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내가 천세림을 통해 ‘메큐원’ 제작진 쪽에 부탁한 내용은 간단했다.
첫 번째, 팀에 공통 목표를 부여해 줄 것. 두 번째, 멤버들이 할 수 있는 개인 미션을 줄 것.
그리고 세 번째.
-그럼 유하 씨가 해 주시면 되겠는데요?
-…예?
-단우 씨를 좀 키 카드로 세우는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본인이 직접 만들어 주시는 거죠.
주단우에게 부담을 줄 것.
‘…그걸 내 스스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역시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왠지 너무 덥석 그럴싸한 기획이 있다 하더니만, 역시 ‘메큐원’ 제작진은 하나를 줘도 그냥 주는 법이 없었다. 이때라는 듯 내게 꽤 골치 아픈 역할을 부여한 것을 보면 말이다.
“유하 미션은 뭐였지?”
“작전실에 가서 배신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거. 작전실은 CCTV까지 겸하고 있어서 거기서 배신자의 동선도 알 수 있다는 것 같고.”
나는 에이든 리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며 속으로 내게 부여된 또 다른 역할을 점검해 보았다.
‘배신자’인 내 역할은 간단했다. 이 우주선에 있는 ‘동료’들을 모두 죽이는 것.
하지만 그건 그다지 간단하지는 않을 터였다. ‘배신자’는 멤버들이 혼자 있을 때가 아니면 죽일 수 없다는 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리는 각자의 방에 들어간 다음 동시에 미션을 진행하면 되는 걸까?”
“네, 멤버 모두가 각자의 방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미션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 같아요. 모든 미션은 동시에 시작되어야 하고요.”
그러나 다행인 점은, 이렇듯 크루들을 위한 제약이 있다면 배신자를 위한 제약 또한 준비돼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멤버들은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에 맞는 방에 한 명씩 흩어져야 했다.
선장인 나는 작전실, 조종사인 도지혁은 조종실, 연구가인 에이든 리는 연구실, 기록가인 천세림은 자료 기록실, 물자 전문가인 유찬희는 벙커, 기술자인 강현진은 기술실, 마지막으로 임무 전문가인 주단우는 탈출구인 해치 쪽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크루원들이 모두 각자의 방에 도착하면, 멤버들은 그제야 미션을 진행할 수 있었다. 미션에 걸리는 시간은 각각 다르겠지만 모두가 동시에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각 방에는 단 한 명의 인원만이 들어갈 수 있었으며, 누군가 들어간 순간에는 문이 닫혀 외부와 완벽하게 격리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그 문을 열 수 있는 건 배신자뿐이고.’
또한 그 문이 열리는 건 안쪽에 들어간 멤버가 다시 문을 열 때 혹은 그 멤버가 죽었을 때 뿐이었으니, 나름대로 ‘배신자’가 활동할 만한 공간과 기회는 충분히 갖춰져 있는 편이었다.
여기에 더해 나는 조금 더 수월한 진행을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 상태였다.
“유하를 첫 번째로 놓아 두게 됐네. 방 안에 들어가면 조심해, 혹시 모르잖아. 혼자 있을 때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니까.”
“뭐, 별일은 없겠죠. 배신자도 일단 해치가 열려야만 탈출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저희가 미션을 다 할 때까진 안 건드릴 거예요.”
“흠,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럼 우리가 미션을 끝내고 나면 그때부터 진짜 추격전이 시작된다는 거겠네요?”
“아마도. 그러니까 일단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게끔 다들 내가 데리러 갈 때까지 기다리는 거 잊지 마세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 멤버들과 다 같이 출발한 후 한 명씩 멤버들을 떨어뜨려 놓고 되돌아가 차례대로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메인 룸에서 제일 가까운 것은 선장의 작전실, 가장 먼 것은 해치였다. 그렇기에 나는 처음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후, 미션이 완료된 다음 다시 멤버들을 모으는 역할을 맡게 될 수 있었지만.
“…….”
역시 그렇게 쉽게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갈 리는 없었다.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방에 들어간 듯 머리 위의 스피커로부터 ‘이제부터 임무가 가능합니다.’라는 알림이 들려오자, 나는 곧바로 작전실에서 빠져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지혁의 조종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를 반긴 건 도지혁이 아니었다.
“…역시 튀었나.”
조종실은 어느새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보면 ‘동시에 미션 시작’이라 했지, 한번 시작한 미션을 바로 끝내야 한다는 룰은 없었다.
그렇기에 도지혁은 미션 시작 알림을 들은 후 완료도 하지 않고 일단 튄 듯했다. 그래야만 상황을 보고 ‘배신자’를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쩔까.’
제일 쉬운 방법은 이미 글러 먹었다. 도지혁처럼 미션을 시작해 놓고 튄 놈이 또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한 명씩 차례대로 해치우는 방법은 더 이상 써먹지 못할 터.
그렇다면 플랜 B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알립니다. 선장 ‘원유하’가 활동을 멈췄습니다.]정체를 감추고 진행하는, 아주 제대로 된 추격전 말이다.
* * *
탁탁탁!
“…!”
