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강현진과 주단우의 입장을 알게 되었다 한들, 그 둘의 대립에 섣불리 끼어들 순 없었다. 나는 주단우, 강현진과 함께 유닛 무대에 올라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왕이면 주단우가 후렴구 동작 수정에 찬성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 해서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어 보였지만.
나 또한 강현진이 원하는 대로 후렴구 안무가 수정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금 연습하면 동작이야 숙지할 수 있겠지. 하지만 결국 그뿐이야. 주단우는 손해를 피해 갈 수 없어.’
강현진의 말마따나 주단우는 당장 보여 주지 않아도 될 것을 무리해 가며 이루려 하고 있었다. 그건 결국 주단우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테고.
동작을 숙지하는 것과 그것을 몸에 맞게 녹여 내 소화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흉내를 낼 뿐이고 후자는 정말로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거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터였다.
‘2년… 늦어도 3년 정도인가.’
주단우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부터 꾸준히 레슨을 받아 오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도지혁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습실에 오래 머무는 멤버가 주단우일 정도였으니까.
그에 따라 주단우는 천천히 실력을 쌓아 가고 있으니, 당장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주단우 같은 케이스는 드물지 않으니까.’
이른바 ‘뚝딱멤’이라고 불리는, 데뷔 당시 춤에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이 활동을 이어 가며 춤이 익숙해지는 경우는 잦다.
그렇기에 강현진의 말처럼 주단우는 지금 당장 춤으로 무언가를 이룰 필요가 없었다. 주단우는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테고, 그렇다면 그가 쏟아부은 그 노력과 시간이 언젠가 주단우가 목표로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루게 해 줄 터였기 때문이었다.
‘주단우가 성장하는 걸 팬분들이 몰라봐 주실 리 없고.’
그렇게 팬분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결국 대중들까지 알아봐 줄 터. 즉, 그가 지금 듣는 오명은 언젠가 결국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무리를 하는 건 주단우에게는 더 손해였다.
‘동작을 완성시켜 봤자 결국 체력이 달려 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테니까.’
댄서 라인과 함께 무대를 꾸린다 한들, 주단우는 결국 래퍼다. 그것도 손에 꼽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때문에 이번 무대에서도 주단우에게는 랩 파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거기에 더해 그는 또 한 가지 역할이 있었다.
‘보컬.’
그는 ‘디어돌’ 시절 보컬 멘토인 차미나에게 발탁돼 D클래스 보컬 리더를 했을 정도의 실력자다. 수치로 따지면 랩과 보컬 모두 A라는 높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이번에 세 명이 소화할 노래에서 주단우는 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강현진과 도지혁에게 비교적 짧은 파트 대신 장점을 살릴 독무가 주어진 대신, 주단우에게는 그의 능력을 십분 살릴 수 있을 파트가 준비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렴구 안무를 따라가느라 숨이 벅차게 되면 오히려 주단우의 장점이 가려질 거야.’
즉, 전체 퀄리티 자체가 저하되는 결과가 될 터. 내가 주단우 편을 들지 못하는 이유는 강현진처럼 첫 번째로는 부상의 위협 때문이었지만, 두 번째는 퀄리티 때문도 있었다.
강현진의 말마따나 주단우의 장점을 포기하게 되면 그건 시간 낭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주단우가 의견을 접어 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다 해서 당장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는 건 아니었다.
‘주단우와 강현진을 억지로 붙여 놓을 순 없겠지.’
강현진이야 대화 의지가 충분해 보이긴 하지만, 주단우는 아니었다.
주단우가 강현진을 피하는 이유가 강현진이 생각하듯 정말 다툼 때의 나쁜 인상이 남아 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주단우는 당장은 강현진과 대화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자신이 유닛 무대를 대비해 완벽하게 안무를 숙지해 놓은 후라면 모를까, 강현진이 자신을 말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팀의 분위기를 들먹이면 주단우는 마지못해 강현진과의 대화에 응해 주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두 명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일 기회는 없어져 버릴 터였다.
지금까지처럼 데면데면하게 서로를 비즈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이어지겠지.
‘그런 분위기를 팬분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어.’
그리고 그건 상황을 최악까지 몰고 가게 될 터였다. 팀 분위기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테니까.
