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최근 강현진은 스케줄이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편의점에 들러 술을 몇 병 사 오는 루틴을 반복하고 있었다.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슬그머니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주단우와 같은 방을 쓸 때의 침묵을 제정신으로 견디는 게 더 어려웠다.
그렇기에 오늘도 술기운을 빌려 깊이 잠들 생각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숙소로 들어왔지만, 강현진은 계획했던 대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진아,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할래?”
“…어?”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거실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던 주단우와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
“…….”
때문에 사 온 봉지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얼떨결에 주단우를 따라 들어간 방 안. 여전히 주단우와 그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어? ……왜?”
그에 눈치를 보듯 눈을 굴리는 사이 들려온 말에 강현진은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절대 주단우에게서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과는 오히려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강현진은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주단우가 싫다고 말하는 무대 수정을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 하며 오늘 촬영에서도 역할 때문이었다고는 한들 자신을 위해 달려와 준 주단우를 아웃시켰다.
‘…거기에 3차 경연 때 일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사과는 강현진, 그가 해야 마땅할 텐데 어째서 주단우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 어리둥절해하는 강현진에게 주단우는 말했다.
“3차 경연 때, 아무것도 모르면서 널 비난하고 내 의견을 강요했던 거. …오랫동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말도 못 했었어.”
“…어?”
“네 말이 맞아. 그때 나는 내가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아서 너한테 먼저 물러나 달라고 말한 거였어.”
“…….”
“그걸 인정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인정한 다음부터는 대면하는 게 무서워서 계속 회피해 왔었어.”
한 번 입을 연 주단우는 거침이 없었다. 오랫동안 생각해 온 만큼, 한 번 입을 연 이상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이다.
“데뷔를 한 이후에 네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고 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게 널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 거였지만… 실은 그조차도 날 위해서였지. 나는 네가 날 외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거니까.”
자신의 행동이 강현진과 팀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상대를 굳이 귀찮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혹시 모를 또 다른 강요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팀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날 대해 달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결국 그조차도 자신을 위한 것인데.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저 불화가 두려웠던 거다. 원디어라는 팀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들어온 팀에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해 놓고도 오히려 강현진이 눈치를 보게 한 거다. 그 상태로 일 년을 보낸 거고.
“난 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나는 운이 좋아서, 어쩌다 보니 데뷔한 거니까.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
“뭐?”
“그래서 너한테 또 다른 부담을 준 거야…… 오히려 네가 눈치를 보게 하면서. 이번 유닛 무대에 대해서도……….”
“주단우, 너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주단우는 화가 난 듯한 강현진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는 듯하던 강현진이 어느새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내가 너무 내 의견만 강요하듯 이야기했나?’
그에 주단우가 당황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누가 그래? 네가 운 좋아서 데뷔했다고?”
“어?”
그는 예상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한 강현진이 뜻밖의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현진은 화가 나 보였다. 하지만, 그건 자신 때문은 아닌 듯했다.
“왜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넌 운 좋아서 데뷔한 게 아니라 잘해서 데뷔한 거야. 이 팀에 누구 한 명 공으로 데뷔한 사람이 없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거고.”
“…….”
“…네가 뭘 신경 쓰고 있는 건지는 나도 알아. 난 너한테 지금까지 못한 말이 많았고 그걸 계속 후회해 왔지만… 딱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게.”
강현진은 자신을 ‘신경 쓰게 한’ 다른 사람들 때문에, 무엇보다도 주단우가 생각하고 있는 것 때문에 화가 난 듯했으니까.
“너 그렇게까지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좀 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고 네가 잘하는 거에 집중해도 된다고. 우린 각자가 잘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 팀이 된 거잖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다른 멤버가 채워 주라고.”
“……!”
“육각형, 그런 말이 우리 셀링 포인트긴 하지. 그런데 각자 정말 잘하고 집중해야 하는 건 따로 있잖아. 유하랑 이든이는 노래를 잘하고, 나랑 지혁이 형은 춤을 추고, 너랑 찬희는 랩을 하는 거. 세림이는 그 모든 걸 아우르긴 하지만 그건 그쪽이 드문 케이스고.”
강현진은 그렇게 말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주단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강현진이 쏟아 내는 말을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과는 또 상황이 반전된 듯한 그 분위기 속에서 강현진은 말을 이었다.
“난 랩 못해, 노래도 아직 부족하고. 그걸 네가 채워 주는 거 아니야? 네 기준으로 따지면 나는 그럼 그 두 개를 못하니까 원디어 멤버로 자격이 없어?”
“뭐?”
“네 말대로 따지면 그렇잖아. 너는 네가 지금 춤을 못 추기 때문에 원디어 멤버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네가 육각형 멤버만 모인 것에 흠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고. 그렇게 치면 원디어에 흠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 다른 멤버 기준으로 따지면 다 흠일 텐데.”
“그건…….”
이어지는 말에 주단우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강현진의 말도 틀린 점은 없었으니까.
말마따나 그들은 솔로가 아닌 팀이었다. 포지션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장 잘하는 분야는 따로 있었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딱히 포지션뿐만이 아니더라도 우린 다 다르기 때문에 팀이 된 거잖아. 혼자로는 부족하지만, 같이 모여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서. 당연히 못하는 게 있을 수밖에 없어. 그건 다른 멤버에게 기대는 게 맞고.”
