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아~ 나 너무 쉽게 죽었어.”
“…쉽게 죽긴, 너 잡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그 덕에 체력도 이미 반 이상 깎인 것 같고.
에이든 리를 따라 잠깐 감옥에 온 나는 그대로 늘어진 몸을 겨우 일으켰다. 에이든 리와의 추격전이 생각보다 더 체력을 깎아 먹은 듯, 일어나는 데에도 절로 곡소리가 났다.
-응? 지혁이 형이랑 같이 오는 거 아니야?
-가 보니까 없던데? 너는… 미션은 끝내 놓은 거 같네?
도지혁의 부재를 확인한 후 나는 곧장 가장 가까운 연구실에 있을 에이든 리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에이든 리는 제 방에서 미션을 모두 끝낸 듯했다.
나는 우선 에이든 리를 아웃시킨 후, 그와 함께 나 또한 아웃되었다고 알리고 ‘배신자’로서 활동할 계획이었다. 도지혁은 놓쳤지만, 아직 정체가 발각되지 않은 이상 에이든 리까지는 죽일 수 있겠다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상황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지혁이 형이 방에 없었어?
-어. 그러니까 일단 너도 나와서 같이 이동을…….
-…오.
-…왜 그런 얼굴로 바라보는… 야!
에이든 리가 도지혁이 방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는 뭔가를 눈치챈 듯 재빠르게 탈출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문 쪽에 내가 있던 탓에 그가 연구실 바깥을 벗어나게 하는 건 막을 수 있었지만, 나는 에이든 리를 붙잡아 아웃시키기 위해 꽤 지난한 추격전을 벌여야 했다. 그 덕에 놈을 아웃시키고 감옥까지 따라와 놓고서는 딸리는 체력에 숨을 몰아쉬던 중이었고.
그에 비해 조금도 힘이 들지 않는 듯 여전히 쌩쌩한 얼굴로 에이든 리가 감탄하듯 말했다.
“유하, 생각보다 힘 좋더라. 나 유하 금방 떨쳐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 하겠더라고.”
“…단기 체력은 좋은 편이거든.”
딱 그만큼 뒷심이 없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꾸준한 체력을 요하는 추격전은 정말이지 쥐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라리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거라면 모를까, 길어질수록 힘이 빠지는 타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에이든 리는 재미있다는 듯 씩 웃으며 대꾸했다.
“아하. 유하, 단기 체력이랑 지구력을 바꿔 먹은 거구나. 등가 교환이네.”
“…너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냐?”
“엘리노어 리. 맨날 나보고 사회성과 맞바꿔 음악 능력을 얻은 거냐고 했었거든.”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원할 때만 사회성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U라이브 등을 통해 몇 번 언급한 탓에 이미 팬분들 또한 익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예능 촬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제 친누나의 이름을 입에 담는 걸 보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에 우주인 복장을 모티브로 한 검은 헬멧을 뒤집어썼다. 그에 에이든 리가 물었다.
“오, 이제 가?”
“어. 더 체력 딸리기 전에 가야지.”
신체적인 조건도 그렇고, 크루원들에게 시간을 주면 줄수록 내게는 불리한 상황이 될 터.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 듯했다.
“다음 목표는 누구야?”
“제일 위협적인 사람. 애초에 그 순으로 내 미션 룸과 가깝게 방 순서를 정한 거니까.”
그에 에이든 리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 씩 웃었다. 내 다음 목표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듯했다.
그다음의 타깃들까지 생각하는 듯하던 에이든 리는 곧 느긋하게 감옥 의자에 기댄 채 내게 물었다.
“그럼 해치 쪽에 단우 형을 배치한 건 단우 형이 가장 덜 위협적이기 때문이었어? 흠, 너무 뻔한데.”
“단우 형이야 체력은 좋아도 마음이 약해서 추격전에서 빛을 못 보는 사람이긴 하지.”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미니 코너 중 하나였던 귀신 술래잡기에서도 다 잡은 나와 에이든 리를 놓아 준 전적도 있지 않나. 그러니 가장 덜 위협적인 것도 맞았지만.“근데 달라. 단우 형은 내가 정한 게 아니거든.”
이번 순서는 그와는 상관이 없었다.
