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배신자’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참을 달리던 멤버들은 곧 해치와 가까운 곳까지 도망쳐 오고 나서야 숨을 헐떡이며 멈추어 섰다. 그러던 중 들려온 소리에 그들은 탄식하고 말았다.
[알립니다. 화물 전문가 ‘유찬희’가 활동을 멈췄습니다.]“아… 찬희가.”
“휴, 결국…….”
“…데려왔었어야 했는데.”
아까 전, ‘배신자’에게 붙잡혀 홀로 다른 곳으로 끌려간 유찬희가 아웃되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악!
-찬희야!
작전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배신자’는 도망치던 멤버들 중 제일 뒤처져 있던 유찬희를 붙잡았다.
그에 멤버들은 다급히 유찬희를 도우려 했지만, 그 즉시 ‘배신자’가 비어 있던 도지혁의 미션 룸인 조종실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조차도 하지 못했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미션에 따라 단 한 명의 인원 제한을 가지는 미션 룸. 그 인원 제한에 카운트되지 않는 ‘배신자’가 제약을 이용해 유찬희를 좀 더 수월하게 죽이려 한 것이다.
-…안 되겠어요. 일단 도망쳐요!
-하지만 찬희를 도와야……!
-안쪽에서 지금 추격전 일어나고 있는 거면 미션 룸 절대 못 열어요. 누가 미션 완료하기 전까진 안 열리잖아요.
-그건…….
-그럼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더 손해예요. 찬희가 아웃당하면 ‘배신자’가 바로 저희 셋 중 하나를 추가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일단 달려요!
그에 천세림은 과감하게 도망치자는 의견을 냈다.
주단우와 강현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천세림의 말마따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배신자’의 추가 타깃이 되는 것만은 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유하 형 방에서 코드 본 사람 있어요?”
“난 못 봤어.”
“나도 경황이 없어서…….”
“…하긴, 우리 모두 도망치기 바빴으니까. 그럼 일단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돌아간다고?”
겨우 도망쳐 놓고 다시 되돌아간다는 소리에 강현진이 경악했지만, 천세림은 아랑곳않고 어둠에 잠겨 있는 복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은 지금 제일 안전한 건 오히려 작전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미션이 완료된 방은 ‘혼자’가 되지 않는 방, 즉 배신자에게 죽임당하지 않는 방이기도 하니까.”
“……!”
“그리고 어차피 저희한텐 선택지가 없잖아요.”
“…코드가 필요하니까.”
주단우는 천세림의 말을 받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탈출을 위해서는 미션을 모두 해결해야 하고, 배신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코드가 필요하니 그들은 어찌 됐든 작전실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러니까 일단 미션 완료된 유하 형 방에서 코드를 확인한 후 그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걸로 해 보죠. 지금 ‘배신자’가 어디 있는지 동선을 알아 두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현재 미션이 완료되지 않은 방은 도지혁, 천세림, 강현진까지 총 세 개. 인원이 줄어들수록 불리해지는 만큼,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게 좋아 보였다.
“어디 보자, 코드는… ‘W’?”
그에 세 명은 천세림의 의견대로 빠르게 작전실에 다시 되돌아간 후 마침내 코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실의 ‘N’, 벙커의 ‘U’에 이어 작전실의 ‘W’까지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코드가 뭘 뜻하는 건지는 아직 유추가 어렵네요. CCTV상에 배신자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고.”
“쉬고 있는 걸까?”
“그럴 지도요. 두 명이나 아웃시킨 데다 그중 한 명이 지혁이 형이었잖아요.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혁이 형 잡는 게 쉽진 않았을걸요. 힘이 빠진 걸지도 모르죠.”
“잠깐, 얘들아. 이것 좀 봐.”
“네?”
천세림이 코드를 확인하는 동안 주변을 확인하던 강현진이 문득 다른 멤버들을 불러 모으곤 서류 하나를 보여 주었다. 그에 서류를 확인한 멤버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EARTH RE-BORN PROJECT」
이상한 제목의 프로젝트 파일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지구를 되살리겠다는 고결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크루원들. 그 내부에서 이변이 발생한 건 우주에서 얻은 자원이 너무나 가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지구에는 없는 자원과 기술.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권력이 되는 것들.