비단 노래뿐만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도 그들은 각자 잘하는 부분이 따로 있기 때문에 팀이 된 것이었고, 그렇게 서로를 보충해 주고 있었으니까.
“사람들 기준은 다 달라. 그러니까 어떤 쪽에서든 욕을 먹지 않는 방법은 없어. 그렇다면 해야 하는 건 딱 하나뿐이잖아.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 가려고 노력하는 거.”
“…….”
“언젠가는 정말 육각형이 될 수도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리고…….”
강현진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묵했다. 그리고는 주단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3차 경연 때 일은 나한테 사과할 거 없어. 넌 맞는 말을 한 거고 그때는 내가 이기적이었던 게 맞으니까. 오히려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 걸 계속 미루고 있었던 거야. 네 말처럼… 이번에도 그 책임을 네가 져 준 거고.”
“뭐? 아니야. 나는…….”
주단우는 그렇게 대꾸하려다 문득 멈칫했다. 문득 이 상황이 기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주단우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그러하듯 강현진도 줄곧 3차 경연 때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 그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다는 걸.
“…현진이 너, 날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난 네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착각이 두 명이 서로 그때의 일을 입에 담지 못하게 함으로써 일을 여기까지 끌어오게 했다는 것도.
황당하다는 듯 그렇게 답한 강현진은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그 또한 깨달은 듯했다. 그런 그를 보며 주단우는 말했다.
“…난 그때 내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널 불편하게 만들었잖아.”
“그건… 그때는 불편했던 건 맞지. 하지만 같은 팀이었잖아.”
“…….”
“넘었어야 했던 선이 맞았어, 그건. 앞으로도 내가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넘어 줘야 하는 게 맞고. 그리고 같은 팀이고 매일 같이 생활하는데 어떻게 선을 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게 맞잖아.”
“서로 예의 차리고 배려하는 거야 좋지. 근데 굳이 그걸 널 깎아 먹어서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
“그러다 의견 차이가 나면 대화하면 되는 거고. …딴 건 몰라도 그거 하나만큼은 내가 ‘디어돌’ 때 확실히 배웠거든. 주변 사람 말을 좀 듣는 게 좋았을 거란 거. 자신을 좀 잘 챙겨야 한다는 것도.”
강현진은 자조하듯 웃고는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그러니까 나도 선 하나만 넘을게. 너 진짜 후렴구 안무 할 거야?”
강현진은 내뱉어 놓고서는 잠깐 동안은 후회하는 듯했지만, 결심한 듯 곧 말을 이었다.
“…넌 싫어하겠지만, 난 반대야. 난 굳이 네가 그거 할 필요 없다고 봐. 물론 네가 진짜 원해서 하는 거면 상관없지만……. 난 네가 그렇게까지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고 보니까. 너도 네가 잘하고 싶어 하는 건 따로 있잖아.”
그에 주단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곤 대꾸했다.
“…내가 후렴구 안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나 때문에 너랑 지혁이 형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였어. 나 때문에 둘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주단우, 그건…….”
“두 명의 기준을 내가 못 따라가면 원디어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압박도 있었던 게 맞고. …그러니까 결국 내 아집이었던 거지. 그런 만큼… 네 말대로 후렴구 안무는 네가 제안한 대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
주단우의 말에 또 한 번 화를 내려던 강현진은 이어지는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주단우가 분명한 목소리로 제 말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주단우는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는 긴장이 풀린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미안해. 또 변경해야겠다. 줏대 없이 굴어서 괜히 힘만 쓰게 하겠네.”
“…지혁이 형은 별로 힘쓴다고 생각 안 할걸? 오히려 반길 거 같은데.”
“하하… 유하도 그러겠다. 유하가 신경 많이 써 준 것 같은데…….”
“유하가 더 좋아하긴 하겠지. 아닌 것 같아도 신경 많이 쓰는 것 같았으니까……. 아, 미안하다. 그때 우리 싸웠던 얘기 내가 유하한테 말했는데…….”
“괜찮아. 유하도 알아도 되는 얘기니까. …어쩌면 알았어야 했던 문제 같기도 하고.”
주단우는 그렇게 대꾸하며 강현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긴장하지 않고 강현진을 바라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강현진은 슬그머니 제 침대에 앉아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또한 긴장이 풀린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아주 잠깐 동안 침묵이 오가고, 주단우는 어쩌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강현진에게 말을 꺼냈다.
“그보다 내일 안무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안무를 바꾼다고 하면 숙지에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다른 곳도 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어, 나여도 괜찮겠어?”
“응.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어. 좀… 말하기 어려워서 계속 못 했던 거라.”
“…그럼 나도 뭐 좀 물어봐도 돼? 처리가 좀 어려운 파트가 있긴 하거든, 나도.”
“언제든지 괜찮아. 그리고…….”
그리고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오늘 해야 할 마지막 말을 꺼냈다.
“촬영 때 고마웠어. 계속 신경 써 주고 조언해 준 거. 미션은 실패했지만…….”
“그건 진짜 신경 안 써도 돼. 너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거잖아. 오히려 내가 뒤통수쳐서 미안한데. …음, 아닌가. 그것도 좀, 압박 때문이었어? 네가 진짜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밀리듯 온 거였으면…….”
“아, 그건 아냐. 압박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촬영 당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에 멤버들을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확실히 그때는 그 이유 때문에 되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맞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그래도 되돌아갔을 테니까.”
어쨌든 강현진이 페널티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