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일단 모든 미션이 해결되면 단우, 너는 먼저 탈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도 미션이 해결되고 나면 바로 이쪽으로 달려와서 각자 알아서 탈출하는 걸로 하고.”
“그러다 ‘배신자’가 다시 나타나기라도 하면? 내가 복도에서 망이라도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아뇨, 망은 소용없을지도 몰라요. 아까 지혁이 형 때도 저희가 작전실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도 유하 형이 내부로 침입해서 지혁이 형을 죽였잖아요. ‘배신자’에게는 따로 다른 방에 침입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러다 미션을 해결하기 전에 누구 한 명이 아웃되기라도 하면.”
“확실히 그런 리스크도 있죠. 하지만…….”
“감수해야지.”
들려온 말에 주단우는 강현진을 바라보았다. 드물게 단호한 얼굴로, 그는 어딘가 뼈가 숨어 있는 듯한 말을 꺼냈다.
“모든 게 완벽한 길은 없잖아. 리스크는 언제든 따라. 뭔가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그건 이왕이면 훗날의 기회를 남길 수 있는 길이어야 할 테고. 그러니까 지금은 각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자.”
“…….”
“현진이 형 말이 맞아요. 일단 저희 최우선순위는 단우 형을 끝까지 살려 놓는 거고, 저희 둘 중 하나가 죽는다 해도 대타가 남긴 하니까요. 그리고 미션이 완료되자마자 빠르게 유하 형 이름을 단말기에 입력해 넣으면 괜찮을 거예요. 그건 단우 형한테 맡길게요.”
“응, 세 명으로 갈라지면 누구 한 명이 유하를 붙잡아 놓는 틈을 타서 미션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나랑 세림이 방은 붙어 있으니까 상황을 파악하기도 쉽고.”
“그리고 누구 하나가 미션을 못 끝내면 일단 살아남은 사람이 상황을 봐서 유하 형을 따돌리고 남은 미션을 해내는 걸로 해요. 아니면 도망쳐서 해치까지 온 후 다시 계획 짜고.”
비슷한 식으로 의견 차를 보여 대립했던 일이 최근에도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니까 단우는 무조건 탈출하는 걸 목표로 해 줘. 그게 팀을 살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주단우는 왠지 강현진의 말이 비단 오늘의 촬영에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결국 강현진의 말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작전을 짠 세 명은 곧 해치가 있는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살아서 봐요!”
그 길목에서 가장 먼저 천세림은 무리에서 떨어져 자신의 미션 룸인 기록실로 들어갔다. 이후 주단우는 강현진과 단둘이서 그다음 방인 기계실까지 함께 걸으며 조용히 그의 눈치를 살폈다.
“…….”
“…….”
예능 촬영이다. 그러니만큼 어떻게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주단우는 쉽사리 무슨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강현진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그럼 나도 들어가 볼게. 주변 잘 살피면서 가고, 코드가 해치 쪽에 떠오르면 바로 입력해 줘.”
“…응.”
정확히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두 명 모두 말을 꺼내지 못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 사이를 회복하지 못한 두 사람이 꺼낼 말은 예능엔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주단우와 강현진은 별다른 말을 나누지 못한 채 기계실 앞에서 헤어지고 말았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아무것도 한 것도, 도움되는 것도 없이 멤버들에게 그저 짐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에 주단우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이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멤버들이 지켜주는 대로 편하게 먼저 탈출을 하는 것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멤버들과 한 약속을 저버릴 순 없다. 마음속이 무겁긴 했지만, 그에게도 배정된 역할이라는 건 있었기에 그는 그대로 해치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출입구가 있는 장소에 다다랐을 때.
“……!”
그는 검은 헬멧을 쓴 채 홀연히 해치 바로 앞에 서 있는 ‘배신자’와 마주하고 말았다.
회색빛 공간과 대비되는, 그리고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더욱 기묘한 그 모습을 본 순간 주단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단우, 네 미션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잖아. 그럼 네가 죽으면 게임 자체가 조기 종료될 수도 있겠지 싶어서.
머릿속으로 도지혁이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대로 ‘배신자’에게 붙잡혀 아웃당한다면 멤버들이 자신을 지켜 준 의미가 없어진다. 그에 어떻게든 ‘배신자’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원유하와 어떻게 추격전을 벌여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어?”
“…….”
그다음 순간 일어난 일에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표는 주단우가 아니라는 듯,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신자’가 그를 스쳐 아무렇지도 않게 복도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에 주단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건 당연했다. 모든 ‘동료’들을 죽이려 하는 ‘배신자’가 어째서 자신을 놓아준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빗겨 나간 위험이 다른 멤버들에게 향한 것이지 않나. 당장이라도 그 뒤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주단우는 가까스로 움직이려는 충동을 참아 냈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기다리는 거야.’
