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주변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하셨던 거, 처음에는 저랑 형 얘기인가 싶었어요. 그때 형이랑 경쟁 구도로 엮였던 건 저였으니까.”
“…….”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때 일이 지금까지도 형에게 후회할 만한 일로 남아 있지는 않겠다는 거요. 말마따나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는 아니니까.”
그렇다면 강현진이 현재 진행형으로 ‘놓쳤다.’는 표현과 함께 후회하고 있는 관계는 단 하나뿐일 터였다. 당시 서로가 언성을 높일 정도로 싸웠고, 그 후 내내 데면데면하던 주단우 말이다.
복잡한 얼굴로 내 말을 듣던 강현진은 깊게 한숨을 쉬고는 물었다.
“…단우가 직접 이야기했을 것 같진 않은데. 이든이야?”
“뭐라고 하진 마세요. 걔도 다른 멤버들이 알고 있는 줄 알고 어쩌다 나온 말이었으니까.”
“따질 생각 없어. 내가 잘못한 건데 누굴 탓하겠어.”
나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강현진의 모습에 고개를 기울였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그때의 싸움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게 의아했던 것이다.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피하던 주단우와는 달리 강현진은 어딘가 체념한 듯, 혹은 털어놓는 게 마땅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우리가 왜 싸웠는지도 들었어?”
“제 이름이 나왔다는 것만 알아요. 이든도 정확하게는 못 들었다고 해서. 그래서 물어보려고 했죠, 형한테. …알려 주시기 어렵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어려운 건 아냐, 예민한 문제긴 하지만. 단우는 별로 그때 일을 들추고 싶지 않아 할 것 같긴 해서. 말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은 것도 아니고.”
강현진은 그렇게 말하며 잠시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듯 망설였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정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때 네 이름을 언급한 이상 숨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겠지. 단우는 아마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말할게.”
“…….”
“그때 우리가 네 이야기를 한 건 맞아. 하지만 싸운 이유가 너 때문인 건 아니야. 그때 단우는 널 걱정했었던 것뿐이니까.”
“저를요?”
“응, 너도 알고 있잖아. 3차 경연 때 내 상황이 그다지 좋진 않았다는 거.”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시 강현진은 메인 댄서이자 센터라는 포지션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발한 우울과 트라우마에 계속해서 컨디션을 망쳐 가고 있었고, 상황은 꽤 심각했었으니까.
‘그 때문에 본격적으로 강현진과 내 경쟁 구도가 심화됐었고.’
없는 관계도도 만들어 붙일 판이었는데 그럴싸한 떡밥을 던져 주니 제작진들도 옳다구나 싶었을 것이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악편의 대상이 되어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완성되기도 했었고.
“우리 중간 평가랑 숏 폼 촬영 전날쯤이었나… 연습실에서 단우가 나한테 말했었어. 혹시 센터랑 메인 댄서 자리를 다시 재투표할 수 있게 먼저 말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단우 형이요?”
그때의 상황을 가늠하던 중 들려온 말에 나는 놀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주단우가 강현진에게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탓이었다.
평소 남에게 쓴 말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못하는 주단우가 자신이 먼저 그런 예민한 문제를 꺼냈다는 것도 쉽사리 생각되지 않았고.
그에 강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때 단우는 상황이 네게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했어. 팀을 위해 뭔가가 변해야 하는 건 확실한데 누구도 말하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결국 총대를 메는 건 리더인 네가 될 거라고. 그러면 유하 네가 불이익을 당하게 될 거라고 했지.”
“…….”
“그러니까 내가 먼저 포지션을 재투표하자고 말해 달라고 하더라. 그게 팀과 유하 너를 위한 길 같다고. 맞는 말이었지. 어차피 자리를 내놓아야 할 수밖에 없게 될 텐데 차라리 내가 먼저 말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강현진은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나오는 건 다른 말이었어. 난 그렇게 하겠단 말 대신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했거든. 내가 왜 손해를 봐야 하냐고 했지.”