현재 내 미션 룸인 작전실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순서는 차례대로 도지혁, 에이든 리, 천세림, 유찬희, 강현진, 주단우였다.
팀 내에서 가장 체력이 좋은 데다 어떻게 머리를 굴릴지 알 수 없는 도지혁은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보고 나와 가장 가까운 방에 배치했다.
여기에 의외성이 넘치지만 내가 아직 ‘배신자’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처리가 쉬운 에이든 리를 두 번째로, 판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천세림을 세 번째로 두었고.
그 뒤 어딘가 허술한 면이 있는 유찬희에 이어 체력이 딸리는 건 아니라지만 평소 공격성 자체가 전무한 강현진을 마지막으로 두었지만.
“단우 형의 위치는 처음부터 해치로 고정이었어.”
“어? 왜?”
나는 주단우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았었다.
정확히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번 게임의 키 카드가 단우 형이라.”
그의 역할은 출입구인 해치와는 결코 떨어질 수가 없으며, 무엇보다도 그는 절대 ‘배신자’에게 위협적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 * *
“정리해 볼까. 지금까지 모인 코드는 찬희 방에 있던 게 ‘U’, 이든이 방에 있던 게 ‘N’. 맞지?”
“네.”
“거기에 추가적으로 모인 정보는 우리가 그냥 평범한 우주 비행사 같지 않다는 것도 있고?”
“…그렇죠.”
복도에 모여 있는 멤버들은 현재까지 모인 정보를 되짚어 보았다.
-미션이 끝나니까 모니터에 문자 하나가 떠올랐어요. 여기, 이거 보면 저희가 개인 미션을 전부 완료하면 문자가 하나씩 나타나고, 그걸 이어 붙여서 코드를 만들어 단말기에 입력하면 ‘배신자’의 활동을 멈출 수 있단 거 같고요.
미션을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멤버들을 불러 모은 유찬희는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멤버들에게 공유했다.
‘배신자’를 멈출 수 있는 무기가 크루원들에게도 있다는 것, 그를 위해서는 멤버 모두가 개인 미션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
또한 멤버들은 미션이 모두 완료된 방에는 인원 제한과 상관없이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멤버 전원이 벙커를 함께 둘러보던 중 그들은 뭔가 이상한 점을 추가로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우리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평범한 우주 비행사는 아니었나 봐.
유찬희의 미션 룸인 벙커에 실린 물자를 기록한 리스트의 내역이 어쩐지 의미심장했던 것이다.
설정상 원디어 호의 목표는 ‘환경 오염으로 죽어 가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러니 벙커에 실려 있는 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자원들뿐이어야 할 터.
-우리 실은 우주 해적일까요?
-아무리 봐도 평화 사절단처럼은 안 보이지?
그러나 벙커에는 수많은 무기가 실려 있는 듯했다.
기록상 지구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평화롭게 출발한 듯 보이나, 우주를 여행할수록 우주선 안쪽에 수상쩍은 무기들이 실리기 시작한 기록이 존재했던 것이다.
-크루원의 안전을 위해 무기를 실은 거 아닐까요?
-그러면 소모된 흔적 같은 것도 있었어야지. 하지만 무기는 실렸을 뿐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마치…….
-…우주를 여행할 때 필요한 게 아니라 지구로 돌아간 이후 필요하기라도 한 것 같네요.
이에 찜찜한 기분으로 벙커를 빠져나온 멤버들은 곧 비어 있는 에이든 리의 방으로 향해 그가 미션을 끝내 놓았다는 것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방에 있는 모니터 위에 ‘N’이라는 코드가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벙커 때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은 에이든 리의 연구실 안쪽에서도 수상한 기록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더 딥한데…….”
바로 사람의 정신을 파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기록이었다.
“뭐지? 이거 우리 미션 성공하고 탈출해도 되긴 한 걸까요?”
“우리 실은 세계 평화가 아니라 지구 전복이 목표인가……?”
그에 멤버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꽤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민에 빠져들었을 때였다.
“…일단 스토리는 뒤로하고,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부터 상의해 보자. 나는 다른 애들 방에 가기 전에 먼저 유하의 작전실에 가 보는 건 어떨까 싶은데.”
“유하 방이요?”
