘꽝’을 표현하는 멤버 개개인의 문구가 어딘가 의미심장하다는 점에서 유어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꽝! ㅠ.ㅠ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기!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잖아요 ㅇ.[」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오늘의 아쉬움이 만드는 내일의 만남. 그 만남이 즐겁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액땜 완료! 유어원의 bad luck은 괴도이든이 가져갑니다~」
「나쁜 운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에요. 다음의 도약에는 제 운도 함께 쓸게요.」
「울지 말기! 슬퍼하지 말기! 의기소침해하지 말기! 원디어는 유어원 절대 아쉽게 안 하니까. 알죠?」
「끝이 아닌 시작. 우리 곧 만나요.」
차례대로 천세림, 도지혁, 강현진, 에이든 리, 주단우, 유찬희, 원유하의 메시지에 하나같이 어딘가 ‘이후’를 기약하는 듯한 문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패키지 아냐?”
“와… 그럼 진짜 설레는데…….”
“정규 냈으니까 리패키지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때문에 홈마와 직장인 팬을 비롯해 현장에 모인 유어원들은 원디어가 리패키지 앨범을 예고한 것인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정규 앨범 이후 한두 달의 휴식기를 가진 뒤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하는 그룹이 많다 보니, 원디어 또한 그 후속 활동을 예고한 것일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둘, 셋.”
“BE YOUR WORLD! 안녕하세요, 원디어입니다!”
“와아아아!”
“얘들아! 리패키지 내?!”
“아니, 인사하자마자?”
“아하하.”
그렇기에 유어원들은 벅차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느끼며 원디어를 마주하자마자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인사까지는 잘 버텼지만,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듯 바로 튀어나온 질문에 멤버들의 얼굴 위로 웃음이 걸렸다.
한 명뿐이 아닌 현장에 자리한 모든 유어원들이 궁금해하고 있을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기 위해 원유하가 마이크를 드는 동안, 열성적으로 셔터를 누르던 홈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연광 진짜 최고다…….’
녹화 때도 느꼈던 것이긴 하지만, 자연광 아래 원유하의 얼굴이 유독 물이 오른 듯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듯 표정까지도 부드럽게 풀어져 있는 탓에 아까 전부터 현장에 자리한 유어원들은 모두 앓는 소리를 내고 있기도 했고.
“리패키지 활동 많이 원하세요?”
“응!”
여기에 유어원 한정으로 보여 주는 한없이 다정한 미소까지 겹쳐진 탓에 곧 팬들 사이에서는 열화와 같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 얼굴을 마주하는 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계획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해 줘!”
“아니, 그건 좀.”
“저희가 자체 제작이어도 그렇게 빠르게는 계획 못 잡는데.”
“아~ 이거 유어원 실망시켜 드려서 어떡하지? 지금 당장 우리 회의 들어가야 하나?”
“ASEMBLE 원디어 해야 돼?”
“음… 유어원 절대 실망 안 시켜 드리겠다는 게 저희 방침인데, 의도치 않게 실망시켜 드릴 것 같아서 어쩌죠.”
“그래도 우리 이번 활동에서 많이 봤잖아요. 물론 만나도 만나도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직 공개 안 된 콘텐츠도 있으니까 오늘이 진짜 마지막은 아니에요.”
“저희 열심히 일한 거 아시죠, 유어원? 다들 저희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걱정해 주셨잖아요.”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유어원들은 또 한 번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리패키지 활동을 염두에 두고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능청을 떨면서도 정말 계획이 없어 보이는 듯한 모습에 의아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럼 포춘쿠키 문구는 진짜 뭐지?’
활동기 동안 열심히 촬영해 둔 남은 콘텐츠나 비활동기 이후 이어질 다음 컴백을 위해서라기에는 어딘가 조금 시기가 가깝지 않나, 싶은 문구들이었는데.
“그런데 샌드위치는 다들 맛있게 드셨어요? 저희가 직접 골랐는데…….”
“마들렌은 이든이 형 아이디어였고요. 그러고 보니 이건 저희가 이야기 안 풀었죠? 실은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소품이었던 우주선 쿠키 말인데, 고무로 된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든이 형이 그거 진짜인 줄 알고 몰래 먹으려고 했다가 낚여서…….”
“아~! 그거 왜 얘기해! 내 체면……!”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고 멤버들이 곧장 이번 활동에 대한 비하인드를 풀어 주는 바람에, 홈마는 곧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 이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아아아…….”
“아쉽죠, 저희도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가까이서 유어원 보는 게 이번 활동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쉽긴 하지만 슬퍼하면서 오늘을 마무리할 순 없죠. 우리, 웃는 얼굴로 이번 활동의 마지막을 장식할 사진을 같이 찍어 볼까요?”
그렇게 이어진 미니 팬 미팅은 이십여 분 진행된 끝에 마지막 단체 사진을 끝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팬들을 배경으로 원디어 일곱 명이 나란히 앉은 채 함께한 포토타임. 그 후 유어원의 인사 끝에 원디어가 본방송 촬영을 위해 다시금 안쪽으로 들어갈 때였다.
“……?”
매니저들과 스탭들의 인도하에 멤버들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뒤따라 들어가던 원유하가 고개를 돌린 것은.
잠시 눈에 담듯 유어원을 바라보던 원유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얼굴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한쪽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쥔 후 엄지손가락만 펴고, 한쪽 손은 가지런히 펴는 동작을 취했다.
“여섯… 시?”
그에 따라 멍하니 그 동작의 의미를 중얼거리던 홈마는 문득 깨닫고 말았다.
“뭐야?”
“유하 이거 스포지?”
“유하가… 스포를 줬어?”
원유하가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스포를 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리더라는 직함 때문인지, 아니면 본인의 신중함 때문인지 평소 에이든 리를 필두로 하는 멤버들의 급발진을 막는 역할만 하던 원유하까지 이렇듯 먼저 스포를 줄 정도라면…….
“…큰 거 온다.”
여섯 시에 풀릴 원디어의 이후 활동은 역대급 빅 이벤트일 것이라고.
그리고 홈마를 비롯한 유어원들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원유하가 예고한 바로 그 시간.
「[안내] ONEDEAR WORLD TOUR [ROAD TRIP> 개최 안내」
원디어의 첫 단독 콘서트 공지가 터졌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