서로를 받아 주는 척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꾸며진 관계는 결국 눈에 보이기 마련이고, 팀 활동에서 그만큼 경계해야 하는 일은 없었다.
‘주단우가 강현진과의 관계를 회복시킬 마음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급선무로 해야 하는 건… 주단우가 대화 의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겠군.’
그리고 그 의지는 아주 자연스럽게, 주단우가 스스로 생각해 내야 할 터.
즉, 지금 필요한 건 계기였고.
“세림아.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나 뭐 잘못한 거 없지 않나……?”
“…그냥 부른 거야. 일단 방에 좀 들어와 봐.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그러니까.”
그에 대해서는 다행히 손을 쓸 수 있을 만한 게 하나 있었다.
* * *
복잡한 수식과 코드가 떠올라 있는 모니터,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 덩이만이 널린 곳. 햇살 한 줌 들어오지 않아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게끔 밀폐되어 있는 공간 속.
“어떡해요?”
“일단 움직여야지.”
“아니, 배신자가 돌아다닌다잖아요.”
“음… 그렇다고 여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일단 움직여 볼까? 당장은 안 나타날 거 아냐.”
멤버들은 진지한 얼굴로 토론을 하기 바빴다.
한창 콘서트 준비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원디어가 뜬금없는 장소에서 누군가의 위협을 피해 도망치는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하… 왠지 요즘 좀 편하게 촬영했다 했어. 갑자기 또 이런 걸……. 괜히 팬분들이 저희를 ‘메이크 유어 원디어’가 아니라 ‘레스큐 유어 원디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니까요?”
현재, 원디어가 자체 예능 콘텐츠인 ‘메큐원’을 촬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경 좀 썼는데.’
나는 멤버들이 걸친 옷과 주변을 둘러보며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우주인 복장을 하고 있는 멤버들의 복장과 우주선 콘셉트로 꾸며진 내부가 꽤나 그럴싸했기 때문이었다.
꽤 돈을 들인 듯 보이는 세트장에서 오늘 우리가 할 촬영은 간단했다.
-여러분은 오늘 우주를 항해하는 원디어 호의 우주 비행사입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단 하나, 내부에서 발생한 배신자의 위협을 피해 우주선을 탈출하는 것입니다.
일명 ‘술래잡기’ 말이다.
기획 또한 대충 짜이지는 않은 듯했다.
“일단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저는 크루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장, 지혁이 형은 경로를 탐색하는 조종사. 이든은 수집된 표본을 분석하는 연구가, 세림이는 다른 행성의 자료를 모으는 기록가, 찬희는 물자 관리를 담당하는 화물 전문가, 현진이 형은 기계 관리를 담당하는 기술자, 마지막으로 단우 형은 외부 탐사를 직접 진행하는 임무 전문가. 맞죠?”
“응. 우리는 환경 오염으로 죽어 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모은 자료들을 모아 지구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중간에 갑자기 ‘배신자’가 크루 내부에 발생한 거지.”
“이 사람이 지금 우주선을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지구로 못 가게 막고 있는 거고요…….”
이렇듯 우주선이라는 배경에 맞추어 주어진 포지션과 서사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잠긴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탈출을 해야 하는 거, 맞지? 그걸 위해서는 멤버들이 각자 개인 미션을 성공해야 하는 거고.”
“맞아요.”
“오, 본격적이야.”
물론, 여기에 멤버들 개개인에 맞추어 주어진 미션 또한 빠지지 않았다. 최종 목표인 ‘탈출’ 이전,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우주선 모양으로 꾸며진 한 세트장으로 끌려온 우리들은 아침부터 쑤셔 박아지듯 주입된 설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본 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려의 기색이 떠오른 얼굴들이었다.
“이 미션들 못 하면 다음 촬영에서 페널티 받게 되는 거죠?”
“으음, 우리가 첫 촬영 문답에서 이야기했던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를 페널티로 받게 된다고 하니까…….”
“…그럼 난 담력 시험 가나.”
“…설마 높은 곳… 가게 하진 않겠지.”