주단우의 미션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 그것을 위해 탈출구인 해치에서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이제 막 미션이 시작되었다는 알림이 멤버 개개인에게 나누어진 단말기에 떠오르자마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주단우는 긴장한 채 복도를 향해 뚫려 있는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다른 멤버들의 방에 모두 문이 달려 있는 것과는 달리, 탈출구인 해치 쪽에는 문이란 게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외부의 위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배신자’가 등장한 것은 아닌가, 싶어 긴장하던 주단우는 곧 복도를 돌아 나타난 사람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단우야.”
“형? 왜 여기에…….”
해치와는 두 번째로 멀리 떨어져 있는 조종실을 미션 룸으로 부여받은 도지혁이 어느새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단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도지혁에게 물었다.
“유하나 다른 애들은요? 기다렸다가 같이 오는 게 아니었어요……?”
“처음 계획은 그랬는데, 어쩐지 느낌이 싸해서. 그리고 단우 네 역할에 대해서 할 말도 있고. 우선 애들부터 모으러 가 볼…….”
도지혁이 주단우의 말에 그렇게 대꾸하고 있을 때였다.
[알립니다. 선장 ‘원유하’가 활동을 멈췄습니다.] [알립니다. 연구가 ‘에이든 리’가 활동을 멈췄습니다.]문득 들려온 알림에 두 명은 문득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벌써 두 명의 멤버가 아웃되었다는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려고 했는데, 늦었네. 좀 더 서두르자. 애들 데리러 가야지.”
그에 도지혁이 굳은 얼굴로 자신을 이끄는 것에, 주단우는 얼떨결에 그를 따라 나서며 물었다.
“형, 미션은요?”
“아직. 지금은 일단 너를 먼저 보러 와야 할 것 같아서 온 거야.”
“저를요? 왜……?”
혼자 있는 게 위험하다 판단한 것이었다면 조종실과 가까이 있는 원유하나 에이든 리와 합류하면 되었을 터. 어째서 가장 먼 해치까지 달려온 것인가 싶어 의아해하는 주단우에게 도지혁은 답했다.
“단우, 네 미션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잖아. 그럼 네가 죽으면 게임 자체가 조기 종료될 수도 있겠지 싶어서.”
“……!”
“그러니까 아마 최우선순위는 단우 너를 끝까지 지키는 게 아닐까 싶어서 되돌아온 거야. 지금 보니 미션은 시작만 끊어 놓으면 멤버 중 누구나 끝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듯했거든. 하지만 단우 네 미션은 우리 중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에 주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도지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먼저 달려온 것인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내 미션만 다른 거지?’
그러면서도 주단우는 어째서 자신의 미션만 이렇게 이질적인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의 정보를 프린트하거나 연구 표본 데이터 자료를 뽑아 오라는 등 비교적 구체적인 다른 멤버들의 미션에 비해 자신의 미션은 너무나도 모호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외부로의 활동을 하는 역할이어서?’
설정상 자신은 크루원 중 유일하게 우주를 직접 유영할 수 있다 되어 있었다. 안쪽에서 계획을 세우고 표본을 연구하고 우주의 생태를 기록하는 모든 크루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탐사자인 주단우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귀갓길이니까… 오히려 나만큼 필요없는 사람은 없지 않나……?’
하지만 설정상 원디어 호는 우주 탐험을 마치고 지구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지구에 도움이 될 연구 자료는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니 굳이 자신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필요는 없을 텐데.
“현진아, 나와!”
“……지혁이 형?”
“어, 나랑 단우야. 지금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고뇌하던 중 들려온 목소리에 주단우는 상념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도지혁과 자신이 강현진의 공간인 기계실 앞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잉-
도지혁의 목소리에 머뭇대는 듯하던 강현진은 잠시간의 침묵 후 곧 문을 열었다. 어딘가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도지혁을 바라보다 자신과 시선이 스치고는 재빨리 눈을 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주 찰나 동안의 어색함도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인 듯, 강현진은 바로 입을 열어 물었다.
“…다른 멤버들은요? 유하가 저희를 전부 픽업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그럴 예정이었는데, 난 느낌이 이상해서 미션 시작 표시 뜨자마자 내 미션 룸 나와서 바로 단우가 있는 쪽에 갔거든. 왠지 죽게 되면 처음으로 혼자가 되는 유하부터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예상대로 유하랑 이든이는 죽은 것 같아서 빨리 애들부터 모으려고.”
“……형이 죽인 건 아니죠?”
“현진아. 정말 나는 결백해……. 왜 아무도 나를 안 믿어 주는 걸까.”
필사적인 상황 설명에도 자신을 전혀 믿어 주지 않는 강현진의 모습에 도지혁은 억울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대치 아닌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여전히 자신 쪽으로는 다시 시선을 두지 않으려 애를 쓰는 듯한 모습에 주단우는 저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어렵다.’
강현진이 느끼고 있듯, 자신도 이 분위기가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일단은 믿을게요. 다른 애들은…….”
“형들!”
“……! 세림아, 찬희야.”
“뭐예요? 나 미션하다가 유하 형이랑 이든이 형 죽었다는 소리에 식겁해서 뛰쳐나왔잖아요.”
“그보다 다들 좀 모여 봐요, 저 미션 해결했거든요? 근데 저희 그냥 미션만 해결하면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일단 이쪽으로 와 봐요!”
곧 먼저 합류한 천세림과 유찬희가 다급하게 자신들을 부르는 것에 강현진과 도지혁이 따라가는 것을 보며, 주단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이럴 생각까진 없었는데.’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이 강현진에게 두 번째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