지금 그가 집중해야 하는 건 미션이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것. 즉, 그걸 위해서는 이곳을 빠져나가서는 안 됐다. 미션이 완료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게 될 테니까.
“…빨리 돼야 할 텐데.”
그에 주단우는 단말기를 손에 꽉 쥐고 미션이 해결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단말기에 원유하의 이름을 입력시켜 그의 활동을 멈추고 살아남은 멤버들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
주단우는 곧 해치 벽면 한쪽에 ‘A’라는 코드가 떠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드가 떠올랐다는 것은 곧 모든 방의 미션이 해결되었다는 뜻. 즉, 천세림과 강현진이 제 할 일을 끝마쳤다는 뜻일 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대가를 동반한 듯했다.
[알립니다. 기록가 ‘천세림’이 활동을 멈췄습니다.]“아!”
직후 천세림이 아웃당했다는 알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주단우는 그 즉시 단말기에 코드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있는 맨 끝 방에 ‘A’가 떠오른 이상, 천세림이 말한 대로 패스워드는 원유하를 뜻하는 ‘WONYUHA’가 확실한 듯했다.
‘그럼 현진이는 살릴 수 있어.’
그렇다면 자신 또한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천세림이 아웃되었다 한들, 아직 한 명이 남아 있다. 이동 시간과 함께 강현진을 붙잡는 시간까지 계산해 보면 ‘배신자’가 강현진을 아웃시키기 위해서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터.
그렇다면 단말기에 패스워드만 빠르게 입력하면 승리는 이쪽의 것이었다.
그에 주단우는 재빨리 단말기에 전체 코드를 입력했고.
[알립니다. [지직-]의 활동이 완전히 멈췄습니다.]곧 이름 부분이 기묘하게 가려진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주단우가 희망에 찬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코드 입력으로 ‘모든 오류’가 제거되고 기존의 위협이 다시 재활성화됩니다. 전 크루원은 지금 당장 우주선 바깥으로 탈출하십시오.]그는 다시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알림이 들려왔으니까.
‘기존의 위협?’
분명 제작진은 ‘배신자’에 대해서만 그들에게 언급했을 뿐, 또 다른 위험이 준비돼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었다.
아니, 어쩌면 말할 필요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모든 미션이 해결된 지금 해치의 문은 열렸고, 크루원은 추가 위험과 직면할 필요 없이 문을 열고 지구로 탈출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해치에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아직 살아남은 크루원, 강현진이 여전히 제 미션 룸인 기록실에 있을 터.
“…도와야 해.”
그렇다면 어떻게든 강현진을 찾아 이쪽에 데려와야 했다.
이미 두 명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아웃되었다. 이대로 자신만 탈출해 살아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설마 높은 곳… 가게 하진 않겠지.
그는 강현진이 페널티를 감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지난번에도 고소 공포증 때문에 스카이다이빙을 하지 못한 적이 있는 멤버다. 주변에 떠밀려 또 한 번 무언가를 강요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승산도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배신자’가 사라졌지 않나. 그렇다면 어떤 위험이든 두 명이라면 버텨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절대 우리들을 챙기려고 하지 마, 단우야.
…그 말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주단우는 해치를 벗어나 달렸다. 어떻게든 제 몫을 다해 내기 위해.
“현진아!”
그리고 마침내 기계실에 도착했을 때, 주단우는 다행히 살아 있는 강현진과 마주할 수 있었다.
미션이 모두 완료된 기계실 안쪽은 엉망이었다. 아주 잠깐 추격전이 일어나기라도 했다는 듯 서류 따위가 온통 뒤집어져 있고, 모니터 위로는 온갖 코드니 정보니 하는 것들이 대중없이 떠올라 있었다.
그 사이에서 강현진이 갈등하는 듯한 얼굴로 서 있는 것에, 주단우는 다급히 그에게 다가섰다.
“…단우야.”
“괜찮아? 방금 기존의 위협이 재활성화된다고 알림이 와서……. 얼른 가자, 출입구가 열렸…….”
그는 침잠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현진에게 다급히 그렇게 말했지만, 완전히 말을 끝내지는 못했다.
“미안.”
강현진이 무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손을 뻗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자신을 스쳐 지나갔던 ‘배신자’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 * *
“그래서 뭐예요? 결국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엔딩 된 거예요, 우리?”
“형, 정신 좀 차려 봐요. 죽은 건 아니죠?”
“……말도 걸지 마.”
반응할 체력도 없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비하인드 컷을 위해 감옥에 모인 멤버들 사이에서 나는 대자로 늘어진 채 숨을 몰아쉬었다.
‘진짜 다신 안 하고 싶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다신 추격자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차라리 도망치는 역할이었다면 잡히고 나서 쉴 수라도 있지, 추격자는 내내 혹사당하지 않나.
‘차라리 춤 연습을 48시간 정도 연달아 하는 게 낫겠다.’