직접 얻은 만큼 그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어느 날, 지구로 돌아가던 크루원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자원을 지구인들과 나누지 않고 독식하면 더 이상 누군가의 밑에서 일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오히려 입맛에 맞는 대로 지구를 재탄생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배신자의 목적은 권력을 쥐기 위해 지구를 전복시키는 건가? 그걸 위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크루원들을 전부 몰살시키려고 하는 거고?”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
정황상 말이 되는 소리이기는 했지만, 강현진과 천세림의 대화를 듣던 주단우는 어쩐지 찜찜한 기분에 프로젝트 파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말을 한 게 배신자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배신자’가 발생해 그가 ‘동료’들을 죽이려 한다는 말만이 존재할 뿐, 그 파일 안에는 지구를 향해 나쁜 의도를 품은 게 어느 쪽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 나쁜 의도를 품고 있는 건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배신자’ 쪽이다. 그러니 천세림과 강현진이 ‘자원을 모두 독식하자.’는 의견을 낸 게 배신자일 거라 추측한 건 타당하다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기엔 모두가 책임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모든 방에서 수상쩍은 기록과 행적들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그는 정말로 ‘배신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맞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부터 가지?”
“지혁이 형의 미션 룸인 조종실이 바로 옆방이니까 그쪽으로 가죠? 그게 제일 시간이 단축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작전실에서 얻을 정보를 모두 얻은 천세림과 강현진이 장소를 옮기자 제안한 것이다.
주단우는 잠시 CCTV를 바라보았다. 모든 복도와 방은 그들이 있는 작전실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는 상태. 즉, 아직 ‘배신자’가 쉬고 있을 때 미션을 해결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리고 그 작전은 잘 먹혀든 듯했다.
“미션 성공했어요. 추가 코드는… O네요.”
도지혁의 방인 조종실에 도착해 복도에 강현진과 주단우를 남겨두고 안쪽으로 들어간 천세림이 미션을 완료하고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잠깐만.”
“형?”
그에 미션 룸 내부로 들어간 주단우는 멍하니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O’라는 글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조종실 안쪽에 굴러다니는 종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적어 넣은 지금까지의 코드들은 총 넷. 유찬희의 ‘U’, 에이든 리의 ‘N’, 원유하의 ‘W’, 도지혁의 ‘O’.
영문자들을 조용히 바라보던 주단우는 되짚듯 물었다.
“…우리 미션이 일곱 개라면 코드를 나타내는 문자도 일곱 개란 거겠지?”
“네. 지금까지 하나의 글자만 모니터마다 떠오른 걸 보면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죠.”
“그럼…….”
그 문자들을 바라보던 주단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곧 메인 룸에서부터 시작해 해치까지의 방 순서를 종이에 적어 넣었다.
“…하?”
그를 따라 조합되는 단어를 확인하던 천세림이 어이가 없다는 듯 짧게 웃은 건 그 직후였다.
“왜 그래?”
“이거 봐요. 이 문자 나열, 나는 어쩐지 익숙한 거 같은데.”
기가 찬다는 얼굴로 종이를 가리키는 천세림을 따라 시선을 옮긴 강현진은 저도 모르게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메인 룸에서 가까운 방의 순서대로 문자를 나열하자, 곧 익숙한 단어가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WON□U□□」
아직 해결하지 못한 미션들 때문에 비어 있는 곳이 있다 한들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앞선 세 개의 방이 모두 해결된 덕분에 이미 전체 글자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만한 힌트는 나와 있었으니까.
총 일곱 개의 문자, 그중 맨 앞의 ‘WON’.
때문에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아~! 역시 스파이였잖아! 유하 형이네!”
‘배신자’를 멈출 수 있는 코드는 멤버 중 한 명의 이름이며, 그 이름은 곧 ‘배신자’의 정체 그 자체란 걸.