도지혁이 꺼낸 의견에 멤버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도지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전실에 먼저 들러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응, 이든이도 미션을 끝내 놓은 후 당한 것 같으니까, 혹시 유하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뭣보다 거기 가면 배신자의 정보나 동선도 알아낼 수 있다잖아.”
“흠, 전 찬성이요. 정보는 언제나 힘이죠. 뭣보다 배신자가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지금은 더 그렇고.”
그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로써는 확실히 도지혁이 말한 대로 배신자의 정보부터 알아낸 후 하나씩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아 보였던 것이다. 원유하가 선장인 만큼, 우주선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작전실에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자, 누가 들어갈까.”
그렇게 원유하의 작전실에 도착했을 때, 멤버들은 ‘혼자’가 될 사람을 골라야만 했다.
미션을 모두 끝내 놓고 아웃당한 에이든 리의 연구실 문이 활짝 열려 있던 것과는 달리 원유하의 작전실은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션이 완료되지 않은 방은 한 사람의 인원 제한을 가진다. 그러니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써야 했지만.
“먼저 말 꺼낸 사람이 들어가는 게 낫겠지. 내가 갈게.”
투표를 하자는 말이 나오기도 전 도지혁이 나선 덕에 멤버들은 때아닌 신경전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러다 죽으면 형 페널티 못 피해 갈 텐데. 심지어 형은 두 배잖아요. 개인 미션 성공 못 한 데다 죽기까지 하니까.”
그렇기에 도지혁의 자원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멤버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페널티는 개인 미션을 성공하지 못했을 때, 그리고 ‘배신자’에 의해 아웃당했을 때 주어진다.
즉 도지혁은 개인 미션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만약 죽게 된다면 두 배로 페널티를 당하게 될 터. 최대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게 마땅했던 것이다.
그런 멤버들의 우려에 도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런 건 의견 낸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거야. 게다가 나 좀 억울했거든.”
“뭐가요?”
“내 결백함을 아무도 안 믿어 주는 거? 그러니까 내가 여기 들어가면 다들 내가 생각보다 더 팀 미션에 진심이란 거 믿어 주기야.”
그에 멤버들은 머쓱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늘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멤버 모두가 도지혁이 배신할 것이라 의심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일단 들어가면 죽는 게 확정이라는 것도 아니고. 또 결백함을 증명할 수야 있다면 한 번 정도는 페널티 당하지, 뭐.”
그러한 반응들에 도지혁은 부담을 갖지 말란 듯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해 둘까 하는데, 만약 내가 여기서 죽으면 이후 미션을 해결할 때 단우는 혼자 남겨 두지 마. 아무래도 단우 역할이 중요할 것 같으니까.”
멤버들은 도지혁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또한 갈수록 주단우의 존재가 생각보다 이 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딘가 위협적인 정보가 가득한 다른 멤버들의 개인 룸에 비해 주단우만은 유일하게 무해해 보였으니까.
그렇게 멤버들에게 확답을 받은 도지혁이 ‘꼭 살아 돌아오겠다.’는, 반쯤은 장난이 섞인 비장한 말을 내뱉고 원유하의 룸으로 들어가고 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좀 오래 걸리네.”
“안쪽에서 무슨 일 일어나고 있는 건지라도 알고 싶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리는 듯한 미션에 슬슬 멤버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때였다.
[알립니다. 조종사 ‘도지혁’이 활동을 멈췄습니다.]“뭐?”
“아니, 뭐야? 대체 언제…….”
멤버들이 문을 지키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도지혁이 아웃당한 것인지 멤버들이 경악함과 함께 닫혀 있던 작전실이 열리고 난 후, 멤버들은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지잉-
“……!”
그들이 모르는 새 한차례 소란이 일기라도 했다는 듯 서류가 흩뿌려진 내부.
도지혁이 자신을 희생한 대가로 미션을 해결한 듯 모니터 위로 문자가 떠올라 있는 듯했지만, 누구도 거기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안쪽에서 검은 헬멧을 쓴 ‘배신자’와 마주했고.
“…다들 뛰어!”
“한 방향으로……! 흩어지지 마, 얘들아!”
“아니, 혼자 있을 때만 죽이는 거 아니었냐고요……!”
곧 자신들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는 ‘배신자’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