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전날의 촬영 때문에 멤버 모두가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다 깨어난 다음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콘서트 준비를 위해 연습실에 온 우리는 꽤나 낯선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번에 힘줘서 올라와. 그렇게 안 하면 못 올라온다.”
“이… 렇게?”
“응. 팔을 한쪽으로 뻗어서 그 반동으로 올라오면 좀 더 수월한데… 어, 그렇게. 코어 잘 쓰면서. 단우 너는 체력도 좋고 몸도 만들어져 있는 편이니까, 요령만 붙으면 돼.”
바로 그 전날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불던 강현진과 주단우가 서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되지 않는 동작에 대해 강현진에게 도움을 구하는 주단우를 바라보며 멤버들은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기 바빴다.
“…이상하게 되게 낯선 광경 같네.”
“일단 둘이 엄청 편해 보이는데… 뭐지? 우리가 눈을 뗀 사이 뭔 일이 있었던 건가?”
“아니, 멤버니까 같이 있는 게 실은 이상한 일은 아닌데……. 데뷔 전후로 저 둘이 저렇게 붙어 있는 거 처음 보긴 하네요. 낯설긴 하다.”
“오~ 화해했나 봐!”
저 둘에게서 눈을 뗀 지 시간적으로는 겨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 둘이 다시 이야기하게 된 것을 넘어 몰라볼 정도로 친근해진 게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제 이야기를 잘 나눴나.’
주단우가 어쩐지 다른 멤버들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때에도 유독 오래 거실에 머물러 있다 했더니만, 아마 편의점에 간 강현진을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3차 경연 때의 일을 포함해 유닛 무대 일까지도 대화가 잘 풀린 듯하고.
“그럼 단우 형이랑 현진이 형 냉전 끝난 건가?”
“그런가 보네요. 왠지 오늘 아침 먹을 때 단우 형이 냉장고 보다가 현진이 형한테 술은 조금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더라니…. 드디어 전면전인가 싶었는데 그거 걱정이었던 거구나.”
“하하, 현진이 눈치 보다가 술병 베란다 쪽에 내놓는 것 같던데, 단우 덕분에 현진이 간이 좀 쉬겠는걸.”
“요즘 형 많이 마시긴 했었으니까요. 이 기회에 몸 챙기면 좋죠, 뭐.”
어느새 서로의 연습을 도와줄 정도로 돈독해진 두 명의 모습에 다른 멤버들까지도 긴장이 풀린 건 당연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둘의 냉전에 다른 멤버들도 티는 안 냈지만 계속 걱정을 하고 있긴 했었으니까.
“후렴구 안무도 바뀌었다고 했죠, 지혁이 형?”
“응. 원래는 비트마다 동작을 채워 놨었는데 그걸 좀 많이 뺐지. 한결 여유로워졌어, 연결성도 좋아졌고. 오히려 노래에는 더 잘 맞는 것 같던데.”
무엇보다도 같이 유닛 무대를 하는 도지혁은 유독 만족스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강현진과 주단우의 대립에 중립을 지키고는 있었지만, 도지혁도 주단우가 후렴구 안무를 수정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었으니까.
‘실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게 저쪽이기도 했을 테고.’
도지혁에게도 의견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주단우와 강현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무게추가 한쪽에 기울지 않도록 세심하게 두 명의 사이를 조율했다.
“잘됐지. 이제 아무런 걱정 없이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무대에 대한 욕심이 그 누구보다도 크면서도 둘의 사이가 악화되지 않을 수 있게끔 제 의견을 접은 거다.
‘그런 걸 보면 도지혁도 좀 바뀌었나.’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였다면 한쪽의 감정이 상하거나 둘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는 것과 관계없이 우선 무대를 최우선으로 했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몫만 챙기는 쪽으로 갔을 수도 있고.어느 쪽이 되었든, 마음만 먹는다면 도지혁은 제가 원하는 쪽으로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었을 거다.
『도지혁』
버프: 독사거나 천사거나
“본 조교, 여러분이 하는 바에 따라 악마도 천사도 될 수 있습니다”
분쟁 시 설득력 +100
단결 시 동료 전체 의지 +100
말마따나 도지혁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했으니까.
도지혁의 버프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금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최근 멤버들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기 위해 도지혁의 상태창을 열어 봤을 때 나는 어느새 그 잠금이 풀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최근 일어난 사건이 도지혁에게 영향을 미쳤던 거겠지.’
도지혁이 블랙오션에서 완전히 벗어나 원디어라는 팀에 소속감을 느끼게 된 사건 말이다.