지금까지 그가 후회하고 있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욕심이었던 것 같아. 미련일 수도 있고……. 한계가 보이는 건 확실한데,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붙들고 싶었어. 아무리 절박하다 한들 팀이 있는 이상 그건 내 이기심에 불과하니 결국 단우가 한 부탁은 정당했는데, 난 그걸 거절한 거야.”
강현진이 절박한 만큼, 주단우 또한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던 듯하다. 당연히 의견은 좁혀 들 수가 없었고, 서로 입장을 바꿀 생각 없이 하는 대화가 좋게 끝날 리 없었다.
“단우는 설득하고 나는 거절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에는 언성이 높아졌어. 이든이가 들어오면서 대화는 그대로 끝났고. 그 후로는… 그때 일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지 못했지.”
그렇게 두 명의 대화는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끝나게 되었고, 이 둘의 관계도는 그 상태에서 굳어지게 된 것이었다.
“후회를 할 수밖에 없더라. 단우가 한 말대로 됐잖아, 결국에는. 나 대신 네가 총대를 메게 됐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가져갔으니까. 그 와중에 난 너한테 도움받고 결국 데뷔까지 했는데.”
“…….”
“너에게 고마운 게 클수록 그때의 대화가 후회됐었어.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새끼였는지 날이 갈수록 깨달아 가고 있어서 그런가.”
“…그때 일은 잘 끝났잖아요.”
“그래. 하지만 잘 해결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거야. 어쩌면 너나 단우, 이든이가 데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 팀 무대가 망했다면 그 여파는 나에게만 있지 않았을 테니까. 총대를 멘 너는 그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을 테고.”
강현진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당시 그가 슬럼프를 잘 해결해 3차 경연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만약 슬럼프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상황은 최악까지 치달았을 게 확실했던 것이다.
‘강현진도 그랬겠지만, 나도 무사하지는 못했겠지.’
3차 경연 당시 당한 악편보다 더 큰 수준으로 가해자 롤이 부여되었을 테고, 그 이미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단우와는 데뷔 후로도 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어. 단우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확연하니까.”
그렇기에 그 ‘if’에 대한 가능성은 고스란히 강현진에게는 죄책감으로 남은 모양이었다. 딱 그만큼 주단우와의 관계도를 풀어 나가지 못하는 벽이 되었고.
“…어쩌면 그게 내가 단우한테 한 두 번째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단우가 뭘 고민하는지 알고 있어도 이야기를 못 했고,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까.”
그만큼 상대방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 모양이었지만.
* * *
“…….”
나는 주단우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K팝 커뮤니티를 비롯해 위스퍼 등에는 팬분들이 올려 주신 주단우와 관련된 이야기나 사진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이 주단우를 향한 호의가 가득한 메시지였지만, 지금 봐야 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주단우의 이름을 꼬아서 검색창에 넣어 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떴다.
-솔직히 다뉴 1뎌에서 나쁜 쪽으로 눈에 띄지 않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솔직히 팬들이 1뎌 춤구멍없다는 거 웃긴 게..ㅋㅋㅋ 너무 확연한 구멍이 있잖아요… 딴 애들은 그렇다 쳐도 구멍없다고 말하기엔 다뉴가 너무 확실하지 않냐?
-서바이벌때야 주변에 춤못추는 애들 많았으니 부둥부둥받은거지 솔직히 1뎌 안쪽으로 보면 DW 뚝딱이는 맞는 듯… 전체직캠보면 솔직히 DW 때문에 집중 깨질 때 많음
-양심 있으면 1뎌 멤들 다 육각형이다 뭐다 하지는 말자…ㅎ ZOO 아직 더 배워야 하는 거 본인도 알 텐데 괜히 팬들이 설레발 치면서 그런말 하면 쪽팔리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가뜩이나 자컨이랑 예능에서도 애가 안웃겨서 튀는 애들 사이에서 혼자만 개묻히는데ㅋㅋㅋㅋ
-같은 D클래스였던 뉴하는 알아서 잘 컸는데 쥬댠유는 왜 이렇게 뚝딱대냐 노력좀해;;; 지금 1뎌내에서 A클래스 아니었던 멤 너밖에 없는 거 알면 넌 남들의 세 배는 노력해야 된다고
방금 전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른 글들이 다수 올라왔으니까.