일곱 명 모두가 팀을 우선하되, 각자의 미션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문답이 앞으로의 기획에 참고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멤버들은 꽤나 솔직하게 문답을 적어 냈었다. 그리고 ‘문답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라고 말한 제작진의 말은 지금까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는 중이었고.
그렇기에 문답에 적어 냈던 ‘무서워하는 것’이 페널티로 부여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멤버들은 이번 미션만큼은 어떻게든 해결하고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는 듯했다.
“근데 이러다 자기 미션 중시하느라 팀 미션은 스킵하는 사람 생기면 어떡해요?”
“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멤버 모두에게 비난받을 텐데, 그럴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 소리 해 놓고 형이 먼저 배신 때리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형.”
“상처야, 찬희야……. 배신할 생각을 하고 있다기에는 내가 너무 결백하게 보이지 않아?”
“그 선한 미소에 넘어가서 뒤통수 맞은 게 몇 번인데 그걸 믿겠어요? 지금까지 형이 어떤 식으로 게임을 헤쳐 나왔는지만 생각해 봐도……. 하. 천세림, 너도 마찬가지야!”
“아니, 나만큼 팀에 충실한 멤버가 어디 있다고 그래. 우리 찬희, 이렇게 멤버들을 믿지 못해서 어떡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보자, 우리.”
“…그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지 못하는 게 너 아니냐?”
딱 그만큼 주변 멤버들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확실히… 반칙왕들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는데.’
나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찬희에게 짐짓 상처받은 척을 하는 도지혁과 콧노래를 부르며 주변을 훑는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사기를 치는 것 또한 게임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도지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괴상한 방식으로 판 자체를 뒤엎곤 하는 천세림의 존재는 조심하는 게 좋아 보였다. 저 둘이 재미를 위해 이번 판에서 뭘 하려 들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보다 이거 너무 저희한테 불리하지 않아요?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서는 혼자 있으면 배신자에게 죽임당할 거라니, 이거 그냥 우리한테 페널티 주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요.”
여기에 추가적인 룰의 존재는 게임을 더 어렵게 만드는 듯했다. 각자의 개인 미션을 할 때는 단 한 사람씩만 미션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덧붙어 있던 것이다. 혼자 있을수록 배신자 출몰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듯하고.
“우리가 최근에 페널티를 잘 피하긴 했었지…….”
“이번에 뭐, 페널티 특집 해 보겠다는 거 아니에요, 이 정도면?”
그에 멤버들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볼멘소리를 내뱉는 것에 이어, 곧 제작진으로부터 신호가 떨어졌다. 한곳에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슬슬 흩어지라는 것이었다. 그에 나는 제안했다.
“어쨌든 제한 시간 내에 미션을 전부 완료하면 되는 거니까, 우선은 같이 움직이면서 한 명씩 미션 장소마다 두고 가는 걸로 할까요. 그렇게 하면 좀 덜 위험하겠죠.”
“좋아. 일단은 그렇게 할까?”
“OK, 출발해요~!”
나는 각자 긴장한 얼굴로 중앙 구역을 벗어나는 멤버들의 가장 뒤쪽에 붙었다. 그렇게 중앙 구역을 벗어나 복도로 나선 멤버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사 섞인 말을 뱉어냈고.
“그런데 이거 배경이랑 서사 꼭 유명 게임 떠오르지 않아요?”
“아, 그 마피아 게임 같은 거? 하하, 확실히 그래 보인다. 거기서는 크루원 중 배신자가 있었지?”
“…저희 중에 스파이 있는 건 아니겠죠?”
문득 아주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
“…설마 그렇겠어? 다들 탈출을 위한 개인 미션이 있다잖아. 그걸 다 해야 해치가 열린다니까 적어도 멤버 중엔 없단 거겠지.”
“하도 뒤통수 맞은 적이 많아서… 하,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을지 고민되네요. 걱정도 되고.”
내 대꾸에 유찬희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마따나 나 또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부터 갈까.’
‘배신자’의 역할에 맞추어 누구부터 죽여 볼지.
“형은 미션이 뭐예요?”
“…으음, 나는 좀 이상해.”
“응? 뭔데요?”
“그게…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라고 돼 있어서.”
“어?”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주단우를 제일 마지막까지 남겨 놓을지에 대해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