덕분에 알게 된 도지혁의 버프는 꽤 놀라웠다. 팀 생활에서 거의 필수라 할 수 있는 능력들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과거 막내라는 위치에서 팀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던 시간이 길어서일까, 도지혁의 버프는 심상치 않았다. 그러니 도지혁이 어느 쪽으로든 손을 썼다면 둘의 대립은 일찍이 결론이 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 둘의 관계가 해결되기를 그저 지켜봤다는 건… 믿음이 생겼다는 뜻인가.’
그렇지만 도지혁은 그 설득력을 발휘하는 대신 인내하는 쪽을 택했다. 그 덕에 어떤 개입도 없이 주단우와 강현진은 자신들만의 의지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고.
“지혁이 형! 저희 잠깐 안무 좀 맞춰 봐요!”
“어, 갈게!”
그렇게 겨우 ‘단결’된 팀이다. 이제 인내할 필요는 없을 테니, 도지혁의 버프는 무대를 십분 살리는 쪽으로 발휘될 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도지혁은 기분 좋게 미소 짓는 얼굴로 주단우과 강현진이 있는 쪽에 합류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시고 있던 물병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럼 우리도 이제 슬슬 그만 쉬고 연습할까.”
저쪽에 밀리지 않는 무대를 만들려면 이쪽도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에 유찬희는 비칠거리며 일어서곤 중얼거렸다.
“하… 얼굴에 경련 날 것 같아요. 귀여운 표정이란 뭘까…….”
“견뎌. 잘할 수 있잖아. 네가 우리 팀 키 카드인 거 잊지 말고.”
유찬희는 여전히 귀여운 표정과 제스처를 하는 게 못내 어색한 듯했다. 물론 초반에 비해 지금은 꽤 자연스러워지긴 했지만.
그에 놀릴 거리를 잡았다는 듯 천세림이 능청스럽게 유찬희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표정 연습, 힘들긴 하지. 근데! 유어원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귀여운 제스처가 어색하기는 하겠지.”
“하우에버! 찬희는 잘 어울리긴 하잖아. 벗! 그래도 아직 노력이 필요하긴 하고.”
“네버더레스! 우리 찬희는 생활 애교가 있으니까…….”
“아, 그만 좀 해요! 자꾸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들처럼 말할래요? 무슨 갈수록 밈에 절여져.”
“에이, 이게 다 트렌드인데. 놓치면 안 되지~.”
완전히 풀린 분위기에 이젠 완전히 노닥거리는 모습으로 돌아온 놈들과 함께 연습하던 자리로 돌아서며, 나는 잠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콘서트까지는 이제 겨우 보름. 시간은 정말 빠듯했다.
* * *
콘서트를 하루 앞둔 밤, 원디어와 관련된 SNS와 커뮤니티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현진아. 채팅 이쪽 태블릿으로 읽을래? 잘 안 보일 것 같아서.] [아, 고마워. 그럼 나 대신 네가 좀 의자에 앉아. 아까 전부터 계속 서 있었잖아.]콘서트 전날 진행된 깜짝 U라이브에서 생각지도 못한 구도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콘서트 전날의 단체 U라이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U라이브를 튼 유어원들은 단체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극과 극처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주단우와 강현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곁에 두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그들이 너무 친근한 배려까지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현진이랑 단우 원디어 공식 어사즈(어색한 사이) 아니었어..?
-아니…. 나 지금 ㅈㄴ얼떨떨함 최애 주단우 차애 강현진인 사람으로써 이 두 명 좀 친해질 날을 고대하며 정권찌르기중이었는데 막상 이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이 이렇게까지 낯설 수가 있는 것임?
-와 나 진심 단우가 현진이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 소름돋았다; 얘들아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니 우리가 모르는 새 어떤 역사가 이뤄진 거냐고
도지혁과 주단우, 일명 ‘어사즈’의 데면데면한 관계는 유명했다. 데뷔 전에도 후도 그 둘은 따로 붙어 있을 때가 없었으며, 말을 나누어도 비즈니스적으로 짧게 몇 마디를 할 뿐 그것이 친밀함으로 발전할 때는 없었던 것이다.
-동갑즈들 다 친한데 단우랑 현진이만 안 친한 거 좀 의외긴 하다 사람 잘 받아줄 거 같은 둘이 서로에게만 데면데면해서 더 그런 듯.. ㄹㅇ로 둘이 뭔 일 있던 거 아닌가?