‘…이건가.’
강현진이 말한 ‘주단우가 고민하는 것’이.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단우가 어째서 후렴구 안무 수정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춤이라….’
주단우는 힙합 레이블 출신으로 6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춤에 대한 기본기가 없는 편이었다.
커리큘럼 자체가 전무하던 설립 초창기부터 연습생을 한 탓에 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시간도 길고, 시즈레이블 자체가 래퍼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도 있었다. 애초에 시즈레이블은 아이돌을 기획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익 때문에 아이돌 그룹을 만들기로 결정이 났다고 했던가.’
그 결정 후에야 제대로 된 춤 레슨을 받았다고 들었으니, 주단우가 춤을 배운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춤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시즈레이블의 차기 아이돌 그룹 멤버로 내정된 다른 연습생을 띄우는 패로 ‘디어돌’에 내보내졌지 않나. 기본기가 몸에 익을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것치고 디어돌을 하면서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서바이벌이 사람을 극한 상황에 몰아갔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지원을 해 주지 못하는 회사와 주변에서 자꾸만 자존감을 도둑질해 가던 놈들에게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주단우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진행되는 내내 성장을 거듭했다. 원래는 C 등급이었던 춤 스텟이 파이널 경연쯤이 되어서는 B-로까지 올라섰었으니까.
그에 당시 주단우를 지켜보던 팬들은 감동하기도 했었지만.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지.’
그 변화에 감동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 성장조차도 기준 미달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니까.
주단우가 어떤 노력을 거쳤는지, 예전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당장 무대를 봤을 때 뒤떨어져 보인다면 그것은 주단우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되는 것이다.
‘하필 춤 스텟이 모두 높은 편이라서 더 그럴 테고.’
원디어 내에서 주단우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춤 스텟을 가지고 있는 것은 B+인 유찬희였다. 그런 유찬희조차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에이스로 취급받을 만한 능력치였고.
‘게다가 이번 유닛 무대는 원디어의 댄서라인들과 함께하게 됐으니까.’
유닛 무대를 같이 하게 된 두 명은 각자 S-와 A+라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서바이벌 때에도 내내 메인 댄서를 꿰찬, 원디어의 공식 춤 라인.
그렇기에 그 둘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건 부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유닛 무대를 제안하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주단우에게는 그 둘에게 없는 게 있으니까.’
주단우에게 없는 게 그 둘에게 있듯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세 명의 조합으로 인해 더 다채로운 무대가 탄생될 수 있다고 봤다. 주단우의 존재는 그 무대의 키 카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 세 명이 단점이 부각되는 무대를 만들 만한 놈들도 아니고.’
예상대로 세 명은 머리를 써 순조롭게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성을 짜는 듯했으니, 퍼포먼스는 그 세 명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질 터였다.
-단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동작을 자신 때문에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 본인 때문에 나랑 지혁이 형이 손해를 보는 건 싫다고.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해. 그런 식으로 무리해 가며 연습하는 게 난 더 손해라고 보니까. 무리한 연습엔 부상 위험도 따르고.
-…….
-…그러니 내가 어떻게 찬성하겠어. 결국 그게 단우 자신을, 더 나아가서는 팀을 깎는 꼴이 될 텐데. 당연히 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앞으로 원디어라는 팀으로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보여 줄 수 있는 걸 당장의 조급함 때문에 부상까지 입어 가며 지금 보여 줄 필욘 없잖아.
주단우가 자신의 간절함을 버린다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