거기에 더해 조종실에서 지구로의 이동 경로 이동을 훼방 놓은 것이 선장인 원유하였다는 기록을 발견한 후, 그들은 ‘배신자’가 원유하였음을 마침내 확신할 수 있었다.
“유하 형… 찬희가 혹시 스파이 있는 거 아니냐고 할 때는 설마 그렇겠느냐고 발뺌하더니. 역시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솔직히 놀라운데, 유하가 지혁이 형을 아웃시킬 정도로 힘이 있었다니.”
“그 형, 의외로 힘은 있어요. 딱 한순간만 발휘되고 그다음에는 방전되는 타입이라 그렇지. 그보다 코드를 알아냈으니 일은 쉬워졌네요. 빨리 유하 형의 활동을 멈춰 버리죠.”
배신자의 정체를 알아내자 천세림은 지체할 것 없이 품속의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미션을 해결하기 전, 방해되는 것부터 먼저 처리할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ERROR!」
“어?”
“암호가 이게 아닌가?”
코드를 단말기에 입력했음에도 ‘배신자’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문자가 각 방에 떠올라야만 ‘코드’의 입력이 가능해집니다!」
너무 쉽게 일이 해결될 것을 우려한 제작진들의 안배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진짜 쉽게 가는 법이 없네.”
천세림은 혀를 찼다. 패스워드를 유추해 지름길을 노려 보려 했던 것인데, 제작진들은 정당한 방식으로의 돌파를 원하는 듯했다.
그에 천세림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또 하나의 의견을 제시했다.
“찢어지죠. 각자 본인 미션 룸으로 가요.”
“뭐? 같이 안 다니고?”
“지금은 그쪽이 손해예요. 어차피 유하 형은 미션만 해결되면 금방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잖아요, 이제 형을 멈추게 하는 패스워드를 아니까. 그럼 시간을 끌어 봤자 저희만 안 좋아요. 형이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또 누가 아웃될지 모르잖아요.”
천세림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어차피 원유하의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전체 코드를 알고 있는 만큼, 상황은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시간만 그들의 편을 들어 준다면 말이다.
즉 원유하가 딸리는 체력 때문에 아직 움직이지 못하는 이때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해치에는 따로 해야 하는 미션이 없어. 그러니까 나도 둘 중 한 사람을 따라갈게. 그편이 더 안전하잖아.”
납득했단 듯 고개를 끄덕이는 강현진과는 달리 주단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 건 천세림의 말이 끝난 직후였다.
그는 자신만이 너무 유리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말마따나 모두가 위험을 감수할 때 자신만 지켜지는 것이지 않나.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형은 오히려 해치 쪽에 있어야죠.”
“어째서?”
“그래야 바로 탈출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천세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오히려 절대 자신들을 기다릴 생각을 하지 말라 덧붙였다. 미션이 모두 완료되면 다른 사람들을 기다릴 것 없이 바로 떠나라는 것이었다.
“형의 미션은 아마 모든 미션 룸이 클리어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완료될 거예요. 아마 해치 쪽에도 ‘A’라는 글자가 떠오를 테니, 그걸 표식으로 삼으면 되겠죠. 글자가 떠오르면 단말기에 바로 유하 형 이름을 입력한 후 바로 출입구 쪽으로 가서 지구로 탈출하는 거예요. 알았죠?”
“…….”
그럼에도 주단우는 여전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속된 말로 말하자면, 그건 너무 ‘꿀 빠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나는 한 것도 없는데.’
각자 미션을 해결하고 정보를 얻어다 준 다른 멤버들과 달리 그는 자신이 이번 촬영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는 줄곧 지켜지기만 할 뿐, 누군가를 돕지 못했지 않나.
“그게 좋을 것 같아. 절대 우리들을 챙기려고 하지 마, 단우야.”
때문에 고민하던 주단우는 곧 들려온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줄곧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것을 삼가고 있는 듯하던 강현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