때문에 데뷔 직후부터 최근까지도 유어원 내부에서는 둘의 관계에 대한 말이 꾸준히 나오곤 했다. 누가 봐도 어색한 두 명의 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친밀하게 대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제는 완전한 한 팀이 된 멤버들 사이, 강현진과 주단우가 은근히 서로에게 선을 긋고 외면하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카더라인데 1뎌 어사즈 뎌돌 때 싸웠단 얘기도 있긴 함.. 뎌돌 스탶 중 하나가 지인이라 들은 건데 생각보다 크게 싸웠고 그거 방송으로 살릴까 하다가 피디가 당시 편집점을 같은 조였던 뉴하랑 혅진으로 잡아서 댜뉴랑 싸운 건 뺐단 말 있음
└엥 혅진이랑 댜뉴 싸울 일이 뭐가 있다고…?? 댜뉴 화도 낼 줄 아는 사람이었나
└혅진이가 댜뉴 꼽줘서 그런 거 아닌가;; 그거 아니고서는 딱히 생각이 안됨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왜 혅진이가 싸움의 시발점 됐을 거라고 단정하세요? 둘이 싸운 게 공식도 아니고 만약 싸웠다고 해도 계기가 된 게 댜뉴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 욕하는 건 아닌데 솔직히 뎌돌 때 생각해보면 시비털 만한 게 혅진이뿐이잖아요 댜뉴 지금 1뎌 멤버들도 그렇고 그때 연습생들도 다 성인군자로 보는데ㅋㅋ 설마 걔겠어요?
└설마가 사람잡죠 둘 사이에 있었던 일 대체 누가 알겠어요 이런 식으로 혅진이 은근히 몰아가는거 되게 불쾌하거든요 말 조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팬덤 내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잡음 때문에 강현진과 주단우를 최애로 둔 팬들은 서로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유어원은 최근 꽤 단단하게 결집한 상태였다. ‘아이돌 메이커’ 출신이 대다수였던 데뷔 초를 지나 이제는 새롭게 유입된 팬들도 늘어난 데다, 초창기 팬들 또한 다른 멤버들에게 충분히 익숙해진 만큼 애정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현진과 주단우의 팬덤 또한 분위기를 봐 가며 대놓고 다툼을 벌이지는 않고 있었으나, 실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상태라고도 볼 수 있었다.
서로를 비즈니스적으로 대하는 주단우와 강현진이 혹 상대방을 완전히 배척하게 된다면 팬들 또한 그 영향을 받게 될 터였으니까.
[이미 기사로 나와서 다들 아실 테니까 우리 미리 말해 볼까? 이번 유닛 무대에서 제일 기대되는 게 뭐야?] [저는 현진이랑 지혁이 형 춤이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렇게는 못 하니까……. 음, 뭘 상상하시든 그 이상을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유어원이 정말 좋아해 주실 거예요.] [전 개인적으로 단우 음색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든이가 노래 자체를 잘 만들기도 했는데 단우가 너무 잘 살려서 실은 저도 계속 듣고 있거든요.] [아~ 현진이 지금 유어원 약 올리는 거야? 지금 유어원이 멤버 특권으로 자랑하냐고 하시는데~] [아, 아니, 자랑은 아니에요. 그냥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서 드리는 말씀이니까. 그냥 그만큼 좋다, 이런 마음으로……!] [아실 거야. 나도 얼른 내일이 와서 유어원이 무대 봐 주셨으면 좋겠다. 동작 하나하나 현진이랑 지혁이 형이 신경 많이 썼으니까, 꼭 잘 봐주세요.]그렇기에 U라이브를 지켜보는 두 팬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이 급작스럽게 친근해진 것을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뎌돌 때 사이 안 좋았던 뉴하랑 혅진이/차니랑 뉴하 친해진 것도 있으니까 이 둘도 언젠간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중간과정이 너무 생략된 거 아닙니까
-하 대체 어떻게 친해진거냐고 물어볼수도 없고ㅠ 물어봐도 아무도 대답 안해줄거지
-내가 너무 원디어한테 오냐오냐당한 거임? 이 둘이 친해진 과정까지 자컨으로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ㅅㅂ너무 갔죠? 나도 알아 근데 그만큼 궁금하다고 니들 대체 뭔 일이야
-대체 얼마나 기깔나는 무대길래 어사즈가 서로한테 이렇게 금칠해주는 거야….? 다른 의미로 진짜 궁금하다 너희 기대감 올리려는 거면 대성공이야…..
그 둘이 대체 어떤 일을 거쳐 친근해진 것인지는 아마 이후에도 대답을 들을 수 없을 듯했다. 그건 이전에는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시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불화를 언급할 팀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비단 두 명의 팬뿐만이 아닌 유어원 전체는 다음날 있을 콘서트에 대해 기묘한 기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두 명의 친근함이 오늘 하루만의 것인지 혹은 줄곧 이어질 만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콘서트를 보는 것뿐이었고.
[내일은 뭐가 됐든 꼭 그 이상을 보여 드릴게요. 기대하셨던 것이든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이든 전부 다요.] [푹 주무시고, 혹시 더울지도 모르니까 손풍기랑 물도 챙기시고, 건강한 마음과 체력을 가지고 오셔야 해요.] [내일 봐요, 우리.]무엇보다도 이렇듯 자신만만한 태도의 원디어가 그들을 실망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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