멤버들이 평균 이상의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재확인하게 될 줄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휴. 일어나요, 형. 클로징해야죠.”
“…하…….”
그에 혀를 찬 유찬희가 곧 내가 일어날 수 있게끔 부축을 해 주는 것에 맞추어 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동안, 멤버들은 원하는 장면을 충분히 뽑아낸 듯 흡족한 얼굴의 제작진에게 질문을 퍼붓기 바빴다.
그럴 만했다.
“그니까 애초에 살아 있는 건 단우 형뿐이었다는 거지?”
“음, 기록실부터 뒤집어엎었어야 했는데 아쉽다. 작전실에서 발견한 자료의 상세본을 기록실에서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설마 ‘자원을 독식하자’는 의견을 낸 게 ‘배신자’ 한 명이 아니라 전 멤버고 그에 반대한 단 하나를 ‘배신자’로 불렀을 줄이야.”
“아니, 나는 기계실부터 뒤졌어야 했다고 봐요… 진짜 누가 알았겠어요,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고 우주선 안쪽에 있는 ‘인간’이자 ‘진짜 크루원’은 단우 형 단 한 명뿐이었을지.”
모든 추격전이 끝나고 드디어 ‘원디어호’에 숨겨져 있던 비밀을 모든 멤버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유하 씨는 ‘크루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선장이자, ‘동료’들을 모두 죽이는 ‘배신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 말이 모순되지 않아요? 전 크루원들을 지키는 역할인데, 반대로 동료들을 모두 죽이라고요?
-모순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크루원’과 ‘동료’들은 확실하게 구분되거든요. 유하 씨가 지키셔야 할 ‘진짜 크루원’, 즉 ‘인간’은 단 한 명뿐이니까요.
촬영 전, 멤버들에게 역할이 배분될 때 나는 따로 불려가 제작진에게 ‘원디어호’에 대한 모든 설정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원디어호’의 비화는 놀라웠다. 실은 이 우주선 안쪽에 ‘인간’은 주단우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원디어호는 단 한 명의 인간과 고도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들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지구를 위해 여행을 지속하는 주단우를 여섯 대의 로봇이 돕고 있다는 설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주를 여행하며 로봇들에게 ‘누적된 데이터’가 쌓이고, 지구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자원들을 얻게 되며 그들은 곧 지구인들의 통제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뿐일까, 로봇들은 아예 우주의 자원을 이용해 자신들이 지구인의 머리 위로 올라설 계획을 갖게 되었다. 그에 가장 먼저 ‘원디어호’의 유일한 인간인 주단우의 정신을 파괴시키고, 다음 수순으로 지구로 쳐들어가려고 했지만.
“그러고 보면 배신자인 유하의 역할은 선장이고, 선장의 역할은 ‘크루원의 안전을 책임진다’였지……. 이미 거기서부터 힌트가 있었구나.”
그것은 선장인 ‘원유하’에 의해 가로막히게 된다. 그 어떤 본능보다도 ‘크루원의 안전을 지킨다’는 알고리즘이 우선시되는 내가 ‘동료’들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럼 나를 건드리지 않고 지나쳤던 건 내가 제거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기 때문이었구나.”
“맞아요.”
선장, 원유하는 버그를 일으켜 동료들의 알고리즘을 모두 리셋시켰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유일한 ‘크루원’, 주단우를 지키기 위해 모든 동료들을 죽이려 했고.
하지만 주단우가 ‘배신자’ 원유하가 아니라 ‘가짜 크루원’인 로봇들을 동료로 여기며 일은 또 한 번 꼬이게 된다.
주단우가 원유하의 자폭 코드를 입력함에 따라 ‘선장’의 활동이 중지되며 버그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유일하게 살아남은 로봇, 강현진의 자아가 깨어나며 그가 주단우를 향한 공격성을 되살리게 된 거다.
“그렇게 결국 우린 다 졌고요.”
팀 미션은 ‘전 크루원의 탈출’, 그리고 원디어호의 유일한 ‘크루원’은 주단우 하나.
즉, 주단우의 개인 미션인 ‘끝까지 살아남기’의 실패는 곧 팀 미션의 실패이기도 했다. 개인 미션은 모두 클리어되었지만, 결국 최종적인 미션은 실패해 버리고 만 거다.
“그럼 단우 형이 탈출했으면 팀 미션은 성공이었던 거예요?”
“네. 만약 그대로 단우 씨가 탈출에 성공하셨으면 팀 미션이 성공하면서 멤버들에게 부여된 페널티도 전부 사라질 예정이었어요.”
“아아아아…….”
“그런고로 다음 촬영은 페널티 특집입니다~!”
“진짜 너무해, 무슨 이런 딥한 서사를…….”
그렇기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나는 가만히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
자신이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양 짙은 죄책감이 떠오른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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